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부터? VS 설계부터!

기본 이야기 #3
계약부터? VS 설계부터!

예산은 나중에 생각하세요? VS 예산에 예비비까지 먼저 준비하세요!

 


건축 상담 그리고 시공 현장에서 벌어지는 기본 중에 기본이 되는 이야기를 시작한다. 요즈음 건축주는 너무 똑똑하다. 그 기반은 각종 세미나 그리고 유튜브, 건축 관련 책들이다. 이렇게 공부를 하고서도 기본조차도 모르고 저지르는 일들이 많다. 그 내용들을 하나씩 이야기해 보자.


 

본 기자는 1년에 10번 가까이 전국 건축박람회에 참석한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중요한 이유 중에 하나는 건축주 그리고 시공사 등 건축 산업에 종사하는 분들을 계몽하기 위해서이다. 물론 이유가 있어서 이러한 문화가 만들어졌겠지만, 이로 인해 벌어지는 엄청난 일들은 건축주 개인이 감당하기에 너무 큰 사건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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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산업은 유일하게 건축주만 돈을 낸다.
건축주가 돈을 내면 비로소 산업이 돌아가기 시작한다.
그러면 산업은 누구를 위해 존재해야 하는가?
건축 산업은 오직 건축주의 집과 행복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

 

 

흔히 목격되는 장면
이렇게 지으면 얼마입니다?!

 

건축박람회에서 시공사 상담은 두 가지 모습으로 분명하게 갈라진다. 시공이 된 사진이 걸려있는 것은 같은 장면이지만 상담과 계약에 이르는 방법에는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일종의 ‘스펙계약’과 ‘견적계약’의 차이이다. 집은 지어지지만 계약의 방법이 다르고 집을 짓는 순서가 달라진다.


건축주는 ‘이렇게 지으면 얼마예요?’라고 묻는다. ‘네, 이 집은 이러한 자재가 들어갔는데 00원 입니다.’라는 답변이 돌아온다. 건축주가 생각했던 가격대에 들어오면 상담석에 앉아 상담을 진행하게 된다. 건축박람회장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전혀 문제가 없어 보이고 자연스러운 장면이다. 과연 문제가 없을까?


운동을 배워 본 사람이라면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잘 알 것이다. ‘기본’과 ‘자세’이다. 기본과 자세가 몸에 익숙해질 때까지 무의식중에 몸이 먼저 반응할 때까지 반복하기를 거듭한다. 자세가 흐트러지면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건축의 기본은 무엇일까? 위 대화와 방식에서 소위 기본과 자세가 아닌 것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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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에서의 기본과 자세?


건축에서의 기본은 ‘설계’이다. 특히 주택은 아파트처럼 만들어 놓은 곳에 자신의 삶과 라이프 스타일을 맞추는 것이 아닌 자신 그리고 가족의 라이프 스타일에만 적합한 공간과 디자인을 만드는 작업이다. 그리고 예산에 맞춘 적합한 크기와 건축자재를 선정하고 각각의 자재들에 대한 결합방법을 제시 받는 매우 중요한 기본 중에 기본인 것이다.


‘자세’에 해당하는 내용은 내 집을 지어 줄 설계 시공 자재 그리고 사람에 대해 면밀히 확인하고 점검하는 것이다. 설계를 하는 건축사에게 무엇을 요구해야 하는지? 시공을 하는 시공사에게 무엇을 요구해야 하는지? 자재를 선택할 때 무엇을 살펴야 하는지? 당당하게 요구해야 하고 그런 권리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 나에게 주어진 권리를 행사하지 않으면 그 권리는 상대방에게 넘어간다.

 

 

 

계약할까요? Vs. 설계부터 하세요?
어느 업체에게 당신의 집을 맡길 것인가?


건축박람회장에서 관람객 분들의 대화 중에 많이 목격되고 듣게 되는 대목을 소개한다.
‘저희는 00 업체와 계약을 했습니다.’ Vs. ‘설계부터 하고 오래요!’
이렇게 지으면 얼마입니까? 여기는 평당 얼마에 지어요? 라고 묻는 건축주가 대부분이다. 아파트 개념에 익숙해져 있어서 그런 것이라고 이해하려고 한다. 그러나 그 질문이 얼마나 ‘우문(愚問)’인지 이제 건축주 스스로도 잘 안다. 그런데 이 질문에 어떻게 답하느냐에 따라 우리는 업체를 구분하여 설명할 수 있다.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은 옳은 것인지 생각해 보자.


1. 저희는 00 금액에 짓습니다. 자~ 계약하시죠? ▶스펙계약
일반적인 정답을 가지고 건축주를 대하는 업체의 일반적인 모습입니다. 아파트와 같은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공간구성과 디자인에 이러한 자재들을 사용하면 00원에 집을 지을 수 있습니다.’ 라고 말하는 것이니 그 형식이나 내용에는 아무런 하자가 없다. 그래서 계약을 했다고 하자! 앞으로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는지 상상이나 하고 있는지? 건축주가 생각하고 꿈꾸고 있는 집에 개념과 어떤 차이를
발견해 갈지 건축주는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


이런 염려를 하는 것은 건축주가 상상하는 것과 시공사가 정한 기준과의 차이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건축주가 이 계약으로 내가 원하는 집을 계약한 금액에 추가 비용이 발생하지 않고 지어질 것이라고 믿음을 가지게 된다면? 계약한 업체가 내가 원하는 집을 알아서 잘 지어줄 것이라고 신뢰를 하고 싶어 한다면? 건축주로서는 최선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2. 설계 도면을 가지고 계신가요? 설계부터 하셔야 견적을 드릴 수 있습니다! ▶견적계약
이러한 대답을 하는 업체가 있다. 건축주나 상담을 하는 시공사가 서로 답답한 얼굴로 바라보는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시공사 입장에서도 건축주와의 상담을 위해 ‘00원에 집을 지어드립니다.’라고 말하고 싶지 않겠는가? 그래야 건축주가 준비한 의자에 앉고 대화라도 시도할 수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계부터 하셔야 견적을 드릴 수 있습니다.’라고 말하기를 고집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지 않겠는가?


지난 10월 대구경향하우징페어 기간 중에 ‘목조주택 세미나’가 열렸다. 강사 8명이 3일 동안 건축주를 위한 강의를 이어갔다. 강사는 언론 설계 시공 자재 분야 현업에 근무하는 분들로 건축 전반에 걸쳐 다양한 견해를 들을 수 있게 구성되었다.

 

강의 내용의 공통점은
‘첫째, 법대로 하라. 둘째, 설계부터 하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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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운에 맡겨 보세요! Vs. 당신 집을 짓는 것입니다!


건축설계를 바탕으로 견적을 제시하는 건축시공계약과 평당 금액을 바탕으로 스펙 계약을 하는 방식으로 건축시공을 계약하는 내용에 대한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제 건축주들도 소위 ‘똑똑해지고’ 있다.


지난 부산 건축박람회에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있다. ‘여기는 외주를 안주는 업체인가요?’라는 질문이었다. 이 질문을 다시 해석하면 ‘당신은 마케팅 회사인가요? 아닌가요?’라고 묻는 것이다. 2년 전부터 하도급 시공과 관련하여 법적 분쟁이 많아지고 있다. 이것은 소비자의 자기 권리 찾기의 일환으로 해석이 된다.


마케팅 방식의 차이라고 이해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느낄 수 있는 차이를 알리는데 최선을 다하지 못한 결과로 보인다. 제도적 시스템적 설명을 떠나서 소비자가 느끼는 건축비에 대한 간극이 상존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다. ‘저희는 마케팅 회사입니다. 시공은 외주를 주고 있습니다. 외주를 줄 때 일정 수수료를 떼고 있습니다.’ 라는 소비자의 언어로 된 설명을 업체로부터 정확하게 전달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서의 설명과 시공사 입장에서의 설명에 이해의 차이가 있다면 이 부분은 반드시 해결해야만 한다. 건축은 법적인 관계뿐만 아니라 감성적 관계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부분이 선명하게 이해되지 못한 계약과 시공 진행은 소비자에게 이런 말을 듣게 된다.

 

집을 짓는 것은 완전히 운에 맡기는 행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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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에 소비자 중심에서 반드시 알아야 하는 내용들을 확인하는 업체가 있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는 답답함을 느끼기도 한다. ‘알아서 다 해주면 되지!’라는 생각이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집은 건축주가 짓는 행위’임을 ‘건축주가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을 지어야 하는 일’임을 간과 해서는 안 되고, 그 권리를 포기해서도 안 된다.


건축주 권리의 중심에는 ‘법대로 해야 한다’는 절대 기준이 있다. 그리고 ‘당신의 권리를 포기하지 마세요.’ ‘당신의 집을 짓는 것입니다.’라는 소비자를 염려하는 선한 외침이 있음을 소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건축의 모든 행위 즉, 설계부터 시공, 자재의 선정까지 오직 건축주를 위해 건축주로부터 출발하고자 하는 업체를 만나야 한다.

 

바로 당신의 집을 짓는 것입니다!

 

 

 

예산은 나중에! Vs. 예비비까지 준비하세요!
‘대부분의 건축주는 집을 짓고 나면 거지가 된다.’


건축에 관한 예산을 예측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예산의 검토 없이 먼저 계약을 권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시공사 분들이 자주 하는 말이 있다. ‘대부분의 건축주는 집을 짓고 나면 거지가 된다.’라는 말이다. 이 말은 대부분의 건축주가 집을 짓는 과정은 자신이 가용할 수 있는 대부분의 자금을 모두 투입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설계사나 시공사는 이런 상황을 누구보다도 경험적으로 잘 아는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건축주를 안내하는 것이 맞을까? 건축주를 더 힘들게 몰아가는 것이 맞을까? 아니면 예산 안에서 건축을 하도록 권면하는 것이 맞을까?


스펙 계약을 했던 소비자분들은 건축과정에서 겪게 되는 심리적 갈등과 재정적 어려움이 견적계약을 했던 분들에 비해 많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시공 계약을 한 후에 설계를 하는 경우, 상담 중에 바뀌는 스펙들과 현장의 조건에 따른 공사 추가 그리고 시공 중에 추가되는 공정들로 인해 예산이 계속 늘어나는 상황이 생기기 때문이다. 견적계약을 한 소비자도 예외는 아니다. 처음 상세하게 정한 스펙 내용을 소비자의 변심으로 건축과정에서 바꾸기도 하면서 예산이 가감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소비자에게 어떻게 권면하는 것이 맞을까?
‘건축비에 예비비까지 미리 준비해 두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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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주에게 좋은 설계사, 건축주에게 좋은 시공사란? 어떤 설계사이며 어떤 시공사인지 단정 지어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여기에서 말할 수 있는 것은 건축주 입장에서 볼 때 어떤 업체가 좋은 업체인지 설명이 되었을 것이다. 다만 건축주의 과도한 욕심이나 요행을 바라는 마음이 없어야 한다. 그런 마음을 가지고 건축을 시작한다면 거의 대부분 바라는 바를 이루는 것은 불가능하다. 스스로가 판 함정에 스스로가 빠지고 경험을 하지 말기를 바란다.

 

 

왜? 설계를 무시하는가?
이런 질문들에 대해 해당 주체들은 답을 해야 한다.

 

건축 산업에 관련되어 있는 모든 분들… 건축주, 설계사, 시공사, 자재사 분들은 스스로에게 그리고 상대방에게 아래의 질문들을 던져보자 그리고 답을 찾아보자. 아래의 질문과 추가 질문들은 본 기자가 취재 중에 쉽게 듣게 되는 각 주체들의 하소연과 같은 말들을 정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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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를 무시하거나 설계비를 지불할 의사가 없는 건축주
당신은 왜 설계비를 지불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것입니까?


건축주는 자신의 돈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아닌가?
건축주는 지적 재산권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인가?
건축주는 건축사가 마땅한 권리에 대해 소임을 다하고 있다고 인정을 못하는 것인가?
건축주는 건축사가 집을 주거가 아닌 자신의 작품으로 활용하려 하고 있지는 않는가?

 

 


설계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는 시공사
당신은 왜 설계비를 지불하지 말라고 말하고 있는 건가요?


시공사는 건축사가 자신의 권리를 포기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시공사는 건축사가 건축도면을 제대로 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가?
시공사는 건축주가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시공사는 건축의 모든 주도권을 행사하고 싶어 하는 것은 아닌가?

 

 


산업이 이 지경이 되도록 건축사 당신은 무엇을 하고 있었습니까?
건축사 당신이 어떻게 해야 이러한 문화가 사라질까요?


건축사는 디자인만이 자신의 업무의 전부라고 여기고 있지 않는가?
건축사는 자재선정 및 자재 결합부 디테일을 시공사 책임으로 떠넘기고 있지 않는가?
건축사는 건축주의 집이 아닌 자신의 유명세를 위해 디자인만 하고 있지는 않는가?
건축사는 시공사와 자재사, 건축주에게 소위 ‘갑’이라 생각하고 행동하고 있지는 않는가?

 

 

 

그리고… 그렇다면…
설계부터 하라고 외치는 시공사는?


설계부터 하라고 외치는 시공사는 건축주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일까요?
설계부터 하라고 외치는 시공사에게 건축주는 무엇을 해야만 할까요?


설계부터 하라고 외치는 시공사는 건축사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일까요?
설계부터 하라고 외치는 시공사에게 건축사는 무엇을 해야만 할까요?

 

 


건축주들도 이제는 다 아는 사실!
변하지 않는 구태의연하고 잘못된 영업방식


2021년에는 자재 가격이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으로 올랐다. 그리고 2022년에도 그 기조가 유지될 전망이다. 이러한 사실을 건축주들도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 바로 시공사의 영업방식이다. 낮게 부르는 평당 단가에 건축주들마저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실정이 되었다.


지난 2021년 마지막 건축박람회가 일산 킨텍스에서 열렸다. 월간빌더는 어김없이 참석했고, 건축주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확연하게 바뀐 건축주들의 모습을 발견하기에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건축주들은 건축 자재비 뿐만 아니라 부대비용마저 많이 오른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아직도 예전 방식으로 영업을 하는 시공사가 있어요.
이제는 그런 업체에는 신뢰가 가지 않습니다!

 

 

 

| 월간빌더 김창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