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ildings Don’t Lie
집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3
단열재는 잘 알면서 단열선은 모른다?
우리나라에선 가난하고 못사는 것을 표현할 때 춥고 배고프다는 얘길 한다. 집은 무조건 따뜻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그래서 집을 지을 때 다른 건 몰라도 단열에 대한 관심만큼은 지대하다. 집짓기에 대한 교육이나 상담을 하다보면 항상 나오는 질문이 ‘이 집 춥지는 않나요?’ 라는 말인 것을 보면 집은 따뜻해야만 한다는 단 하나의 강박적인 기준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 정도이다.
강의 중에 다른 것은 몰라도 단열재 얘기만 하면 눈빛들이 반짝인다. 거기다 조금만 단열성이 높다는 수치를 제시하는 상품이면 그게 진짜로 그런 것인지조차 확인도 안하고 쓰는 사람들까지도 있다. 엉터리 단열재들이 사라지지도 않고 계속 번성하고 있는 배경이다.
그 정도로 단열에 대해서 민감하신 분들이 의외로 단열선에 대해선 잘 모른다. 단열재만 두껍고 좋은 것이 들어가면 따뜻한 집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단열재를 써도 단열선이 깨지면 뚜껑 열어 놓은 아이스박스 같은 집이 된다는 것에 대해선 잘 모른다. 그래서 이런 일들이 생기곤 한다.
샌드위치판넬 아래쪽으로 스프레이폼을 두껍게 시공을 했다. 단열성과 기밀성이 무척이나 높은 지붕구조이다. 그리고, 그 옆쪽 박공벽에 결로 방지를 한다고 박공벤트용 구멍을 하나 뻥 뚫어 놓았다. 도대체 이게 뭘 의미하는지를 모르는 분들은 이번 기회에 단열선에 대한 개념을 확실히 잡는 것이 좋을 것이다.
단열 시공을 하기 전에 먼저 단열선부터 확인을 하자
단열선이란 실내와 실외를 구분하는 다각형의 선이다. 단열선의 안쪽은 실내, 바깥쪽은 실외이다. 단열선의 기본 원칙은 닫힌 다각형이라는 것이다. 집의 모양과 지붕의 방식, 차고나 창고와 같은 부분이 지붕아래에 포함되어 있는지 등에 따라서 단열선의 모양은 달라진다. 하지만, 기본원칙은 변하질 않는다. 단열선은 열린 다각형이 아니라 닫힌 다각형이라는 것이다.
보통 아래 그림과 같은 식들로 단열선은 만들어진다. 웜루프니 콜드루프니 하는 말들도 단열선과 관련이 있는 용어이다. 가운데 그림 같은 경우에는 지붕아래 천정면의 단열선들은 보통 생략이 된다. 쓸데없는 중복이기 때문이다. 자원낭비라고 본다.
단열선의 오류여부를 점검하는 방법은 단순하다. 설계도면에서 단열재를 따라 선을 쭈욱 그으면 하나의 닫힌 다각형이 나와야만 한다. 이를 펜테스트라고도 부른다. 창과 문 등의 개구부 부분을 제외하고 선이 이어지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뭔가 잘못된 것이다. 펜테스트를 하다보면 창문 부분을 지나게 된다.
뭔가 느낌이 올 것이다. 벽체에서 가장 단열이 취약한 부분이 창이구나 하는 것을 직감적으로 깨닫게 된다. 단열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 창문이다. 따뜻한 집을 요구하면서, 또 커다란 창문을 많이 설치하기를 원하는 분들에겐 펜테스트가 자신들의 단열에 대한 생각을 정리할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단열선, 너무 단순한 개념인데 반복하는 이유는?
단순한 개념이다. 별 것 아닌 것을 가지고 괜히 장황하게 늘어놓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누가 그 정도도 모른다고 하고 콧웃음 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뭐든 알고 나면 간단한 법이다. 문제는 그 간단한 것조차도 제대로 못해서 엉뚱한 일을 만들어 놓곤 한다는 것이다.
작년에 검사했던 상당히 비싼 주택의 거실부분 열화상이미지다. 왼쪽의 보랏빛 부분과 오른쪽의 오렌지색 부분은 같은 공간이다. 그런데, 한쪽은 춥고 한쪽은 덥다. 이유는 왼쪽 천정부분에 설치해야만 하는 단열재를 빼먹었다. 공사 중에 설계변경을 하면서 설계도상에 있던 단열재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덕분에 거실의 한쪽은 춥고 결로가 생기고 다른 쪽은 더운 이상한 상태가 되어 버렸다. 현장소장이나 건축주가 단열선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만 가지고 있었어도 피할 수 있었던 일이다.
또 흔하게 발생을 하는 일 중에 하나는 지붕 밑 공간을 옛날 다락식으로 물건들을 올려놓는 창고로 사용하겠다고 할 때에 생겨난다. 지붕아래 공간을 창고로 쓰고 싶다면 단열선은 지붕 서까래선에 맞추는 웜루프방식으로 단열을 해야만 한다.
그런데, 콜드루프 방식으로 천정면에 단열을 하면서 천정 위 공간을 창고로 쓰려는 분들이 있다. 그래서, 아래와 같은 현상들이 생겨난다. 천정으로 올라가는 입구부분이 공기 누출의 통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심한 경우에는 덮개 부분에만 결로와 곰팡이가 생겨난다. 집이 춥지 않을 수가 없다. 천정점검구를 만들 때에도 마찬가지 현상이 생겨난다.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보완조치를 취하면 된다. 천정으로 올라가는 통로부분도 다른 쪽과 마찬가지로 단열을 해 주는 것이다. 좀 생소할지는 모르지만 해외에선 아래 사진에 나오는 식으로도 천정에 올라가는 통로를 만든다. 방식이야 다양하지만 중요한 부분은 천정으로 올라가는 통로 입구부분이 단열이 되고 기밀성이 유지가 되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단열선이 깨지지 않도록 하는 중요한 요소라는 것이다.
단열선을 알아도 잘못 시공하기가 쉬운 대표적인 부분은?
아래의 열화상 이미지를 보자. 천정의 테두리 부분들이 환하게 빛이 나고 있다. 단열재가 설치되지 못한 빈공간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들은 대개 단열선을 몰라서 생기는 일이 아니라 알아도 시공이 어렵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들이다. 대표적인 부분이 지붕과 처마가 만나는 부분이다. 지붕의 경사면이 낮을 경우 공간이 협소하기 때문에 들어가서 시공을 할 수가 없다. 멀리서 작대기로 밀어 넣는 것이 최선이다. 꼼꼼한 시공이 어렵다.
지붕 높이가 낮아 단열재 시공이 어려운 경우에도 보완방법들은 있다. 벽체와 지붕이 만나는 부분의 높이를 천정면보다 높여주는 레이즈드 힐 루프(raised-hill-roof) 방식이라는 것이 있다. 아래 그림처럼 벽체 위쪽에 낮은 벽체를 하나 더 만들어서 지붕의 높이를 조금 높이는 방식이다. 시공하기도 편리하고 단열재가 더 많이 들어간다. 다만, 비용은 좀 더 든다.
다른 방식으로는 배플벤트를 설치한 후에 단열재를 시공하는 방식이다. 보통 서까래 벤트용으로 쓰이는 하얀색의 벤트슈트를 처마와 벽면이 붙는 부분에만 한 장 시공을 해 놓는다. 천정면에 석고보드나 합판이 시공되기 전에 미리 시공을 해 두면 된다. 그런 다음엔 단열재를 처마쪽으로 밀어 넣어 시공을 하면 된다. 배플벤트가 없으면 단열재를 막 밀어 넣을 수가 없다. 왜냐면 너무 많이 밀어넣으면 처마벤트가 막혀버리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처마 쪽엔 단열이 안되는 공간이 생겨나는 것이다.
하지만, 배플벤트가 있으면 막 밀어 넣어도 배플벤트 공간이 있기 때문에 벤트가 막힐 염려가 없다. 시공이 많이 간편해지고 단열재를 더 많이 집어넣을 수가 있는 장점이 있다. 배플벤트 방식에 가장 좋은 단열재는 셀룰로오스나 스프레이폼과 같이 뿌려서 일정한 높이로 쌓는 방식의 단열재 종류이다.
단열선을 망치는 최대의 적은 열교현상(thermal bridge)
고생하신 어머니를 위해 장성한 자녀가 집을 한 채 지어드렸다. 그런데, 춥다. 화장실에선 이상한 암모니아 냄새가 난다. 주택검사를 의뢰했다. 나가보니 화장실 위쪽 외벽쪽이 이 모양이다. 지붕과 벽체가 만나는 부분에 반짝이는 물방울들이 후레쉬 빛에 별처럼 빛난다. 무슨 이유에서 일까?
설계도를 보면 그 원인을 잘 알 수가 있다. 설계자가 열교현상에 대해선 잘 모르는지 아니면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는지 단열선이 끊긴 부분을 만들어 놓았다. 지붕 쪽은 내단열, 외벽은 외단열이다. 그 두 부분이 만나는 처마부분에서 단열선이 끊겼다. 심한 열교현상이 발생을 했고, 습기가 많은 욕실에서 결로가 잔뜩 생겨서 흘러내리는 현상이 발생을 한 것이다.단열선이 분리가 되어야만 하는 부분이라면 하우스랩 겹쳐서 시공하듯이 단열선도 일부는 겹쳐져야만 한다.
열교현상에 또 다른 중요한 형태가 있다. 스터드들 사이에 단열재를 집어넣는 방식의 내단열에 의해서 생기는 열교현상이다. 스틸하우스에선 심하면 벽체의 단열성을 70%까지 떨어뜨리는 작용을 한다.
l 글·사진 김정희 소장
전직 빌더 출신으로 빌딩 사이언스 탐구에 뜻을 두고 2016년 BSI건축과학연구소를 설립한 후 주택하자 문제 연구와 주택 검사 업무에 매진하고 있는 국내 최초의 홈인스펙터다.
BSI 건축과학연구소 | 김정희 소장
* 이 글에 사용된 그림 자료들은 Journal of light construction, Building science corporation 등에서 발표된 자료에서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