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화상 카메라가 간다
열화상 카메라에 잡힌 결/정/적/인 순간들
지은 지 10년 정도 지난 집이다. 처음 지었을 때 그 지역에서 주는 상도 받았다고 했다. 지역을 빛내는 멋진 건축물, 뭐 그런 종류의 상이었다. 지을 때 정성들여 지어서 그런지 10년이 지났어도 건물의 보존 상태가 좋았다. 여전히 주변의 집들 사이에선 두드러져 보이는 모습이었다.
집을 사겠다는 분의 의뢰를 받고 주택검사를 진행 중이었다. 특별히 눈에 띄는 문제가 없었다. 이층엔 발코니가 작게 있었고, 발코니로 나가는 출입구 역할을 하는 큰 창이 있었다. 창의 전면부 위쪽으로는 창 크기에 맞춰 큰 캐노피도 하나 달려있었다. 위쪽이 가려져 있으니 누수 문제는 없겠구나 하고 생각을 했다. 열화상 카메라로 보기 전엔 말이다.
주택검사를 할 때면 늘 그러하듯이 열화상 카메라로 방 안을 한번 쓱 스캐닝을 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일반적이지 않는 특이한 현상을 찾아내는 작업이다. 쓱 지나가다가 발코니 출입창 윗부분에서 뭔가 이상한 것이 화면에 나타난다. 어라, 저기에 뭔 물 자국이... 창문 누수이다. 창의 윗부분에서 새어 들어온 물이 왼쪽으로 이동하여 아래쪽으로 흘러내렸다.
습기는 항상 건조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누수 된 곳은 열화상 카메라의 화면에는 주변보다 더 짙은 색으로 나온다. 물이 증발할 때 주변의 열을 빼앗아 가기 때문에 온도가 낮아져서 생기는 현상이다. 열화상 카메라로 습기 문제를 탐색할 때는 그 원리를 이용을 한다.
하지만, 항상 그렇듯이 온도가 낮다고 무조건 습기 문제인 것은 아니다. 중복하여 체크 하여야만 한다. 확인 작업엔 함수율 측정기가 사용이 된다. 함수율 측정기를 대어 본 결과 99.9%의 수치가 나온다. 사실 30%만 넘어가면 푹 젖었다는 얘기이기 때문에 그 이상의 숫자는 상대적인 숫자로 큰 의미는 없다. 그냥 많이 젖었구나 하는 정도로 받아들이면 된다.
신기한 일이다. 겉보기엔 전혀 젖어 보이질 않는데 속으로는 많이 젖어 있다. 표면에 칠해진 페인트가 나무가 젖어서 생기는 색상의 변화를 감춰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누수 문제는 열화상 카메라의 눈길을 피하긴 힘들다. 딱 걸렸다.
l 글·사진 김정희 소장
전직 빌더 출신으로 빌딩 사이언스 탐구에 뜻을 두고 2016년 BSI건축과학연구소를 설립한 후 주택하자 문제 연구와 주택 검사 업무에 매진하고 있는 국내 최초의 홈인스펙터다.
BSI 건축과학연구소 | 김정희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