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조경에 대한 소고 <정원시설물 / 페이빙(Paving) >

정원시설물 / 페이빙


 

정원에 들어가는 시설물(facilities)중에서 포괄적인 4가지 분류 중 바닥에 깔리는 시설물, 즉 포장(paving)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페이빙은 주로 이용자의 보행과 관련이 있다. 따라서 사람이 직접 사용하고 만지는 물건들만큼이나 휴먼스케일에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특히 보폭, 보행, 운동 등의 구체적인 행위요소들에 연결되어 있고 안전에 대한 민감도가 매우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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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에 들어가는 페이빙은 보행과 활동을 위한 공간적 요소와 동시에 동선을 따라 포장된 면이 주변공간의 성격을 결정하는 축이나 강한 선이 되기도 한다. 이중에서 첫 번째 공간을 형성하는 개념을 살펴보면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성격이 다른 포장 재료를 일정 면적으로 할당하면 적절한 공간이 형성되고 예시에서 보이는 것처럼 성인 4~6명이 담소를 나눌 수 있는 휴식공간이 나온다.

 

시공사례에 쓰인 것은 콘크리트 재질의 넓은 판으로 격자모양의 정형적인 공간을 연출해내고 있다. 이런 공간에 쓰이는 재료의 특징은 우선 기본적으로 미끄럽지 않고 상부가 평활하며, 모서리나 절단면이 날카롭거나 예각이 아닌 것이어야 한다.

 

무게감이 있어 설치 후 쉽게 움직이거나 레벨이 틀어지는 일도 없어야 한다. 여기서 현실적으로 시공 상에서 부딪치는 문제가 하나 있는데 페이빙의 시공 기초를 얼마큼 단단하게 해야 하는지의 문제이다.

 

재료의 성격과 설치장소의 조건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너무 부족해서 하자가 발생해도 안 되고 불필요하게 과한 설계로 예산과 시간을 낭비하는 것도 문제이다. 수많은 재료를 다 열거하며 특성과 시공법을 논할 수는 없으므로 예제사진에 나온 다소 크게 사이즈가 나오는 판을 시공한다는 가정 하에서 기초로 생각할 수 있는 경우의 수를 살펴본다.

 

우선 콘크리트 타설이다. 무근으로 버림 콘크리트만 부어 기초를 마련하면 그 위에 레벨을 맞추기 위한 약간의 모래만 있으면 반영구적인 세팅이 가능하여 추천할 만한 방법이지만 동시에 타설 후 이동이라든지 철거 시 작업에 애로사항이 많고 예산이 많이 든다는 점이 단점이 될 수 있다.

 

두 번째로 원칙적인 재료를 층위를 나누어 포설하고 충분한 다짐을 통해 콘크리트에 버금가는 토양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것도 추천할만한 방법이지만 예산이 많이 드는 단점이 있고 콘크리트가 아닌 이상 세월이 흐르면 약간의 레벨차이는 발생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세 번째는 기본 흙다짐을 적절히 하고 그냥 놓는 방법으로 시공이 쉽고 빠르지만 어느 정도 레벨이 틀어지는 것을 감안하고 진행하는 것이다. 판석의 크기가 크고 무거울수록 안정성이 높아져 이 방법으로 해도 어느 정도의 문제해결은 되는 경우도 많다.

 

정원이라는 공간이 자연의 일부라는 개념으로 받아들여진다면 약간의 틀어짐, 치우침, 부조화 정도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도 그리 나쁜 방법은 아닌 것 같다. 다만 안전과 실용성의 측면에서 도를 넘어서는 수준의 오차범위 안에서 움직여야 한다는 사실은 잊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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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로 페이빙으로 완성된 동선이 공간을 나누고 분할하면서 공간의 성격까지도 영향을 주는 사례이다. 사진에서 보면 다소 넓게 확장된 보행로를 따라 가로수길 같은 공간이 형성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보통 직선으로 뻗은 보행 동선은 강한 축이 되어 공간디자인에 큰 영향을 주는 요소가 된다.

 

페이빙은 보통 수평적인 레이아웃을 유지하지만 주변공간은 3차원의 입체적인 요소와 상승감 있는 분위기를 자아내기 때문에 대비효과는 더욱 분명해진다. 그래서 포장의 재료와 패턴이 매우 중요해지는 것이다.

 

사진에서처럼 보행로는 밝은 톤은 넓은 사각형 형태의 콘크리트 재질이고 녹음으로 우거진 주변 조경공간은 짙은 녹색으로 대비효과가 매우 선명하고 길에 대한 시인성이 매우 좋아진다. 길은 선명하게 드러나면서 잘 보이고 주변의 나무들은 그 녹음이 한층 돋보이는 상생의 조합을 만들어내는 경우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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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에서 실제로 적용되는 페이빙은 어떤 종류들이 있을까? 공간을 만드는 페이빙, 동선을 만드는 페이빙 모두 적용되지만 정원이라는 공간의 작고 여러 요소들이 뒤엉켜있어 페이빙도 서로 그 기능이 섞이거나 혼재하는 특성을 보인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디딤석을 놓고 주변을 잔디나 식물로 채우는, 말 그대로 포장이 아닌 놓기의 개념이 그것이다.

 

포장을 했지만 녹지의 기능도 함께 하도록 하여 관리하기는 다소 일이 많지만 편하고 아름다운 측면에 무게를 둔 친환경적인 포장이라고 할 수 있다. 사진에서처럼 무생물재료인 주상절리석 디딤돌과 사이사이에 뻗치면서 자라고 있는 잔디는 분명 대비효과의 전형적인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레벨이 조금 틀어지는 것은 잔디의 자연스러움이 보정해주는 문제가 되고 잔디의 싱그러움은 깎을 때 드는 노고와 수고로움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된다. 판석과 판석 사이가 시멘트로 채워져 있을 때의 삭막함은 관리의 편리함과 함께 따라오는 것이긴 하지만 정원에는 왠지 잔디가 사이사이에 자라고 있는 것이 더 어울린다.

 

이번에는 페이빙의 영역으로 들어오면서 정원과 건축 사이에 걸쳐있는 시설물인 주차장을 살펴보자. 주차장은 건축에서도 시공하지만 조경의 영역에서도 다루는 부분이다. 다만 다른 점은 조경의 영역으로 넘어오면 소재와 디자인이 달라지면서 정원의 한 부분으로 편입시킨다는 점이다.

 

단독주택은 부지가 협소해서 모든 공간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한 몸을 이루는 생명체 같은 존재이다. 따라서 정원과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는 주차공간도 경관을 다루는 측면에서 정원적인 요소를 가미한다면 좀 더 아름다운 환경을 구현할 수 있다.

 

아래 사진에서 보이는 시공사례는 정원에 쓰이는 첨경물인 장대석을 주차장에 도입해 깬 자갈과 조합하여 심플하게 마무리한 사례이다. 이곳에서는 주차장의 기능적인 특성을 고려해 무생물재료로만 시공하였고 자동차의 하중과 허용 중량을 감안한 기초와 시공법을 적용하여 최대한 기능성에 충실한 시공을 하였다.

 

최근 들어 정원에 불어오는 트렌드는 점점 녹지공간이 줄고 시설물과 페이빙이 늘어가는 추세이다.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와 건축물의 유행과도 관련이 깊은데 비중이 높아지는 만큼 전체적인 조화와 균형을 맞추는 인플루언서로의 페이빙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적어도 앞서 언급한 페이빙이 가진 기본적인 기능과 중요한 시공 포인트를 알고 적용한다면 설계와 시공에서 현실적인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앞으로도 남아있는 3가지 영역의 시설물을 조명하면서 정원과의 대화를 계속 진행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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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 글˙사진 시운조경디자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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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남대학교 조경학과 조경전공

 시운조경디자인 주식회사 이사 및 총괄팀장

 주택조경 전문브랜드 아임가드너 대표 (세종시 소재)


조경과 정원의 개념에 대해 간단하게 정리하면, 조경 Landscape architeture은 이름 그대로 “경관을 아름답게 만들어내는 일”이며, 정원 Garden은 “집안의 뜰이나 꽃밭”이다. 쉬운 예로 집과 연결된 외부 데크 공간이 있다고 한다면 데크는 건축요소이기도 하고 조경요소이기도 하다. 메인 건축물을 제외하면 부수적인 시설물-데크, 주차장, 조명, 외부창고 등등-은 조경의 영역에 포함된다. 조경이 좀 더 폭넓고 확대된 개념이라면 정원은 그 자체가 식물이 자라고 있는 공간을 뜻한다. 주택은 건축물과 조경 안에 정원 자리 잡은 공간이라고 할 수 있겠다. 가정(家庭)이란 단어에 정庭이 들어가 있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시운조경디자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