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Buildings Don’t Lie

집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공포의 원룸, 왜 이런 일들이 생겨 났을까?

 

가끔 인터넷 뉴스 등에 떠도는 곰팡이 핀 원룸 사진들 중의 하나이다. 곰팡이가 벽지를 새카맣게 덮고 있다. 주로 나이어린 학생들이 머무 는 대학가 주변의 원룸들에서 이런 일이 생겨난다. 여름방학 때 두 달 정도 방을 비웠다가 들어왔더니 이 모양이라는 것이다. 어떻게 이 런 일이 생길 수가 있느냐는 놀라움 반에 집에 이상이 있다는 식의 집 탓이 반이다. 졸지에 임대인들은 집 망가 진데다가 나쁜 사람 되어 버리기 십상이다. 하지만, 이런 현상은 학생들이 집의 특성과 곰팡이에 대해서 잘 몰라서 생겨나는 일이다. 사실 집 문제보다는 관리 부 재 문제가 더 크다. 습한 여름철에 창문 꼭꼭 닫아 놓고 두 달 가량 집을 비우면 종이 벽지에 이런 식의 곰팡이가 피어나기 쉽다. 요즘 집 은 옛날 집과 달리 기밀성과 단열성이 높다보니 생겨나는 문제들이다.

 

비단 이런 일은 기존 주택에서만 생겨나는 일이 아니다. 신축 주택에서도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생겨난 곰팡이 문제로 집을 제대로 짓 지 못했다는 엉뚱한 비난을 받는 빌더들도 많다. 집의 기능과 곰팡이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 못하면 대응이 쉽지가 않는 일들이다. 그래 서 빌더들은 곰팡이 문제에 대해 기본적인 지식은 갖출 필요가 있고, 또 건축주들에게 곰팡이 문제를 예방하기 위한 집 관리 방법에 대 해서도 알려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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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집값은 곰팡이가 좌우한다?

곰팡이 문제가 크게 늘고 있다는 얘기

 

얼마 전 ‘조선비즈’에 한 미래학자가 쓴 기사가 있었다. 미래의 ‘집값을 결정짓는 건 층간소음과 곰팡이’라는 제목이었다. 층간소음의 문제야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에 한정되는 조건이지만 곰팡이는 모든 주택에 적용되는 부분이다. 그 사람은 왜 곰팡이가 집값을 좌우한다고 했을까? 그건 곰팡이 문제가 계속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곰팡이는 우리 인간과 계속 공존해 오던 미생물이다. 오랜 세월을 함께 해왔어도 그 동안은 별문제는 없었다. 집안의 곰팡이가 문제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은 최근 50~60년 사이의 일이다. 과거엔 집을 지을 때 나름 쾌적하고 살기 좋은 자리를 찾아 지었다. 집 자체도 통기성이 커서 환기가 잘 되었고, 좀 젖어도 건조가 빨랐기 때문에 오늘날과 같은 곰팡이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산업혁명이후 도시가 생겨나고 예전에는 집터로 기피하던 곳까지도 집을 짓게 되었고, 생활 방식도 점점 실내에서 물을 많이 쓰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게다가 건축 재료나 기술도 변하다 보니 곰팡이가 실내에서 번식하기가 좋은 환경이 조성되었고, 과도하게 번식하는 일들이 생겨나게 된 것이다.

 

곰팡이가 큰 문제가 된 것은 건축 재료를 상하게 하거나 보기 싫기 때문만이 아니다. 더 중요한 부분은 사람들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곰팡이의 유해성은 세계보건기구(WHO)와 많은 기관들의 연구에 의해서 계속 밝혀지고 있는 상태이다. 알러지와 두통, 각종 호흡기 질환 등에 문제가 되고, 노약자와 어린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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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팡이의 성장 조건을 알아야만 곰팡이 관리가 가능하다.

 

곰팡이가 자리 잡고 살아가기 위해선 5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곰팡이 씨앗인 포자, 적당한 먹이, 그리고 적절한 습도와 온도가 필요하다. 물속에선 살 수가 없으므로 공기도 필요하다. 공기는 또 곰팡이 포자의 주요한 이동 수단이기도 하다. 곰팡이 포자는 어디에서 옮겨오는 것이 아니다. 그냥 우리 주변의 공기 속에 포함되어 있다. 공기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아래 사진처럼 곰팡이 포자들이 포함되어 있다. 소수의 포자들은 문제가 되질 않는다. 그 정도는 몸이 버텨낼 수가 있다. 곰팡이가 번지면서 포자들의 양이 버틸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면 건강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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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팡이의 먹이는 그냥 실내에 있는 모든 것이 다 먹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다. 원래는 유기질만 소화할 수 있지만, 사람들이 살면서 만들 어내는 그 수많은 먼지들이 곰팡이의 먹이가 된다. 사람들의 몸 주변 엔 마이크로 생태계가 있고, 끊임없이 주변 공기 속으로 미세 물질들 을 퍼트린다. 그것들이 다 곰팡이의 먹이가 된다. 가끔은 유리 표면에 도 곰팡이가 피어나는데 사람들이 만진 부분에 묻은 기름기나 유리 창 표면에 가라앉은 유기질 먼지들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곰팡이 입 장에선 인간은 아주 좋은 먹이 공급자일 따름이다. 곰팡이가 사람과 함께 오랜 세월 공존 해왔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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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팡이 포자는 이미 공기 중에 있고 먹이는 집안에 널려 있는 상태 이기 때문에 성장 조건이 맞는 곳이면 어디든지 자리를 잡고 피어난 다. 곰팡이가 선호하는 조건은 사람이 살기 좋은 조건과 비슷하다. 보통 5도~38도 정도에서 서식 하지만 25도 정도가 최적의 온도이 다. 다만, 습도는 사람보다 높은 것을 선호한다. 자외선엔 약하기 때 문에 어둡고 축축한 곳을 좋아한다. 습도가 유일하게 실내에서 곰팡 이를 관리를 할 수가 있는 조건이다. 건조하면 곰팡이가 자라질 못 한다는 것이다. 아래의 표를 보면 곰팡이(Molds)와 그 사촌격인 버 섯(Fungi)는 습도가 낮은 곳에선 성장을 하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 수가 있다. 그렇다고 마냥 습도를 낮출 수는 없다.

 

바이러스와 박테리아와 같은 것은 낮은 습도에서도 성장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너무 습도가 낮으면 호흡기 질환 감염도 잘된다. 적절한 실내습도 유지가 중요하다. 참고로, 과거엔 권장 습도가 40~60%대였는데, 최근 고기밀 주택이 늘어나면서 실내 습도 권장기준을 조금 더 낮추는 쪽으로 변화되고 있다. 겨울철엔 50%대에서도 주택문제가 생길수가 있기 때문이다.

 

주택검사를 할 때 곰팡이가 핀 집의 하자여부 판정에는 곰팡이의 성장조건들이 어떻게 형성이 되어 있는지 등에 대한 검증이 먼저 이뤄 져야만 한다. 특히, 아파트의 경우는 초기 실내습도가 높은 경향이 있기 때문에 건설회사들이 결로, 곰팡이 문제를 절대로 하자로 인정을 하지 않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곰팡이는 결로가 없어도 습도만 높으면 피어날 수가 있다.

 

사람들은 보통 곰팡이가 피어나기 위해선 먼저 결로가 생기고 그 물로 인해서 주변이 젖는 경우에만 곰팡이가 생겨난다고 생각한다. 하 지만, 곰팡이는 결로가 없어도 생겨날 수 있다. 온도 등의 기타 성장 조건이 맞는다면 벽체 표면의 습도만 높아도 곰팡이가 자리를 잡고 성장을 할 수가 있다. 결로가 없어도 벽체의 표면에는 곰팡이가 섭취할 수 있는 정도의 미세한 수증기들이 달라붙어 있기 때문이다. 온도 에 따라 성장속도는 달라지는데 표면온도가 25도 일 때 실내 습도가 70%가 넘어가는 수준이면 곰팡이가 꽤나 빠른 속도로 성장을 할 수 가 있다는 것을 아래의 그래프가 보여준다. 습도가 높으면 더 빨리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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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현상 때문에 겨울철에 난방을 제대로 안한 방이나 외벽에 붙여 설치된 옷 장 등은 봄이 오면서 날이 풀리면 곰팡이가 피어나고 번지기가 쉬운 것이다. 겨 울 철 내내 습도는 높았지만 낮은 온도 때문에 피어나지 못하고 있던 곰팡이들이 온도가 올라가면서 한꺼번에 확 번지는 현상이 생겨난다. 예로부터 봄철에는 장 롱 속 옷 가지들을 다 꺼내서 말리고 하는 대청소를 해왔던 이유이다. 또한 청소 를 하면 곰팡이의 먹이가 되는 먼지들을 털어내는 효과도 있다. 경험에서 터득한 삶의 지혜가 담긴 행동이다.

 

 

결국 공포의 원룸 곰팡이 문제 원인은 환기부족에 따른 높은 실내습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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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곰팡이 문제는 누수나 결로 문제와 결부가 되지만 공포의 원룸 곰팡이 문제는 그런 문제와는 관계가 없다. 단순하게 실내습도 문제일 가능성이 높다. 아래 그래프 는 나무에 피는 곰팡이의 성장에 대한 연구에서 나온 자 료이다. 종이벽지는 나무보다는 훨씬 더 곰팡이가 잘 핀 다는 것을 감안해서 보면 될 것이다. 여름 방학때 2달 정 도 비워진 채 방문, 창문 꽉꽉 닫힌 원룸의 실내 조건은 어느 정도나 될까? 실내 온도는 30도에서 40도 사이 정 도가 될 것이고, 습도는 장마철이 끼어 있으니 80~90% 사이 정도는 될 것이다. 두 달이면 8~9주이다. 곰팡이가 생길 가능성이 매우 높다. 임대인이나 학생들이 이런 내용을 알았다면 아마도 다르게 행동을 했을 것이다. 집 문제보다는 곰팡이의 특성 을 몰라서 생긴 일이다. 아는 것이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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