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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주에게 묻다
집을 짓는다는 것은?
인생의 남은 시간을 즐겁게 보내려고 살아갈 시간들을 공간으로 만드는 것
“건축주는 어떤 마음으로 집을 지을까?” 기자는 최근 자기 집을 지은 건축주를 만나 물었습니다.
[건축주에게 묻다], 이 코너는 건축주의 입장에서 느낀 건축이야기를 들어 봅니다.
(아래 서술된 모든 내용은 건축주께서 동의한 내용입니다.) l 취재 김창규 기자
건축의 주체는 누구인가?
건축주의, 건축주에 의한 건축주를 위한 집
1863년 1월, 미국 제16대 대통령 링컨은 미국의 300만 명에 이르는 노예의 해방을 선언하였다. 7월에 남북 전쟁 중 가장 격전지였던 펜실 베이니아 주 게티즈버그에서 전쟁 희생자의 영령을 위한 식전이 행해졌다. 이 식장에서 링컨은 남북 전쟁이 민주주의 유지를 위한 전쟁이 라고 규정하며,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정치’를 주장하였다. 우리가 너무나 익숙하게 알고 있는 ‘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은 정부의 구성과 정부의 활동이 모두 국민들이 참여한, 국민을 위한 것이라는 의미이다.
건축의 주체는 누구인가? 라는 논쟁은 오랫동안 계속되어 왔다. 월간빌더의 대표 코너인 ‘건축주에게 묻다’를 통해 건축의 중요 축을 담 당하고 있는 그러나 항상 건축에서 소외되고 있거나 절대‘을’이라는 부담감을 가지고 있는 건축주의 위상을 건축의 리더로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
건축의 주체는 건축주이다! 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건축주를 만났다. 토지매입 건축설계 시공사선정 자재선정 현장관리까지 건축주의 철 학과 가치관에 의해 주도되었다. 진천덕산의 건축주는 집을 짓는다는 것을 ‘가정 구성원 모두의 과거와 현재의 시간을 기초로 미래의 시 간을 담아내는 공간을 만드는 작업’이라고 정의하였다.
‘저와 아내 그리고 우리 가정의 지난 시간들과 앞으로의 시 간들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은 당사자인 저희뿐입니다. 건축의 주체 그리고 건축의 지휘자는 건축주 본인이 되는 것이 맞습니다.’
Q 개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저는 아내 그리고 두 아들과 함께 행복한 가정을 만들어가고 있는 진천덕산 건축주입니다. 제가 하고 있는 일은… IT업체에서 20여 년간 종사하고 있습니다.
Q 지금의 주택으로 이주하기 전 어디에서 살고 계셨나요?
A 아파트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Q 개인 주택으로 이주를 계획하게 된 계기가 있으셨나요?
A 아파트 생활의 일반적인 불편들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당시 저희 아이들은 취학 전 남자아이들이었습니다. 아래층에는 갓난아이를 둔 가정이 계셨는데, 저희 가정과는 라이프 스타일 많이 다를 수밖에 없어서 불편함이 많았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집 안에 오래 머물게 되면서 층간소음이 스트레스가 되었습니다.
아내는 주택은 관리를 위해 손이 많이 가고, 안전과 보안 그리고 벌레가 많을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했었습니다. 그러나 함께 의논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을 통제하고 강제해야만 하는 말들을 하고 목소리를 키워 주의를 주는 것이 저희에게도 아이들에게도 좋지 못하다고 판단하여 개인 주택을 짓기로 하였습니다. 처음의 염려와 다르게 지금은 가족 모두 만족하고 있습니다.
Q 목조주택을 선택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A 다른 이유는 없었습니다. 목조주택이 싸게 지을 수 있어서 선택했습니다. 아내가 미국 생활 중에 목조주택에서 살았던 경험이 있어서 거 부감 없이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구조보다 중요한 것은 ‘누가 짓느냐?’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평생 아파트에서 살았는데 다른 구조에서도 살아보자는 좋겠고 주택을 짓고자 마음먹고 공부를 해 온 것이 아까워서 목조주택을 선택한 것도 있습니다.
Q 설계와 사공업체선정 전까지 개인적 준비과정을 말씀해 주세요?
A 먼저 토지를 구입하는데 3년이 걸렸습니다. 그리고 시공하기까지 또 3년이 걸렸습니다. 부부가 생각하는 주택에 대한 시각이 많이 달라 서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왜 당신 마음대로 해?’라는 말을 자주 들었습니다. 지금은 ‘고맙다’고 합니다.(웃음)
주택을 짓기로 하고 많은 고민과 자료를 찾았습니다. 건축사나 시공사는 계속 성장하고 발전을 하면 되지만 건축주의 입장에서는 저희가 살아야 하는 집이기 때문에 살면서 큰 하자가 생기지 않는 집을 지어야 하는, 한 번에 성공해야 하는 집짓기가 되어야 했습니다.
그래서 대형 건축회사부터 작은 건축회사까지 많은 만남을 가졌습니다. 제가 만난 대형 건축회사의 경우 기술이사라는 분과의 대화를 했 는데, 저의 질문에 대답을 못했습니다. 건축에 대해 알아갈수록 ‘부실한 보험회사’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IT업종은 실력이 있으면 권위가 생기고 신뢰를 보내주며 인정을 해 줍니다. 그러나 건축은 불신으로 시작하여 불신으로 끝나는 업종이었 습니다. 그래서 건축회사의 규모나 이미지 보다 중요한 것은 잘 짓는 사람이 지어야 한다는 판단이 섰습니다.
건축은 함께 고민하고 연구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부족함이 있어도 개선 하려는 노력과 솔직함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업체를 찾던 중 나무집협동조합을 알게 되었습니다. 카페의 내용들을 살펴보면서 시간이 지 날수록 꾸준히 개선되고 성장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마침 저희 집에서 가까운 곳에 살고 계셔서 현장에서 만나자고 했습니다. 제 가 드리는 질문에 정확하게 답변을 잘 해 주었고 솔직하게 말씀해 주셨습니 다. 그 한 번의 만남으로 건축을 의뢰하기로 바로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3년 후 건축이 진행되었습니다.
중간기밀테스트 0.14회/h(@50Pa) / 최종기밀테스트 0/15회/h(@50Pa)
주택에 대해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공부를 하면서 저희 집은 따뜻한 집, 곰팡이가 없는 집, 결로가 생기지 않는 집, 실내공기가 쾌적한 집이었으면 좋겠다고 정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생각은 자연스럽게 ‘패시브하우스를 짓자!’로 귀결되었습니다. 캐나다우드 한국사무소와 패시브건축협회의 자료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패시브하우스는 정량적 수치를 제시하고 사용 중 수치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좋았습니다.
설계 미팅을 위해 제가 원하는 주택에 대해 문장으로 상세하게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문뜩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작성한 내용을 본 건축사가 우리의 마음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도면화가 가능할까? 다른 게 설계가 되면 다시 수정작업을 해야 하는데 이것을 얼마나 반복하게 될까? 그렇다면 원하는 공간 구성에 대해 제일 잘 아는 내가 직접 설계를 하는 것이 좋겠다. 3차원 도면을 그리자!’
이런 생각 끝에 건축설계에 대해 살펴보니…
제가하고 있는 IT업무와 상당히 유사점이 많은 것이 건축이라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기획을 한 후 설계를 하고 구현하는 일련의 과정이 동일했습니다. 그래서 설계를 공부하고 직접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도면을 그리다보니 수정할 내용들이 발견되었습니다. 이 과정이 2년 걸렸습니다.
동지와 하지 일조량 시뮬레이션, 도면그리기, 소규모 건축물 품질향상 가이드, chief architect, ENERGY#, 스케치업, 각종건축자재, 바닥 벽 지붕 시공 디테일, 페데스탈 마감 디테일, 발코니 파라펫 디테일, 기밀테스트 등 공부하고 직접 작성하며 설계에 참여하였습니다.
공간에 대한 고민은 너무 즐거웠습니다. 지금도 건축을 생각하면 제가 하고 있는 IT업무보다 더 즐겁습니다.
Q 설계업체 선정은 어떻게 하셨나요?
A 설계업체를 선정하는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제가 직접 설계를 하다 보니 ‘허가방’이 아닌 전문 건축사사무소에서는 쉽게 응해주지 않았 습니다. 그래서 한 건축사님께 한 번만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했습니다. “설계를 공부했습니다. 제가 도면을 그렸습니다. 제가 그 린 도면을 봐주세요.” 라고 부탁을 드렸습니다.
‘뭐하는 분이세요?’라며, ‘20년 만에 처음입니다. 재미있겠습니다. 한 번 해 보죠’라고 하셨습니다. 건축사님은 도면 검토와 인허가를 도와 주셨습니다. 전체적으로 수정된 내용은 현관문의 배치를 바꿔주셨습니다.
에피소드가 있었습니다…
건축사님이 목조건축을 말리셨습니다. 이 분은 패시브건축협회 회원사이셨는데 철콘을 권하셨습니다. 건축이 마무리될 무렵 ‘저도 목조 주택을 해 보고 싶네요.’라며, ‘목조주택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감리를 오신 건축사님은 오실 때마다 감탄 해하셨습니다. ‘이런 현장 처음 봐요!
제가 설계를 하면서 자장 고려했던 내용들은…
먼저, 계단부분입니다.
아내가 무릎이 좋지 않아 계단의 각도를 30°로 하는 것이었습니다. 계산을 해 보니 계단이 차지하면 바닥 길이가 5.7m 가 나왔습니다. 주택 구조에서는 다른 공간에 방해가 되지 않으면서 직선으로 처리가 힘들어 계단을 T자로 디자인했습니다. 자연스럽게 분리된 두 개의 공간은 사무공간과 주거공간으로 구획하게 되었습니다.
두 번째는 거실입니다.
거실을 다목적 공간으로 사용하고 싶었습니다. 어기서든 연결되고 오픈되어 바라볼 수 있도록 설계하였습니다. 도로에서 1층 거실이 보이지 않도록 벽면에 창을 내지 않고 200인치 대형 빔프로젝트 면으로 디자인했습니다. 영화관 음악감상실 운동 게임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2층 복도에서도 1층 벽면이 보이도록 설계하여 2층에서도 동일한 효과가 나도록 하였습니다.
아이들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APT에 살 때보다 아이들의 목소리가 많이 커졌습니다. 감정 표현을 적극적으로 하고, 성격도 좋아졌습니다. 통제하고 제어하는 말을 하지 않고 듣지 않아도 된 이유라고 생각됩니다.
세 번째는 사용하지 않는 공간이 없도록 했습니다.
모든 공간이 하나도 빠짐없이 너무 잘 사용되고 있습니다. 세탁물 비트는 가족모두 너무 잘 쓰고 있습니다. 2층을 주거공간으로 한다면 추천합니다. 발코니는 3차 방수까지 하며 시공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활용도는 거의 없습니다.
네 번째는 아이들이 어느 공간에 있든지 얼굴을 마주칠 수 있게 했습니다.
건축 당시에 아이가 엄마가 안보이면 힘들어 했습니다. 그래서 아이가 어느 공간에 있든지 서로를 볼 수 있도록 1층 주방과 아이 놀이방 을 대각선 벽면을 설계하였습니다. 2층 부부방과 아이들 방 사이에는 벽면에 문을 두어 방과 방을 돌아서 오지 않고 언제든지 바로 들어 올 수 있게 했습니다.
다섯 번째는 주택 전체를 IoT를 기반으로 관리합니다.
핸드폰과 태블릿PC로 관리한다. 조명부터 공기질까지 주택 전반의 상태를 확인하고 조절할 수 있게 하였다. 주택 외부의 모든 조명도 야 외 벤치에서 통제한다.
“실내 공기질이 항상 좋습니다. 지금은 아애 확인을 안 하고 있는데, 지난 5개월 동안 모니터링을 했지만 항상 좋게 나왔습니다.”
Q 시공업체와의 협업은 어떻게 하셨나요?
A IT업계에 종사하는 분들은 한 번씩 경험하는 일이고 저 역시 경험한 일이지만, 건강관리가 매우 중요합니다. 시공사 담당자와도 업무 시 간이 지나면 전화를 하지 않았습니다. 충분한 휴식이 개인의 건강뿐만 아니라 업무의 효율도 오른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었습니다. 현 장 시공팀에게도 정해진 근무시간 이외에는 추가 근무를 하지 않도록 독려했습니다. 그리고 30일에 하루는 유급휴가를 드리려고 노력 했습니다.
일하는 사람이 불행하면 집짓기에 분명히 차이가 납니다. 저희 집을 짓는 동안 일하는 분들이 즐겁고 행복할 수 있게 해 드리고 싶었습니 다. 작년은 자재비가 급등하고 불안전하게 공급이 되던 시기라 뜻한 바를 다 하지는 못했습니다.
※ 건축주는 패시브건축을 위해 시공사의 패시브 건축교육을 지원했다.
Q 다시 주택을 지으시게 된다면 그 때에도 목조주택으로 지으실까요?
A 다시 짓는다면 목조를 선택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단층으로 짓는다면 ALC 주택으로도 지어보고 싶습니다.
Q 건축을 준비하고 있는 예비건축주에게 조언을 해 주신다면?
A 건축은 누구와 할 것인지 선택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발전을 거듭하는 업체라면 믿을 수 있습니다. 이런 업체를 만나시기 바랍니다.
토지매입 주택설계 주택시공 자재선정 공정관리 노무관리 복지
건축의, 건축주에 의한 건축주를 위한 건축의 모범 사례를 대면했다.
건축의 주체는 건축주입니다!
건축을 하는 총 6년의 시간이 재미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