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 오색분소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

오색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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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위치 : 강원도 양양군 서면 오색리 481-1
지역지구 : 자연환경보전지역, 농림지역
대지면적 : 2,021㎡㎡ (611.35평)
건축면적 : 319.94㎡ (96.78평) / 15.83%
연 면 적 : 442.06㎡ (133.72평) / 21.87%
용 도 : 제1종 근린생활시설(공공업무시설)
구 조 : 철근콘크리트(기초)+중목구조
층 수 : 지상2층
건 축 주 : 국립공원공단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
설 계 : 플라잉건축사사무소
시 공 : 아하건설(주)
중목시공 : (주)수피아건축
사 진 : 유근종

 


 

공공업무시설 설계의뢰를 받고 현장에 처음 다녀왔을 때의 기억이 선명하다.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 오색분소.
기존건물이 있으나 철거 후 신축하는 프로젝트였다.
건물은 산 입구에 위치해서인지 뭔가 산장 같은 인상이랄까?
그리고 곧 철거될 내부 공간을 들여다보니 “역시 관공서 맞구나!” 하는 느낌이었다.
산 입구에 위치한 건물이고 둥근 돌 등
자연적인 외장재 사용으로 그나마 이런 느낌이 덜하긴 했지만
여전히 관공서의 이미지는 다소 경직되고 권위적인 면도 있는 듯
친근감 있게 다가가기 어려운 느낌이었다.
이제는 많은 관공서 건물들이 디자인도 다양해지고 사람들과 친근해지고 있다.
오색분소도 자연과 잘 어울리는 친근한 건축물이길 바라며 설계를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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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식어가 많은 건축물이 되다.


국립공원사무소 최초의 목구조 건축물
패시브인증 건축물
건축물에너지효율등급1++ 건축물
제로에너지건축물인증 1등급 건축물
BF인증 건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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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오색분소를 수식하는 용어는 다양하다.
다르게 말하면 그만큼 설계과정이 쉽지 않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공공건축물은…
건축물에너지효율등급이나 제로에너지인증 그리고 BF인증은 필수로 적용해야한다.
거기에 더해 설계 중간에 패시브협회의 지원 대상 건축물로 선정되어
공공건축물로서 패시브인증이 추가되었고
구조도 국립공원사무소 최초로 중목구조를 설계에 적용하는 등
여러 가지 복합적인 사항이 고려되어야 했다.


완공이 되어 이 글을 쓰는 지금…
다소 아쉬운 점은 있으나 고생한 시간과 더불어 뿌듯한 마음이 든다.
화려한 수식어만큼 건물이 화려하진 않고 수수하게 자리한 모습이지만
이 또한 담담히 자연에 스미는 것 같아 위로를 삼는다.

 

 

 

이번엔 중목구조다.


요즈음 주택 상담 시 처음부터 목구조를 원하는 건축주가 늘고 있다. 몇 년 사이 목구조 건물에 대한 인식과 관심이 주택분야에서 상당히 높아짐을 느낀다. 그러나 아직 공공건축물에서는 산림청이 발주하는 것 외에 목구조 건축물이 흔히 있는 것은 아니다. 나 역시 관공서 건물이니 별다른 고민 없이 콘크리트 구조를 떠올리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첫 미팅 시 발주처 담당자가 중목구조의 건물을 제안했고 나 역시 의외의 제안이었지만 기쁜 맘으로 설계를 시작하였다. 그동안의 주택은 건축주의 예산이나 구조의 합리성 등을 고려했을 때 대부분 경골목구조 형태로 설계에 적용해왔고 철근콘크리트+중목구조의 하이브리드 건물도 있었지만 건물전체가 중목구조 적용은 처음이라 오히려 좋은 기회라 여기고 설계에 임했던 기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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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목구조 설계 경험이 있는 지인 건축사와 중목시공 분야에서 역량이 있는 시공사와의 자문과 협의를 통해 완공되기까지 나 스스로에게도 정말 좋은 공부가 되었다. 이 건물로 인해 중목구조 설계에 본격적으로 입문하는 계기도 얻은 셈이다.


구조재 외에도 내부 마감 일부 벽면에 나무 각재를 격자로 돌출시켜 디자인하는 등 중목구조와의 시너지를 고려하였다. 백색의 벽체에 나무의 따뜻함과 고유의 질감이 더해지니 다소 딱딱할 수 있는 업무공간이 한층 산뜻해졌다.

2내부-17(돌출각재로 디자인한 벽면 디테일).jpg

 

환경적인 측면으로 보면 정부의 탄소중립시대 정책에 걸맞게 목구조 건물은 온실가스 발생 억제 등 환경에 좋은 영향을 준다. 알기 쉽게 수치로 보면 이렇다.


목재1㎥ 당 탄소저장량은 250kg 정도라고 한다. 콘크리트 건물을 목재로 대체하면 온실가스 배출량이 1/10 로 감소하는데 온실가스 1t은 대략 자동차 5대가 1년 운행 시 방출하는 양과 유사하다. 이를 토대로 오색분소의 탄소 저장량을 환산하면 목재105㎥ x 250kg =26.25t이 되고 이는 자동차 131대가 1년 동안 배출하는 온실가스양인 셈이다. 공공건물 설계 시 환경적인 부분은 앞으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중요한 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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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시브건축물이 되다.


설계 초기단계에서는 패시브건축물이 아니었다. 설계가 어느 정도 진행될 무렵 패시브협회의 지원 프로젝트로 선정이 되었다는 발주처의 낭보를 전해 들었다. 설계자 입장에서는 거의 전면적으로 수정해야하는 상황이었지만 오히려 기쁜 일이 아니던가? 중목구조 도입으로 일부 상승된 공사비 부담이 패시브건축물 지원으로 조금은 덜어질 테고 건물도 우수한 성능으로 업그레이드될 것이며 전작에선 패시브인증을 받지 못한 저에너지 주택설계의 경험을 토대로 제대로 된 패시브건축설계를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일반건축물과 성능이 향상된 패시브건축물을 비교해가며 설계단계부터 고려할 사항을 면밀히 반영하였으며 패시브협회의 검토와 수정을 단계적으로 거쳤다. 이 과정에서 BF인증 부분과 일부 상충되는 부분도 해결해야 했다. 각종 인증 대상 건축물은 디자인뿐만 아니라 이렇듯 풀어야 할 숙제도 많고 그 진행과정 또한 매우 더디다. 이런 지난한 과정에서 설계자는 지치기 마련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지만 완공의 그날을 상상하며 잘 견뎌 온 듯하다.

 

빛과 바람과 단열, 환기 등 쾌적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 열교를 최대한 극복하고 우수한 단열성능 자재 특히, 삼중유리의 시스템 창호와 셀룰로오즈 단열재를 지붕에 적용하기도 하고 열회수환기장치를 적용하여 효과적인 난방에너지 활용과 실내 공기질을 개선하였으며 기밀시공 등 다양한 패시브적인 요소가 설계와 시공에 반영되었다. 여기에 더해 제로에너지 인증을 충족하기 위해 주차장의 지붕과 후면 매스의 지붕에 태양광패널을 설치하는 등 액티브적인 요소까지 추가되어 기능적으로 매우 우수한 건물이 되었다. 이렇듯 복합적인 기술을 도입하면서 디자인 등 고려할 부분이 많았지만 목재를 적절히 활용하면서 미적인 부분을 담아내려 노력하였다.

 

2내부-4(2층 근골격계훈련실).jpg

2내부-5(2층 근골격계훈련실).jpg

2내부-6(2층 근골격계훈련실).jpg

 

 

 

담담히 자연에 스며들다.


초창기 설계에선 지금보다 규모가 컸다. 발주처의 필요공간을 충족하고 BF인증 등을 고려한 결과였다. 하지만 늘 그렇듯이 예산에 직면하여 규모와 볼륨도 축소되었고 마감재 등도 수정되었으며 일부 삭제되는 디자인도 생겨났다. 몇 가지 대안은 공간이 좀 더 풍부한 느낌이었고 여백을 주기도 하여 조정하는데 고민도 있었지만 결론은 최대한 단순히 그리고 매스를 기능적으로 분절하여 산자락에 면해 거대해 보이는 걸 지양하고자 한 점이다.

1외부-9(2층에서 바라본 산과 하늘과 지붕).jpg

 

산을 닮은 경사지붕을 도입하고 분리한 매스는 관공서라기보다는 차라리 집의 이미지에 가깝게 디자인 했다. 신축 건물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그 자리에 이미 자리하고 있었던 것처럼 주변 산에 잘 스며들었다. 수수하고 담담한 모습으로. 난 이런 편안한 느낌이 참 좋다. 다만, 건물 전면에 오가는 사람들이 편안히 쉴 수 있도록 계획한 마당이 사라진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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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설계와는 다르게 완성된 외부 공간은 주차장으로 가득 채워졌다. 어쩌면 이런 부분은 전체 공간을 바라보는 건축가와 사용자의 간극일 테지만 입구의 주차대수 3대의 공간이 가져온 전체 건물이미지는 아쉽기 그지없다. 이런 면에서 옆 부지의 대규모 주차장 부지 활용은 왜 선택지엔 없었던 것일까?

 

 


카페 같은 업무공간을 그리다.


설계 시작 전 전제를 업무시설 같은 공간은 지양하고 카페 같은 업무공간을 만들기로 일찌감치 결정하였다.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려면 직원들이 쾌적한 공간에서 일하는 것만큼 중요한 건 없을 것이다. 게다가 목구조 건물이니 나무의 따뜻함을 최대한 활용한다면 의도했던 카페 같은 공간을 만들기에 유리했다.

2내부-10(1층 휴게존 홀, 반원형 평상이 미완되어 아쉬움).jpg

2내부-11(창가에 벤치형의자와 원형 테이블 설치).jpg

목구조 기둥과 천정의 서까래 등은 가능한 노출을 하고 설비공간은 일부 평천장을 만들어 기능과 구조미가 돋보이도록 계획했다. 복도를 지나면 직원 휴게공간과 식당을 만날 수 있는데 이 공간 역시 잠시나마 편히 쉴 수 있도록 동선을 유연하게 흐르듯 유도했다. 관공서에서 흔히 보여 지는 일자형 복도에서 기계적으로 드나드는 동선이 아닌 편히 식사하고 차 한 잔 마실 수 있는 공간으로 인식되도록 반원형의 평상과 벽체를 계획했다.

2내부-12(1층 휴게존 홀에서 연결복도를 바라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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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의 출입문 역시 투명유리로 된 폴딩도어를 적용해 필요 시 휴게 공간이 확장 되도록 하고 평상의 배경이 되는 흰 벽면은 영화를 보거나 소소한 이벤트가 가능하도록 스크린 벽체로 계획하였다. 작지만 공간의 성격을 분명하게 나타내주는 중요한 디자인 요소이나 완공 시에 평상이 미완으로 남은 것은 매우 쓰라린 점이다. 추후라도 예산을 배정하여 꼭 설치하겠다는 담당자의 약속이 그나마 위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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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게존 홀의 창 아래에는 벤치형 의자와 동그랗고 조그만 원형 테이블을 놓으면 카페 분위기 나요~~그리고 계단 앞 철재문은 주황색 도장문인데 관공서 문 같은 게 설치되었네요. 색상이 공간 분위기를 많이 좌우하는데. 도면에도 표기해 두었는데...” 라며 마지막까지 당부를 놓지 못했다.

 

 


마술 같은 건물_하나 혹은 두 개의 건물이 되다.


완공이 되고 현장을 방문하니 뜻하지 않게 재미있는 광경이 목격됐다. 사진의 메인 컷에서 건물이 하나로 보이는 것이 아닌가? 분명 연결 복도를 지나 직원 휴게공간이 있는 매스가 보여야 하는데 마술처럼 뿅~하고 사라졌다. 인간의 스케일로 직접 걸어보니 경험했던 신기함이다. 각도를 조금씩 달리 보니 그제야 나타난 백색의 매스. 일종의 해프닝이 벌어진 것이다. 역시 삶은 예측 불가다. 좌우 매스의 기능이 다름을 외장재에도 그대로 표현하였다. 이는 혹여 단조로울 수 있는 매스 이미지를 보완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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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존은 차분한 회색톤의 타일을 휴게존은 백색의 스토로 깨끗하고 산뜻하게 적용하였다. 박공의 경사지붕은 마치 단풍이 든 산의 모습처럼 갈색톤의 칼라강판을 적용하였는데 설악산과 함께 제법 잘 어울리는 풍경이 되었다. 가까이 다가서면 하나의 건물로 조금 더 다가서면 두 개의 건물로 보이는 것도 오색분소의 매력이 될까? 친구와 손을 맞잡은 모습인 것도 같고. 그냥 마술이라 부르고 싶다.

 

 


목재 마감을 더하다.


목구조 건축물인 만큼 마감도 가능한 목재를 많이 적용하고자 하였다. 다만, 백색의 벽과 잘 어울리되 과하지 않고 질리지 않을 정도면 좋았다. 중목구조의 지붕과 서까래, 보를 가능한 노출하고 천정도 경사 지붕에 맞추어 가지런한 데크재를 설치하고 2층 근골격계훈련실 벽은 무늬가 화려한 국산낙엽송을 마감재로 적용하였다.


외부에 중목구조 기둥과 일부 보를 목구조 노출로 적용한 반면 내부에는 상대적으로 목재를 많이 적용한 덕분에 사용자로 하여금 반전있는 첫인상과 쾌적하되 새로운 느낌의 업무공간을 제공할 수 있었다. 목재의 물성이 잘 인식되는 공간이다.

 

 

 

노란 복도의 변신은 무죄다.


휴게존 매스의 2층은 근골격계훈련실과 직원 숙소, 샤워 및 탈의실, 화장실이 계획되었다. 힘든 업무를 마치고 쉬러 오는 그 길이 비록 짧더라도 환하고 따뜻하길 바랐다. 노란 복도를 보는 순간 기분이 참 좋아진다. 이제 나만의 집으로 들어가는구나! 하는 느낌. 인스타 감성이 풍부한 요즘 노란 복도는 마치 셀카 사진을 부르는 것 같다. 노란 색만으로 자칫 감흥 없이 딱딱할 수 있는 복도가 화사한 공간이 된 것이다. 그러므로 노란 복도의 변신은 무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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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지의 건물이 되다.


처음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참 어렵고도 도전적인 일이다. 발주처 담당자가 중목구조 건축물을 이야기했을 때 게다가 국립공원 최초의 목구조 건물을 제안 했을 때는 그만큼 감내해야 할 부분이 있었을 것이다. 목구조에 대한 이해부터 이를 실행하기까지 설득과 보고, 협의를 통해 처음 의도대로 잘 진행될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노력이 있었음을 짐작한다.

 

그의 노력과 나의 설계를 잘 혼합하는 과정에서 기획자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새삼 더 깨달았다. 무수히 많은 변수들 물론 예산이 가장 중요한 이슈가 되었지만 이 또한 좋은 상황과 조정으로 견뎌낼 수 있었고 사용자의 의견을 취합하면서 아쉽게도 실현되지 못한 부분이 생겼으나 굵은 줄기가 휘지 않고 잘 버틴 것만으로 충분한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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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설계자 입장에서 아쉬운 부분은 꼭 중요한 부분이라는 점이다.
사진 촬영 내내 보내지 못한 아쉬움들이 가슴 한곳에 남아 있었다. 추후에라도 예산을 꼭 확보해서 이것만은 설계대로 설치해 주실 것을 당부 드렸다. 이렇게라도 해야 마음 속 아쉬움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색분소는 결국 국립공원 사무소 최초의 목구조건물이 되었다. 이 일에 내가 함께하게 된 것을 감사히 여기며 이제는 뿌듯한 시선으로 바라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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