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술자를 위한 체험적 시공 기록
PART 7. 현장에서 통하는 기밀공사 1
어려운 시공 디테일을 풀기 위해 고민했던 흔적.
현장에 맞게 풀어낸 아이디어들.
현장에서 습관처럼 지나쳐버리는 고질적인 문제들.
그러한 문제들을 개선해 나가기 위해 노력했던 방법들.
이러한 것들을 나름대로 해결하며 기록하였던 현장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다만 개인의 체험적인 시공기록이므로 다소 주관적이면서도 미흡한 점 또한 있을 것이다.
때로는 논란거리가 될 수 있음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딱딱한 이론이 아닌 생생하고 역동적이며 진솔한 기술자들의 시공이야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이러한 현장의 시공 이야기들이 모여 논의가 되고 검증이 되면
하나의 기술로 발전될 수 있을 것이며 이것이 작은 발걸음이 되어
우리의 건축 시공 문화가 한층 진일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기밀공사. 여전히 우리에게 생소한 듯하지만, 사실 이미 오래 전에 북미나 유럽 등지에서 국내에 소개되었으며 현재 저에너지, 패시브하 우스와 같은 주택에서는 많이 시행되고 있다. 필자 역시 약 10여 년 전 ‘패시브하우스 디자이너’ 교육에서 기밀공사에 대해 알게 되었으 며 그 후 많은 주택에 적용하여 왔다.
지금이야 기밀공사를 곧잘 해낼 수 있지만 초기에는 정말 좌충우돌했던 기억이 있다. 왜냐하면 당시에는 현재만큼 기밀공사 제반 환경이 좋지 못하였으며, 기밀 관련 교육을 받았지만 다소 이론적이었을 뿐 현장에 대한 적용은 또 다른 이해와 고민이 필요했기 때문이었을 것 이다. 마치 퍼즐을 하나하나 맞추듯, 자료를 찾고 고민하며 실제 적용하는 일련의 과정 속에서 시공이 이루어졌던 셈이었다.
기밀공사를 처음 접했던 그 당시로부터 많은 세월이 흐른 현재, 필자에게도 이제 기밀공사에 대한 경험과 노하우가 쌓였다. 그렇기에 좌 충우돌했던 경험도 소중한 자산이라 생각하지만, 마음 한켠에는 늘 아쉬움이 자리하고 있었다. 수많은 기밀이론이나 외국사례가 아닌 국 내 목조주택 실정에 맞는 실무적인 기밀 시공법을 누군가 조금만 쉽게 설명해주었더라면 ‘기밀공사를 그렇게 어렵게 생각하지 않고 더욱 쉽게 시공할 수 있었을 텐데… ‘ 하는 아쉬움 말이다.
특히 목구조에서는 구조와 골조형태에 따라 기밀 선시공 사례를 도면과 사진으로 시각화 및 유형화한 자료가 있다면, 처음 접하는 분들에 게 목구조 기밀공사에 대한 이해와 실제 적용이 한층 수월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기밀과 관련된 전문가들의 몫일 것이다.
한편, 필자 개인적으로도 기밀공사에 대한 실무적인 내용을 언젠가 한번은 정리하고 싶었으나 바쁜 현장을 핑계로 미루어 두고 터였다. 마침 현장의 시공기록에 대한 칼럼을 쓰고 있으니 겸사겸사 정리하여 이번 호 주제를 ‘현장에서 통하는 기밀공사’로 선정하였다.
‘현장에서 통하는 기밀공사’는 총 2회에 걸쳐 연재될 계획이며 Ⅰ편에서는 주로 목조주택의 기밀공사 중 기밀 선시공에 대해, Ⅱ편에서는 목조주택 실내 및 배관 기밀공사와 철근콘크리트 주택의 기밀공사에 대해 다룰 예정이다. 또한 기밀공사의 여러 방법 중에서 실내에 가 변형방습지를 사용하는 방법에 국한할 것이다
기밀공사의 기본원칙과 이해
빨강펜의 방식(red pensil method)
‘도면에 기밀층을 그렸을 때 끊기지 않고 연속적으로 이어져야 한다’
기밀공사의 핵심은 기밀층이 끊기지 않고 건물 전체에 연속적으로 형성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간단한 원리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생각만큼 간단하지도 않 다. 왜냐면, 평면과 단면은 2차원에 해당되어 직관적으로 파악이 가능하지만 실 제 건물은 3차원상에서 지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비유하자면, 사각형 형태의 단 순한 건물의 기밀층 형성은 매우 쉽지만, 비정형의 평면에서 위아래 볼륨이 있 는 건물의 기밀층 형성은 2차원에서는 간단하지만 3차원에서는 생각보다 복잡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현장에서 가장 먼저 할 일은 무엇일까? 공사 전에 도면을 검토하여 ‘기밀층이 어디에서 연속되지 않는 지, 어느 부분의 기밀을 주의해야 하는 지’를 찾는 것이다. 하지만 도면을 검토하는 방법도 구조형식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면, 철근콘크리트구조에서는 비교적 간단하다. 왜냐하면, 철근콘크리트구조는 습식의 콘크리트를 부어 만든 일체식 구조이며 콘 크리트 자체가 기밀하기 때문에 배관이나 창호부위에서만 간단히 기밀처리를 하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목구조는 개별부재를 별도로 붙여 만든 조립식 구조이므로 목구조 골조 자체가 기밀하지 않다. 그렇다면 실내에 별도의 기밀층을 만들 필요가 있고, 도면을 검토할 때는 실내에 설치되는 기밀방습지가 어디에서 연속되지 못하는 지를 검토하면 될 것이다.
간단히 정리하자면, 철근콘크리트구조에서는 콘크리트를 잘 타설한 후 창호와 배관의 기밀을 하면 되고, 목구조에서는 창호와 배관의 기 밀 외에 콘크리트를 대신하는 실내 기밀층을 추가하면 되는 것이다.
목구조의 기밀공사
앞서 언급했듯이, 목구조에서는 구축방식과 재료의 한계로 인해 실내에 기밀층을 별도로 두어야 하며 기밀층이 연속되지 못하는 부위를 사전에 검토하여 연속되게 만들어 줘야 한다. 예를 들자면, 외벽의 내부에 기밀방습지를 설치할 때 외벽과 만나는 내벽에서는 (벡커) 끊 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기밀층이 끊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골조공사를 하면서 기밀방습지를 미리 설치하면 될 것이다. 그 리고 미리 설치한 부분을 추후에 기밀공사를 하면서 기밀방습지로 이어준다면 기밀은 끊기지 않고 연속되는 것이다.
이렇게 골조공사 때 미리 기밀방습지를 설치하는 것을 두고 기밀공사 용어로는 ‘기밀 선시공’ 이라 하며, 기밀 선시공은 기밀을 연속적 이게 하는 작업이니만큼 기밀공사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작업이 아닐 수 없다. 때문에 사전에 도면상에서 면밀히 검토되어 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어쩌면 목구조에서 기밀공사는 기밀공사 자체보다도 구조와 골조공사에 대한 이해와 이를 바탕으로 하는 선시공 계 획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복잡한 구조의 주택에서는 더욱 중요하다.) 따라서 골조공사와 함께 기밀 선시공을 함 께 살펴보는 것이야 말로 목구조에서의 기밀공사를 이해하는 시발점이자 유의미한 접근이라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선시공 부위를 일정한 기준에 따라 분류하지는 않지만,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다음과 같이 기본 선시공 부위, 현장에서 놓치기 쉬운 부위, 기타부위 3가지로 분류하여 보았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기본 선시공 부위
▪ 외벽과 내벽의 접합부분
먼저 1.5m*50m 규격의 롤(roll)로 된 기밀방습지를 마이터쏘로 40cm와 110cm로 자른다. 40cm로 잘려진 기밀방습지는 내벽과 외벽/서 까래와 천정장선의 연결부위에, 110cm로 잘려진 기밀방습지는 층간 연결에 사용한다. 이때 40cm와 110cm는 실내에서 기밀방습지를 연결할 때 10cmm정도 여유를 주어 계산한 임의의 치수이다. 달리 하여도 무방하다. (그림1,2)
외벽과 내벽의 접합부분에서 기밀선시공은 비교적 간단하다. 일단 외벽이 설치되면 40cm로 자른 기밀방습지를 타카로 고정하고 내벽을 설치한다.(사진1) 하지만 여기에도 몇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다른 주의할 점으로는 외벽 사이에 내벽을 설치할 경우에 기밀방습지가 훼손되기 쉽다는 점이다.(사진4) 따라서 내벽은 너무 타이트하 지 않도록 3-5mm정도 작게 제작해야 한다.
▪ 층간
1층과 2층 사이는 바닥장선으로 인해 구조적으로 기밀이 연속될 수 없으므로 선시공이 필요한 부분이다. 윗깔도리나 이중윗깔도리 어느 곳에서 감아올려도 무방하지만(그림3,4), 필자는 주로 1층의 이중 위깔도리 위에서 림조이스트를 지나 2층의 바닥합판에서 기밀방습지를 감아 올리는 편이다. (사진5-1/2/3) 또한 아웃코너, 인코너에서는 기밀방습지가 겹쳐지거나 비워지므로 알맞게 재단하거나 덧대어 테 이핑을 하여야 한다.(사진6-1/2/3, 사진7-1/2/3)
내벽 결합 후 이중윗깔도리를 교차로 결속 하면 기밀방습지를 관통하게 되므로 교차결 속을 하지 않아야 한다. 이 부분은 철물로 보 강해주기도 하며(필자는 띠철물로 결속했지 만 전용철물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 이다. (사진2)) 만일 기존방법대로 교차결 속을 한다면 기밀처리가 (사진3)과 같이 복 잡해진다.
▪ 서까래와 천정장선
천정장선이 깔도리 위에 얹혀져 서까래와 결속되는 기존의 방식은 천정장선이 기밀방습지를 관통하게 된다. 때문에 연속적인 기밀층을 형성할 수가 없으며, 기밀처리를 한다면 관통하는 구조재마다 테이핑을 해야 하는 수고가 뒤따를 것이다. (사진8)
실제 경험해보면 기밀방습지도 천정장선에서 일일이 켜야 하며 테이핑을 하는데 시간도 많이 소요된다. 매우 귀찮은 작업이 아닐 수 없 을 것이다. 그래서 기밀이 연속적으로 될 수 있도록 구조를 약간 변경하기도 한다. 필자는 천정장선을 벽체에 ledger를 설치 후 기밀방 습지를 선시공하고 ledger에 천정장선을 결속한다. 기밀도 연속적으로 되고 천정장선 또한 래프터타이의 역할도 할 수 있게 하는 방법 인 셈이다.(사진9)
다만 이렇게 구조방식을 변경할 때는 면밀한 구조검토가 선행되어야 한다. 어느 경우에도 구조가 무엇보다 우선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필자가 이러한 골조구성으로 구조설계를 받았을 때 지붕구조를 마루대가 아닌 마루보 방식으로 구조설계가 되어 있었다. 마루보 방식을 적용할 만한 상황이 아니어서 의아하다는 생각에 구조기술자에게 문의한 결과, ledger에 천정장선을 결속하는 방식은 온전한 래 프터타이의 역할을 할 수 없으므로 마루보 방식으로 설계하였다는 답변을 들었다.
왜냐하면 천정장선이 벽체에 결속되었을 때 표면 못박기는 벽체가 벌어지는 방향과 같기 때문에 밀림을 완벽히 잡아주지 못하기 때문이 었다. 즉, 못박기와 상관없이 지붕의 하중을 마루보와 기둥이 받게 하기 위함이었다. 이러한 일련의 경험을 통해 필자는 벽체에 ledger를 결속할 때 경사못박기를 하고 지붕구조를 마루보 방식으로 적용해오고 있다.(그림5)
한편, 천정장선 폭(140mm)만큼 천정고가 달라지므로 스터드 길이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 그리고 시공의 편의성을 위해 내벽의 높이는 천정장선의 폭만큼 낮춰 시공하기도 한다.(사진10)
현장에서 놓치기 쉬운 기밀선시공 부위
종종 현장에서 놓쳤던 선시공 부위를 필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리해 보았다.
▪ 계단과 외벽의 접합부위(사진11)
▪ 마루보와 기둥(사진12)
▪ 서까래와 포니월 (사진13)
▪ 하부공간이 단열외피(thermal envelope)의 외부에 해당되는 경우
경험상 ‘2층 벽체가 1층 벽체 보다 돌출된 경우(그림6), 현관 전면 공간, 주차장, 발코니(그림7)‘와 같은 공간은 기밀이 연속적으로 되기 위해서는 기밀 선시공이 필요한 공간이었다. 이들 공간은 하부공간이 단열외피의 외부에 해당되는 공통점이 있었으며 공간의 위치에 따 라 즉, 1층인 경우와 2층인 경우에 따라 기밀층의 위치가 달라진다.
기타
지금까지 살펴본 기밀 선시공 부위 외에 참고할 만한 사항들을 정리하여 보았다.
▪ 기초에서의 기밀
일반적으로 외부의 투습방수지는 기초 측면에, 실내의 기밀방습지는 기초바닥에 콘크리트 전용접착제로 부착한다. 그러나 토대하부에 투 습방수지를 선시공하여 외부 투습방수지와 실내의 기밀방습지를 연결하는 방법도 있다.
▪ 철근콘크리트 구조의 벽체와 목구조 지붕
종종 열교를 고려하여 철근콘크리트 벽체에 목구조 지붕을 하는 경우도 있다. 마찬가지로 서까래와 천정장선 부위에서 기밀 선시공이 필요하다.
▪ 구조적으로 기밀이 연속될 수 없는 경우
주로 층이 달라지는 모서리 지점, 즉 천정장선과 바닥장선 만나는 변곡점에서 기밀이 연속될 수 없었다. 직관적으로 생각해봐도 천정장 선과 바닥장선의 기밀 선시공의 레벨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하는 수없이 구조재에 테이핑하여 처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