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Buildings Don’t Lie

집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목조주택에 실내 방습층이 없으면 잘못 지은 집? 아닙니다.

 

알면서 안했다고 하면 나쁜 사람이 되고, 몰라서 못했다고 하면 무식한 사람이 되니 그냥 응용력 부족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겠다. 응용력 부족이라면 아무래도 암기식 교육의 후유증이 아닐까 싶다. 원리도 잘 모르고 생각 없이 무조건 외우기만 했으니 쉽게 잊어버리기도 하고 또 어디에 어떻게 써먹는지도 모르는 것이다. 기본적인 과학지식이니 분명히 배웠을 텐데 집 지으면서 시공해 놓은 것을 보면 엉뚱하게 해 놓은 일들이 많다.


어떤 얘기냐 하면 우리 주변에 보이는 집들 중엔 벽체들이 먼지와 습기, 그들로 인해서 발생되는 녹조류 등으로 지저분하게 얼룩진 집들이 있다. 외부에 노출된 벽체가 비와 먼지에 오염이 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는 일이지만, 그 오염의 정도는 시공하는 사람의 노력으로 줄일 수가 있다. 제대로 시공하면 아주 많이 줄일
수가 있다. 하지만, 줄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문제를 더 크게 만드는 식의 시공을 해 놓은 경우들도 있다.

 

1.jpg

 

사진과 같은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이다. 이와 같은 시공은 외벽에 떨어지는 빗물이 어떤 식으로 이동을 하는지에 대한 과학지식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열심히 일 하고 좋은 소리 못 듣는 나쁜 시공이다. 열심히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현상은 물이 가진 물체의 표
면을 따라 흘러 이동하는 성질, 즉 표면장력 때문에 생겨난다. 때문에 그 표면장력을 끊어주는 조치를 하면 충분히 예방이 가능한 일이다.

 

 

 


표면장력에 의한 물의 이동 원리와
그 차단 방법을 살펴보면...


물을 움직이는 힘은 다양하다. 대표적인 것이 중력이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흘러내린다. 중력의 작용 때문이다. 중력과 함께 표면장력이라는 것도 작용한다. 물체의 표면을 타고 흘러내린다는 것이다. 수직의 벽뿐만 아니라 바닥에 물을 쏟아도 옆으로 퍼져 나간다. 중력과 젖지 않은 표면으로 물이 이동하려는 힘, 표면장력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물은 다른 물체에 달라붙으려고 하는 자석과 같은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보통 아래와 같은 그림으로 설명을 하고, 그 힘을 줄이거나 없애는 방지법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한다. BSC(빌딩사이언스코퍼레이션)의 자료에서 발췌한 그림이다.

 

2.jpg

 

그림에서 파란색 화살표는 중력의 작용방향을 말한다. 워터필름(water film)이라고 쓰인 검은 선이 표면을 타고 번져가는 물이다. 우리말로는 수막이다. 이 수막은 물체의 표면을 따라 이동을 하는데 중력을 거슬러 오를 수는 없지만 수평 상태에선 옆으로 이동이 가능하다. 만일에 이동 중에 크랙과 같은 틈새가 아주 작은 부분을 만날 경우에는 표면장력이 중력보다 커지기 때문에 중력을 거슬러서 올라가는 현상도 발생을 한다.

 

그런 현상을 따로 모세관현상이라고 부른다. 이 표면장력에 의한 물의 이동을 차단하는 방법은 중력의 힘을 역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이동하는 경로 상에 중력의 크기가 표면장력으로 인한 이동력보다 더 커지는 형태를 만들어주면 된다. 경사를 주거나 물끊기 홈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건축에서 흔히 사용이 되는 기법이다. 우리 주변의 건축물들에서 물끊기 홈들은 흔히 볼 수가 있다. 특히 아파트와 콘크리트 주택에서 많이 활용을 하는 방식이다.

 

3.jpg

 

참고로 표면장력에 의한 수평 이동력은 아주 약한 힘이다. 때문에 이동하는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반대 방향으로 경사가 져 있는 부분을 만난다고 하면 중력에 의해서 이동이 차단되고 그 자리에서 방울이 지면서 아래로 떨어져 버린다. 그래서 아래 사진들과 같은 현상들이 나타난다. 건물에서 조금이라도 길게 튀어
나온 부분들이 있으면 벽을 타고 흘러 내리는 물의 흐름을 끊어 주는 것이다. 그래서 빗물이 흘러내린 표면과 물이 흐르지 않은 표면에 확연한 차이가 생겼다. 집엔 웬만하면 지붕처마를 만들어 주라고 얘기하는 이유이다. 외벽 보호엔 처마가 가진 효과가 매우 크다.

 

4-1.jpg

4-2.jpg

 

물끊기는 처마 부분뿐만 아니라 창의 턱 부분에도 많이 사용이 된다. 아래 사진은 창턱으로 사용된 석재의 하단 부분에 물끊기 홈 시공이 제대로 안된 건물이다. 창 아래쪽으로 많은 양의 물이 흘러내린 흔적이 명확하게 나타나 있다. 물은 단지 흔적만 남길 뿐만 아니라 동결융해 작용 등을 통해서 외벽에 크랙, 파손 등의
손상을 가져올 수가 있기 때문에 최대한 물이 외벽을 타고 흐르지 않도록 하는 것이 건물 관리의 기본이다.

 

5.jpg

 

 

 

 

표면장력은 단지 물끊기 홈뿐만 아니라
플래슁(flashing)에도 적용되는 원칙


앞쪽의 표면장력 그림에서 물끊기 홈 부분만 잘라내면 아래와 같은 모양이다. 물이 벽면을 타고 흐를 때는 이런 형태를 만들어 주어야 표면장력으로 인한 물의 이동을 차단을 할 수가 있다는 것이다. 홈의 형태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물이 거슬러 올라갈 수 없는 경사면(빨간 원부분)이 핵심적인 부분이다.

6.jpg

 

물이 건물의 표면을 따라서 이동을 하는 곳이 단지 처마 아래나 창문 턱 부분만 있는 것이 아니다. 다른 부분들도 있다. 하지만, 물이 흘러내리는 곳인데 물끊기 홈과 같은 형태를 만들어 줄 수가 없는 곳들도 많다. 그런 경우엔 플래슁(후레싱)을 이용해서 물의 이동을 차단한다. 플래슁은 기본적으로 물끊기 홈과 같은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재료와 형태만 조금 달리 만든 자매품 같은 것이라고 생각을 하면 된다. 사용되는 부분에 따라서 조금씩 그 형태들은 다르지만 기본적인 원리는 동일하다. 표면을 따라 흐르던 물이 계속 흘러내리지 못하도록 끊어주는 것이다.

 

아래의 그림은 오른쪽 끝에 있는 돌이나 콘크리트 등으로 만드는 물끊기 홈과 비슷한 모양의 금속재 플래슁들을 만들어 놓고 그 기능을 테스트한 연구 자료에서 발췌한 것이다. 그림을 보면 알겠지만 물끊기 홈과 비슷한 모양을 만들면 대부분 비슷한 기능을 발휘를 한다. 재료로는 돌이나 콘크리트로 만든 것이 더 효과가 좋다고 한다. 이유는 물이 천천히 흐르기 때문이다. 형태상으로는 끝부분이 바깥쪽으로 45도 꺾인 것이 더 효과가 좋다.

 

7.jpg

 

다만 세 번째와 네 번째 형태에서 플래슁의 끝부분이 안쪽으로 오므려진 경우, 즉 아래 그림과 같이 생긴 형태의 것은 물이 빨리 흐를 경우엔 벽면과 충분히 떨어져 있지 않은 경우엔 물이 휘어져서 떨어지면서 다시 건물 표면을 타고 흐르는 문제가 생길 수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이런 형태는 플래슁으로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한다.

 

8.jpg

 

 

 

 

흔히 잘못 사용하고 있는
처마 플래슁 재료,
이런 것은 사용하지 마시길...


우리가 가장 많이 사용을 하는 플래슁은 지붕 테두리에 설치하는 드립엣지 플래슁(drip-edge flashing)이다. 이 플래슁에서 중요한 부분은 빨간 둥근 박스 부분의 모양이다. 플래슁의 끝이 앞쪽으로 45도 각도로 꺾이면서 돌출되어 있어서 그 뒤쪽으로 물끊기 홈과 같은 모양이 만들어진다. 이런 식의 모양의 플래슁이 설치가 되어야만 페이샤보드 표면으로 물이 흘러내리지 않게 된다.

 

9.jpg

 

그런데, 아쉽게도 우리가 가장 많이 사용을 하는 이 드립엣지 플래슁이 또 가장 흔하게 엉뚱한 재료가 사용된다는 것이다. 아래 사진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가 있는 지붕처마에 플래슁을 시공해 놓은 장면이다. 플래슁 아래쪽에 앞쪽으로 꺾인 부분이 없다. 앞에서 사용하지 말라는 형태와 비슷하다.

 

당연하다. 원래 이건 플래슁이 아니라 모서리 진 테두리 부분을 장식하는 몰딩이다. 이걸 기본 플래슁이라고 부르면서 팔고 있고, 그걸 또 드립엣지 플래싱이라고 알고 사용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기본적으로 플래슁이 가져야만 할 형태에 대해선 몰라서 생기는 현상이다. 덕분에 물이 흐르지 말아야만 할 페이샤보드가 지붕에서 흘러내린 물로 젖고 오염이 되고 있다.

 

10.JPG

 

집을 지으면서 외벽의 물 처리와 관련된 시공을 할 때는 물은 자석과 같은 성질을 가지고 있고, 물체의 표면을 따라 흐르는 표면장력이라는 힘이 작용을 한다는 것을 먼저 이해를 해야만 한다. 그리고 그 표면장력으로 인한 물의 이동을 끊어주는 것이 중력을 이용하는 경사면과 홈과 같은 것이라는 것을 충분히 이해를
한다면 그 다음엔 그리 어려울 것이 없다. 물이 흐를만한 곳에 플래슁, 경사면, 홈을 만들어 주면 되는 것이다. 생각을 하면서 시공을 해야만 계속 발전을 할 수가 있다. 개선 없는 단순 작업의 반복은 로봇들이 더 잘한다.

 

 

 

김정희소장.p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