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푸른 하늘’ 책방지기가 전하는 건축 이야기
<불편한 편의점>에서
공간의 존재 이유를 찾다
문학 속의 집을 여행하다
책방을 오픈한 첫 해, 저는 관광할 곳도 없는 이런 시골구석에 책방을 열어서 무얼 하겠냐고 정말 많은 사람들에게 수많은 질문을 받았습니다. 심지어 지금 하고 있는 이 공간에 창고를 올려 큰 돈 받고 파는 게 훨씬 이득이라는 소리까지 들어야 했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때마다 웃으며 답을 피하거나 또는 외할아버지 때부터 있던 집을 지키고 싶다는 말로 그들의 관심을 잠재우느라 바빴습니다. 때로는 저 또한 그렇게 생각할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돈을 더 많이 벌수는 있을 것이라 생각하면서도 저는 계속해서 5년째 책방을 하고 있습니다. 돈보다 더 중요한 것들을 지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최근 베스트셀러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작품 <불편한 편의점>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보려고 합니다. 이 이야기는 염 여사라는 할머니가 자신을 도와준 서울역 노숙자 한 명을 자신이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편의점에 야간 알바로 고용하게 되면서 시작합니다. 노숙자는 술도 끊고 열심히 일하면서 편의점 아르바이트생과 편의점을 이용하는 여러 손님들의 마음을 조금씩 바꾸기 시작합니다. 조금은 불편할 수 있는 참견들로 인해 이 편의점에 들른 손님들의 마음은 점점 따뜻해지고 노숙자 본인 또한 자신이 도망쳐왔던 현실과 마주할 용기를 얻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책방지기는 편의점이라는 공간이 작품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단순한 작고 볼품없는 편의점이라고 할지라도 그 공간이 있기에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편의점 주인인 염 여사는 연금으로도 충분히 생활이 가능했지만 편의점을 그만두게 되면 생활이 힘들어지는 아르바이트생들을 위해 적은 벌이에도 운영을 계속합니다. 저마다의 사정이 있어 편의점에서 일하고 편의점을 통해 물건을 사는 사람들 사이에는 조금씩 정이 쌓이기 시작합니다. 손님들은 노숙자가 야간 알바를 뛰고 있는 이 조금 불편한 편의점에 들러 다음 연극 무대의 시나리오를 탄생시키거나, 무너져가고 있는 마음을 다잡아보고, 자신이 해보고 싶었던 일을 실천할 용기를 얻는 등 다양한 일들에 도전하게 됩니다.
작중에 등장하는 이 편의점은 등장인물들에게 있어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었을까요? 단순히 가게 이름 그대로의 의미만은 아니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에게 있어서 이 편의점은 집보다 더 큰 위로를 건네주는 안식처이기도 했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곳이기도 했습니다. 어느 한 공간을 공유한다는 것은 단순히 공간이 내세운 하나의 활용법뿐만 아니라 그 공간을 이용하는 이들이 상호 간에 보이지 않는 영향을 끼치면서 더 멋진 결과물들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이런 결과들이 쌓이게 되면 서로 인사는 나누지 않지만 작은 공간들은 서로를 이어주고 마을을 마을답게 만들어 줍니다. 이 책 속의 작은 인연들이 얼마나 큰 변화를 가져왔는지는 직접 읽어 보신다면 고개를 끄덕이시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공동체에는 창고만 필요하지 않습니다. 돈보다 중요한 것은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드는 용기이며 우리가 만들어야 하는 공간은 이런 용기를 북돋아 줄 수 있어야만 합니다. 동네에 편의점이 너무 많다고 얘기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그 수많은 편의점들 중 자신의 집 앞에 있는 편의점 하나로 큰 위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제가 돈도 안 되는 일이라고 여겨지는 책방을 제가 이 시골에 만든 것도 같은 의미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정말 비효율적인 삶이라는 소리를 듣더라도 지금 이 자리에 책방이 생김으로 인해서 변화는 조금씩 일어나고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마을이 만들어지기 위해선 다양한 공간들이 생겨야 합니다. 돈보다 중요한 것을 지키기 위해서 작은 공간들이 계속해서 이어져야 합니다. 편의점에서 위로와 용기를 얻듯이 누군가는 책방에서 위로와 용기를 얻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말입니다.
글.사진제공 | 오월의 푸른하늘 대표 최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