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ildings Don’t Lie
집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2
유래 없이 긴 장마와 폭우에 곳곳에서 터져 나온 창문 누수 하자
유래 없이 긴 장마였다. 역대급이라는 수식어가 당연하게 여겨지는 장마였다. 장마철은 집들이 비바람에 대한 성능테스트에 들어가는 시기이다. 이번의 성능테스트는 평소와는 많이 달랐다. 훨씬 더 가혹했다. 그 결과 테스트에서 떨어진 곳들이 다수 나타났다. 곳곳에서 물이 샌다는 연락들이 빗발친다. 금년에 새로 지은 집들뿐만 아니라 이삼년 전에 지었던 집들도 마찬가지이다. 작년엔 안 새던 집들도 올해엔 샌다고 한다.
얼마나 많이 새는지 창에서 물이 쏟아져 내린다는 증언들까지도 나온다. 창문 하나만 새는 것이 아니다. 집 전체 창이 다 샌다는 집들에, 심지어는 새로 지은 단지 전체가 물이 샌다는 사례까지 나왔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붉은 색 부분으로 물이 흐른다는 사연이다.>
좀 세차게 내리는 비만 오면 실내로 줄줄 새어 들어오는 빗물에 건축주들은 분개하고 있고, 시공업체들은 당황해서 발뺌하기에 바쁘다. 서로 격한 말들이 오가고 있다. 많은 경우 하자소송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위기 상황이다.
작년에 화제가 되었던 누수 하자 사례의 데자뷰 현상
누수 하자가 생긴 집들의 사연을 듣고 사진을 보고 직접 검사를 하면서 어디선가 문득 봤던것 같은 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더라! 아, 생각났다. 작년에 크게 화제가 되었던 하자 문제가 있었다. 탤런트 Y씨의 새로 지은 집에 생겼던 하자 문제. 많은 사람들의 공분을 샀던 일이었다. 맞다. 그 집도 지금과 똑같은 현상이 있었다.
그랬다. 그 사건이 올 해와 같은 대규모 창문 누수에 대한 전조증상이었다. 그런데, 그 사례에서 미처 교훈을 얻지 못했다. 그저 누가 잘못했느니 하는 것에만 매몰되어 있었다. 아쉽다. 그 때 그 사례를 자세히 분석하고 잘못된 부분들에 대해선 널리 알리고 개선했으면 적어도 몇 집이라도 덜 누수가 생기도록 할 수가 있었을 텐데. 실수로부터 배우질 못하면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다.
주택의 하자문제는 그저 남의 일로만 볼 일이 아니다. 업계 전체의 문제로 보고 분석하고 배우고 개선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발전을 할 수가 있고, 하자문제로 고생하는 고객들을 줄일 수가 있다. 내가 하자 연구에 노력하는 이유이다.
주택검사 결과 찾아낸 누수 주택들의 공통점과 특이사항
작년 일을 되짚어 보고 상담 사례들을 분석하고, 누수 문제가 생긴 집들에 대한 현장 확인을 반복하다 보니 이번 사태의 원인이 어느 정도 추려진다. 공통적인 부분과 특이한 부분이 있다. 콘크리트조니 목조니 하는 건축방식과는 관련이 없다. 주로 집의 모양과 외장재의 종류, 그리고 창의 종류, 시공방식 등과 관련이 있다.
공통점 1 : 처마 없이 비에 노출된 외벽을 가진 주택
작년에 화제가 되었던 윤비하우스와 같은 디자인의 집들이 이번 누수에 피해를 많이 입었다. 처마가 거의 없는 지붕 또는 평지붕으로 외벽이 그대로 비에 노출되는 형태이다. 게다가 창문의 위, 아래 등에 빗물 처리를 위해 시공이 되어야만 하는 플래슁들은 대개 설치가 되지 않았다. 전통적인 주택 디자인들에 비해선 빗물관리에 취약한 요소들이 많은 집들이다.
강조하지만, 주택 건축에서 중요한 것은 물 관리이고, 그중 특히 빗물 관리가 제일 중요하다. 왜냐하면 양이 가장 많기 때문이다. 보통 주택의 물 관리 기본원칙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은 그림으로 설명이 된다. 건물에 떨어지는 빗물은 경사면을 타고 빨리 멀리 집에서 내보낸다. 빗물 관리의 가장 기본적인 형태이고 효과가 확실한 방식이다. 하자가 생긴 주택들은 대개 이와 같은 효과적인 모양과는 다르게 생겼다. 그리고, 배수와 관련된 시공 디테일들이 약했다.
공통점 2 : 벽체 속으로 빗물 침투가 용이한 벽돌 주택
많은 집들이 외벽이 벽돌로 마감된 집들이다. 벽돌뿐만 아니라 줄눈재로 사용된 시멘트 몰탈도 흡습성이 좋고, 또 갈라짐 등이 생기기 쉬운 재료이다. 덕분에 약간의 균열만 있어도 벽체 내부로 물이 들어갈 수가 있다. 아래 정도의 균열이 생긴 벽체에 물을 뿌려봤더니 채 1분도 안되어서 창문 위쪽에서 물들이 떨어지기 시작을 했다. 벽돌 벽에 균열이 있다면 벽체 내부로 빗물이 들어가는 것은 시간문제일 따름이다. 특히, 바람이 강한 비가 오는 경우라면 더욱 더 취약하다.
게다가, 더 심각한 것은 최근에 등장한 새로운 타입의 벽돌과 조적 방식이다. 두께가 얇고 옆으로 긴 벽돌을 세로줄눈이 없는 방식으로 시공한다. 벽에 생긴 작은 균열로도 빗물이 쉽게 들어가는 판국에 외벽을 온통 세로줄눈도 없이 벽돌만 서로 맞대어 놓은 상태이니 빗물이 그 뒤쪽으로 들어가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윤비하우스도 그런 방식이었던 것 같고, 최근에 문제가 생긴 많은 집들이 비슷한 식의 시공을 한 집들이다. 벽에 구멍이 줄줄이 난 벽체이니 그 안쪽에 있는 벽체와 개구부 부분에는 배수와 방수처리에 바짝 신경을 써야만 했다. 그런데 그렇지 못했던 것 같다.
공통점 3 : 누수가 되는 위치가 주로 창틀의 위쪽 부분
보통 여름철에 창문에 누수가 생기면 창의 아래쪽 귀퉁이 부분들에서 새어 들어오는 경우들이 많다. 그런데, 이번엔 특이하게도 그 부분이 아니라 창틀의 윗부분에서 쏟아져 내렸다는 사례가 많다. 그 얘긴 벽체로 스며든 물이 아래로 흘러내리다가 창틀을 만나는 부분에서 집 안쪽으로 흘렀다는 것이다. 즉 창틀의 위쪽 부분에 모이는 물들이 바깥쪽으로 배수가 되도록 하고, 실내쪽으로는 들어오는 것을 막아주는 물 처리 시공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좀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원래 벽돌 외장벽은 이중벽 구조이다. 외양을 담당하는 벽돌 외벽의 안쪽으로 구조를 담당하는 콘크리트 등의 내벽이 있고, 그 둘 사이에는 약간의 공간이 있다. 그 공간이 벽체 속으로 들어간 물들을 배수하고 환기를 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벽속으로 들어간 물들이 바깥쪽으로 배출되지 않고 실내 쪽으로 쏟아졌다는 것은 그 공간이 창틀에 의해 가로막혀 댐처럼 물이 고였고, 고인 물이 바깥쪽이 아닌 실내 쪽으로 흘렀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중벽 구조가 가진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창문 시공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특이사항 1 : 목조주택보다는 콘크리트 주택에서 많이 발생
이번 누수사태에서 특이한 점 하나는, 의외로 물에 약하다는 평을 듣는 목조주택 보다는 물에 강하다는 콘크리트 주택에서 생긴 누수가 많았다는 사실이다. 처마 없는 지붕에 온통 벽돌로 둘러쌓은 벽을 가진 콘크리트 주택이 이번 누수 사태의 가장 대표적인 모습이다. 단지 전체가 누수가 되었다는 곳은 모두 콘크리트 벽돌 주택으로 이뤄진 곳이다. 이런 차이가 발생한 이유는 목조주택의 경우는 투습방수가 되는 하우스랩과 날개가 달린 창을 주로 사용한 것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목조주택은 아무리 대충 짓는다고 해도 외장벽돌 부분이 아닌 안쪽의 구조 벽체에 타이벡과 같은 투습방수지로 배수면을 만들고, 그 면에 날개 창을 시공하고, 창 주변을 테이프를 이용하여 기본적인 플래슁 처리를 한다.그래서 외부에서 빗물이 들어오더라도 창 주변으로 흘러 내리기 때문에 실내쪽으로 누수가 될 가능성이 적다. 반면에 콘크리트 주택에 창을 시공할 때는 플래슁 테잎보다는 스프레이폼으로 채우고 실리콘으로 마감을 하는 경우들이 많다. 아마도 그 차이가 누수의 차이를 불러온 것 같다.
한편, 누수 검사했던 한 집은 목조주택이었다. 그 집의 경우는 리모델링을 하면서 창을 교체 하였는데 그 부분에서만 누수가 발생을 했다.창을 교체할 때 창 주변의 타이벡을 뜯어낸 후 다시 재시공을 하지 않고 그냥 스프레이폼만으로 틈새를 막았다는데 그게 이번 누수의 원인이 되었다. 리모델링 할 때도 처음 건축할 때 시공하듯이 창 주변의 누수방지 처리를 해야만 하는데, 그걸 소홀히 한 결과이다.
특이사항 2 : 이중창 보다는 시스템 창에서만 주로 누수
독특한 사례가 하나 있었다. 이번 누수 사태의 원인을 직접적으로 짐작하게 하는 사례이다. 같은 집인데 이중창은 새질 않았다. 대신 창틀 아래쪽 홈에 물이 고이는 좀 특이한 현상이 나타났다. 반면에 시스템 창은 창 위쪽 트림이 푹 젖어 불어 터지고 처질 정도로 누수가 되었다. 어떤 차이가 있었을까?
가장 큰 차이는 창틀의 폭, 즉 두께의 차이이다. 이중창은 폭이 240mm에 달하는 창틀이 개구부를 거의 꽉 채우고 있다. 반면에 시스템 창틀의 두께는 100mm에 못 미친다. 나머지 부분들은 나무로 케이싱을 만들어서 채우고 있다. 누수는 나무 케이싱의 윗 부분에서 발생을 했다. 벽체 속에서 흘러내린 물이 시스템창의 얇은 창틀의 뒤쪽으로 새어 나온 것이다.
이렇게 생각을 해 볼 수가 있다. 그동안 같은 방식으로 지은 집들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창문 누수 문제가 적었던 것은 비도 적었겠지만 기존에 사용하던 이중창의 넓은 창틀이 위쪽에서 내려오는 물들을 막아주고다른 곳으로 보내고하는 누수방지 역할도 어느 정도는 했던 것이라고 말이다.
그런데, 창틀이 좁아지다 보니 그런 부가적인 기능들이 사라지게 되었다. 게다가 좁아진 창틀임에도 불구하고 창문의시공방식은 예전과 별반 다르지 않은 방식으로 시공을 하다 보니 이번에 없어진 창틀의 공백 부분에서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말이다. 두께가 얇은 시스템 창을 이중벽 구조의 벽체에 시공을 할 때엔 위쪽에서 내려오는 물들을 처리할 방법에 대한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이번 일과 같은 사태가 계속 반복될 것이다.
금번 누수사태의 원인은 벽체구조를 감안하지 않은 시스템창 오시공
아래 왼쪽의 그림은 미국의 벽돌 외장벽 시공가이드에 나오는 창문 시공 디테일의 일부이다. 오른쪽의 사진은 누수가 되었던 창의 뒤쪽 트림을 뜯어낸 사진이다. 비교해 본다.
누수 문제가 생긴 창의 위치가 시공가이드의 그림과는 달리 단열재의 바깥쪽 부분, 외벽의 바깥 면에 맞춰져 시공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그리고, 그 위쪽의 빈틈은 단순하게 스프레이폼으로 메꿔져 있다. 플래슁 같은 디테일한 시공부분들은 없다. 아래 그림처럼 창문이 바깥쪽으로 내밀어져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그 윗부분으로 들어오거나 고이는 물들이 단열재나 스프레이폼의 틈새를 통해서 실내 쪽으로 쉽게 들어올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누수가 된다는 또 다른 집에서 보낸 창문 시공 당시의 사진이다. 여기서도 창의 위치는 벽체의 앞쪽으로 내밀어져 설치가 되어 있다. 그럼 저 옆쪽의 벽돌과 콘크리트벽체의 사이의 빈틈은 무엇으로 메꿔질까? 역시나 스프레이폼이다.
플래슁 같은 것은 처음부터 시공이 안 되어 있다. 작은 틈으로 쏘아 넣는 스프레이 폼이 빈틈없이 기밀하게 채워질까?
그렇지 않다. 틈새가 많다. 그러니, 물이 안 새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실제로 누수가 되었던 창의 위쪽 케이싱 부분을 일부 뜯어보았다. 안쪽에 쏘아진 스프레이 폼에 주름진 빈 틈들이 보인다. 누런 물이 흐른 자국들도 볼 수가 있다. 트림 부분이 완전히 상했다. 검은 곰팡이들은 누수가 이번 한번만의 일은 아니라는 것을 얘길 해 준다. 계속 새고 있었던 것이고, 이번에 특별히 더 많이 샜다는 것이다. 아직도 아래쪽으로 물방울이 떨어진다.
보다 큰 문제는 빗물처리에 필요한 플래슁 등의 시공에 대한 인식부족
벽이 비에 직접 노출이 되고, 젖은 벽체의 틈새로 물들이 스며드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벽체 속으로 물이 들어가는 것이 정상이다. 완벽하게 막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은 무리 잘 막아도 오는 비의 1%는 스며든다고 본다.
그래서 외장 벽을 가진 벽체는 아래와 같은 식으로 시공을 한다. 안쪽의 구조를 담당하는 벽과 바깥쪽의 외장을 담당하는 벽을 분리를 시키는 것이다. 이중벽체 구조이다. 최근에 개발된 공법도 아니다. 이천 년 전 로마시대 때부터 써오던 방법이다.
이 구조에서 중요한 것은 외벽과 내벽 사이의 약 3센티미터 정도의 공간이다. 이 공간이 외장 벽에서 스며 들어온 물이 안쪽 벽으로 전달이 되지 못하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물은 빈 공간을 뛰어 넘어 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외장 벽을 통과한 물은 중력에 의해서 아래로 내려온다. 그래서 아래 쪽에 물이 고이지 않고 바깥쪽으로 배수가 되도록 하는 장치를 설치해 준다. 벽돌 벽에서 그 역할을 하는 것이 플래슁과 눈물구멍(윕홀, weep holes)이다.
플래슁은 위에서 내려오는 물의 방향을 집 바깥쪽으로 바꿔 주는 역할을 하고, 눈물구멍은 그 물이 나가는 통로 역할을 한다. 그래서 벽돌 벽에 플래슁과 눈물구멍 설치는 기본상식이다. 벽체의 하단부엔 두 개 다 시공되어야만 한다.
그럼 벽체의 중간에 창이 시공 될 때는 어디에 플래슁과 눈물구멍이 시공되어야만 할까? 바로 창틀의 위쪽부분이다.
이런 배수관련 디테일이 우리의 주택건축에선 제대로 인식되어 있지 못하다.
동일한 하자사태 재발을 위해 개선해야 할 사항들
하자는 관련자들에게는 위기의 요소이지만 업계 전체적으로는 건축 기술의 발전을 촉진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번 하자 사태를 통해서 우리가 개선하고 생각해 봐야만 할 부분들이다.
1) 창문 시공할 때 창의 종류에 적합한 플래슁과 눈물구멍 시공은 기본
사실 이 부분은 몰라서 안 했다기 보다는 알고도 제대로 안 해왔던 부분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기후가 그다지 혹독하지 않았기 때문에 시공을 안 하고도 별 티가 나지 않았던 부분이다. 기후변화에 따라서 이젠 엄격하게 시공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앞으로 창문을 시공할 때 창틀 위쪽 부분에서 흘러내리는 물을 바깥으로 배출을 해주는 플래슁과 눈물구멍의 시공은 기본요건이다. 특히나 창 폭이 좁은 시스템 창의 시공시에는 더욱 그러하다.
<이중 벽체의 창문시공방법에 대해선 아래의 미국 가이드북이 도움이 될 것이다.다양한 방식의 벽체에서 창문을 어떻게 시공을 해야만 하는지에 대한 상세한 도면들이
수록되어 있다. 인터넷 검색해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National masonry systems guide>
l 글·사진 김정희 소장
전직 빌더 출신으로 빌딩 사이언스 탐구에 뜻을 두고 2016년 BSI건축과학연구소를 설립한 후 주택하자 문제 연구와 주택 검사 업무에 매진하고 있는 국내 최초의 홈인스펙터다.
BSI 건축과학연구소 | 김정희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