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ildings Don’t Lie
집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거실 위 베란다 지붕인가 아닌가?
베란다, 발코니. 용어부터 좀 정의를 하자. 마구 뒤섞어 써서 헷갈린다. 보통 아래 그림처럼 설명을 한다.
밑이 실내 거주공간이면 베란다. 아니면 발코니이다.
요즘 이런 디자인의 목조 주택들이 눈에 많이 띈다. 한 전원주택잡지에 나왔던 사진이다. 뒤쪽은 처마 없는 박공지붕이고 앞으로 튀어나온 거실 부분의 위쪽은 베란다이다. 이와 같은 디자인이 좋아 보이는가 보다. 디자인도 유행이 있어서 뭔가 괜찮다싶으면 따라 하는 사람들이 많다. 최근에 지어진 집들 중에 비슷한 모양의 집들이 많이 눈에 띈다.
저런 모양의 집들을 보면 궁금해진다. 저 베란다 부분은 어떤 구조로 시공을 했을까? 위쪽이야 당연히 방수공사하고 타일 붙이거나 데크 만들거나 했을 것이다. 내가 궁금한것은 표면 말고 그 속 구조를 어떤 식으로 공사를 했을까가 궁금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을 해보자. 뒤쪽의 박공지붕 부분 건물이 없다고 가정해 보자. 앞쪽 회색 박스 부분만으로 하나의 집이 만들어진다. 그럼 그 위쪽 테라스 부분은 평지붕이 된다. 목조주택은 지붕의 형태야 어떻든 간에 환기를 시키는 벤트가 생명이다. 보통 평지붕에도 아래와 같이 벤트를 만든다. 측면에서 공기가 들어와서 지붕 가운데 있는 쿠폴라나 통기관 등을 통해서 빠져나가는 구조로 지붕 벤트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베란다가 지붕이라면 당연히 벤트가 설치되어야만 하는데?
그럼 저 베란다 부분에도 벤트가 있어야만 된다. 당연하다. 지붕이기 때문이다. 과연 그렇게 시공을 했을까?
느낌상 아닐 것 같다. 왜냐면 본 적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대체적으로 아래와 같이 시공을 했을 것이다.
외벽이나 실내 부분의 천정처럼 말이다. 그냥 장선 사이에 유리섬유 단열재로 꽉꽉 채워 넣었을 가능성이 더 높다.
높고 넓은 지붕도 아닌 베란다 정도의 크기라면 벤트가 없어도 될 것 같다고 생각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아니다.
문제가 생긴다. 베란다 바닥에 설치된 합판이 상한다. 아래쪽에 결로가 생기기 때문이다. 거실 천정이라고 습기가 올라가지 않을 리가 없다. 더군다나 위쪽은 차가운 타일 바닥이다. 더 결로가 생기기 쉽다. 유리섬유 단열재 대신 수성연질 스프레이 폼으로 채우는 업체들도 많다. 결과는 똑같다. 수성 연질폼은 습기가 통과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문제들이 생겨난다. 거실 천정 부분에서 물방울들이 떨어지는 것이다. 이걸 잘못 알면 베란다 방수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래서 방수공사를 반복하는 경우들도 있다. 여름 장마철에 생겼다면 누수일 가능성이 높지만, 겨울철에 생겨났다면 결로일 가능성이 더 높다. 그때는 베란다 부분의 벤트 유무를 확인해야만 한다.
집주인 입장에서 이런 현상의 가장 큰 문제점은 눈에 띄는 현상이 금방 생겨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주 천천히 발생한다. 집 지은 지 최소 3~4년은 지나야만 '뭐가 좀 이상한데..'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천정 속에서 생긴 겉으론 잘 드러나지 않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처음엔 단열재만 좀 젖는 수준일 수도 있다. 그러다가 점점 더 커져서 천정에 얼룩이 생겨도 누수 문제로 알기 쉽다. 괜히 베란다 방수공사만 반복한다. 뭐든 원인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 엉뚱한 일들만 반복하며 생고생을 하는 것이다.
벤트를 만들지 않고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저 문제를 방지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베란다 밑에 벤트를 만들어 주거나 아니면 투습성이 거의 없는 경질우레탄폼으로 채우면 된다. 벤트 시공보다는 단열재를 바꾸는 것이 훨씬 더 간편한 방법이다. 어떤 방식을 선택 하던간에 중요한 것은 2층 베란다 바닥은 곧 지붕이라는 것을 아는 것이다. 뭔가를 알게 되면 그다음엔 대책이 생겨난다. 안다는 것은 그래서 좋은 것이다.
참고로 벤트를 만든다면 벽체 쪽에 아래 그림과 같은 루프월 벤트를 설치를 해야만 한다. 평지붕에 파라펫이 있을 경우에도 사용을 할 수가 있는 방법이다. 어떤 식으로 시공이 되는지를 알아두면 필요할 때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데, 베란다 위쪽 외벽은 제대로 받쳐주고 있나?
베란다 아래 거실은 대체적으로 벽을 두어 분리하기보다는 안쪽의 공간으로 그대로 연결이 되어 있게 된다.
그런 경우 베란다 위에 설치되는 외벽은 그 아래쪽의 바닥 장선에 의해서 지탱이 되어야만 한다. 외벽은 내력벽이다.
내력벽의 아래쪽은 내력벽이나 비슷한 하중을 처리할 수 있는 보강재 등에 의해서 받쳐져야만 한다. 그런 원칙을 지키지 않을 경우엔 구조적인 문제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아래의 집은 장선 중간에 블로킹한 부분의 약간 앞 부분에 외벽이 만들어지고, 그 너머로는 베란다가 만들어지는 구조이다.
외벽이 들어설 곳의 하단부에 장선 외에 받쳐주는 구조물이 아무것도 없다. 장선의 스팬도 너무 길다. 벽체가 들어설 곳에는 아래 사진처럼 엔지니어링 된 구조재와 같은 무언가가 설치되어 위쪽의 하중을 받아 주어야만 했다. 그런데, 그런 보강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그 결과는 아래 사진과 같다. 외벽이 설치된 부분이 아래로 처지면서 베란다에 역구배가 잡혀버렸다. 비가 오니 바깥쪽이 아니라 집 쪽으로 웅덩이가 지면서 물이 실내로 역류했다. 베란다 아래 천정 부분에 대량의 누수가 생겼다.
구조적인 문제인지라 대대적인 공사가 필요했지만, 어떻게든 땜방 형식으로 막아 보려던 시공업자는 반복되는 누수에 결국은 하자 소송에 휘말렸고, 사업을 접는 일까지도 벌어져 버렸다고 한다. 한 번의 실수로 인한 후유증이 상당하다. 베란다 시공시엔 반드시 인접한 외벽 하단부에 대한 구조적인 문제점이 없는지도 확인을 해야만 한다.
l 글·사진 김정희 소장
전직 빌더 출신으로 빌딩 사이언스 탐구에 뜻을 두고 2016년 BSI건축과학연구소를 설립한 후
주택하자 문제 연구와 주택 검사 업무에 매진하고 있는 국내 최초의 홈인스펙터다.
BSI 건축과학연구소 | 김정희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