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ildings Don’t Lie
집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목조주택에 실내 방습층이 없으면 잘못 지은 집? 아닙니다.
달을 가리키면 달을 봐야지 손가락만 보고 있다는 말이 있다. 본질을 알면 그것을 알려주기 위해 사용된 방법들에 억매일 필요가 없다는 얘기이다. 물건 사고 계산할 때 계산기를 쓰건 스캐너에 찍던, 아니면 암산을 하던 물건 값만 맞으면 되지 가게 주인의 계산방식에 대해 왈가왈부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방편이 아니라 본래의 목적이다.
목조주택에 대해 떠도는 얘기들 중엔 본질은 모르고 방편에만 집착해 생기는 잘못된 정보들이 있다. 나름 건축에 대해서 잘 안다는 사람 들 중에서도 엉뚱한 소리를 하는 경우들이 있다. 집 짓기에 대한 원리 탐구보다는 매뉴얼에 나오는 디테일한 시공 방법에만 관심을 가졌 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 아닐까 싶다.
유튜브 등에 나온 얘기들 중에 목조주택 건축방법에 대해 좀 심각하게 잘못 알려진 내용 중 하나가 실내 쪽에 설치하는 방습층에 대한 부 분이다. 엉뚱한 얘기를 들은 사람들 중엔 목조주택의 실내 쪽에 방습층이 없으면 집이 잘못 지어진 것이라는 식의 생뚱맞는 생각을 하는 경우도 있다. 잘못된 정보가 끼치는 폐해이다.
▲ 방습층에 대한 오해는 크래프트지가 붙은 단열재 시공도 문제인 것처럼 얘기된다.
잘못된 생각이다.
방습층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확산된 것은 건축 관련 규정의 문구에 너무 억매이고, 또 집짓기를 단지 규정만 따르면 된다는 식으로 단순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방습 층이라는 것을 설치하는 본래의 목적은 잊어버리고, 지엽적인 문제들에만 사로잡혀 있다.
방습층이라는 말이 ‘건축물의 에너지절약설계기준’에 나오지만, 사실 방습층은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다. 에너지 절약을 위해 단열을 강화하면서 생기는 결로 문제 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건축규정에 방습층이 들어간 원래의 목적은 단순 명확하다. 벽 체 내부에 결로가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내부 결로만 없으면 문제도 없다. 벽체는 결로가 생기는 것을 방지하고, 설령 결로가 생겼다고 하더라도 빨리 배수되고 건조시킬 수 있는 구조이기만 하면 된다. 좀 더 쉽게 얘길 하자면 만들고자 하는 벽체의 구조가 방습층이 없어도 결로 문제만 방지된다면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얘기이다. 그런 가장 본질적인 목적을 잊어버리면, 가리키는 달은 안보고 왜 손가락에 때가 끼었느니 하는 식으로 방습층 얘기만 하는 것이다.
먼저 목조주택에 실내 방습층이 생겨난
배경과 역사를 좀 살펴보자면...
사람들이 나무로 집을 지은 것은 아마도 인류가 처음 생겨났던 그때 그 시절부터일 것이다. 사람들에겐 안식처가 필요했고, 나무는 주변에서 가장 구하기 쉬운 재료이었기 때문이다. 인류 역사의 발전과 함께 계속 나무로 집을 지어왔지만, 그 오랜 기간 동안 실내에 방습층이라는 것은 없었다. 없어도 문제가 생기지 않았다. 왜냐면 예전의 집들은 단열성도 낮고 바람도 잘 통하고 하니 습기 문제가 생길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주택에 방습층이라는 것이 처음 생긴 시기는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건축에 합판이나 OSB와 같은 넓은 판재와 단열재 등이 사용되기 시작한 다음이다. 집의 단열성과 기밀성이 높아지면서 습기 문제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특히 단열재의 보급은 벽체 속 온도를 급격히 낮추면서 전에 없던 내부결로 문제를 만들어 냈고, 방습층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생겨나는 계기가 되었다.
추운 겨울에 벽체 속에 내부 결로가 생기는 상황을 설명하는 그림이다. 실내 쪽의 따뜻한 습기가 건축 재료들을 통과하는 확산(diffusion)이라는 방식을 통해서 외부 쪽으로 이동을 하다가 만나는 첫 번째로 차가운 부분이 OSB의 뒷면이다. 그 부분에 결로가 생긴다.
OSB는 물에 젖은 채로 오래 있으면 상한다. 그래서 OSB 뒷면 결로 문제는 주택 전체의 문제가 된다. 만일 목구조가 아니고 콘크리트 벽체였다면 어땠을까? 콘크리트는 결로가 생겨 젖어도 재료가 상하질 않는다. 콘크리트 벽체의 방습층 얘기가 적은 이유이다. 콘크리트와는 달리 목구조에서 방습층이 중요하다는 것은 아래와 같은 식의 내부 결로로 인해서 상할 수 있는 OSB나 합판, 구조재와 같은 나무로 된 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결로방지의 목적은 건축 재료를 보호하는 것이다.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간단하다.
실내 쪽에 습기가 통과하지 못하는 재료를 한 겹 더 시공하면 막을 수가 있다. 습기가 벽체 속으로 들어가지 못하면 벽체 내부의 결로 문제도 없다. 끝. 그래서 캐나다와 같은 추운 지방에서 실내 쪽에 비닐로 방습층을 만드는 공법이 등장을 한 것이다. 그냥 말 그대로 진짜 방습층이다. 비닐은 습기를 거의 통과를 시키지 않는다. 1940년대에 캐나다에서 비닐 방습층이 처음 제안된 이후 북미지역에선 전체에서 50년 정도는 아무 이상도 없이 사용되어 왔다.
방습층은 환경 조건과 재료들의 특성을 고려하여
다양한 선택이 가능
머리 아픈 상황이 되어버렸다. 일률적으로 적용하던 방습층관련 건축규정도 이젠 추운 지역과 덥고 습한 여름철이 있는 지역으로 구분이 필요해졌다. 이젠 습하고 더운 지역에선 실내 쪽에 방습층을 설치를 하면 안 되는 것으로 IBC, IRC 규정도 바뀌었다. 그런데 기후라는 것 이 그리 단순하게 겨울만 있는 지역, 여름만 있는 지역 하는 식으로 이분법적으로 나뉘질 않는다. 다양하다.
그럼 여름엔 습하고 덥고 겨울엔 추운 복합적인 지역에선 어떻게 해야만 할까? 겨울에 비닐 쳤다가 여름엔 걷어내고를 반복해야만 할까? 그럴 수가 없다. 이제부턴 좀 계산이 필요하다. 무조건 막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고, 너무 많이 들어가는 것도 문제가 될 수가 있다. 그래 서 등장을 한 것이 건물 외피구조에 대한 습기관리, 단열과 습기 프로파일 분석(Hygrothermal analysis)이다.
계산을 하려면 건축 재료들의 단열성, 투습성 등에 대한 기초 데이터들이 필요하다. 여러 가지 계산 툴들이 있다. 부피(WUFI)도 그중 하나이다. 아 마도 아래와 같은 그림들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벽체에 사용되는 재료 들의 종류, 두께, 위치 등이 그려진 바탕에 검은 선으로 온도구배가 어떻 게 만들어지는지를 표시를 한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주어진 실내외 온도와 습도에서 벽체 내에서 결로 가 생기는 지점, 즉 이슬점(dew point)이 어느 부분에서 형성되는가 하는 것이다. 단순하게 설명하자면 이슬점이 OSB합판 뒷부분이 아니고 그 바 깥쪽에 형성이 되면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을 한다.
하지만, 이런 계산을 건축하는 빌더들이 일일이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간단하게 따를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하다. 그래서 IBC와 IRC 건축규정에 들어간 것이 습기차단재(vapor barrier), 습기지연재(vapor retarder)와 같은 클래스 등급이고, 기후 지역대별로 어떤 재료들을 사용하여 방습층을 만들어야만 하는지에 대한 기준들이다. 비닐은 그 중의 하나일 따름이다. 여름이 길고 습한 지역에선 사용하면 안 되고 겨울이 긴 추운 지역 쪽에서 사용을 하도록 되어 있다. 여름이 길고 습한 지역에선 사용하면 안 되고 겨울이 긴 추운 지역 쪽에서 사용이 가능하다. 중요한 부분은 비닐은 사용이 가능한 많은 재료들 중에 하나라는 것이다.
그런데 방습층, 꼭 필요할까?
결로가 안 생기는 구조라면 필요 없다
목조주택의 벽체 구조를 단순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지 않다. 단순한 것은 그 사람들의 사고구조이다. 목조주택 벽체는 다른 형태의 주택과는 달리 들어가는 재료의 종류가 많다. 당연히 재료들의 조합들이 무척이나 많다. 그래서 뭔가 새로운 조합을 시도를 하려면 건축사나 시공회사들은 실물 모형을 만들어 실험하거나 전문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여 시뮬레이션을 한다.
목적은 단 하나이다. 벽체 속에 결로가 생기느냐 안 생기느냐의 확인이다.
조합에 따라선 어떤 벽체들은 벽체 속으로 아무리 습기가 들어가도 속에선 결로가 안 생기는 구조도 있다. 그런 경우라면 굳이 실내 쪽에 방습층을 만들 필요도 없다. 많이 오해하는 부분이 방습층 설치가 필수적인 것으로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가 않다. 예외규정이 있다. 2021 IBC, IRC 규정에 보면 결로와 습기의 축적 등으로 건축 재료가 상하지 않는다면 방습층을 두지 않아도 된다고 되어있다.
그런데, 벽체 내부에 결로가 생기지 않는 구조란 어떤 것일까?
너무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다. OSB나 합판과 같은 시딩재(덧판)의 바깥쪽에 외단열재를 붙여주는 구조이다. 즉 아래와 같은 외단열 구 조가 되면 이슬점이 덧판을 지나 외단열재 속에 형성이 된다. 그럼 벽체 속엔 결로가 생길 수가 없다. 실내 쪽의 습기가 벽체 속으로 아무 리 들어가도 문제가 없다. 왜냐면 이슬점보다 OSB 뒷면의 온도가 높기 때문이다. 그러니, 방습층 얘기는 외단열이 일반화되기 전의 얘기 일 따름이다. 외단열이 늘어난 이후엔 실내쪽 방습층과 관련된 문제는 많이 줄어들었다.
어느 정도의 외단열을 하면 벽체 속에 결로가 안 생길까?
건축규정은 집을 짓는 사람들이 너무 어려운 시험에 처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역할도 한다. 빌더들이나 직영건축을 하는 사람들이 문제 가 되지 않는 수준의 외단열 계산을 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아예 미국의 기후지역대별로 결로가 생기지 않을 수준의 외단열 두께를 지정해 놓았다.
아래 표를 보면 벽체 부분에 두꺼운 글씨로 ‘20 or 13+5 or 0+15’와 같은 식으로 쓰인 부분이 있다. 이게 무슨 얘긴가 하면 스터드 사이에 R20 단열을 하든가 아니면 스터드 사이엔 R13+외단열로 R5 또는 스터드 사이엔 단열을 하지 않고 외단열로만 R15를 단열하라는 얘기 이다. 결로를 없애기 위한 단열이니 외단열은 무조건 해야만 하고, 규정이란 항상 미니멈 기준이니 이것보다 그냥 좀 더 두껍게 시공을 하 면 문제가 더 줄어들 것이다. (주: 표 위쪽의 연도는 IRC버전이다. 2021년 버전부터 아예 외단열만 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알아 두어야만 할 사항은 추운 지역이라고 꼭 비닐과 같은 클래스 1 등급의 방습층을 만들어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사실 벽체의 결로 리스크방지 차원에선 비닐과 같이 습기를 완전 차단하는 재료보다는 투습성이 어느 정도는 있는 습기지연재를 사용하 는 것이 더 안전하다. 외단열을 할 경우엔 단열 수준에 따라 결로 지점 관리가 가능하기 때문에 방습층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재료가 다양 하게 확대된다. 비닐과 같은 투습이 거의 안 되는 재료부터 라텍스페인트와 같은 투습성이 높은 재료들까지 전부다 사용을 할 수가 있다.
앞쪽에 있는 IRC R702.7(2)의 표가 그런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방습층으로 사용하는 건축 재료의 종류에 너무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것 이다. 습기의 이동 특성을 알고 이슬점의 형성지점을 컨트롤 할 수가 있다면 고투습 재료이던 저투습 재료이던 건축상황에 알맞은 것을 선택해서 사용을 하면 된다. 굳이 필요가 없으면 방습층을 안 만들어도 된다. 그러니, 목구조에 방습층이 없으면 안 된다는 식의 생각을 할 필요가 없다. 달을 봐야지 손가락 끝만 보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