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의 공간요소 / 첨경물
“첨경물(添景物)”의 의미는 한자 의미를 직역하면 경관에 더해지는 물건이라는 뜻으로 말 그대로 정원에 전체적인 완성도를 높이고 좀 더 섬세하고 구체적으로 정원의 디테일을 연출하고자 하는 측면에서 도입하는 다양한 요소들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돌(stone), 철(iron), 나무(wood), 물(water)의 소재가 주로 사용된다.
음식으로 비유하자면, 맛을 내는 조미료 내지는 고명, 마지막에 추가되어 풍미를 더 해주는 특별한 재료 등으로 생각해도 좋을 듯하다. 기본적으로 정원이라는 공간 자체가 주는 의미와 그만의 분위기에서 사람들의 호응과 만족감은 어느 정도 결정되지만, 디테일이 살아있는 정원은 말 그대로 그 느낌을 증폭시킨다고 볼 수 있다.
정원의 3대 공간요소인 지형, 수목, 물 중에서 지형과 수목은, 어느 정도 배경 속으로 묻혀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실제적으로 이용자의 시선 높이에서 이목을 끄는 것은 주로 낮은 화관목과 첨경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첨경물은 정원의 전체적 완성도를 높히고 이용자에게 실제적인 만족을 선사하는 요소가 됨을 알 수 있다.
첨경물은 자료사진에서 보여지듯 같은 소재의 돌이라도 스케일과 용도가 매우 다양하며 색감과 질감, 형태에서 보여지는 이미지, 원산지 등등 여러 가지 요소가 정원의 전체적, 부분적 공간감과 부합되어야 빛을 보게 된다.
가장 많이 적용되는 돌 소재의 첨경물을 예로 설명하자면 돌이 없는 정원이 왠지 상상이 되지 않듯 뭔가 필수적인 요소로서 인식되는데 아무 돌이나 적당히 넣으면 어울릴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특히나 요즘처럼 수입을 통해 여러 나라의 다양한 돌이 원석 또는 가공된 형태로 유통되는 상황에서 오히려 건축과 조경, 소재의 조합을 맞추는 것은 대충해서 되는 일은 아니다.
첨경물이 들어가는 곳의 부분적인 비례와 조합, 또 그 포인트 공간이 갖는 위상과 전체 정원과의 합을 다시 고려하면서 첨경물의 종류와 크기를 결정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즉 부분과 전체를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는 것인데 무난함을 어느 정도 분위기로 가져간다면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최근 들어 가장 많이 사용되는 소재의 트렌드를 따르면 된다.) 이용자의 요구도에 맞는 특별한 정원을 원한다면 사실 디테일을 살릴 수 있는 첨경물 이야말로 신의 한 수로 평가 받을 수 있는 좋은 영역이다.
정원이라는 문화공간이 공공 public의 영역은 아니므로 사적인 측면에서 디자인과 기능성이 강조된다면 이러한 첨경물의 정원에서의 역할은 더욱 커질 것이다.
첨경물이라는 카테고리가 다양한 소재를 아우르는 디테일이라고 볼 수 있으므로 그것이 포함하는 영역과 범위가 제법 넓어질 수 있음을 알고 가야 될 것 같다. 사진 예제에서 보이는 것처럼 출입구로 만든 조합시설물(개비온철망+대문+식재)은 시설물로도 볼 수 있지만 독특한 감성을 담은 하나의 첨경물로 인식할 수 있다.
정원의 공간요소는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해 이런저런 용어들로 풀어 설명하지만 현실 속에서는 서로 섞여 중첩되고 포용하는 범위가 넓은 편이다. 건축이라는 상위 카테고리에 속하는 하위 공종이라는 개념에서 비교하자면 다른 공종들보다 허용 오차가 크고 설계변경의 개념이 즉흥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다소 특수한 분야인 것은 분명하다.
그것은 정원, 조경, 경관 등을 다루는 영역이 설계와 프로세스는 이성적 프로그램과 절차를 따르고 있지만, 중심이 되는 기반을 감성적 소스에 담그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공의 프로젝트가 아닌 이상 현장에서 결정되는 즉흥적인 방법과 변화가 정원의 결과물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지금까지는 돌이라는 소재를 중심으로 얘기를 했는데 이 소재가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고 앞으로도 정원의 본질이 바뀌지 않는 한 그 위상은 변함없을 것이라는 것은 자명하다. 그 이유인 즉, 정원이 자연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인간문화의 한 영역이고 대자연의 아름다움 속에서 돌의 존재는 무생물 소재로 한정시켜 봤을 때 절대적인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목재나 기타 소재에 비해서 반영구적인 속성도 큰 역할을 할 것이며, 기본적인 다양성에 가공과 손질에 따라 변화무쌍한 모습과 실용성을 보여준다는 측면에서도 큰 점수를 받을 것이다.
최근 트렌드의 변화로 인공적인 재료가 섞인 소재가 도입되기도 하고 철소재가 많이 쓰이는 측면도 있지만 기본적인 베이스는 돌이라는 안정적이고 무게감 있는 소재의 특성을 근저에 두고 변형되는 측면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즉, 첨경물의 역할과 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돌이 주는 느낌과 분위기를 좀 더 파고들 필요가 있겠다.
돌과 철 소재 이외에 재료의 합성으로 이루어진 첨경물을 살펴보면 대표적인 것이 타일과 합성 목재, 프라스틱 조형물 등이 있다. 예제사진에서 보여지는 페데스탈 타일데크처럼 목재의 단점(특히 내구성, 오염)을 보완하기 위해 석재를 주요 성분으로 내구성과 비오염성을 확보하여 만들어지거나 목재성분에 플라스틱을 가미하여 내구성을 크게 개선시킨 합성목재 등이 많이 이용되고 있다.
소재마다 각각의 장단점이 분명하고 연출되는 분위기와 느낌이 사뭇 다르므로 무엇이 좋다라고 할 수는 없다.
그리고 쉽게 오염되고 관리를 소홀히 하면 수명이 몇 년도 채 가지 못하는 방부목 같은 목재소재도 저렴한 가격과 안전한 소재의 특성, 따뜻한 느낌과 세월의 흔적을 반영하는 분위기 등의 매력이 있으며 잦은 교체주기에도 이것을 좋아하는 분들도 분명히 있다. 첨경물의 소재를 생각하는 기준을 따로 정할 수는 없지만 내구성과 경제성, 효율성만이 선택 기준은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여러 측면에서 첨경물의 역할과 중요성을 살펴보았지만, 실제적으로는 이 용어조차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정원하면 떠오르는 것이 나무와 잔디밭인 것처럼 아직은 정원문화 발달의 초기 단계에 있는 우리나라는 좀 더 구체적인 영역과 용어는 다소 생소할 수 있다.
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학교에서 성적이 뛰어난 학생들의 공부법과 사고의 특성을 살펴본 결과에 대해서 방영한 내용을 보니 우수한 학생은 개념화와 분류를 잘한다는 결론을 얻었다는 내용을 본 적이 있다. 인간의 뇌의 이해력과 암기력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비슷한 것끼리 개념을 정하고 적절한 위치에 분류하는 작업은 많은 지식을 유기적으로 보관하고 필요할 때 꺼내 쓰기 쉽게 펼칠 수 있는 훌륭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필자가 쓰고 있는 이 칼럼들이 바로 그 개념화와 분류에 대한 방법을 정원이라는 영역에 적용시켜 독자 여러분들께 알려드리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원에 멋진 돌이 들어가면 좋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 그 돌이 첨경물이라는 카테고리의 한 부분이라는 것을 알아두자. 이러한 소소한 지식과 개념을 쌓아 나만의 정원에 적용한다면 큰 틀 안에서 전체적인 윤곽이 점점 명확해지면서 정원을 만들고 가꾸는 즐거움이 더욱 커지리라 생각한다.
l 글˙사진 시운조경디자인(주)
전남대학교 조경학과 조경전공
시운조경디자인 주식회사 이사 및 총괄팀장
주택조경 전문브랜드 아임가드너 대표 (세종시 소재)
조경과 정원의 개념에 대해 간단하게 정리하면, 조경 Landscape architeture은 이름 그대로 “경관을 아름답게 만들어내는 일”이며, 정원 Garden은 “집안의 뜰이나 꽃밭”이다. 쉬운 예로 집과 연결된 외부 데크 공간이 있다고 한다면 데크는 건축요소이기도 하고 조경요소이기도 하다. 메인 건축물을 제외하면 부수적인 시설물-데크, 주차장, 조명, 외부창고 등등-은 조경의 영역에 포함된다. 조경이 좀 더 폭넓고 확대된 개념이라면 정원은 그 자체가 식물이 자라고 있는 공간을 뜻한다. 주택은 건축물과 조경 안에 정원 자리 잡은 공간이라고 할 수 있겠다. 가정(家庭)이란 단어에 정庭이 들어가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시운조경디자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