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K
건축주에게 묻다
집을 짓는다는 것은
"집은 충만으로 채워 나를 비우는 일입니다"
“건축주는 어떤 마음으로 집을 지을까?” 기자는 최근 자기 집을 지은 건축주를 만나 물었습니다.
[건축주에게 묻다], 이 코너는 건축주의 입장에서 느낀 건축이야기를 들어 봅니다.
(아래 서술된 모든 내용은 건축주께서 동의한 내용입니다.) l 취재 김창규 기자
Q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저는 기장으로 일하며 강화도에 거주하는 4가족의 가장입니다. 공항과 가깝고 자연과 공존하며 살아가기에 좋은 곳이라 9년째 강화도에서 거주하고 있습니다. 비행기 설계 일을 하다가 조정사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귀농교육을 받았고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 사이의 분열을 치유하고 공생적 문화가 유지될 수 있는 생태의 관점에서 지속가능한 미래의 대안을 모색하는데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Q 지금의 주택으로 입주하기 전에는 어디에 사셨나요?
A 지금의 주택에 입주하기 전에는 아파트에서 살았습니다.
Q 주택으로 이전을 계획하신 계기는 무엇인가요?
A 강화도에서 전세로 살면서 주택을 구입하려 했습니다. 그러나 저희가 모으는 자금의 속도보다 아파트 상승 속도가 빨랐습니다. 그리고 아파트 생활이 싫었습니다. 그래서 50살이 되기 전에 집을 짓기로 했습니다. 생명을 보존하는 삶, 에너지를 적게 쓰는(거의 안 쓰는) 자연 순환적인 주택에서 자연의 일부로 살고자 했던 계획을 실천에 옮기기 위해 강화도 내의 땅을 구입하여 집을 짓기로 하였습니다. ‘자급’하는 삶을 살면서 아이들이 어릴 때 맘껏 뛰어놀게 해 주고 싶었습니다.
Q 왜 목조주택으로 결정을 하셨나요?
A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가깝게 지내는 지인이 목조주택을 짓는 분이셨습니다. 큰돈이 들어가는 집을 짓는데 쉽게 편하게 언제든지 상의할 수 있고 의논할 수 있는 분에게 의뢰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특별한 고민 없이 목조주택으로 짓기로 결정했습니다. 결정을 하고 공부를 하면서 제가 가지고 있는 삶의 생각들과 목조주택은 잘 맞는 개념이었습니다.
Q 집을 짓기 전 어떤 준비 과정이 있었나요?
A 2~3년 동안 토지를 매입하기 위해 강화도 구석구석을 찾아 다녔습니다. 토지를 매입한 후에는 흙을 받아 묵히는 2년 동안 건축 관련된 책들을 섭렵해 나갔고 인터넷을 활용해 자료들을 모았습니다. 주로 컨셉에 관한 내용들을 공부하면서 주택 설계에 대한 기본 개념들을 정리했습니다.
Q 건축 진행 과정을 간략하게 설명해 주신다면?
A 저는 집을 짓는 모든 과정에 직접 참여했습니다. 전문가 분들의 도움을 받으며 저는 초보 작업자의 자격으로 일했습니다. 이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코로나19로 비행이 없어지면서 시간이 생겼고, 또 직접 집을 지어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였습니다.축대를 쌓고 도로 포장을 하는 1달동안의 토목 공사 때에는 토목공으로, 목조골조작업과 지붕작업 하는 한 달 반 동안은 초보목수로 함께 일했습니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공부하면서 일정 관리와 자재 및 공정을 결정하며 집을 지어 갔습니다.2개월 동안 이루어진 인테리어 작업은 저와 아내 둘이서 직접 했습니다. 아내의 의견이 많이 반영되었는데, 친환경 친인간적인 요소를 적용하였습니다. 천연페인트와 미장재의 사용, 목재도어 및 목재마루, 우드월 등 대부분 목재를 사용하도록 노력했습니다.
Q 어떤 방식으로 집을 지으셨나요?
A 저는 집을 짓는 기본 개념은 ‘사람도 자연의 일부이다’였습니다. 사람 그리고 자연과 공생하는 집을 짓고자 했습니다. 에너지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 집, 자연과 동화되는 집이었습니다. 그래서 제로에너지하우스, 패시브하우스의 개념을 소극적으로 접근했습니다. 자연에 순응하는 삶을 살기 위해 냉난방을 위한 전기를 가급적 적게 사용하기 위해 태양광패널을 적용하지 않았고, 경사지를 이용한 빗물저금통을 만들어 밭농사에 활용하게 했습니다.
현재 벼농사를 짓고 있는데, 주택 아래 토지에 밭농사를 지을 계획이어서 이를 위한 창고를 만들었습니다. 창고 또한 순환과 복도의 연장 개념으로 만들었습니다. 농사와 자연 순환적인 삶을 위한 자재와 공구들을 보관할 예정입니다.
Q 건축 과정에서 기억에 남은 일이나 느낌을 말씀해 주세요.
A 건축하는 내내 감사함을 표현하는 기간이었습니다. 주변에 많은 분들이 내일처럼 도와 주셨습니다.
이웃 분들은 소음이나 환경적 불편함이 많이 발생하는 건축과정 중에도 이해해 주시고 배려해 주시면서 오히려 도와 주셨습니다. 토목 공사에 함께 참여하다보니 건축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이 잘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열악한 현장에서 힘들게 일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 분들을 인격적으로 함부로 대하거나 비용 인건비 등을 가볍게 생각하는 상황들이 마음이 좋지 않았습니다.
건축하는 동안 즐겁게 일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 방법 중에 하나로 잘 먹어야겠다는 마음에 회식을 자주 했습니다. 함께 일을 해도 제가 건축주인지라 처음에는 많이 불편해 하고 어려워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손발을 맞춰갔고, 나중에는 저에게 잡일들을 시키기 시작했습니다. 비로소 팀의 일부가 된 것 같아 너무 기뻤습니다. 지금도 그 팀 분들과 연락하고 만나고 있습니다.
Q 집을 짓겠다는 분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많은 분들이 ‘집짓다 10년 늙었다. 마음고생이 심했다.’라는 말씀들을 하신다고 하는데 저는 육체적으로 힘든 것 말고는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제 스스로 전 공정에 참여하면서 품을 많이 들인 곳이라 애정도 남다릅니다.
행복하게 살려고 짓는 집이 과정부터 가족과 함께 일하는 분들, 그리고 이웃들에게 까지 행복하게 진행되었으면 합니다.
Q 다시 한 번 집을 짓게 된다면, 지금과 어떤 내용이 다를까요?
A 저는 다시 집을 짓는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제 손이 안 닿은 곳이 없어서 특별한 상황이 생기지 않는 한 이곳을 떠나 살고자 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Q ‘집을 짓는다는 것’을 정의한다면?
A 집을 짓는 것은 나를 비우고 주변으로 충만하게 채워 다시 비우는 것입니다. ‘공(空)과 만(滿)’, 수많은 인연들의 마음과 땀방울로 가득 채워 만들어 낸 공간입니다. 그래서 집을 짓는다는 것은 채워서 비우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