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화상 카메라가 간다
열화상 카메라에 잡힌 결/정/적/인 순간들
어릴 적부터의 꿈이었다. 하얗게 빛나는 예쁜 집을 짓고 싶었다. 멀리서 보아도 금방 눈에 들어오는 그런 하얀 집,
아마도 문득 보았던 푸른 지중해 바다를 배경으로 흰빛을 내는 산토리니의 집들을 그렸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지어 놓은 집이 기대에 어긋났다. 많이 어긋났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찬사를 받아야만 할 집이 오히려 손가락질의 대상이 되어버렸다.
하얀색 스타코 외벽이 구겼던 종이를 펴 놓은 듯이 울어 버리는 것이다. 게다가 군데군데 갈라지는 곳들도 생겨난다. 집주인은 화병으로 드러누울 판이다. 무엇이 잘못되었을까? 스타코 시공한 업자는 자신은 제대로 했다고 우겨댄다.
다른 문제일 것이라고 주장한다. 과연 그럴까?
열화상 카메라는 표면에 나타나는 열의 차이를 통해서 눈에 보이지 않는 시공 상태를 확인할 수가 있다. 그래서 스타코 시공을 제대로 했는지에 대한 검사에도 활용이 가능하다. 위의 집을 열화상 카메라로 찍어본 사진이다. 노란 줄들은 크랙이 생긴 부분이고, 노란 점으로 나타난 부분이 화스너이다. 몇 개 안 보인다. 콘크리트 바탕 면이 안 좋은 경우에는 미장 작업이 필요하고, 단열재에 화스너를 많이 박아주어야만 한다. 열화상 이미지에 드러난 진실은 화스너 시공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스타코업자 빠져나가기 힘들다.
과유불급이라는 말이 있다. 지나치면 모자라는 것만 못하다는 것이다. 요즘 스타코 시공 현장에서 가끔 생각이 난다.
최근엔 화스너 건이라는 것이 생겨났다. 예전보다 화스너 시공이 많이 편리해졌다. 그래서인지 화스너를 너무 많이 박아 놓는 사례들도 있다. 화스너를 OSB합판에 너무 많이 박아 놓으면 열교문제가 생긴다. 열이 빠져나가는 통로가 될 뿐만 아니라, 벽체 속에 결로를 발생 시켜 벽체를 상하게 만들 수도 있다. 외벽이 빠져나오는 열들로 인해서 아주 환하다. 화스너를 너무 많이 박아 놓는 것도 문제가 된다.
드라이비트 스타코의 문제점 중에 하나가 벽면이 올록볼록해진다는 것이다. 그런 증상이 나타나면 대부분의 경우는 사용된 단열재의 후발포 현상 때문이라고 주장을 한다. 그럴 수도 있다. 적어도 단열재 시공을 아래와 같이 했을 경우에는 말이다. 하지만 어떤 경우들은 화스너 시공을 제대로 하지 않아서 생기는 일이기도 하다.
목조주택에 드라이비트 스타코 시공할 때 화스너를 제대로 박아주면 위와 같은 모양이 나타난다. 단열재 하나당 8개 정도의 화스너가 시공이 되었다. 아쉬운 점은 단열재를 서로 엇갈려가면서 교차시공을 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이런 식의 시공이 되지 않았다면 벽면이 울퉁불퉁한 문제가 단순히 단열재 문제라고만 주장하긴 힘들 것이다.
l 글·사진 김정희 소장
전직 빌더 출신으로 빌딩 사이언스 탐구에 뜻을 두고 2016년 BSI건축과학연구소를 설립한 후 주택하자 문제 연구와 주택 검사 업무에 매진하고 있는 국내 최초의 홈인스펙터다.
BSI 건축과학연구소 | 김정희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