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료명부터 제대로 부르는 것이
건축의 기본,
현무암 대리석은 틀린 말
김정희 BSI 건축과학연구소장
전직 빌더 출신으로 빌딩 사이언스 탐구에 뜻을 두고 2016년 BSI건축과학연구소를 설립한 후, 주택하자 문제 연구와 주택 검사 업무에 매진하고 있는 국내 최초의 홈인스펙터다.
글·사진제공_ BSI 건축과학연구소 김정희 소장
건축의 기본은 사용하는 재료의 특성을 아는 것이다.
그런데, 사용하는 재료의 이름조차 제대로 모른다면 재료의 특성을 안다고 보기는 어렵다. 요즘 많이 사용하는 현무암 돌판은 ‘현무암 대리석’이 아니라 현무암 판석이나 판재라고 부르는 것이 맞는 용어이다. 왜냐면 현무암과 대리석은 서로 다른 돌이기 때문이다. 검은 회색에 구멍이 빼곡한 현무암 판석을 대리석이라고 부르는 것을 지하에 있는 미켈란젤로가 들었다면 깜짝 놀라 한 마디 할지도 모르겠다.
“Oh! No”
미켈란젤로의 대표작인 피에타가 대리석으로 만든 작품이다. 이탈리아에서 유명한 대리석 산지인 카라라 채석장에서 채취한 것이다. 예술가도 사용하는 재료에 대해선 예민하다.
짙은 회색에 군데군데 구멍들이 나 있는 현무암을 판재로 만들어 놓으면 또 나름 운치가 있는가 보다. 처음엔 둥글게 잘라 마당에 놓은 디딤돌 정도로 사용이 되더니 이젠 데크, 외벽, 베란다 등 사용하는 부위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다 좋은데 문제는 현무암의 특성을 잘 모르고 아무데나 막 사용해 생겨나는 하자 문제들이 있다는 것이다.
다른 건 몰라도 이거 하나만은 꼭 알아두기 바란다. 현무암은 물은 잘 흡수하고 물이 들어가면 색이 짙어져 검게 변한다. 보통 계단 등에 많이 사용하는 화강암 판석이 흡수율이 0.5% 미만인데 현무암은 산지에 따라 다르지만 많게는 10%까지도 물을 흡수를 한다. 때문에 물이 있으면 문제가 될 만한 곳에 사용하는 것은 피해야만 한다.
젖으면 변색되고 누수되기 때문에
외벽에 사용할 때도 주의가 필요
어떤 재료이든지 물에 젖으면 변색이 되기 마련이지만 현무암은 특히나 그 색이 변하는 정도가 심하다. 변색이 되어도 전체가 다 같이 변색되면 문제가 없겠지만, 가끔은 전체가 아니라 일부만 변색이 되는 경우가 있다. 그럼 마치 얼룩소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나 버린다. 보기 싫다. 그러니 현무암으로 외벽을 장식할 때는 젖으면 변색되는 것까지도 반드시 고려를 하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으면 예상치 못한 모습에 당황할 수도 있다.
하지만, 변색이 되는 것은 미관상의 문제일 따름이고 기능상의 문제는 아니다.
기능상의 문제는 현무암 벽체 뒤쪽으로 스며든 빗물이 제대로 배수가 안 되고 아래쪽에 고여 있을 때 생겨난다. 위의 사진은 벽체 하단부 안쪽에 고인 물이 현무암 판석을 둥글게 적시면서 빠져 나오고 있는 장면이다. 이런 경우라면 실내쪽 바닥에도 습기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
현무암을 방수층 위쪽에 시공하면
두고두고 골칫거리
그나마 벽체는 현무암 뒤로 물이 들어가더라도 아래쪽으로 흘러내리고 배수가 되는 구조가 만들어지기 때문에 문제가 있어도 조금만 손을 보면 된다. 하지만, 만일에 현무암 판재를 방수층 위쪽에 올리는 방식으로 사용을 하게 된다면 그건 두고두고 문제가 된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그런 실수를 범하고 있다.
한 건축설계 사무소의 사옥이다. 옥상 출입문 부분에서 누수가 되었다.
보수 공사를 위해서 옥상 출입문 앞 데크 부분을 파 놓았다. 하지만, 귀퉁이 부분이 여전히 젖어있다. 어떤 재료로 데크를 만들었는가? 현무암 판석이다. 원래 설계는 나무데크였던 것 같은데 무슨 사연에서인지 시공 중에 현무암 판석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내가 늘 이런 얘길 하라고 강조하는 것이다.
“설계대로 시공해 주세요.”
이상하게 학교 시험 볼 때 썼던 답을 바꾸면 틀리는 것과 같은 증상이 건축에서도 생긴다.
이런 문제는 한 가지 원인만 가지고 생기는 것이 아니다. 대개 한두 가지 더 하자발생 촉진요소가 있다. 이 경우엔 데크 한쪽에 있는 지붕 우수관 홈통이 그 역할을 한다. 지붕에서 쏟아지는 물로 데크를 흠뻑 적셔주는 하자발생 가속장치이다. 비가 오지 않는 날에도 징크 지붕에서 결로된 물이 홈통을 통해서 내려온다.
현무암 판석을 올려 놓았어도 방수층 위에 시공을 해 놓았는데 무슨 문제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원래 방수재료들은 물을 싫어하는 재료이다. 물을 싫어하기 때문에 물을 밀어내는 성질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 재료들이 물을 계속 접하게 하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다. 사람이나 건축 재료나 마찬가지이다.
방수층이 계속 축축한 상태를 유지하면 내구성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을 한다. 오래 가질 못하는 것이다. 게다가 물만 있는 것이 아니다. 다른 물질이라도 들어 있으면 화학반응에 의해서 더 빨리 방수층에 문제가 생길수가 있다. 젖었던 데크가 마르면서 현무암위에 생기는 이 하얀색 가루엔 어떤 화학물질들이 섞여있을까? 방수층을 약하게 만드는 물질들도 섞여 있지 않을까?
현무암 판석 밑이 늘 축축하면
그 주변에 있는 물에 약한 재료는
현무암 판석은 물에 잘 젖지만 또 잘 마른다. 그러니 무슨 걱정이냐고 생각하는 분도 있을 것이다. 현무암 판석만 따로 떼어 놓고 보면 그 말이 맞다. 하지만, 현무암 판석을 바닥에 시공할 때는 판석만 놓는 것이 아니다.
그 밑에 보통 사모래라고 부르는 시멘트와 모래가 섞인 재료를 먼저 깐 후에 그 위에 판석을 놓는다. 그래야만 판석이 고정이 되어 움직이기 않기 때문이다.
그 사모래 부분이 물을 머금는 능력이 탁월하다. 비가 한번 오면 판석을 통과해 내려오는 빗물에 푹 젖는다. 이후 판석에 막혀 햇빛을 보질 못하고 공기도 통하질 않으니 현무암 밑은 늘 축축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경우들이 많다. 일종의 물 저장고 역할을 한다. 그래서 그런 현무암 데크와 맞닿아 있는 부분에 물에 약한 재료가 사용이 되면 습기로 인한 문제가 생겨난다.
이 집의 경우엔 현무암 데크에 붙여서 라임스톤 판재가 사용이 되었다. 이 라임스톤은 투습성이 좋은 재료인지라 습기를 잘 빨아들인다. 하지만, 건조가 되지 않고 계속 습한 상태로 있게 되면 날이 추워지면서 표면이 부스러지는 문제가 생겨난다. 그런 문제가 생겨난 현장이다.
또 데크에 현무암 판석을 시공하면서 베란다의 바닥 높이를 너무 많이 올려버린 사례도 있다. 이런 경우엔 데크 파라펫 부분의 하단부 높이가 낮아지면서 방수시공한 부분에 문제가 생겨날 수밖에 없다. 잘 해 보겠다는 것이 오히려 문제를 일으킨 상황이다.
이런 문제를 예방하는 길은 한 가지뿐이다. 방수층 위에 현무암 판석을 시공하지 않으면 된다. 마당이나 벽체와 같은 곳들은 시공을 해도 된다. 배수가 잘 되는 구조이니 말이다. 하지만, 베란다 데크나 옥상 등 물이 고이면 안 되는 곳, 방수를 한 곳 위쪽에는 시공을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잘해 보겠다고 괜한 일 해 놓고 후회하는 사람들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