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ildings Don’t Lie
집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가끔 목조주택은 레인스크린 때문에 외단열 효과가 없다는 이상한 소리를 듣는데...
주택 하자문제 관련 인터넷 블로그와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이런 저런 질문들이 많다. 그런 질문들 중에 좀 이상한 질문도 섞여 있다. 잘 못된 질문인데 같은 내용의 질문이 새로운 사람들에 의해서 가끔 반복이 된다. 대표적인 것이 목조주택에 외단열을 하는 것은 레인스크 린 때문에 단열성이 없다는 식의 질문이다. 이거 참, 목조주택에 외단열하는 사람들은 모두 바보 같은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로 취급하는 질문이다. 잘못된 정보에 바탕을 둔 질문이다. 웃기는 일은 가끔은 일부 목조주택을 짓는 빌더들조차도 그런 얘길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자신이 도대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도 잘 모르는 그런 사람들이 있다.
그런 잘못된 질문이 반복되는 이유는 건축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들의 입장에선 그런 말이 그럴 듯해 보이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들이 오류를 판단하기가 어렵다는 얘기이다. 왜냐면 그 질문에는 하나가 아니라 두 가지나 되는 잘못 알고 있는 정보가 뒤섞여 있기 때문이다.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는 정보가 하나도 아니고 2가지가 서로 결합되어있다 보니 잘못된 것임에도 마치 사실인 것처럼 받아들여지는 현 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첫 번째 오류는 레인스크린이라는 용어가 주는 오해이고, 다른 하나는 단열재 뒤쪽에 시공되는 공기층의 단열성에 대한 오해 때문이다.
일단 레인스크린관련 오해란 사람들은 그 말을 들으면 보통 사이딩과 같은 종류의 외장재 뒤쪽에 시공되는 넓은 공간을 떠올린다는 것이 다. 주로 그런 이미지들을 통해서 레인스크린에 대해 배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넓은 공간을 단열재 뒤에 시공을 하는 공법은 존재하 질 않는다. 통상 외단열을 할 경우에는 벽체의 구성과 시공방식에 따라 단열재 뒤엔 1/8인치에서 3/8인치 정도의 좁은 간격만을 둘뿐이 다. 그것도 그냥 빈 공간은 아니다. 어쨌거나 핵심은 단열재 뒤쪽의 공간이 그리 넓지가 않은데 넓다고 오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오 해는 레인스크린이라는 말이 모호하게 사용이 되고 있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단열재 뒤쪽에 좁은 간격을 두려면 간격재가 사용이 되어야만 한다. 아니면, 시공과정에서 간격이 아예 사라져버리는 일들이 생겨날 수 가 있다. 그래서 드레인벤트, 슬리커와 같은 별도의 간격재들이 판매가 되고 있는 것이다. 벽체 구성과 시공 방식에 따라서 단열재 뒤쪽 공간의 간격에 맞춰 사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두께의 재료들이 간격재로 유통되고 있다.
단열재 뒤쪽의 공기층은 단열효과가 없다는 식의 얘기들도 잘못된 정보
단열재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공부를 한 사람들은 공기가 단열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잘 알 것이다. 공기층은 열이 전달되는 방식중 하나인 ‘전도’를 대부분 줄여주기 때문에 단열성이 높다. 하지만, 공기는 전도뿐만 아니라 대류를 통해서도 열을 전달할 수도 있다. 그래서 그냥 공기가 아니라 움직이지 않는 공기라야 단열성이 높다고 얘길 한다.
그런 움직이지 않는 공기층의 단열성을 가장 잘 활용한 재료가 바로 창문이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페어유리의 경우 유리와 유리의 간격이 13~14mm 정도가 된다. 그 사이가 바로 공기층이다. 그 얘긴 그 정도의 좁은 공기층은 단열성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단열성을 높여준다는 말이다.
하지만, 벽체의 공기층은 비록 두께는 페어유리보다 더 좁더라도 위 아랫부분이 배수와 환기를 위해서 뚫려있기 때문에 정체된 공기가 아니다. 공기가 흐른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유리창의 공기층과는 직접 비교를 할 수가 없다. 그럼 얼마나 흐르고 또 단열성은 얼마나 떨어질까? 그게 중요한 부분이다.
그전에 한 가지 더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다. 사람들이 공기층의 단열효과가 없다고 얘길 하는 것엔 한 가지 더 이유가 있다. 패시브건축협회와 같은 곳에서 공기층은 단열성이 없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엔 다 이유가 있다. 결론부터 얘길 하자면 그런 말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정확하게 표현을 하자면 이렇게 얘길 해야만 한다.
“패시브건축협회에서 사용되는 부피(WUFI)와 같은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에선 공기층은 계산을 하질 못합니다. 또는 계산하지 않습니다.” 가 정확한 표현이다. 패시브하우스 개념이 처음 나온 독일에선 벽체에 공기층을 둘 필요가 없기 때문에 공기층이 미치는 단열 효과 등에 대한 계산을 고려하질 않았다. 때문에 부피(WUFI) 소프트웨어를 가지고는 계산이 안 된다. 공기층을 벽체 속에 그려 넣을 수는 있으니, 두께별 상황별 입력할 수 있는 조건 데이타가 없다. 그러니 계산이 안 된다. 그런 상황이 와전되어 공기층은 단열성이 없다는 식으로 잘못 얘기되고 있는 것이다.
독일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예전에 주택관련 연구를 할 때는 공기층이 미치는 효과도 계산을 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유럽의 집들은 대 부분이 콘크리트나 벽돌 등의 무기질 재료들을 사용하기 때문에 벽체에 빈 공간을 두질 않아도 결로 등의 습기로 인한 문제가 생기질 않 는다. 1980년대에 실시했던 일련의 연구들에서 그런 계산 결과들이 나오자 굳이 벽체에 공기층을 둘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널리 퍼지면 서 공기층에 대한 부분은 시뮬레이션을 할 때 아예 생략하는 것이 일반화가 되었다고 한다.
비록 연구는 그렇게 하고 있지만 실제 건축 현장에선 아직도 공기층을 두고 시공을 한다고 했다. 오래전부터 해오던 관행을 바꾼다는 것 은 세계 어느 곳이나 쉽지가 않은 법이다. 패시브하우스건축협회에서 많이 언급하는 독일 프라운호퍼 연구소의 쿤젤 박사의 설명이다.
한편, 북미지역은 대부분의 주택들이 목조로 지어진다. 때문에 단열재 뒤쪽의 배수와 환기가 되는 공간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왜냐면 벽체 내부에 생긴 습기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벽체 자체가 상하는 문제들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유럽 쪽은 공기층이 없는 벽체 모델에 대한 연구가 발전을 했고, 미국 쪽은 공기층이 있는 벽체 모델에 대한 연구가 발전을 했다.
둘 다 핵심은 벽체에 습기로 인한 문제가 생기느냐 안 생기느냐 하는 부분이지 단열문제가 아니다. 왜냐면 집을 망치는 것은 습기이지 단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쿤젤 박사도 북미지역의 주택들은, 거기에서 더 나아가서 유럽지역에 지어지는 목조주택들은 당연히 벽체에 공기층을 두는 방식으로 시공이 되어야만 한다고 얘길 한다.
외단열재 뒤쪽의 좁은 공간에서 공기는 과연 술술 움직이고 있을까?
그렇지가 않다. 벽체에 빈 공간이 있고 위 아래로 구멍들이 뚫려있다고 해서 바람이 술술 통하는 것이 아니다. 잘못된 표현은 잘못된 생각을 초래한다. 사방이 탁 트인 벌판 같은 곳이 아닌 좁은 틈새 속에선 공기가 원활하게 흐르질 않는다. 바람이 분다고 공기가 더 빨리 흐르는 것이 아니다. 바람이 불면 오히려 공기가 이동을 하질 않는다. 왜냐면 바람이 어느 한 부분에만 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무슨 얘긴가 하면 빨대의 한 쪽에서 바람을 불어넣으면 다른 한 쪽으로 아주 잘 빠져나간다. 하지만, 빨대의 양쪽에서 함께 바람을 불어넣으면 바람이 들어가질 않는다. 그런 현상이 벽체에서도 일어난다. 보통 주택의 벽체 속 빈 공간은 아래 그림과 같은 식의 두 가지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A와 같은 경우는 바람이 위 아래에서 불기 때문에 공기의 이동이 어렵고, B와 같은 경우는 한쪽이 막혀 있기 때문에 공기의 이동이 어렵다.
실제로 단층도 아니고 벽체속 공간의 크기는 훨씬 더 넓은 고층 빌딩의 외벽속 공기의 흐름에 대한 연구 자료를 보면 바람은 벽체속 공기의 흐름에 영향력이 별로 없다.
(Building and Environment 190호 기사중)
외벽 속 환기 공간에서의 공기 이동은 바람이 아니라 햇볕에 의해 데워진 공기의 부양력에 의해서 결정이 된다. 바람은 일정하지가 않고 부분적으로만 부는 적이 아니기 때문에 지속적인 흐름을 만들어 내질 못한다. 실질적으로 벽체 속 공기의 이동을 좌우하는 요소는 바람 이 아니라 햇볕의 일조량이다.
벽체가 따뜻해지면 벽체 속 공기가 데워지면서 상승효과가 발생을 한다. 연돌효과(스택이펙트)라고 부르는 힘이 벽체 속 공기를 주로 이 동시키는 요소가 된다. 그래서 벽체 속 공기는 낮에 많이 움직이고 밤엔 적게 움직이다. 또 햇볕이 잘 드는 남쪽은 잘 움직이고, 잘 안 드 는 북쪽 벽체 속은 적게 움직인다. 그러니 단열에 미치는 영향은 더 줄어들 수 밖엔 없다.
그 외에도 벽체 속 공기의 흐름은 공기를 움직이려는 힘과 공기가 통과하는 경로상의 다양한 저항에 의해서 균형을 이루게 된다. 벽체 속 빈 공간이 전체가 일정하고 표면이 매끈하고 깔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벽체 속 빈 공간에 사용되는 간격재들의 형태 도 공기의 저항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된다. 공기를 움직이는 힘들은 여러 가지 변수들이 복합적으로 작용을 하기 때문에 단순하게 얘 기할 수가 없는 부분이다.
그런 이유들로 인해서 다양한 방식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도 막상 측정을 해보면 차이가 많이 발생을 한다. 그래서 유럽에선 더 공기층을 빼고 계산을 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진짜로 외단열재 뒤쪽의 공기층은 단열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
벽체 속 공기층에 있는 공기가 통상 얘기하는 것보다 훨씬 적게 움직인다고 해도 움직인다는 사실 자체는 맞는 말이다. 정체된 공기가 아니니 당연히 열 손실이 있을 수밖엔 없다. 하지만, 열 손실이란 것이 단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겨울철엔 열 손실이지만 여름철엔 오히려 열 획득을 줄여 주기 때문에 냉방비를 줄 일 수 있는 요인으로도 작용을 한다. 동전의 양면이다. 항상 한쪽만 보지 말고 관점을 바꿔 서 볼 필요도 있다.
벽체속 공기층의 열손실에 대해선 예전에 빌딩사이언스코퍼레이션(BSC) 대표인 조셉 스티브룩 박사가 대략 5% 정도의 열손실이 있을 것이라는 얘길 했었다. 그의 글에서 두어 번 언급을 했었는데 근거를 밝히지는 않았다.
관련된 연구로 발표된 자료 중엔 캐나다의 RDH빌딩사이언스연구소에서 했던 것이 있다. 아무래도 겨울철 공기층의 열손실에 대해선 이 런 저런 변수들이 많기 때문에 시뮬레이션보다는 직접 실측을 해서 확인을 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실물크기의 모형을 만들어 놓고 열손 실이 얼마나 되는지를 측정을 했다고 한다. 측정결과를 보면 햇볕이 잘 드는 남쪽 벽의 경우 1.4~5.3%, 햇볕이 잘 들지 않는 북쪽 벽은 0.1~4.6%의 열손실이 있는 것으로 측정이 되었다고 한다.
그러니, 목조주택을 외단열할 때 단열재와 OSB 사이에 두는 약간의 공기층으로 인해서 외단열은 단열성이 없다는 식의 너무 단순한 생 각은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약간의 열손실은 있지만 그 손실보다는 얻을 수 있는 혜택, 즉 습기문제의 방지효과가 워낙 크다. 집은 우리 생각과는 달리 의외로 복잡한 구석들이 있는 존재이다.
BSI 건축과학연구소 김정희 소장
전직 빌더 출신으로 빌딩 사이언스 탐구에 뜻을 두고 2016년 BSI건축과학연구소를 설립한 후,
주택하자 문제 연구와 주택 검사 업무에 매진하고 있는 국내 최초의 홈인스펙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