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어도어테스트 현장에는
건축사만 보이지 않았다
지난 2월 2일부터 2월 20일까지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있었다. 15 개 종목에서 109개의 금메달을 놓고 벌이는 세계 최대 규모의 종 합 스포츠 축제이다.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4년간의 훈련은 천 분의 1초를 줄이려는 노력의 열매를 거두기도 한다.
지금 우리의 건축도 이와 같은 노력이 치열하다. 지구와 인류의 생존을 위해 친환경주택, 저에너지주택, 패시브주택, 엑티브주택 등 탄소중립과 탄소발자국을 실현하기 위해 재료의 연구와 선택 부터 주택의 시공공법까지 치열한 노력을 하고 있다.
이 노력의 결과를 숫자로 측정하고 증명하는 방법이 있다. 압력 테스트 또는 기밀테스트라고 불리는 블로어도어테스트 Blower Door Test 이다. (사)한국목조건축협회와 (사) 패시브건축협회 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2021년 80여건의 주택인 인증 을 받았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끝난 3일 후 충남 홍성에서는 권희범 빌더 가 신축 중인 패시브주택 현장의 중간 기밀테스트가 있었다. 기 밀테스트가 시행되는 날이면 시공사와 작업자는 초긴장 상태에 들어간다. 수치로 평가를 받게 된다는 것은 건축물을 만드는 사 람들에게는 아직 낯선 일이기도 하고 그 결과에 따라 주택품질 과 시공자의 실력이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결과는 0.09ACH50
블로어도어테스트를 할 때 나오는 수치인데, 실내 공기를 외부 공기에 비해 50파스칼 수준으로 감압했을 때 실내공기가 한 시 간에 몇 회 정도의 공기 순환이 이루어지는 수준인지를 나타내 는 것이다. 그럼, 위수치는 어느 정도일까?
요즈음 에너지기준에 맞춰서 지어진 집의 경우, 조셉 스티브룩 박사가 제시하는 기준은 3~5ACH50 수준이고, 수퍼-E® 하우스 의 기밀도 기준은 1.5ACH50 이다. 그렇다면 0.09ACH50가 어떤 의미인지 해석이 될 것이다.
시공사 그리고 현장의 작업자들의 이러한 노력으로 건축시장은 발전하고 성장해가고 있다. 탄소중립, 패시브주택 등의 정부시책 과 시대적 요구를 위한 노력의 결과들이 시공사와 현장 작업자들 에 의해 함께 진행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블로어도어테스트가 진행되는 날, 현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운 집했다. 협회관계자 시공사 빌더 자재업체 분들이 주택 내부를 가득 메웠다. 30분 가까이 이루어진 테스트 과정을 지켜보며 0.09ACH50의 결과가 발표되자 환호와 축하의 인사를 나눴다. 그리고 어떤 방법으로 이 결과가 나왔는지 궁금한 내용을 질문 하느라 긴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그곳에 건축사만 없었다.
정책을 만들고 추진하는 주체가 되는, 그리고 법적인 권한을 가 지고 건축의 기준을 실현시켜 가야하는 정부관계자나 건축사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시공사와 빌더 그리고 건축주 분들은 주택품질을 높이려고 스 스로를 구속하기까지 한다. 협회의 인증 제도를 신청하는 것이 다. 인증을 받아야 한다는 그 이유만으로도 매순간 주택 품질에 신경을 쓰게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지와 노력 그리고 비용을 투자하는 것이 건축주와 시공사의 몫으로만 전가해서는 안 되 지 않나?
기밀테스트 결과를 좋게 하기 위한 노력은 수많은 자재의 연구과 시공방법의 개발 그리고 장인의 정성까지 합쳐져 나온 결과물이 다. 이러한 노력은 본래 건축사의 권리와 의무가 아니었는가? 건 축사의 도면에 표기되고 규정되어져 있어야 하는 마땅한 내용들 이어야 하지 않는가?
그러한 노력들을 살피고 그 결과를 확인하는 현장에 건축의 가장 중심 주체로 건축을 리드해야하는 건축사 분들만 없다는 것은 불 행한 일이다. 건축사 분들이 의지를 가지고 함께 자리를 차지해 준다면 건축은 더 건강하게 발전해 갈 것이다. 건축사 분들이 원 탁에 함께 앉아 함께 의논하고 연구하고 있는 모습을 그려본다.
취재_김창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