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떠한 주택을 지을 것인가?
저에너지 목조주택 준비단계에서 필수적인
에너지 시뮬레이션
국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수퍼-E 하우스 인증이나 패시브 하우스 인증 그리고 제로에너지건축물인증에서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행위가 있다. 그것은 바로 계획된 건물에 대한 에너지 시뮬레이션이다. 에너지 시뮬레이션은 건축물의 계획단계에서 건물의 위치 정보(기후 지역, 난방도일 등), 외피 정보(지붕 및 외벽 등의 면적과 부위별 열관류율값, 창문이나 문 등의 사이즈 및 성능 등), 기계설비 정보(보일러 효율, 환기장치 효율 등), 거주자 정보(구성원 수, 물 사용량, 보통 시뮬레이션에서는 디폴트 값으로 사용함) 등을 입력하여 해당 건물의 연간 에너지 소비량을 분석해볼 수 있다.
특히, 제로에너지 건축물로 갈수록 이 에너지 시뮬레이션은 필수적인 사항이고, 수퍼-E 하우스 인증이나 패시브하우스 인증에서도 필수적인 사항으로 다루고 있어, 결국은 에너지 시뮬레이션을 수행해야 저에너지 목조주택을 구현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러한 인증을 받지 않더라도, 에너지 시뮬레이션을 통해 본인이 설계한 스펙의 다양한 요소들을 변경해보면서, 에너지 성능과 비용적으로 최적화해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에너지 시뮬레이션을 해보기를 적극 권장드린다.
▲ 그림 1. HOT2000 소프트웨어 다운로드 페이지(출처: NRCan)
▲ 그림 2. HOT2000의 인터페이스
그렇다면, 에너지 시뮬레이션은 어떻게 할 수 있는가? 국내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 프로그램도 마찬가지지만, 각각의 인증 프로그램에서 요구하는 에너지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가 있다. 수퍼-E 하우스에서는 캐나다 천연자원부(Natural Resources Canada)에서 개발하고 관리하는 에너지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인 HOT2000이라는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있다(HOT2000 소프트웨어는 무료이며, 캐나다 천연자원부 홈페이지를 통해서 다운받을 수 있다). 그리고 독일 패시브 하우스 인증에서는 PHPP라는 소프트웨어, 한국 패시브 하우스 인증에서는 Energy#이라는 소프트웨어를 활용하고 있다.
앞에 언급한 소프트웨어 말고도 다양한 에너지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가 있으며, 본 연재의 주요 키워드는 저에너지 목조주택이므로, 필자는 목조주택에 특화된 HOT2000 소프트웨어에 대해 다루고자 한다. 그렇다면, 어떠한 점에서 특화되어 있는가? HOT2000 소프트웨어는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목조건축의 특성을 상세하게 반영하여 보다 정확한 에너지 시뮬레이션이 가능하다.
1. 외벽 및 지붕에 대한 정확한 유효 열관류율값 반영이 가능함.
국내에서 주로 시공되는 경골목구조는 벽체는 스터드, 지붕은 서까래 부재가 일정 간격으로 시공되는 벽식구조로 부재와 부재 사이에 단열재가 설치된다. 이러한 경우, 단열재 성능만 외벽이나 지붕의 단열 성능으로 고려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닌, 목재에 대한 부분도 단열 성능에 포함해야 한다. 이를 유효 열관류율값(Effective U-Value)이라고 하며, 단열재만 고려한 것은 공칭 열관류율값(Nomianl U-Value) 이라고 한다.
HOT2000 소프트웨어에서는 이러한 경골목구조의 특성을 반영한 유효 열관류율값 산정이 가능하다. 그림 3은 벽체 구조의 입력 화면인데, 재료 및 수종, 부재 사이즈, 시공간격 등을 입력할 수 있고, 벽골조 사이에 시공되는 단열재에 대한 스펙도 넣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윗깔도리와 아랫깔도리의 개수 정보도 입력할 수 있다.
▲ 그림 3. 외벽의 유효 열관류율 값 산정을 위한 입력 화면
2. 층간 바닥에 위치한 끝막이 장선 부분에 대한 상세한 단열 성능 반영이 가능함.
건물의 에너지 시뮬레이션에서는 단면 구성이 상이할 경우, 상이한 모든 단면 구성에 대한 열관류율 값을 산정해야 한다. 경골목구조에서 층간바닥의 끝막이 장선 부분은 스터드가 있는 외벽부분과는 다르게 단면이 구성된다. HOT2000 소프트웨어에서는 끝막이 장선 부분에 대한 정보도 반영할 수 있다. 참고로 HOT2000 상에서 Floor Header는 우리가 알고 있는 개구부 상부에 구조적으로 시공되는 헤더가 아니고, 끝막이 장선 부분을 말한다.
▲ 그림 4. 층간 끝막이 장선 부분의 정보 입력 화면
3. 바닥장선이나 서까래의 목재에 대한 열교 적용이 가능함.
층간 바닥장선이나 서까래의 경우, 외피와 직교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단열재로 채워질 수 없고, 목재에 대한 열교가 발생하게 되는데, HOT2000 소프트웨어에서는 이러한 목재에 의한 열교도 적용을 하여 분석할
수 있다. 그림 5는 서까래 목재 부분에 대한 열교 변수를 입력하는 화면이며, 서까래와 직교하는 부분의 길이(Length)를 입력하게 된다.
▲ 그림 5. 서까래 목재에 대한 열교 변수 입력 화면
4. 개구부 헤더 부분에 대한 상세한 단열 성능 반영이 가능함.
층간 바닥의 끝막이 장선 부분처럼 창문이나 문 상단에 구조적으로 시공되는 헤더의 경우도 조립보 시공으로 인해 외벽 스터드 사이에 설치되는 단열 성능 수준으로 단열재 시공이 어려우며, HOT2000 소프트웨어에서는 이러한 헤더의 상세한 스펙까지도 반영할 수 있다.
▲ 그림 6. 헤더의 스펙 입력 화면
5. 지붕 서까래 부재로 인해 단열재가 눌려지게 되는 조건까지 적용이 가능함.
지붕 서까래와 벽체가 만나는 부분의 경우, 경사진 서까래 부재로 인해 단열재가 눌려서 시공될 수 밖에 없는데, HOT2000 소프트웨어에서는 이러한 변수를 반영할 수 있다. 그림 7은 이러한 변수를 반영하는 Heel height 부분을 입력한 것이다.
▲ 그림 7. Heel height 변수의 입력 화면
6. 코너와 교차점에 대한 열교 적용 가능함.
경골목구조 외부 벽체가 ㄱ자 또는 T자 등의 형태로 만나거나 내부 벽체와 외부 벽체가 만나는 부분의 경우, 각각 코너(Corner)와 교차점(Intersection)이 발생되어, 상대적으로 단열재를 충분히 채울 수가 없는데, HOT2000 소프트웨어서는 이러한 코너와 교차점의 열교에 대한 변수를 반영할 수 있다.
▲ 그림 8. 외벽의 코너 및 교차점 변수 입력 화면
7. 다양한 기초 단열 방식과 하이브리드구조(RC조+목구조)의 분석이 가능함.
HOT2000 소프트웨어에서는 기초에 대한 다양한 단열 방식(기초 하부 단열, 기초 상부 단열, 기초 상/하부 단열 등)을 적용할 수 있으며, 지하층이 RC구조인 경우도 가능하고, 목조건축에 특화되기도 하지만, 하이브리드구조(철근콘크리트구조+목구조)에 대한 에너지 시뮬레이션도 가능하다.
▲ 그림 9. 온통기초의 단열방식 부분 입력 화면
▲ 그림 10. 지하층 RC구조에 대한 입력 화면
이외에도 소소하게 목조건축의 에너지 시뮬레이션을 할 수 있는 차별화된 기능을 가지고 있다.
목조건축에 특화된 HOT2000 소프트웨어 교육의 경우, 매년 캐나다우드 한국사무소에서 기본과정과 고급과정 교육을 진행하고 있으며, 올해에는 9월 경에 기본과정에 대한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다. 또한, 교육 참가가 어려운 교육 수요자들 위한 튜토리얼도 개발중에 있다. 현재 HOT2000 소프트웨어를 자체적으로 스터디할 수 있는 교재는 영문 버전만으로 있으나, 올해 국문 버전으로 실제 예제 등을 추가해 교재를 개발할 예정이기도 하다.
에너지 시뮬레이션 분석으로는 1) 해당 건물의 에너지 소비량 예측, 2) 인증 기준의 충족여부 확인, 3) 건물에 적용되는 단열, 창호, 기계 설비 등의 에너지 성능 최적화 등이 가능하다. 특히 에너지 성능 최적화의 경우, 에너지 소비 수준은 유지한 채 창문 사이즈나 위치 조정, 단열재 재료 변경 및 두께 변경 등을 하게 되며, 공사비를 고려하여 건물의 에너지 성능을 최적화 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즉, 인풋 대비 아웃풋에 대한 규모의 효율성을 체크해볼 수 있다.
캐나다의 경우, 목조건축 선진국으로 이미 수년간의 경험으로 축적된 노하우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제는 한국이나 중국 등에 그 노하우와 기술력을 보급하고 있다. 캐나다는 목조건축 자체에 대한 기술개발뿐만 아니라, 저에너지 목조건축을 넘어, 이미 제로에너지 목조건축이 활성화되고 있고, 공인된 에너지 어드바이저를 주축으로 중대형 건축물뿐만 아니라, 소규모 건축물에서도 에너지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건축주와의 에너지 컨설팅이 일상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에서도 이렇게 에너지 시뮬레이션을 통한 에너지 컨설팅 문화가 체계적으로 자리 잡혀 가성비 있는 저에너지 목조주택들이 구현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