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에 ‘모듈러’를 넣는 위험한 발상

 

법에 ‘모듈러’를 넣는 위험한 발상

단국대학교 강태웅교수

 

 

최근 정부가 발표한 주택공급 확대 방안에서 눈에 띄는 대목이 있다.

 

매입임대 주택을 모듈러 방식으로 확대하겠다는 것, 더 나아가 “모듈러 법제정”까지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언뜻 보면 신속한 공급을 위한 혁신적 정책처럼 들리지만, 건축을 연구하고 산업 현장에서 목조·패널라이징 공법을 직접 개발해온 입장에서 이는 심각한 우려를 불러일으킨다.

 

 

첫째, 법에 특정 기술 명칭을 넣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법은 기술의 발전을 포괄할 수 있어야 한다. “모듈러”라는 단어는 학문적으로도 정의가 불분명하다. VMM(Volumetric Modular), PMM (Panel Modular), 하이브리드 OSC 등 다양한 방식이 존재한다. 그런데 정부가 법에 ‘모듈러’를 박아두면, 오히려 변화하는 건축기술의 진화를 가로막고 특정 집단에 유리한 편향적 제도가 될 수 있다.

 

 

둘째, OSC와 모듈러의 혼동이다.

OSC(Off-Site Construction)는 탈현장 시공이라는 상위 개념으로, 모듈러(소위 VMM)는 그 중 한 가지 방식일뿐이다. 법에 모듈러만 넣는 순간, PMM이나 하이브리드 OSC와 같은 공법은 제도적 지원에서 소외될 수 있다. 이는 산업 다양성과 혁신을 스스로 차단하는 결과를 낳는다.

 

 

셋째, 공공임대와 모듈러의 성급한 결합이다.

정부는 매입임대 주택을 모듈러로 공급해 속도를 높이겠다고 하지만, 이는 공공임대에 ‘저가형·임시형 주택’이라는 낙인을 강화할 위험이 있다. 주거의 본질은 단순히 빨리 짓는 것이 아니라, 쾌적성과 지속성, 성능을 담보하는데 있다.

 

정책 내용은 비싸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따라서 대량물량을 발주해서 단가를 다운 할 수 있다는 부분인데 이게 기업논리지 국가 논리인가? 모든 제조는 물량을 늘리면 제조단가가 떨어진다. 그러나 건축제조는 다른 게 하나 있다. VMM의 경우 태생적으로 단가가 떨어지기 어려운 항목이 운송과 양중이다. 그리고 품질확보를 위해 부수적인 작업이 수없이 수반되는 추가비용. 이것 때문에 VMM은 한계가 명확하다.

 

앞으로 필요한 것은 ‘모듈러법’이 아니라 건축을 제조로 바라보는 법

즉, ‘OSC법’이다. 특정 기술을 고정시키는 대신, 제조형 건축 전체를 포괄하는 제도적 틀이 마련돼야 한다. 그리고 지원 기준은 공법의 이름이 아니라 성능지표여야 한다. 단열, 기밀, 구조 안전성, 탄소 저감 같은 기준을 충족하면 어떤 기술이든 지원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건축은 도면을 그리는 행위를 넘어,
이제는 공장에서 성능을 조립하는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법과 제도는 구호성 단어에 머물 것이 아니라,
이 변화의 본질을 담아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모듈러는 법에 갇혀버리고,
한국 건축의 미래는
다시 낡은 틀에 발이 묶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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