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4]년, 한국전쟁 휴전 후, 1년 뒤에 지어진 [한옥] 되살리기 -WITAincu

 

[1954]년, 한국전쟁 휴전 후,
1년 뒤에 지어진 [한옥] 되살리기

 

WITAincu 박은범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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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한옥주택] 되살리기는,
수준 있는 [빌더]들의 정체성을 형성할 수 있는 의미 있는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에서, [수준]이라고 언급한 이유는, 다음 세대에도 존재할 수 있는 [건축물]을 복원 하는데 있어, 구조 / 디자인 / 시공접근방식 / 사용용도 등을 다양한 관점에서 진단&분석하여 실행할 수 있는 어느 [수준]의 역량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복원] 방식에 있어, 다양한 시공 방식을 공유할 수 있는 체계가 형성되고, [생활문화재]를 다음 세대에 남겨주는 의미를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하는 [빌더]들의 참여가 보편화 된다면, 폐가 또는 흉가가 되어가고 있는 작은 시골 마을이나, 조그마한 시장의 골목집 등이 시간을 담은 건축물로 더 다양하게 남아 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1954년, 한국전쟁 휴전 후, 1년 뒤에 지어진 [한옥]을 보수하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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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건축물]을 복원하는데 있어서, 무엇보다도 [생활문화재]로써의 ‘가치와 의미가 있을까?’ 또는 ‘투자한 만큼의 금전적인 가치가 있을까?’의 고민이 작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1954]년도 골조라는 것이, 이번 프로젝트를 완성하기에 충분한 의미가 있다고 스스로 부여하고 이 일을 진행하였습니다. 경험하지는 못한 한국전쟁이지만, 전쟁 후의 폐허 속에서, 새롭게 지어진 건축물이라는 것이 가장 끌렸던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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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림 지붕 기능을 가진 회랑, 기와복원, 외벽, 담장과 대문의 기능을 혼합한 구조 등, 외부 공사가 거의 마무리 되었을 때, 눈이 내리는 겨울이 되었습니다. 한 날은 눈이 많이 와서, 차도에 자동차 한 대 보이지 않던 아침에 길에서 바라본 이 [건축물]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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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건축물]의 울타리는 대문과 비를 가려주는 [회랑]입니다. 이 [회랑]이 사람들의 시선을 받지 않을 수 있는 마당 공간을 나누어 주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동시에, 전통적인 한옥의 복원 방식과는 다른, 이 건축물 만의 [독특함]을 구현하기 위해 활용한 요소입니다.


밤에도, 일관성 있는 벽등으로, 이 울타리의 규모와 질감, 그리고 공간의 입체감을 느낄 수 있도록 설계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시선이 닿지 않는 울타리 뒷공간을 활용하여, 다양한 설비, 예를 들면, 공조실외기, 가스관, 전기계량기, 외부 수도, 보일러실 등을 배치하여 단순한 외부 이미지를 구현했습니다.


주변의 집들과의 간격이 좁아, 낮은 담장으로서는 사생활을 보호할 만큼의 차단이 불가능한 상황을 해결해보려는 시도가 결과적으로, 이 [건축물]의 [독특함]을 반영하는 디자인의 주제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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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울타리의 구조 시공에 있어서는, 스테인레스 볼트와 네일, 콘크리트 삽입형 브라켓의 조합을 통해, 외부 환경에 노출된 목재의 변형을 최소화하고, 구조의 안정성 유지하도록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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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사진처럼, 포괄적인 대문의 기능을 부여한 [회랑]은 비가림 + 마당울타리 + 사생활 보호 기능을 완성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지그재그[ZigZag] 형태의 울타리 마감은 적절한 개방감과 이동의 편리성, 그리고 다양한 입체감을 주는 요소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비가 오는 날이면, 울타리 너머, 차에서 내리는 사람들이, 비를 가려주는 [회랑]으로 바로 이동할 수 있는 편의성을 고려하였고, [회랑]안에 서서, 비가 오는 풍경이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공간]으로 완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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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자]방식의 형태인 이 [건축물]을, 현관문과 대문 동선의 모호함을 단순하게 정리하고, 인접한 토지의 경계 침범 복구로 인해 형성된 협소공간 활용을 목적으로 각각의 공간을 정리하다 보니, 현재와 같은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본 프로젝트 실행 전의 모습


매우 장기간, 사람이 살지 않은 폐가였고, 집 앞은 어느 새, 그 마을의 공동쓰레기 적재장이 되어 버린 상황이었습니다. 사실, 프로젝트 실행 전, 현장 검토를 마친 후, 진행에 대한 확신이 들지 않을 정도로, 많은 부분의 과제가 쌓여 있는 [건축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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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70년가량, 이 [건축물]이 버텨 온 것만 해도 신기한 부분이었습니다. 특히, 용마루와 서까래 등의 보존성이 나쁘지 않았지만, 지붕을 버텨주는 기둥들의 손상이 심함에도, 다행인지 불행인지, 외벽과 내벽에 쌓아 올린 벽돌벽으로 인해, 손상된 기둥의 약점이 보완된 상황이었습니다.

 

과정에서 많은 의사결정 요소들이 있었고, 시공방법에서도 뉴질랜드에서 실행되는 오래된 주택 리노베이션 매뉴얼의 관점을 적용하였습니다. 다만, 그 자세한 내용은 이번 글에 다 담을 수 없을 듯하여, 간단히 몇 가지만 언급하려 합니다.

 


- 본 [건축물]의 외벽 단열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가정에서, 외부 벽돌벽을 외장재라 설정하고 내부에서 2층 격벽 구조로
  단열벽을 구성하였습니다.
- 외부 벽돌벽의 내부면에는 기존 한옥형태의 내벽형태가 유지되어 있어, 수지몰탈 미장 + 단열페인트 시공 방식으로
  외부와의 기밀 시공을 보완하였습니다.
- 기존 [건축물]의 기초석을 노출시키고, 손상된 기둥을 모두 보강 시공하였습니다.
- 보강된 기둥 구조와 외벽 벽돌벽을 기반으로, 격벽방식의 장선 구조를 적용하고 바닥단열을 완성하였습니다.
- 결로로 인한, 바닥장선과 기둥의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 온수온돌방식 보다는 각 공간의 냉/온풍기 설비를

  적용하였습니다.
- 기초석과 바닥장선 사이 공간의 [통기]를 위해, 벽돌 외벽체 하단에 [통기구조]를 보강하였습니다.
- 지붕 서까래 주변의 손상된 미장을 보수하고 단열페인트 시공을 적용하였습니다.
- 원목만을 활용한 인테리어 자재 & 디자인을 반영하였습니다.
- 기존 창문의 단열성과 사생활보호 관점에서, 창문의 크기를 줄이고, 창문 외벽체의 단열성과 내수성을

  강화하였습니다.


 

이렇게 적용된 다양한 시공법에 있어, 해석의 차이는 존재할 수 있으나, 모든 시공은 [근거]에 의해 진행되어야 한다는 관점에서 실행된 것입니다.

 

 


실내 인테리어의 주제는 [1954년] 지붕 구조


이번 프로젝트에서의 가장 큰 난제인, 구조와 단열 시공이 마무리되면서, 인테리어의 주된 컨셉은 자연스럽게 [1954]년의 지붕 구조로 표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이 프로젝트의 시작과 끝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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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의 방 중, 비교적 큰방에는 수납공간을 배치하고 작은 방에는 침실 기능에 충실한 형태로 정리했습니다. 천정의 서까래를 강조하는 간접조명과 우드스테인을 적용하고, 냉난방기 커버를 내부 분위기와 잘 어울리도록 하여, 사람들의 시선이 온전히 천정의 구조를 감상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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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과 부엌 위치의 [상량]문구를 중심으로 천정의 서까래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자연스러운 나무의 곡선과 뒤틀림, 일정하지 않은 서까래의 위치 등, 현대 한옥 또는 규모 있는 사찰에서는 보기 힘든 [자유로움]이 오히려 흥미를 유발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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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프로젝트의 [한옥]은 방2 / 거실겸부엌1 / 화장실1 / 세탁실1의 구조로 완성하였습니다. 18평 미만의 작은 주택면적에서 최소한 공간을 적용하여 구현하였습니다. 특히, 욕실과 거실겸 부엌 공간에 대한 배치가 어려운 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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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실에 경우, 샤워 파티션 벽을 지붕의 구조를 받아주는 내력벽으로 활용해야 하는 상황에서, 인테리어 배치를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적절한 샤워공간과 세면대 공간, 변기의 공간이 구성되어 천정의 노출된 서까래를 즐기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으로 정리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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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 거실겸 부엌, 방과 욕실의 공간 연결에 있어, 각 공간의 바닥[고무나무 원목마루]와 흰색 페인트 벽체의 통일된 분위기로, 공간의 협소함을 최소하는데 집중했습니다.


[1954] 한옥 되살리기 프로젝트는 큰 문제없이 잘 마무리되었습니다. 향후, 이 공간은 다양한 외국인들의 한옥체험 숙소로 활용될 예정입니다. 그리고 30년 뒤에는 100년 고택으로 이 지역에 남아 있을 것을 생각하니 그 자체가 보람입니다.

 

 

| 글·사진 제공_ WITAincu 박은범대표 010-8612-97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