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단열이 좋아요,
내단열이 좋아요?
김정희 BSI 건축과학연구소장
전직 빌더 출신으로 빌딩 사이언스 탐구에 뜻을 두고 2016년 BSI건축과학연구소를 설립한 후, 주택하자 문제 연구와 주택 검사 업무에 매진하고 있는 국내 최초의 홈인스펙터다.
글·사진제공_ BSI 건축과학연구소 김정희 소장
얼마 전에 모 잡지사의 기자라는 분이 전화를 해서 단열과 관련된 질문을 하셨는데 좀 놀랐다. 질문이 너무 단순하고 이분법적이었기 때문이다. 내단열, 외단열, 어느 것이 좋으냐는 것이었다. 왜 그런 질문을 하느냐고 되물었더니 많은 사람들이 그런 식의 주장을 하며 다투기 때문에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싶다는 것이었다. 세상이 양분화가 되어서 그런지 생각의 구조가 단순한 사람들이 늘어서 그런지, 단열에 대해서도 그런 식의 흑백 논리가 적용된 이분법적인 주장들이 많은가 보다. 모 개그맨들이 예전에 했던 유행어를 빌려 답을 했다.
"그때 그때 달라요"
보통 건축 관련 책자 등에선 비즈니스 빌딩이나 교회와 같이 상시 사용을 하지를 않고 사람들이 모이면 난방을 하는 건물은 빨리 실내 온도를 높여야만 하니 내단열 방식이 좋고, 주택과 같이 계속 사용을 하는 곳은 외단열을 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상시 사용하는 아파트는 내단열 방식으로 시공되어 있고, 외단열 방식이 적용된 주택들 중엔 또 춥다고 호소하는 경우들도 있다. 그러니 단열 방식은 단순하게 어느 것이 좋다고 단정적으로 얘길 할 수가 없고, 건물의 용도, 사용빈도, 건축비용, 난방방식 등의 제반 요소들을 감안을 해서 적당한 것으로 선택을 해야만 한다.
그리고 뭐가 되었든 안 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몇 년 전에 비싼 돈 들여 주말 주택 지어 놓았는데 겨울엔 추워서 못살겠다는 집이 있었다. 아무래도 집 잘못 지은 것 같으니 단열검사를 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막상 나가보니 집 주인이 걱정을 하던 단열엔 오히려 문제가 없었다. 그냥 용도에 맞지 않는 단열 방식과 사용하는 난방 방식에 문제가 있어 보였다.
외단열 방식이 적용된 콘크리트 주택이었는데, 주말 주택이니 평소엔 거의 난방을 안 하다가 주말에만 보일러를 가동하는 방식으로 집을 데우고 있었다. 보일러 돌려서 바닥 온도 올리고 데워진 바닥의 열로 차갑게 식어있는 콘크리트 주택을 데우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까? 그분 얘기론 주말에 와서 보일러 온도 높인 후 일요일 저녁에 돌아갈 때쯤이면 그제야 겨우 지낼만 하다고 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그 집 거실에 있는 난로는 난방 목적이 아니라 오히려 장식적인 요소가 더 강한 종류였다. 나무 조금 넣어도 불이 오래간다는 그런 종류는 장식용 성격이 강하다.
단열재는 어떤 것이 좋아요?
단열 관련하여 또 많은 질문이 ‘단열재는 어떤 것이 좋아요?’ 이다. 이 질문을 하시는 분들은 자신들이 아는 단열재보다 더 좋은, 더 단열성 수치가 높은 재료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진 분들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실망스럽게도 단열재 파는 분들이 강조하는 얘기와는 달리 주택의 단열성은 단순하게 사용된 단열재의 성능차이에 기인하지 않는다. 단열에 영향을 끼치는 변수가 많아 사실 사용된 단열재에 따른 차이는 그리 크지가 않다. 대부분이 거기서 거기이다. 차이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단열재간의 단열성능 수치, R값이라는 숫자가 생각하는 것만큼 실제 단열엔 결정적이지는 않다는 것이다. 그것보다 더 중요하게 고려할 부분들이 있다.
사실 단열재 선택에서 단열성능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느 부분에 어떤 식으로 시공이 되는가와 단열재가 시공된 뒤의 사용 환경이다. 달리 얘길 하자면 단열재의 시공 편의성과 습기특성과 같은 재료의 성질이 더 중요하게 고려되어야만 하는 요소라는 얘기이다.
비닐 속으로 물이 들어가 단열재가 푹 젖어 버렸다.
습기 특성이란 습기를 통과시키느냐 여부와 물에 젖는가 하는 것인데 주택하자 예방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고려요소이다. 젖을 가능성이 높은 곳에 사용이 된다면 물에 젖어도 문제가 없는 단열재를 사용해야만 한다. 예컨대 외단열에 사용되는 단열재로는 물에 젖는 글라스울 종류는 적당하지 않고, EPS나 미네랄울(락울) 같은 단열재가 더 적합하다는 것이다.
단열재도 젖는 것과 젖지 않는 것으로 나눠진다. 거기에다가 화재예방 특성까지 고려를 해야만 한다. 그러니 단열재 선택에 있어선 단열성능보다 먼저 고려를 해야만 할 요소들이 더 많다.
한편, 시공 편의성이란 시공해야만 하는 부분이 복잡한 구조를 가진 곳인지 단순한 구조를 가진 곳인지의 문제이다.
단열재 시공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빈틈없는 꼼꼼한 시공인데 시공이 불편하면 제대로 시공이 될 리가 없다. 그러니, 어떤 단열재가 좋아요? 하는 질문도 답은 똑같다.
"그때 그때 달라요."
집에서 단열은 여러 가지 고려사항 중에 하나이지 그것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면 안 된다. 단열 문제를 정부에서 강조를 하는 것은 에너지 절감 정책 때문이지 단열성이 높은 것이 모든 면에서 다 좋기 때문만은 아니다. 너무 단열만을 강조하는 분들을 보면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집을 짓는 목적이 단지 에너지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인가?
단열재만큼 중요한 기밀성, 단열성과 기밀성은 쌍둥이 형제
주택의 단열성은 비단 단열재만의 문제가 아니다. 사용되는 단열재가 제 기능을 발휘를 하려면 한 가지 더 중요한 요소가 갖추어져야만 하는데 그게 바로 기밀성이다. 아무리 두꺼운 단열재를 사용해서 지은 집이라고 해도 추운 겨울에 창문 열어 놓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실내외 온도는 같아질 수밖엔 없다. 그래서 따뜻하고 쾌적한 집을 짓기 위해선 단열과 함께 기밀성도 항상 함께 고려해야만 한다.
그렇다면 기밀성은 어느 정도 확보를 하는 것이 좋을까? 다다익선이라고 높기만 하면 좋은 것일까? 그렇지가 않다.
왜냐면 기밀성은 실내의 쾌적성을 좌우하는 또 다른 요소인 실내 공기의 질과 또 관련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기밀성이 너무 높은 집에서 전열교환기 등의 환기장치를 통해 적절한 환기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주거의 쾌적성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그 집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건강에도 문제를 일으킬 수가 있다.
아쉽지만 우리나라의 경우엔 단열에 대한 기준은 마련되어 있지만 환기나 기밀성에 대한 기준은 없다. 미국의 경우엔 북부와 남부지역의 기준이 다르지만 우리는 어느 것을 적용해도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블로어도어 테스트 기준으로 3~5ACH50 수준이며, 그 정도는 현재 짓는 목조주택들에선 조금만 주의하면 쉽게 확보가 되는 수준이다.
OSB의 연결부위에 테이핑 작업만 해도 달성이 가능한 수준이다. 패시브하우스와 같은 고단열 고기밀 주택에선 더 높은 기준을 제시를 하지만, 사실 너무 높은 수준의 기밀성은 그리 권장할 만한 일이 아니다. 특히, 우리처럼 주택에 기계식 환기장치나 관련된 주택 환기기준이 없는 곳에서는 말이다.
유럽에서 조사된 한 연구에 나온 기밀성과 난방에너지 소요량에 대한 그래프이다. 기밀성이 높아지면 에너지 소요량이 줄어드는 것을 볼 수가 있다. 패시브하우스의 기밀성 기준인 0.6ACH50 수준에서 비교해 보면 권장수준인 3~5ACH50 수준보다 상당히 많이 줄어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주택에서 사용하는 전체 에너지 중에 사실 단열성과 직접 관련이 되는 난방에 소요되는 에너지의 비중이 약 27% 수준이므로 에너지 사용량 감소비율은 많이 낮아진다. 그러므로 높은 기밀성에 너무 많은 건축비를 지출하는 것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단열 시공에서 중요한 부분은
단열선 유지와 열교현상의 최소화
단열 시공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단열선이 끊기지 않도록 유지를 하는 것이다. 단열선이란 집의 실내외를 구분 하는 외피(enclosure)부분을 따라 아래 그림과 같이 빨간선을 그어 볼 때 단열재가 시공되지 않은 부분이 없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사실 주택의 단열성을 좌우하는 요소는 어떤 단열재를 얼마나 두껍게 사용을 했으냐 하는 것보다는 단열재를 얼마나 끊김 없이 꼼꼼하게 시공을 했는지 여부이다. 아무리 두껍고 좋은 단열재를 사용하더라도 단열재가 시공이 되지 않은 부분이 있거나 허술하게 시공된 부분이 있다면 단열성능은 급격하게 떨어질 수밖엔 없다. 아래의 열화상 이미지는 단열재가 시공이 되지 않은 부분이 어느 곳인지를 잘 보여준다.
하지만, 아무리 꼼꼼하게 단열재를 시공을 한다고 해도 시공을 할 수가 없는 부분이 있다. 바로 창문과 같은 벽체의 개구부 부분이다. 그래서 실제 벽체의 단열성 성능은 단열재가 시공된 부분과 단열재가 시공되지 않은 개구부 부분의 비율이 어떻게 되는가에 따라서 많이 달라 질 수밖엔 없다.
단순하게 생각을 해봐도 단열재가 시공된 부분이 더 많으면 벽체의 단열성은 높을 수밖엔 없고, 적으면 낮아질 수밖엔 없다. 즉, 벽체에서 창문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을수록 벽의 단열성은 창문의 단열성에 가까워진다. 아래 표는 단열된 벽과 창문의 비율이 반반일 때 전체 단열성이 얼마나 많이 감소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그래서 빌딩사이언스 과학자들은 주택의 단열성을 좌우하는 가장 큰 요소는 창문의 숫자와 크기라고 얘길한다. 그러니, 따뜻한 집을 짓는 것은 내단열, 외단열이나 단열재의 종류가 아니라 기밀성과 창문의 비율에 더 크게 달려있다고 얘기할 수 있겠다. 그러니 굳이 외단열이 좋느냐 내단열이 좋느냐, 어떤 단열재가 좋으냐 하는 것에 너무 꽂힐 필요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