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디, 얼지 않게끔>을 읽고 느낀, 사람이 있는 공간에 대한 고찰

‘오월의 푸른 하늘’ 책방지기가 전하는 건축 이야기

<부디, 얼지 않게끔>을 읽고 느낀,

사람이 있는 공간에 대한 고찰

문학 속의 집을 여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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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인터넷에서 동영상을 검색하다가 서울에서 협소주택을 만들어 살고 있는 부부의 이야기를 보게 되었습니다. 모두가 아파트 청약 을 위해 힘쓰고 있을 때, 아파트라는 선택지를 버리고 힘든 설계는 둘째 치고 작은 토지에 협소주택을 지을 생각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참 대단하다고 느꼈습니다. 동경은 하지만 그렇다고 자신이 도전하기에는 부담되는 행동이기도 했습니다. 부부의 인터뷰 중 아파트의 화장 실에서 자신이 대변을 보고 있을 때, 누군가가 내 머리 위에서 똑 같은 행동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저를 깜짝 놀랐습니다. 특이하지만 잘못된 것은 아닌 부부의 선택은 저에게 크나큰 재미를 선사해줬던 기억이 납니다.

 

소설 <부디 얼지 않게끔>의 주인공은 어느 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더위를 느끼지 못하는 ‘변온동물’처럼 변해버리고 맙니다. 무더운 여름 동안 그녀는 그전까지 는 느끼지 못했던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었지 만 늦여름 시기부터 뼈를 시리게 하는 서늘함이 그를 덮칩니다. 자신의 몸에 맞는 공간을 만들고 어떻게 해 서라도 사회활동을 이어 나가려고 노력하지만 남들은 느끼지 못하는 추위와 잠이 쏟아지는 상황 속에서 주 인공은 처절한 심정으로 겨울을 준비합니다.

 

「우리가 최종적으로 선택한 것은 600리터짜리 냉장 고 박스였다. 내가 안으로 들어가 조금씩 움직여도 어 느 정도 공간이 남는, 그런 넉넉한 포장재 같은 것을 생 각하다가 희진이 냉장고 박스를 떠올렸다. 무작정 침 대에서 자는 것은 여러 위험에 대비하기 어렵고 위험 했다.」 (부디, 얼지 않게끔, p193)

 

그들이 선택한 것은 냉장고 박스였습니다. 저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무작정 침대에서 자는 것은 여러 위험에 대비하기 어렵고 위험했다.’ 라는 문장에서 오랫동안 머무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람이 있는 집에서 집이 가장 중요시해야 할 것은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에게 느껴 지는 안정감입니다. 화려하고 멋진 디자인이라고 할지라도 정작 그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이 생명의 위협을 느끼거나 불안감에서 벗어나 지 못한다면 집은 제 역할을 반도 수행해내지 못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소설 안에는 수많은 비유가 존재합니다. 그 비유는 읽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느껴질 수 있을 겁니다. 판타지적 요소로 긴장감 있는 재미를 선사한 작품이지만 이를 현실에 대입해보자면 변온동물은 아닐지라도 남들이 평범하게 살아가는 공간들이 누군가에게는 비합리적인 결 과물로만 보일 수 있음을 우리는 항상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추측해봅니다. 한국의 집들은 이제 아 파트뿐만 아니라 일반주택에서도 일률화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싸고 편하게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은 사라지지 않겠지만 자칫 옛날 왼손잡 이를 당연하게 흉보았던 시대처럼 독특한 집을 짓는 이들을 다른 눈이 아닌 틀린 눈으로 바라볼까 두려워집니다.

 

열린 결말로 끝나는 작품은 마치 이러한 시대에 대한 답은 결국 우리 손에 달렸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듯합니다. 결국 집이라는 삶의 중 요한 부분을 선택하는 것은 개개인의 몫이지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모듈에 맞춰서 살아갈 필요는 없는 것이겠죠. 모두가 만족하는, 마음 이 풍족해지는 집이 만들어져 나갈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글.사진제공 | 오월의 푸른하늘 대표 최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