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술자를 위한 체험적 시공 기록
PART 4. 지하층 공사 시공 기록 1 스킵플로어 주택의 반지하층 사례
어려운 시공 디테일을 풀기 위해 고민했던 흔적.
현장에 맞게 풀어낸 아이디어들.
현장에서 습관처럼 지나쳐버리는 고질적인 문제들.
그러한 문제들을 개선해 나가기 위해 노력했던 방법들.
이러한 것들을 나름대로 해결하며 기록하였던 현장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다만 개인의 체험적인 시공기록이므로 다소 주관적이면서도 미흡한 점 또한 있을 것이다.
때로는 논란거리가 될 수 있음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딱딱한 이론이 아닌 생생하고 역동적이며 진솔한 기술자들의 시공이야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이러한 현장의 시공 이야기들이 모여 논의가 되고 검증이 되면
하나의 기술로 발전될 수 있을 것이며 이것이 작은 발걸음이 되어
우리의 건축 시공 문화가 한층 진일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하층 공사. 예전에는 도심지의 제법 큰 건물에서나 볼 수 있을 법했지만, 이제는 주택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을 정도로 일반적인 공사가 되었다. 특히, 도심지 좁은 땅의 주택에서는 지하층이 필수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바야흐로 지하층 시공을 모르고서는 주택을 지을 수 없는 시대가 도래한 셈이다.
반면, 실제 주택 현장에서 지하층 공사는 어떻게 시공되고 있을까? 일반적인 공사가 된 만큼 실제 시공도 잘 되어가고 있는 것일까? 어떻게 하면 지하층 시공을 잘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정답은 아니더라도 지하층 시공에 대한 필자의 기록이 독자들에게 좋은 참고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한편, 이번 칼럼을 준비하면서 필자 나름의 고민이 있었다. 주제의 범위를 지하층 자체만으로 한정할 것인지, 아니면 지하층과 관련된 이슈까지 확장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었다. 왜냐하면 시공은 단편적이 아닌 유기적, 총체적으로 접근해야 이해할 수 있는 측면이 있거니와 관련된 이슈를 포함하는 것이 독자들에게 더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한 ‘시공기록’이라는 취지에 부합한다는 측면도 있었다. 다만, 칼럼의 분량이 늘어나는 만큼 이번 주제를 2회에 걸쳐 연재하기로 하였다.
지하층 공사 시공기록Ⅰ에서는 스킵플로어 주택의 반지하층 사례를, 지하층 공사 시공기록Ⅱ에서는 기존건물을 철거하고 신축하는 주택의 지하층 사례를 다룰 것이다.
스킵플로어 주택의 반지하층 사례
경사도로에 접한 주택의 G.L. 검토
대지 레벨 현황
해당 대지는 주택단지 내 경사도로에 접한 대지로서, 육안으로 보기에도 대지 자체 레벨이 일정하지 않았다. 때문에 대지 곳곳의 레벨을 측량하여 G.L 과 관련된 사항을 검토할 필요가 있었다.
G.L.관련 사항 검토
▲ 코너창 단면도
대지의 레벨을 측량하고 도면을 분석한 결과, 도면에 설정된 G.L.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었다.
• 북동층 코너창 마감은 대지와 접하여 부식 가능성이 있으므로 최소 100-200MM정도 대지와 이격이 필요하였다.(코너창 단면도 참조)
• 현 G.L.을 기준으로 건물이 들어선다면, 레벨이 낮은 일부 구간에서는 터파기를 하지 않고 오히려 약간 성토되어 기초가 앉혀지게 되므로 지내력 확보에 문제가있었다. 필자는 우리나라 지질 특성상 적어도 300MM 정도는 터파기를 하고(적어도250MM) 그 위에 기초가 놓여야 지내력을 확보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즉, 300MM까지는 힘이 없는 흙이라는 의미이다.
• 경사진 도로에 접한 대지라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었지만, 현 G.L.을 기준으로 했을 때 주차장 진입로의 경사가 약간 급한 측면이 있었다.
G.L. 재설정
살펴본 바와 같이, 현황 대지에서 터파기가 300MM만큼 확보되면서 주차장 경사도가 완화되고 코너창이 대지에서 적어도 100MM 만큼이격되는 레벨을 찾아야 했다. 물론 주차장 기초의 레벨을 낮추면 보다 손쉽게 해결할 수 있었지만, 구조설계가 완료된 시점에서 구조를 변경하는 것은 적당한 방법이 아니라 판단하였다.
필자는 조건을 만족시키는 레벨을 계산한 결과, G.L.을 주차장의 경사로의 중간지점으로 재설정하였다.(‘대지 레벨 측량 현황’ 참조) 하지만 G.L.의 재설정에 따른 새로운 문제점도 있었다. G.L.이 낮아진 만큼 건물도 낮아져 G.L보다 높은 도로쪽으로는 배수가 안 되는 상황이었지만 적절한 대안을 찾아 해결하였다.(역구배 대지에서 배수 방법은 후속 칼럼에서 다룰 예정이다.)
골조공사
지하층 골조공사 자체는 평이한 수준으로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다. 반지하층이었기 때문에 터파기 레벨이 G.L. –2.1M 밖에 되지 않았으며, 다행히도 대지의 여유공간을 확보할 수 있어 흙막이 가시설 없이 오픈 터파기로 진행할 수 있었다.
지하층 차수 대책으로는 기초와 벽체의 이음부위에 지수판을 설치하였고 지상의 벽체간 이음부위는 G.L +300으로 하였다.
지하층 골조 시공 과정
일단 간단히 시공과정만 살펴보자.
어떤가. 골조시공만 본다면 너무도 평이한 수준이며 지하층이라 말하기도 애매하지 않은가? 그저 기초가 조금 더 낮게 위치했다고 보면 될 것이다. 그러나 노출콘크리트 마감 수준의 꺽임 계단이 이렇게 평이한 반지하층 골조에 들어간다면? 머릿속이 조금 복잡해질 것이다. 필자는 이 꺽임계단과 관련하여 몇 가지 고민한 부분이 있었다.
▲ 꺽임계단, 출처:PINTEREST
첫째, 형틀업체의 실력과 꺽임 계단의 구현 방법이었다.
필자와 함께 일하는 형틀업체라면 고민할 필요도 없었겠지만 손발을 맞추어 본적이 없는 타지의 업체와 일한다는 것은 경험상 위험이 따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현지의 형틀업체를 찾아 계약할 때도 꺽임 계단을 노출콘크리트로 할 수 있는 지를 최우선으로 협의하였다.
한편, 이러한 꺽임 계단은 형틀목공보다는 정밀성이 확보되는 인테리어 목공과 함께 후작업으로 진행하는 것이 편리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해당 주택의 계단은 지하층에서 1층 계단참까지는 내부공간에 속하면서 1층 계단참부터 2층 바닥까지는 외기에 접하기 때문에 후작업이 불가능하여 골조공사 때 형틀업체에서 계단을 만들 수밖에 없었다.
▲ 지하층 콘크리트 타설 및 마감 계획
둘째, 콘크리트 타설 시점이었다.
지하층부터 꺽임 계단을 타설 할 것인지, 지하층 완료 후 2층 바닥 슬라브와 함께 지하층 꺽임 계단을 타설 할 것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었다. 결과적으로 지하층 골조를 완료하고 2층 바닥 슬라브와 지하층 계단을 함께 타설하는 것으로 계획하였다. 왜냐하면, 지하층 계단참의 레벨이 향후 1층 바닥레벨을 결정하는 크리티컬한 기준이 될 것이므로, 정밀성이 확보되는 ‘지하층 골조시공 후 계단을 하는 방법’을 선택하는 게 더 나은 방법이라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셋째, 1층 바닥과 지하층 계단참의 마감 레벨 조정에 관한 것이었다.
건축에서 아무리 정교한들, 머릿속 계산만으로 골조단계에서 마감을 맞추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그래서 1층 바닥마감인 타일은 압착이 아닌 사모래를 사용하고 지하층 계단참은 셀프레벨링 몰탈을 하여 마감 레벨을 맞추는 것으로 계획하였다.
계단 시공 과정
계단 거푸집은 태고합판을 사용하였으며 단변방향 철근은 지하층 계단에서는 천공 후 케미컬 주입으로, 1층에서는 보통의 계단처럼 벽체에 정착하여 배근하였다. 장변방향 철근은 디딤판과 챌판부분을 스트럽 형태로 가공하여 연결되게 배근하였다. 특이한 배근이었다.
물론 꺽임 계단의 배근이 모두 이러한 타입은 아니다. 콘크리트만 꺽임 계단으로 하고 배근은 일반 배근을 따른다거나 철근을 계단처럼 꺽임 형태로 배근하는 등 조건에 따라 다른 것으로 알고 있다. 구조설계를 따를 뿐이다.
▲ 지하층 계단 거푸집 설치
▲ 철근 위치 표시
▲ 계단 철근 배근
한편, 이런 형태의 배근법은 현장 작업자들에게 버거운 일이었다. 철근팀도 경험해 보지 않았기에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으며 가까스로 어렵게 완성할 수 있었다. 부족한 부분은 용접으로 보완하였다.
타설 후 2층 바닥 슬라브와 계단 콘크리트면은 쇠흙손 마감으로 계획하였다. 하지만 기대했던 것만큼 콘크리트면의 평활도는 좋지 못하였다. 한여름 타설에 생각보다 빨리 경화되어 쇠흙손 마감의 때를 놓친 결과였다. 아쉬웠지만 어쩌겠는가. 마감과정에서 만들어 가는 수밖에 없었다. 일단 거푸집 해체 후 콘크리트 계단은 더 이상 훼손되지 않도록 보양을 철저히 하였다. 또한 미장으로 보수하고 그라인딩으로 평활도를 좋게 하였으며 계단의 두께가 나오지 않는 부분은 셀프레벨링으로 맞추어 마감을 하였다. 이런 노력 덕분에 다행히도 꺽임 계단의 최종 마감은 양호하게 나올 수 있었다.
열교 저감
▲ 지하층 단면도
보통의 방법을 따르지 않는 시공법은 과정이 복잡해지고 시간과 비용이 들기 마련이다. 무엇보다 시공에 대한 의지가 있어야 할 것이다. 이번 현장에서 열교 관련 시공이 정확히 그런 케이스였다.
오른쪽 그림의 지하층 단면도를 보면, 계단의 첫 단은 단열재 위에 놓여 열교가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실제시공에서는 계단 골조공사가 단열공사보다 선행되어야 하므로 첫 단은 단열재 위에 놓일 수 없게 될 것이다. 아마도 이런 경우에 많은 현장에서는 골조공사 때부터 첫 단을 포함하여 계단을 시공할 것이다. 열교는 고려하지 않은 채로 말이다.
필자는 골조공사와 바닥 단열공사가 끝난 시점에 계단의 첫단을 시공하는 것으로 계획하였다. 특히 단부에서는 철근 콘크리트 대신 열도전율이 작은 ALC블럭과 스텐 재질의 볼트를 사용하는 열교 저감 시공법을 적용하였다. 근래에는 고강도 단열재가 개발된 것으로 알고 있다. ALC 대신 고강도 단열재를 사용하면 열교 저감 효과가 더욱 좋아지지 않을까 싶다.
▲ 지하층 계단 열교 저감 계획
방수공사
대부분 지하층의 경우 누수에 대비하여 공간벽과 물길을 만들고 집수정으로 유도하는 안전장치를 계획하기 마련이다. 반면, 10평 남짓한 반지하층 공간에서는 이러한 안전장치를 두기도 힘들뿐더러 누수가 발생하면 실내에서 보수할 방법이 마땅치 않아 외부에서 다시 방수공사를 하는 방법밖에는 없을 것이다. 때문에 필자는 이러한 반지하층이 오히려 누수에 대한 리스크가 크므로 방수를 제대로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 고뫄스 방수 후 비닐 설치하는 현장
일반적으로 지하층에는 어떤 방수가 적용될까? 거의 대부분의 현장에 서는 액체방수를 한 후 수용성도막방수(고뫄스)나 비노출 우레탄 방수를 하는 편이다. 물론 시트방수나 복합방수가 적용되기도 하지만 규모가 작은 현장에서는 드문 경우라 볼 수 있을 것이다. 다행히도 설계에 시트방수가 반영되어 있었으며 현장에서는 방수몰탈을 입히고 시트방수를 적용하였다.
▲ 함수율 테스트, 함수율 4.3%
필자가 방수공사에서 가장 염두 해두었던 점은 바탕면의 건조였다. 거푸집 해체 후 7일의 건조기간을 두었으며 함수율 측정 후 방수몰탈을 하고 다시 5일간의 건조기간을 두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다시 함수율 측정을 하여 바탕면 함수율 조건 8%이하에서 시트방수를 하였다. 콘크리트 내부의 잔존습기에 의한 들뜸현상(air pocket)을 고려한 조치였다.
방수시트는 그레이스사의 BITUTHENE 3000을 사용하였으며 B2 PRIMER와 BITU-SEAL이 추가 구성된 제품이다. BITU-SEAL은 방수시트 조인트의 틈새를 메꾸는 역할을 한다. 일종의 아스팔트계열의 실리콘인 셈이다.
단열공사
기본적으로 X.P.S는 2겹을 엇갈리게 붙이고 조인트는 우레탄폼으로 충진한 후 깔끔하게 면정리를 하였다. 단열재 설치 후에는 드레인 보드를 설치하였으며 특히 드레인 보드 상부는 되메우기시 토사가 유입되지 못하도록 3M테이프로 밀봉하였다. 또한 건물이음구간에서는 콘크리트 타설시 드레인보드에 콘크리트가 유입되지 못하도록 드레인보드 단부를 방수시트로 밀봉하였다
기타
공사를 위해 필요한 정보나 미처 언급되지 못한 사항들을 정리해 보았다.
지수판 연결재
많은 현장에서 지수판 연결재를 사용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이음부위에서 확실히 지수를 하려면 연결재를 사용해야 한다.
아스팔트 소재 실리콘
방수시트의 조인트에 사용할 아스팔트 계열의 실리콘을 찾기가 여간 쉽지 않다. 지붕용 아스팔트 실리콘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우레탄 실리콘은 물성이 달라 방수시트에 사용해서는 안 된다. 탈락된다.
건물 이음 구간에서 연결철근 배근 검토
지하층과 연결된 1층 건물의 철근 배근은 통상 2가지 방법으로 하는 편이다. 첫 번째 방법은 지하층 골조를 완성하고 되메우기 후 미리 설치해 둔 삽입철근(사시낑)과 1층 건물의 기초 배근을 연결하는 방법이며, 두 번째 방법은 지하층을 벽체까지만 완료하고 되메우기 후 지하층의 슬라브와 1층 기초 배근을 연결하여 한 번에 타설하는 방법이다. 현장여건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통상 첫 번째 방법으로 많이들 하고 있다.
▲ 기초 이음구간 방수시트 붙임
하지만 이에 대한 배근상세에는 현장에서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그저 관습처럼, 삽입철근을 300MM 정도 나오게 하여 겹침이음을 하는 것이 전부인 것이다.
필자는 예전부터 ‘과연 이렇게 배근하는 것이 올바른 배근법일까?’라는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분명 ‘벽체와 기초’라는 부재간 연결이므로 정착과 이음의 규정이 적용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표준갈고리를 가진 인장이형철근의 정착길이를 확보하고, 만일 벽체의 두께가 얇아 표준갈고리를 가진 인장이형철근의 정착길이를 확보할 수 없다면, 일반 인장이형철근 정착길이를 곡선형으로 적용시켜야 할 것이다.
또한 겹침이음에서 이음길이도 확보되어야 한다고 본다. 다만, 이음길이가 확보되도록 삽입철근을 길게 빼놓게 되면 거푸집 작업도 복잡해지고 삽입철근 하부공간의 되메우기 다짐도 안되어 시공성이 저하될 것이다. 필자는 300MM ~ 400MM정도 삽입철근을 배근하되 겹침이음 대신 커플러 이음이나 용접이음을 적용하여 시공성을 개선하였다.
맺음말
지금까지 스킵플로어 주택의 반지하층 사례에 대해 살펴보았다. 관점에 따라서는 다소 오버스러운 측면도 있을 것이고 필자의 기술적 사고나 시공방법이 모두 옳은 것도 아닐 것이다.
본 시공사례는 필자에게 주어진 상황과 여건에서 기술자로서 고민하며 시공하였던 ‘필자만의’ 기록의 흔적에 지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독자들에게 주어진 상황과 여건은 분명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의 시공기록이 독자들의 각기 다른 시공 여정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
| 글·사진제공 김은철 소장 010-3122-34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