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인사>에서 공간의 존재 이유를 찾다

 

'오월의 푸른 하늘' 책방지기가 전하는 건축 이야기

<작별인사>에서

공간의 존재 이유를 찾다

 

문학 속의 집을 여행하다

 

일본 유학시절 친하게 지내던 중국인 친구가 사진 몇 장을 보내왔습니다. 상하이에 거주하고 있는 친구는 자신이 우울증 약을 처방받기 위해 밖으로 나가는 과정을 설명하며 주변의 사진을 저에게 찍어서 보내줬습니다. 몸 상태가 좋음에도 불구하고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감시받고 수상한 움직임을 보이면 바로 제재를 받아 어떤 일을 당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는 소식을 들으며 이게 지금 현대에 일어날 수 있는 일인지 제 눈과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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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상하이에 거주하는 친구의 연락을 받았을 무렵, 때마침 올해 여름을 뜨겁게 달군 김영하 작가의 소설 <작별인사>를 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소설을 읽으며 주인공이 거쳐 가는 공간들 속에 ‘감시’가 있음을 느꼈고 인간이 인간으로서 자유로워지기 위해선 공간은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지 곰곰이 생각해볼 시간을 가졌습니다.


김영하 작가의 소설 <작별 인사>는 철이라는 아이가 평화로웠던 공간에서 우연히 벗어나게 되면서 여러 인물을 만나 뜻밖의 진실과 마주하고 갑작스러운 이별들을 겪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그 속에서 인간에 대한 정의는 무엇인지, 우리는 우리 자신을 인간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인지, 우리는 진정으로 자유로워질 수 있는 존재인지 등의 다양한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지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합니다.

 

저는 이 소설을 읽으며 주인공 철이가 다양한 공간을 이동하며 공간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느낌을 읽어보려고 노력했습니다. 처음 철이가 있던 공간은 아빠와 함께 지내던 ‘집’이었습니다. 집은 아늑했지만 외부로 나갈 수 없다는 제약이 걸려져 있었습니다. 단순히 밖은 위험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성장하고 있는 철이를 막으려고 했던 것이 문제였는지 철이는 잠깐이면 괜찮다는 생각에 밖으로 나가지만 모종의 이유로 수용소에 끌려가게 됩니다. 수용소는 정해져 있는 감시 인원들뿐만 아니라 내부에서 다른 이념을 가진 세력끼리 서로를 끊임없이 감시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수용소를 떠나 공간적으로는 자유를 되찾았지만 계속되는 추적 속에 우연히 들어간 어느 가정집에서도, 자신들을 도와주는 무리 속에서도 주인공은 편안함을 느끼지 못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존재를 받아드리고 아빠와 살던 예전 집 또한 자신이 편안함을 느끼는 곳이 아닌 또 하나의 감시 공간이었다는 사실과 이전에는 아빠가 자신을 감시했다면, 세상을 알게 되고 자신의 능력에 눈을 뜬 주인공은 반대로 아빠를 감시하기 시작하며 둘의 관계는 일그러집니다.


작품은 물리적 공간이 가지고 있는 감시의 역할을 넘어 심리적으로 마음을 감시하고 고통스럽게 만들려고 노력한 것은 아닐까 생각해보게 합니다. 결국 작중 등장하는 수많은 질문들은 우리가 지금까지 굳게 믿고 있던 인간에 대한 정의를 흔들고 있기에 애초에 인간이라는 공간은 마음을 가두어 놓는 하나의 껍데기에 불과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까지 발전시키게 합니다.

 

<작별 인사>는 SF장르가 담긴 소설입니다. 작중에는 휴머노이드, 복제인간 등의 마음을 담는 새로운 공간들이 등장합니다. 하지만 그 안에서 태어난 마음을 우리는 ‘진짜 인간이 가지는 마음’과 동일하다고 할 수 있는 지부터 우리는 헷갈리기 시작할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책을 읽으며, 결국 우리가 우리 자신에 대해 의심을 하기 시작한다면 감시하는 공간은 무한대로 커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진짜 인간을 가리기 이전에 감시하고, 감시받는 공간보다는 좀 더 자유로워질 수 있는, 표현의 공간들과 그것을 인정하는 마음가짐들이 갖추어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상하이는 아직도 봉쇄되어 있는 곳이 많습니다. 그들은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하고 있습니다. 제 친구는 일주일에 한번 꼴로 집을 나와 장을 보고 우울증 약을 받아 버티고 있다고 합니다. 공간은 인간에게 다양한 자유를 느끼도록 설계되어야 합니다. 그 공간을 억압하고 감시한다면 인간은 인간으로서 존재하기 힘들어질 것입니다.

 

 

글.사진제공 | 오월의 푸른하늘 대표 최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