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6. 재미있는 현장 아이디어 1 “역구배 바닥에서 배수 문제 해결 사례”

현장기술자를 위한 체험적 시공 기록

PART 6. 재미있는 현장 아이디어 1 “역구배 바닥에서 배수 문제 해결 사례”

 

어려운 시공 디테일을 풀기 위해 고민했던 흔적.
현장에 맞게 풀어낸 아이디어들.
현장에서 습관처럼 지나쳐버리는 고질적인 문제들.
그러한 문제들을 개선해 나가기 위해 노력했던 방법들.
이러한 것들을 나름대로 해결하며 기록하였던 현장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다만 개인의 체험적인 시공기록이므로 다소 주관적이면서도 미흡한 점 또한 있을 것이다.
때로는 논란거리가 될 수 있음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딱딱한 이론이 아닌 생생하고 역동적이며 진솔한 기술자들의 시공이야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이러한 현장의 시공 이야기들이 모여 논의가 되고 검증이 되면
하나의 기술로 발전될 수 있을 것이며 이것이 작은 발걸음이 되어
우리의 건축 시공 문화가 한층 진일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독자 분들도 아시다시피, 필자의 칼럼은 ‘현장기술자를 위한 체험적 시공 기록’이란 큰 틀에서 각기 다른 주제의 현장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그 동안 몇 편의 칼럼을 쓰고 난 지금, 현장이야기를 주제로 쓰는 칼럼이 만만치 않음을 실감하고 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현장이 야기가 지면에 녹아들 수 있을까. 어떤 주제가 독자들에게 생생하게 전달될 수 있을 까’ 를 항상 고민하고 있다.

 

하여 이번 호부터는 새로운 서브주제를 가지고 현장이야기를 기획해 보았다. 이름 하여 ‘ 재미있는 현장 아이디어’ 시리즈이다. 앞으로 필 자의 칼럼 서문에 나온 문구처럼 어려운 시공 디테일을 풀기 위해 고민했던 경험과 현장에 맞게 풀어낸 아이디어 위주로 연재할 계획이 다. 그 첫 번째 이야기는 역구배 바닥에서 배수를 원활하게 하는 아이디어에 관한 것이다.

 

 

CASE Ⅰ

 

본 프로젝트는 구도심에 위치해 있는 주택을 철거하고 신축하는 철근콘크리트 구조의 3층 다가구 주택이었다. 주변건물이 30~40년 된 건물이라 철거하는 과정에서도 조심스러웠으며 협소한 대지로 인한 자재 공간의 부족, 차량의 통행량이 많은 도로에 접한 대지 조건 등 전체적으로 쉽지 않은 공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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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공사 초기에 대지와 도면을 분석한 결과, 공사를 함에 있어 두 가지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첫 번째는 이웃한 건물 벽체와 담장이 본 건물바닥보다 2m가량 높게 위치해 있어 터파기 시 전도 방지 대책이 필요하다는 점이었고, 두 번째는 본 건물 주택 입구가 도로보다 낮은 레벨에 위치해 있어 바닥 배수에 문제가 있다는 점이었다.

 

결론적으로 이 두 가지는 별개가 아닌 하나의 공정에 다름 아니었으며 협소한 대지에 많은 인원을 투입해야 하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되는 공사였다.

 

물론 일조권등 건물의 높이 제한, 건축주 요구사항 등 이런 저런 사정이 얽혀 있어 기초를 높이는 등 설계 변경을 할 만한 상황은 아니었 다. 그래서 일찌감치 현장 여건 자체를 인정하고 현장에서 해결해야 하는 숙제로 받아들였으며 공사초기부터 이에 대한 고민을 계속하 였다. 여건을 탓하면 뭐하겠는가.

 

한편, 때로는 현장기술자의 시공에 대한 거듭된 고민에서 나온 기지가 오히려 빛을 발하여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자신감 가득한 믿음’도 있었다.

 

 

금속보강 및 옹벽공사

 

생각해보면, 좁은 공간에 흙막이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고 예산도 부족한 답답한 상황이었다. ‘총체적 난국’이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 는 상황이었다. 고민을 거듭한 결과, 일단 C형강으로 보강하여 터파기할 때 벽체가 밀리는 것을 방지하고 옹벽을 타설할 때 C형강도 같 이 묻는 방법으로 보강계획을 하였다.

 

또한 터파기시 이웃 건물 벽체가 처짐이나 밀리는 것이 우려되어 옹벽도 한 번에 전 구간을 하지 않고 두 번으로 나누어 설치하는 것으로 계획하였다. 즉, 한 구간의 옹벽을 설치한 후 다른 구간의 옹벽을 마저 설치하였으니 옹벽만 4번의 콘크리트를 타설한 셈이다. 이런 과정 은 설계측과 협의되었고 디자인도 바닥 콘크리트에 맞게 옹벽을 미장하여 빈티지하게 연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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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웃 벽체 보강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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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푸집 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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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옹벽 설치

 

 

이런 기술적인 문제 외에 또 다른 난관도 있었다. 외벽마감에서 인접 건물 벽체까지의 거리가 주차장확보공간인 2500mm로 설계치수 가 타이트하다는 점이었다. 더욱이 현장여건에 맞추어 옹벽을 추가로 계획하였으므로 주차장 공간인 2500mm가 확보되지 못한다는 것 은 당연한 일이었다.

 

다행인 점은 공사초기에 측량을 해보니 대지의 길이가 도면보다 현황이 100mm정도 더 길어서 건물의 위치를 설정할 때 100mm의 여유 를 주차장 공간에 두었던 점이었다. 공사초기에 옹벽까지 의도하여 건물의 위치를 설정한 것은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100mm 두께의 옹벽을 설치하면서도 주차장 폭2500mm를 확보 할 수 있었다. 운이 좋았던 셈이다.

 

 

 

배수계획

 

주출입구가 도로보다 낮으면 빗물은 당연히 주출입구로 모이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주출입구 앞에 우수맨홀을 놓아 해결하는 것 은 너무 옹색한 방법이라 생각했다. 통행로에 맨홀이 있다면 거주자에게 불편할 것은 자명한 일이며 장마철 폭우의 대비에도 우려가 되 었기 때문이다. 뭔가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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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이 문제의 해결방법이 ‘배수면이 바닥 마감면이 아니어야 한다. 즉, 빗물을 유도하는 바닥이 마감면이 아니어야 한다’는 전제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당연한 말이다. 이렇게 해야 역구배가 진 바닥에서 주출입구로 우수가 모이지 않게 되니까 말이다. 그렇다면 바닥은 2개로 분리하여야겠고 물길을 만들어 주면 되겠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이러한 사고의 과정을 거쳐 바닥마감은 배수와 마감을 위한 2개의 콘크리트 바닥으로, 물길은 조경용 강자갈로 계획하였다.

 

다음의 배수계획도를 보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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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수계획 평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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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수계획 단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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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가. 많은 과정이 생략되었지만 전체 공사 과정을 한 눈에 이해 할 수 있을 것이다.

부언하자면, 차량의 통행을 고려하여 콘크리트는 철판 5t로 테두리 작업을 하였으며 콘크리트 마감도 평활도와 잔손보기에 상당히 공이 많이 드는 작업이었다. 콘크리트 쇠흙손 마감은 양생 후 표면 강화제를 2회 도포하였다. 물길에는 100mm 크기의 강자갈을 물길 전체 깊 이의 2/3를 채우고 나머지 1/3은 입자가 작은 강자갈로 채웠는데, 이는 배수를 원활히 하고 비용을 절감하기 위함이었다. (조경용 강자갈 은 매우 비싸다.) 또한 배수구에는 스테인레스 타공판을 씌운 후 강자갈을 포설하였다.

 

 

CASE Ⅱ

 

두 번째 사례는 주택단지 내에 위치한 철근콘크리트+경량목구조의 2 층 주택이었다. 본 건물은 경사도로에 접해 있었기 때문에 G.L. 설정 시 고려해야 할 여러 가지 변수가 있었는데, G.L.지점이 경사도로의 아랫 부분에 위치하게 되어 부득이하게 도로에서 주출입구까지 구배 가 역으로 지게 된 사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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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필자는 CASE1의 사례를 이미 경험하였기 때문에 고민할 필요도 없었으며 설계사무

소, 건축주와 함께 배수 계획을 협의하여 설계 변경하였다. 주변의 송판노출콘크리트, 콘크리트 바닥 및 개수대등을 고려하면 디자인 측 면에서도 기존의 석재 디딤판보다는 콘크리트 디딤판이 더 어울리는 마감이었다.

 

 

 

배수계획

 

배수 계획도에서와 같이 대지의 중간 지점에 배수구를 두어 우수를 처리하였다. 배수구는 맨홀이 아닌 PVC파이프로 하였으며 1차 콘크리트 면에서 잘라 타공판을 덮고 강자갈을 포설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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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과정

 

전체 시공과정을 정리하여 보았다. CASEⅠ과 유사한 과정이므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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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 완료 사진

 

 

시공후기

 

일견 단순한 것 같지만 실제 시공은 그리 간단하지만은 않았다. 전체적으로 외부마감과 연계된 바닥의 레벨을 면밀하게 계획해야 했으며 실제 시공과정에서도 바닥과 외벽 마감 시 각 지점마다 레벨을 표시하거나 실을 띄워 경사 레벨을 명확히 해야 하는 ‘일이 많은 작업’이었다.

 

또한 처음 계획 당시 우려되었던 점도 있었다. 유사한 사례를 찾아볼 수 없어 배수성능에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물길은 배수가 원활히 이루어지도록 폭 300mm이상으로 하였고, 2차 콘크리트마감도 경사레벨에 맞추어 물고임이 없도록 최대한 매끈한 면이 나오도록 노력하였다. 다행히, 4년이 지난 지금까지 여름철 장마에도 약간의 물고임이 없이 배수는 원활히 잘 되는 편이다.

 

무엇보다 이러한 시공이 가능했던 이유는 설계자의 현장에 대한 이해와 원만한 소통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어디까지나 디자인은 설계자의 권한인 것이며 실제 시공과정에서도 설계자의 많은 도움과 조언이 있었으니 말이다. 감사할 따름이다.

 

독자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

 

 

| 글·사진제공 김은철 소장 010-3122-34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