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와 주택, 유리의 세계,
유리와 빌더 1.
글·사진제공_패시브톡스 대표 박용성
유리는 참 좋은 건축자재라고 생각한다.
30여 년 가까이 유리업계에 종사한 필자이기에 유리에 애정이 있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런 주관적 사정보다는 객관적으로 보아서도 유리는 여러모로 유리 생활건축에 많은 도움이 되는 자재라고 생각한다.
비와 바람을 막으면서 채광을 확보해 주는 종래의 역할도 중요 하였지만, 에너지라는 절대 절명의 과제 앞에서도 유리는 가장 적극적인 에너지 대책을 가져다주는 건자재이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도 높은 복층유리의 보급률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는
이제 로이유리와 가스충전 등의 신기술로 무장한 고성능 복층유리로 또 한 번 단열 성능을 높이고 있으며, 이제 로이코팅의 기술을 극대화하여 차열성능을 구현하고 있는 중이다. 또한 커튼월을 비롯한 파사드 등의 구조성능을 물론 방화성능까지도 구현하는 멀티롤 건축자재가 유리인 것이다.
한편 유리는 경제적인 심미성을 제공하는 기능 자재이며, 실내와 실외에서 두루 사용되는 범용 자재이기도하다.
주택에서 흔히 “통창”이라고 불리는 커다란 창은
주택을 건축하려는 이들에게 하나의 드림 심볼로도 작용하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통창이 그 커다란 크기의 기준을 구조적인 해석에만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겠지만, 작금의 에너지시대에서는 과연 창의 크기와 에너지와의 관계는 어떨까하는 관점의 이해도 필요하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위에서 언급했지만, 단열성능은 물론 차열성능에 대한 이해와 활용도 필요한 형편이다.
좋은 창은 무엇인가?
창의 성능, 특히 열 성능의 대부분은
그 창을 구성하게 되는 유리에 달려 있다
여러 번 받아 온 질문이기도 하지만 항상 필자의 대답은 같다.
창의 프레임과 새시의 성능 그리고 시공의 질이 당연히 중요하지만,
그 보다도 중요한 부분은 “창의 성능, 특히 열 성능의 대부분은 그 창을 구성하게 되는 유리에 달려 있다.” 고 대답해 왔다.
그런 유리가 이 경우 복층유리는 그런 역할과 비중에 비해 아무래도 평가는 그에 미치지 못하는 것 아닌가 하는 나름의 아쉬움을 지니고 있다.
이 연재에서 다루려고 하는 것은 건축용,
특히 주택용의 유리다.
대량생산 대량납품에 익숙한 우리나라의 건축자재 제작과 납품의 형편상, 그 절차와 준비는 거의 같으면서도, 적은 수량 또 상대적으로 짧은 납기로 인해 주택용 유리의 주문은 그 제작사들로부터 그다지 큰 환영을 받지 못했다고 본다. 그렇기에 품질과 성능보다는 가격과 납기로 이루어지는 평가정도가 현실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제로에너지주택을 지향하고 있는,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주택의 온열환경 설계와 시공에 대한 노력을 실제로 뒷받침해줄 중요한 자재로써, 유리의 역할에 대해 다시 한 번 살펴볼 기회를 갖고자 하는 것이 이 연재의 목표다.
그 첫 번째로
‘판유리의 제법’에 대해
이야기 해 보려 한다.
유리는 모래를 아주 높은 온도에서 녹여 주석의 표면에 연속으로 띄워 흘리면서 그 속도를 조절하여 유리의 두께를 형성해 나가는 것이다. 이 정도는 이미 독자들도 아시고 계시리라 생각한다.
출처 : https://www.fgcgroupllc.com/float_glass_plant.html
그런데 조금 더 전문적으로 들어가면,
판유리의 색상, 저철분 유리, 그리고 방화유리 등도 이제 제법 안에서 이해하여야 할 부분이 있다. 판유리의 색상은 유리물을 조성할 때 투입하는 원료 중에 일부 금속물을 혼입하여 여러 가지의 색상을 조성하는 것이다. 한편 판유리를 만든 후에 스퍼터코터로 금속입자를 코팅하여 색상을 만들기도 한다.
두껍거나, 앏은 유리라도 여러 장이 겹치면, 녹색의 색상(콜라병이 그 색상의 예) 이 두드러지게 보인다.
이것은 유리 조성물 중에 들어있는 철분의 영향인데, 이것을 최소로 억제한 것이 저철분 유리 또는 고투과 유리라고 불리는 소위 ‘백유리’인 것이다. 예전에는 고급 장식장 정도에만 소량 사용되었지만, 최근에는 쇼윈도우의 차별화를 위해 대형의 윈도우나 파사드에서도 사용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철분을 최소로 억제한다고 간단히 말하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추가 혼합제 및 보다 높은 유리 용해로의 온도가 필요하다. 이것은 단순히 원료나 연료의 추가 비용 외에도 유리 용해로의 수명까지도 관련되는 높은 비용의 문제로 귀결된다. 이것은 유리원판의 생산과 유통에도 많은 영향을 주고 있으므로 이 저철분 유리의 설계 적용에는 이런 부분도 감안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생각한다.
판유리의 생산 과정에서는,
여러 가지 장치가 동원되어 그 품질을 유지하고 있겠으나, 사용자의 입장에서는 주문한 유리의 두께와 규격 치수의 확인이 필수적이다. 두께 편차는 판유리 생산에 의존하여야 하고, 규격 치수의 편차는 원판유리를 재단하여 가공한 가공사에 의존하여야 하지만, 그 전에 원판의 치수 특히 직각도를 확인하는 과정과 혹시나 하는 경우에 대한 대비책은 점검이 필요한 요소다.
복층유리의 예를 들어보자.
5밀리미터의 외부 유리에 12밀리미터의 공기층 그리고 5밀리미터의 내부 유리는 총22밀리미터의 복층유리의 구성요소이다. 12밀리미터는 공기층을 구성하는 간봉으로 제어 가능하다. 그러나 두 장의 유리 두께는 원판에 의존해야 하는 수밖에 없다.
여기서 질문은 5밀리미터의 유리는 과연 5밀리미터인가 하는 점이다.
그렇지 않다. 조금 모자란 5밀리미터이다. ‘유리 제법 상 어쩔 수 없다.’ 라고 흔히 들어 왔다. 그런 것이 사실이겠지 라고 흔히 생각한다. 그러나 의문은 있다. 조금 모자란 5밀리미터를 계속 만든다면 정확한 5밀리미터도 계속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의문이다.
혹시 인치법에 익숙한 치수를 밀리미터로 환산하다보니, 소위 통칭이라는 것으로 소수점 없이 떨어지는 숫자인 5밀리미터, 6밀리미터, 8밀리미터 등으로 표기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본다. 도입한 장비류가 인치법에 의해 제작된 것이라면 그것이 생산의 모든 기준인데 그것을 표준계량인 밀리미터법으로 표기하면 소수점 이하의 숫자까지도 나오니 이를 간략히 한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경량목구조의 2x4를 미터법으로 표기하지는 않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 두께에서의 숫자 비 확신이 원판의 직각도에 비화되는 것은 필자의 비약일지도 모르겠다. 유리물은 냉각되면서 연속으로 흘러가는 도중에 어느 지점에서 칼날이 내려와 유리를 자른다. 이 자르는 칼날은 유리가 흐르는 방향에 직각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의 대각방향으로 작용한다. 유리물-유리판이 흐르는 속도에 맞추어 각도를 정해 최종 재단품은 직각의 형태로 재단되는 것을 겨냥한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그런 방법으로 재단된 것이 정확한 직각을 이루고 있을까하는 의문은 있다.
간단히 확인해 볼 수 있다.
납품된 원판의 대각선 길이 2개를
측정해 그것을 대조해 보면 된다.
문제는 가공사의 대응이다.
현재 유리의 재단은 거의 자동재단기를 이용하여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 재단 테이블에 올려지는 원판은 원판 적재함에서 자동으로 적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일일이 원판의 대각 길이를 측정해 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출처 : https://www.glassonweb.com
그러면 원판의 직각은 포기해야 하는 부분인가?
그렇지 않다. 원판을 원하는 치수로 재단하기 전에 재단기에서 유리의 한 구석에 원점을 잡고 거기서부터 출발하여 원판의 4변을 정확하게 직각으로 잘라낸 후에 거기서부터 원하는 유리의 치수를 잘라내어 사용하면 된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복층유리를 생각해 보자. 2장 또는 3장의 유리로 이루어지는 것이 복층유리이다.
구성되는 유리는 모두 같은 가로와 세로의 크기를 가진 유리이다. 혹시 다른 크기의 유리를 사용한다면 그것이 정확하게 들어맞는 2장 또는 3장의 집합체가 되지 않을 것이며 그 결과 복층유리로 시공되었을 때 어느 유리는 바닥에 닿고 다른 유리는 그렇지 못한 상태로 매달려 있게 될 것이다. 그 결과는 버텨 주던 실링재의 파손으로 이어지고 그것은 복층유리의 기밀 유지 실패로 연결되어 결국 하자로 이어지게 된다. 복층유리를 주문할 때 그리고 복층유리 가공공장을 견학할 때 이 부분을 한번 고려해 볼 가치가 있지 않을까 싶다.
이번에는 강화유리에 대해 유리원판의 생산에서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 해 본다.
독자들께서 강화는 유리의 후가공인데 원판과는 무슨 관계지라고 하실지 모르겠다.
유리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주원료인 모래와 높은 열로 용해시킬 용해로의 연료가 필요하다.
여기서 NiS가 등장한다. 즉 니켈과 설파이드(황)이다. 모래에는 채집과 운반과정에서 작은 나사 등에 들어 있던 니켈이 들어갈 수도 있고, 설파이드는 중유 등의 기름에 들어 있다가 연소 때 나올 수도 있다고 한다.
https://www.guardianglass.com/ap/ko/why-glass/understand-glass/how-glass-is-made
필자가 연전에 북미지역의 한 유리공장에서 본 것으로는
500여 톤의 모래를 2~3일간 선별해 3~4개의 핀과 클립을 분리해 내고, 연료는 가스로 교체해 사용하고 있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유리 안에 들어가서 자리 잡을 수도 있는 Ni과 S를 원천 차단해 NiS가 생성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라는 설명이었다.
NiS - 니켈설파이드는
전자현미경 레벨에서나 볼 수 있는 초미세 결합물이다.
그다지도 작은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은 유리가 강화 되었을 때 그 유리의 자파가 이 NiS에서부터 시작되기 때문이다. 자파는 한자로 쓰면 ‘自破’, 즉 ‘스스로 파괴’라는 뜻일 것이다. 영어로는 ‘Spontanious Breakage’라고 한다. 이것을 키워드로 하여 구글 등으로 검색해 보시기 바란다. 위키피디아 등에서 다양한 사진과 자료를 보면서 우리나라 주변에서 듣던 설명과 비교해 보는 의미도 있다.
출처 : https://www.glassonweb.com/article/spontaneous-breakage
높은 빌딩의 높은 곳에 위치한 유리가 스스로 파괴되어 그 파편이 지상으로 비 오듯 떨어진다면?? 아니면 샤워실의 파티션유리가 스스로 파괴되어 한 가마니 분량이 바닥에 가득이라면 샤워 중이던 사람은 그것을 넘어 대피할 수 있을까? 자파는 무서운 현실이다.
자파가 발생하면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 것일까요?
강화를 시행한 강화가공사일까요?
그 유리를 시공한 시공사일까요?
쉽지 않은 물음이고 쉽지 않은 대답이겠지만,
우선은 NiS의 함유를 배제하는 원판의 생산인지가 중요할 것으로 생각한다.
또한 자파검사의 철저한 시행으로 문제를 사전에 예방하는 것도 중요하다.
인위적인 공간에 강화유리를 밀어 넣고 주기적인 변화를 갖는 열환경을 조성하여 혹시라도 파괴가 될 유리는 미리 파괴를 유도하는 힛 소킹(Heat Soaking)이 있다. 힛 소킹을 검사법이라고 하기에는 좀 애매한 부분도 있고, 또 그 시간과 경비의 소요도 크지만, 상황 발생 후 실효가 적은 책임의 소재를 찾는 것보다는 적절한 비용으로 예방을 시도하는 편으로 모두의 관심이 모여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