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푸른 하늘' 책방지기가 전하는 건축 이야기 - 문학 속의 집을 여행하다
청소년 소설 <시험이 사라진 학교>에서
공간의 역할을 되새기다
글.사진제공 | 오월의 푸른하늘 대표 최린
선생님의 그림자도 밟지 말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교육자에 대한 존경이 가득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학교는 사회로 나가기 위해 올바른 자아를 갖출 수 있도록 하는 기관이었고 대한민국이 이토록 발전하는데 있어서 교육자들의 열정은 절대 빼놓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며 학교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함께 변화하기 시작했고 높게만 보였던 교단은 이제 학교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게 됐습니다.
2023년 9월 4일, ‘공교육 멈춤의 날’을 기억하고 계신가요?
아마도 전국의 많은 지역에서 이 날로 인해 부모님들과 학생들이 불편을 겪으셨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학교라는 공간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이 시대를 변화시키고자 목소리를 내야만 했던 선생님들의 가슴 아픈 용기임을 기억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시험이 사라진 학교>라는 청소년 소설은 소 향, 김이환, 윤자영, 정명섭 네 명의 작가가 만들어낸 가상의 학교들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이번에 소개 드리고 싶은 학교는 바로 윤자영 작가의 ‘띠링, 이름표가 울리면’이라는 작품에 등장하는 학교입니다.
이전 학교에서 사고를 치게 되어 ‘국내 최초 시험이 없는 학교’로 전학을 간 주인공은 옆에 앉은 친구에게 “지옥에 온 걸 환영한다’는 인사로 학교생활을 시작하게 됩니다. 착한 일을 하고 수업에 집중하면 절대 깎이지 않는 점수 제도를 처음 들었을 땐 상당히 매력적인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학교를 다닐수록 점수에 대한 기준은 오로지 ‘선생님’이라는 개인의 존재에게 달려 있다는 사실에 불쾌감을 감출 수 없게 됩니다.
이전 학교였다면 그냥 넘어갔을 사소한 것들까지 트집을 잡아 점수를 깎는 선생님들의 모습이 악마로 보일 정도였습니다. 점수가 낮아지면 학생들에게는 직접적인 불이익이 돌아갔습니다. 점심시간에 밥을 먹을 수 있는 시간이 늦어지고 최하위 점수대의 아이들은 밥 한 술도 뜨지 못한 채 교실로 돌아와야만 했습니다.
저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간담이 서늘해 졌습니다.
현재 한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벌점제도’가 미래에는 이런 식으로 변하는 것이 아닐까 두려워 졌습니다. 선생님들은 아이들을 더 이상 제자로 생각하지 않고 말은 듣지 않거나 자신의 교육 방침에 어긋나면 점수를 내려 불이익을 주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사회가 그려졌습니다. 아이들 또한 선생님을 선생님으로 보지 않고 자신을 감시하고 괴롭히는 악당으로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더 무서운 것은 좋은 평가를 받는 사람이 성공하는 자본주의사회에서 아이들마저 편을 갈라 싸우고 있는 모습이 소설에 그대로 담겨 있었습니다.
공간은 목적을 가지고 만들어집니다.
학교는 점수로 학생을 나누거나 시험 성적을 위한 공간이 아닙니다. 사회로 나가기 전 작은 사회 속에서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배울 수 있는 최적의 장소가 되어야 합니다. 소설을 통해 저는 존중과 배려가 사라진 학교를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만들어가는 공간이 목적에 맞게 이용될 수 있도록 사람이 먼저 변해야 하는 시대이기도 합니다.
교단이 사라져 선생님과 학생의 사이는 좁아졌고 친밀해졌지만 부작용이 일어났습니다.
공간을 변화시킨다는 것은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항상 염두해야 할 것입니다. 사람과 공간이 모두 제 역할을 다할 때 그 시간과 공간은 더욱 빛날 것이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