두 번의 건축주가 되어 두 번째 목조주택 집짓기

두 번의 건축주가 된 건축주는 어떤 마음으로 집을 지을까? 기자는 최근 두 번째 자신의 집을 지은 건축주를 만나 건축 전반의 과정에 대해 물었습니다. 두 번의 사례가 비교된다는 기대감이 컸다. [건축주에게 묻다]. 이 자리에는 건축사도 시공사도 없이 오직 건축주만 참석하여 건축주의 입장에서 느낀 건축 이야기를 나눈다. (아래 서술된모든 내용은 건축주의 동의하에 작성된 것입니다.)

취재 및 편집_월간빌더 편집부 / 자료제공_젤로우하우징

 

집을 짓는다는 것은?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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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2009년 동탄에 목조주택을 건축하여 살고 있는 부부입니다. 남편은 어학원을

운영하고 있으며, 저는 반도체 엔지니어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Q. 전원주택을 짓기 전에 거주하신 곳은 어디인가요?

A.

처음에는 저희도 아파트에 살았습니다.

2009년 경기도 동탄에 목조주택을 지어 지금까지 살고 있습니다.

전원주택을 짓게 된 계기를 소개해 주세요.

경기도 동탄에 목조주택을 짓게 된 계기는…

저희 부부는 함께 직장을 다니고 있습니다. 아이의 육아 문제로 인해 공간 분리가 된 구조의 주택이 필요했습니다.

마침 동탄에 전원주택 필지가 나와서 주택을 지어 이사를 했습니다.

아산에 두 번째 목조주택을 짓게 된 계기는…

처음부터 콘크리트는 좋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목조주택이 친환경 주택이라고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었습니다. 아이에게 아토피가 있었는데, 아파트 거주하다가 동탄에 지은 목조주택으로 이사를 한 후 1년 만에 아이의 아토피가 없어졌습니다. 목조주택이 지어질 때 골조에서 주는 나무 냄새에 거부감이 없이 매료되기도 했습니다.


 

목조주택의 선택, 유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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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탄 전원주택에 살면서 잔디관리의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복증으로 증축하기로 하고 리모델링을 하였는데, 목조주택은 개보수에 매우 유연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두 번째 짓는 주택도 자연스럽게 목조주택으로 짓게 되었습니다.

아직 정확하게 현재 주택의 정체성을 정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나중에 다시 주택의 용도나 구조의 변화가 필요로 할 때 어렵지 않게 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도 목조주택으로 결정한 이유입니다.

 


 

Q. 전원주택지를 어떻게 선정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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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차 지금의 지역을 3~4년 전부터 자주 왕래하고 있었습니다. 배추를 재배하고 있는 농경지였습니다. 사계절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지켜보면서 ‘이런 곳에 집을 짓고 살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원하는 면적보다 많이 컸습니다.

상의를 하니 ½로 분할하여 매매를 해 주었습니다. 천천히 짓기로 하고 집을 지을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농림지는 건축을 전재로 매매가 되고 2년 이내에 건축을 해야 되는 조건이었습니다.


Q. 어떤 준비를 하셨나요?

처음과 다르게 두 번째 짓는 집이라 전원주택에 대한 약간의 상식이 생겼습니다. ‘좀 아니까 많이 알아보고 선택을 해야겠다.’는 건축박람회장을 둘러보기도 하고, 업체를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 업체가 지었다고 하는 주택을 방문해 보기도 했습니다.

구조에 대해서도 열린 마음이었습니다. 목조, 스틸, ALC, 한옥까지 다양하게 알아보았습니다. 정읍, 영월까지 거리에 메이지 않고 방문하였습니다. 그러다가 한옥을 짓는 업체와 계약을 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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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계약을 하고 2~3주가 지나자 업체의 태도가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약속 이행이 안 되기 시작했습니다.

설계 때부터 업체의 태도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캐나다에 1년 정도 거주했었습니다. 주택 디자인의 다양성이 좋았는데, 국내 주택의 경우에는 다양성이 크지 않고 몇 가지 특성으로 획일화 되어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개성 있는 집은 안 되나?”라며, 인터넷을 찾던 중 한 업체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다른 업체와는 달라 보여 컨택을 했습니다.

전에 했던 계약을 정리하고 건축을 다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남편이 하는 학원의 인테리어를 통해 신뢰를 할 수 없는 사람들을 계속 경험하고 있었던 터라 사람에 대한 확신을 가지기까지 2~3개월이 걸렸습니다. 미팅 때 이야기했던 내용이 시간이 지나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저희 부부의 직업 특성상 ‘1주일에 한 번만 방문을 해도 편안한 마음으로 집을 지을 수 있으면 진행하자’고 했는데, 지금까지 만족스럽게 건축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Q. 두 번의 건축에서  차이점이  있었다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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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공정 간의 대립과 조화입니다.

토목 골조 전기 등 공정과 공정이 연결되는 지점에서 많은 다툼이 있었습니다. 업체 간 공정 아귀가 잘 맞아야 하는데, 소장의 조율도 중요하고요. 이번에는 그런 갈등이 없었습니다. 공사의 거의 대부분을 대표님 혼자 하셨고, 손이 필요할 경우 거들어 주는 사람 정도만 활용했습니다.

두 번째, 준전문가와 전문가 이상입니다.

먼저는 한 분야만 할 줄 아는 사람들을 불러서 일을 맡기는 방식으로 진행했다면, 이번 현장은 대표님이 직접 모든 공사를 하셨습니다. 그런데, 그 분야 전문가 못지않게 아니 그 이상으로 잘 하셨습니다. 건축의 전 공정을 마스터하고 계셨습니다. ‘다 할 수 있어요’라는 말의 듯을 알아가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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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일과 작품의 차이입니다.

완성에 대한 욕심의 차이라고 할 것 같습니다. 공정에 맞춰 일을 마무리하는 예전의 모습과 다르게 공정이 늦어지더라도 스스로 원하는 만족도가 나올 때까지 시간을 충분히 썼습니다. ‘너무 열심히 하신다.’라는 모습에 “기간 얼마든지 드릴게요.”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잘 짓고 싶다’는 시공사 대표님의 마음에

‘시간 있다’로 화답한 거죠.

네 번째, 건축주를 건축에 깊이 참여시켰습니다.

설계, 자재선택에서도 저희와 충분히 이야기하고 결정하셨습니다.

‘일을 하고 있다’기 보다 ‘만들고 싶은 것을 즐기고 있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희 생각으로 자재를 선택하면 그 자리에서 저희를 말로 설득시키지 않았습니다. 다양한 종류의 다른 자재들을 비교할 수 있도록 배열하여 보여 주었습니다. 그렇게 자재 하나하나를 선택할 수 있게 도와 주셨습니다.

"저희 집은 세 명이 지었습니다.

남편 저 그리고 시공사 대표님 이렇게요."

 

다섯 번째, 비로 인해 물이 새는 곳에 대해 안심하게 해 주셨습니다.

동탄 주택의 경우 두 군데에서 물이 샜습니다.

계단을 통해 주방과 데크 부분에서 물이 샜는데 여러 번 재시공을 해도 잡지를 못했습니다. 비새는 꿈을 꿀 정도였습니다.

이런 경험이 있다 보니 두 번째 건축에서는 유독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게 되었습니다. 발코니 작업을 하는 것을 보고는 안심을 했습니다. 방수와 배관 처리가 달랐습니다. 이번 오랜 폭우에도 전혀 이상이 없었습니다.

여섯 번째, ‘이 정도면 됩니다.’ Vs. ‘이렇게 하셔야 합니다.’

이번 비에 마당이 물바다가 될 줄 알았습니다.

단차가 거의 없는 마당을 경사를 잡아 내 물고임이 거의 없게 만드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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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스 유리의 크기도 바꾸셨습니다.

시선에 걸리는 게 없었으면 좋겠다는 의견 때문이었습니다.

유리의 무게와 안정을 위해 수평과 각도를 잡는 데만 이틀을 보내셨습니다.

책 읽는 공간을 원했는데 이미 작업을 마친 벽면을 뜯어내고 스터드와 스터드 사이의 공간을 이용해 서재를 만들어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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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주가 원하는 것을 말씀드리면 저희가 생각한 그 이상을 먼저 제안하고 되게끔 구현해 주셨습니다.

공간마다 자재의 사용들 달리하고 공간의 스토리를 입혀서 저희가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과 이 공간에서 저희가 어떤 일상을 보내고 꿈꿀지 상상하게 만들었습니다.


Q. 건축주로 시공사의 어떤  점이 좋으셨나요?

먼저, 건축주인 저희의 매주 취미생활이 되게 만들어 주셨습니다.

매주 방문을 하면 한 주 동안 있었던 내용에 대해 설명을 해 주셨고 한 주 동안 작업할 내용들에 대해 의논을 해 주셨습니다. 매주 방문할 때마다 조금씩 달라져 있었습니다. 상상으로만 이야기했던 것들이 현장에 구현되어 있었습니다. 바뀐 것을 보면 그 전에 생각했던 것들과 다른 아이디어들이 떠올라 다시 상의를 했습니다. 그 때마다 불편해 하지 않으시고 재료와 방법들을 고민하여 만들어 놓으셨습니다. 이런 일상이 즐겁고 매주 기다려졌습니다. 지금까지 한 주도 안 빠지고 현장을 방문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이 즐거운 취미생활처럼 되었습니다.

두 번째, 저희가 원하는 것은 해결해 주셨습니다.

저희가 원하는 것을 말씀 드리면 구조와 기능상의 큰 문제가 없는 내용이면 해결해 주셨습니다.

비가 오면 물이 창을 타고 흘렀으면 합니다.

2층과 계단에서의 소음이 아래층으로 최대한 적게 전달되게 해주세요.

2층 책 공간에서 외부까지 중간에 걸리는 선이 없이 조망되었으면 합니다.

2층 창과 테라스의 단차가 적었으면 합니다.

그저 스치듯 던진 말들을 다 기억하시고 ‘이렇게 하면 됩니다.’라며 먼저 제안을 해 주시기도 하셨습니다.

쉽게 말씀 드린 이런 내용들이 어려운 내용인지 나중에 알았습니다.

그런데도 항상 고민하시고 방법을 찾아 해결해 주셨습니다.

세 번째, 기다려 주셨습니다.

저희가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거나 잘못된 결정을 하면 기다리면서 많은 정보를 제공해 주셨습니다. ‘이런 거구나, 이래서 그랬구나.’를 할 수 있는 시간을 주셨습니다.

네 번째, 이웃과의 관계를 좋게 만들어 놓으셨습니다.

이 지역 인기남이 되어 계셨습니다. 미군 부대가 가까이 있는데, 외국 분과 호형호제하며 지내고 계시고, 주변 이웃분들과도 너무 친밀하게 인사하고 지내십니다. 그게 다 저희를 위한 것이었습니다.

 

"집짓는 사람이 인심을 잃고 가면 사는 사람이 힘들어요."


 

Q.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소개해 주신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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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면 타일을 선정할 때였습니다.

저희가 선택한 색상이 맘에 안 드셨는지 벽체와 닿는 부분에 다양한 색상의 바닥재를 배열해 두셨습니다. 비교해서 확인할 수 있게 해 주신 거죠. 그러면 ‘아~ 그래서 다시 생각해 보라고 했구나.’를 알게 되곤 했습니다. 그런데 다른 색상들과는 다르게 하나의 색상 샘플만 살짝 틀어지게 놓아두었습니다. ‘사장님은 이걸 원하시는구나.’를 눈치 채라고 연출을 하신 것이었습니다.

즐기시는 모습이 좋았습니다.

좋은 기운이 쌓여 살면서 편안할 것 같습니다.

음악을 틀어 두고 커피 잔 세트를 세팅하고 커피를 즐기시는 모습,

아들과 며느리가 ‘아버지가 짓는 집’이라며 찾아와 거드는 모습,

사장님 기술을 배우고 싶었습니다.

일을 하는 게 아니라 혼자 예술을 하는 것처럼 행복해 보였습니다.

그 모습이 보기 좋아서 저도 일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장비로 제초 작업까지 해 주셨습니다.

저희가 주말에 왔을 때 집 주변에 잡초가 무성하면 집에서 밖으로 보는 조망이 좋지 않다고 중장비로 집 주변의 풀들을 다 제거해 주 셨습니다. 이렇듯 사소한 것 하나까지도 배려해 주셨습니다.


취재후기

물론 건축주와 시공사 사이에 결이 맞아야 하지만 ‘건축주에게 묻다’를 진행하면서 이런 사례는 처음이었다.

마지막 건축주 분이 남기신 말은 긴 여운으로 남을 것 같다.

건축에 참여하는 모든 분들이 이런 환경에서 일을 했으면 좋겠다.

이 분하고 일을 하려면 ‘존중’을 해 드려야 하는구나.

우리가 함께 집을 짓고 있구나.

좋은 마음으로 우리 집을 지어주고 계시는구나.

우리가 원하는 그 이상의 가치를 받을 수 있구나.

시공사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해드려야

건축주가 누릴 수 있게 되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