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화상 카메라가 간다

열화상 카메라가 간다
열화상 카메라에 잡힌 결/정/적/인 순간들

 

가끔 열화상카메라로 벽체의 속을 들여다 볼 수 있냐는 식의 질문을 받는다. 열화상 카메라가 마친 무슨 엑스레이 같은 식으로 나오는 이상한 영화 같은 것을 본 모양이다. 답변은 실망스럽겠지만 열화상 카메라는 벽체나 바닥 속을 들여다보는 투시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저 표면에 나타나는 온도의 차이를 통해서 그 속의 상태를 유추할 수 있을 따름이다. 그래서 이상한 부분이 나타나면 반드시 다른 측정 장치를 가지고 더블체크를 해야만 한다. 아무리 그래도 가끔씩은 실수가 나온다.


아래의 열화상 이미지만 보면 천정 구석진 부분에 마치 누수가 생긴 것처럼 보인다. 오랜 열화상 검사 경험을 가진 나로서도 보는 순간 ‘누수 증상 같은데’ 하는 생각을 했던 사진이다. 일반적으로 천정엔 저런 현상들이 생겨나질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함수율 측정기로 천정 석고보드면의 함수율을 측정을 하니 아무 이상이 없다. 다만 온도만 낮을 따름이다. 누수는 아니지만 일반적인 증상이 아니어서 추가로 확인해 본 결과 무슨 사연에서인지 이 부분엔 단열재가 빠져있다. 그리고 외부에서 바람이 들어오는 통로가 있다. 누수는 아니지만 보완이 필요한 문제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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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화상 카메라로 바닥 난방 배관의 누수여부를 판단할 때는 더욱 더 신중해야만 한다. 바닥 속의 상태는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아래 이미지의 경우엔 워낙에 누수로 볼만한 징후들이 많이 나타나서 분명히 난방 배관 어디에선가 누수가 생긴 것으로 판단을 했었다. 바로 옆벽체의 하단부도 젖어 있었고, 바닥의 함수율을 측정하는 장비로도 이 부분의 아래쪽에 습기가 다른 곳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세 가지 현상을 종합해 보고 분명히 여기엔 누수가 생겼을 것으로 판단을 했었다.


하지만, 나중에 뜯어본 결과 난방배관에는 이상이 없었다고 한다. 그런 오판을 나왔던 가장 큰 이유는 이 바닥이 과거의 방바닥 위에 한 번 더 덧방이 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기존 바닥 위에 방수포를 깔고 다시 방통을 쳤다고 한다. 바닥의 구조가 그런 식이라는 내용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생긴 오류이다. 아마도 방수포 아래쪽의 과거 방바닥에 뭔가 습기와 관련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바닥을 깨고 직접 상태를 확인하기 전엔 원인 규명이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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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글·사진 김정희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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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빌더 출신으로 빌딩 사이언스 탐구에 뜻을 두고 2016년 BSI건축과학연구소를 설립한 후 주택하자 문제 연구와 주택 검사 업무에 매진하고 있는 국내 최초의 홈인스펙터다.

 

BSI 건축과학연구소 | 김정희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