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마야 사키의 <오후도 서점 이야기>를 읽고, 마을을 살리는 공간을 만나다.

오월의 푸른 하늘' 책방지기가 전하는 건축 이야기 - 문학 속의 집을 여행하다

무라미야 사키의 <오후도 서점 이야기>를 읽고,

마을을 살리는 공간을 만나다.

글.사진제공 | 오월의 푸른하늘 대표 최린

 

초등학교 시절, 학교 친구들이 살던 전원주택단지에 집이 하나 새롭게 지어졌습니다.

겉보기에는 평범했던 그 집은 다른 집들과 다르게 아주 밝은 연보라색으로 칠했습니다. 놀이터에서 어머니들이 모여 마을에 ‘해괴망측한’ 집이 하나 생겨서 골치 아프다는 이야기가 오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집에 이사를 온 친구가 같은 반에 전학을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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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공부를 아주 잘했고 사교적이었습니다.

아이와 부모님 모두 마을 사람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기 시작하자 해괴망측이라고 생각됐던 그 집을 시작으로 전원주택단지는 알록달록 예쁜 색들로 칠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친구네 놀러가던 저도 한층 밝아진 마을 분위기 덕분에 더욱 즐겁게 놀던 기억이 납니다.

단지 건물의 색이 달라졌을 뿐인데, 마을 전체가 변화할 수 있었던 이유는 공간을 만들어내고 활용하는 사람의 자세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소개드릴 무라마야 사키의 <오후도 서점 이야기>는 인구절벽과 더불어 관광지의 쇠퇴로 인해 사라져가고 있는 ‘사쿠라노마치’ 마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 일으키는 작은 서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편의점도 없는 작은 시골 마을에 서점이 하나 있습니다.

서점 주인이 병원에 신세를 지게 되면서 인터넷을 잘 모르는 어르신들은 외부와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이 더욱 줄어든 상황이었습니다. 그런 나날이 지속되던 어느 날, 이유가 있어 서점 주인을 만나러 내려온 도시의 젊은이는 서점 주인의 부탁으로 잠시 동안 오후도 서점을 맡기로 합니다. 그리고 맡은 만큼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으로 하나씩 서점을 정성스레 가꾸어 나갑니다.

책만 판매하는 것이 아닌 카페처럼 쉬었다 갈 수 있는 자리도 만들고 동네 분들께 직접 잡지를 배달하러 다니면서 사람들을 알아가는 젊은이는 오후도 서점이 마을 사람들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라는 것을 더욱 느끼게 됩니다. 젊은이의 노력에 힘입어 도심에서도 멀고 먼 마을에 서점을 들리기 위해 찾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어나기 시작합니다.

어느 마을에는 집을 지으려면 마을 건물 색을 신경 써서 지어야 한다는 규칙이 있다고 합니다.

전통을 지키는 것도 물론 좋겠지만 바뀌어 가는 세상에 맞춰 새로운 디자인이 전하는 활기를 마을에 불어넣어 보는 것도 아주 멋진 일이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건축은 마을을 나타낼 수 있는 가장 표면적이면서도 입체적인 장르입니다. 하나의 건물을 어떻게 만들고 어떤 일들을 하는가에 따라서 우리의 삶을 조금씩 변해갈 것입니다.

한국 또한 연일 뉴스와 신문을 통해 인구 감소 문제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이럴 때 일수록 작은 마을들에 새롭게 자리 잡는 집과 공간들이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린 시절 연보라색 집이 가져온 아름다운 변화처럼

오후도 서점이 일으킨 작은 기적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