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시대,
외면하다간 노예 꼴 면치 못한다.
김정희 BSI 건축과학연구소장
전직 빌더 출신으로 빌딩 사이언스 탐구에 뜻을 두고 2016년 BSI건축과학연구소를 설립한 후, 주택하자 문제 연구와 주택 검사 업무에 매진하고 있는 국내 최초의 홈인스펙터다.
글·사진제공_ BSI 건축과학연구소 김정희 소장
작년에 개인들도 사용을 할 수가 있는 인공지능 챗GPT가 처음 선보인 이후 세상은 급변하고 있다. 인공지능의 발달속도가 너무 빨라 도대체가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다들 정신없이 따라 가느라 바쁜 세상에서 건축하는 사람들은 느긋하기만 한 것 같다. 관심들이 별로 없다. 그러다간 불과 몇 년 뒤엔 인공지능의 노예가 되기 쉽다. 노예란 별 다른 것이 아니다. 인공지능이 시키는 대로만 하면 노예 상태이다. 이미 어떤 부분에선 사람은 이미 인공지능의 노예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늘 차를 타면 네비게이션이 시키는 대로만 가는 사람들은 네비게이션의 노예라고 불러도 틀린 말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챗GPT와 같은 인공지능의 무서움은 그 시간개념이 우리와 다르다는 것이다.
사람은 시간의 흐름에 맞춰 하나씩 하나씩 경험과 지식을 축적해 가지만, 인공지능은 동시에 수백만 번의 경험과 지식을 쌓아간다. 그래서 그 발전 속도가 엄청나다. 얼마 전에 한 인공지능관련 학자의 얘길 들으니 작년에 나온 챗GPT는 아이큐가 150정도 수준이라면, 올해 초에 나온 챗GPT는 아이큐가 1,500이 넘어간다고 한다. 인공지능 개발자들이 두려워하고 있는 것은 인공지능 AI가 자신들의 생각보다 훨씬 더 빨리,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성능이 좋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세상에서 빌더는 망치만 잘 휘두르면 된다는 생각은 버리는 것이 좋겠다. 앞으로의 빌더의 경쟁력은 인공지능을 어떻게 활용을 하느냐에도 분명 영향을 받을 것이다. 모르겠다고 외면하지 말고 어떻게든 관심가지고 배워서 활용해 보겠다고 애를 써야만 하는 상황이다. 외면하는 순간 뒤처질 수밖엔 없다.
인공지능,
건축분야에선 어떤 일에 사용을 할 수가 있을까?
고민되는 부분이다. 집 짓는 사람들은 어떻게 인공지능을 활용할 수가 있을까?
아직은 나도 잘 모르겠다. 그래서 이것저것 계속 시도를 해보고 있다. 해 보면서 느낀 점이지만 확실히 작년에 나왔던 것과는 최근 버전은 많이 다르다. 작년 초엔 몇 번 시도해 보고 집어 던졌다. 원하는 답이 나오질 않았고, 또 나오는 내용도 많이 틀린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부터 확 달라졌다. 어설픈 사람들보단 낫다.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다.
내가 처음 적용을 해본 것은 늘 골머리를 아프게 했던 수치계산 부분이다.
계산기 두드려가면서 시간 들여 끙끙 계산하던 것을 그냥 챗GPT에게 질문을 던지면 답을 내준다. 어떤 과정을 거쳐서 계산을 했는지도 알려준다. 일단 단순한 작업부터 적용을 해 보고 있는 중이다.
예를 들어보자. 보통 어떤 벽체의 단열성은 벽체와 창문의 단열성능과 면적 비율에 따라서 달라진다. R20 벽체에서 R7 수준인 창문의 비중이 50% 인 경우 전체 벽체의 단열성을 구하는 계산을 해보자. 이거 쉽게 할 수 있는 분들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챗GPT에게 물어보면 아래와 같은 식의 답을 가볍게 내 준다.
Q.
벽체의 단열성이 R20인 벽체에 단열성이 R7인 창문이 전체 면적의 50%를 차지하고 있다면 전체 벽체의 단열성은 얼마야?
A.
벽체의 전체 단열성(R-값)을 계산하기 위해서는 벽체와 창문의 단열성(R-값)과 각각의 면적 비율을 고려해야 합니다. 이 문제에서는 벽체의 단열성이 R20이고, 창문의 단열성이 R7이며, 창문이 전체 벽면 면적의 50%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전체 벽체의 단열성을 계산하기 위해 평균 단열성을 구하는 공식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벽체와 창문의 단열성은 역수를 취해서 열전달률(U-값)로 변환한 다음, 각 부분의 면적 비율에 따라 가중 평균을 구하고, 그 결과의 역수를 다시 취해서 평균 R-값을 얻습니다.
(중간 계산과정에 대한 단계별 설명부분은 길어서 생략) 전체 벽체의 평균 단열성(R-값)은 약 R10.37입니다. 이는 벽체와 창문의 단열 성능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로, 창문의 단열성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전체 벽체의 평균 단열성이 벽체의 단열성보다 상당히 낮아진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흠~ 이런 단순한 계산은 나보다 훨씬 더 낫다.
단열성과 창의 면적 지붕을 바꿔가면서 계속 답을 구할 수가 있다. 엄밀한 의미의 과학적인 연구라면 AI가 내놓은 답을 검증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이런 종류의 단순한 계산은 거의 틀리지 않는다. 대단하다.
그럼 이런 일은 어디에 사용을 할 수가 있을까?
설계를 할 때, 고객들과 상담할 때 유용할 것 같다. 아래와 같은 복잡한 표를 내밀어서 설명을 하는 것보다는 이와 같은 식으로 인공지능에게 질문을 던지면서 상담을 한다면 훨씬 더 호소력이 있을 것이다.
단순한 수준의 주택 검사나
주택유지관리 부분 등에 사용 가능할 듯
인공지능은 글자만 인식을 하는 것이 아니다. 음성도 인식하고 이미지도 인식을 한다. 인공지능에게 아래의 사진을 보여 주었다. 어떤 문제가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보수를 하면 좋을지를 질문했다.
업로드하신 이미지에는 외벽의 일부가 표시되어 있으며, 목재 소재로 보이는 패널에 손상이 보입니다. 이 손상은 물이나 습기에 의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러한 손상은 보통 외부 마감재가 물을 막는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했을 때 발생합니다.
수리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단계를 고려할 수 있습니다:
손상 원인 파악: 먼저, 손상의 원인을 정확히 파악해야 합니다. 이 경우, 물이나 습기가 어디서 유입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가능한 원인으로는 지붕이나 창문 주변의 불충분한 방수, 잘못 설치된 사이딩, 혹은 위쪽의 구조물에서 물이 내려오는 것 등이 있을 수 있습니다.
손상된 부분 제거:
손상된 OSB나 합판을 제거합니다. 손상이 광범위한 경우, 더 큰 영역을 점검할 필요가 있을 수 있습니다.
구조적 검사:
손상된 패널 뒤에 있는 구조물도 검사하여, 추가적인 손상이나 부패가 없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구조적 요소가 손상된 경우, 그 부분도 교체해야 합니다.
방수층 검사 및 개선:
방수 문제가 있었다면, 새 패널을 설치하기 전에 방수층을 검사하고 필요한 경우 개선해야 합니다. 이는 방수 테이프, 방수막, 또는 적절한 코킹과 실란트를 사용하여 수행할 수 있습니다.
새 패널 설치:
새로운 OSB나 합판 패널을 잘라서 손상된 부분에 맞게 설치합니다. 이때, 패널은 주변 구조물에 잘 밀착되고 고정되어야 합니다.
마감재 설치:
새로운 패널 위에 적절한 마감재를 설치합니다. 이는 외부로부터의 추가적인 물의 침투를 방지하는 중요한 단계입니다.
페인트 및 마감 처리:
마지막으로, 보수된 부분에 페인트나 마감 처리를 해서 주변 부분과 일치하도록 합니다. 이는 방수 기능을 향상시키는 동시에 외관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보수 작업을 할 때는 건축 하자에 대한 전문 지식을 활용하여,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장기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는 단순히 손상된 부분을 교체하는 것을 넘어, 향후 유사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 조치를 취하는 것을 포함해야 합니다.
추가적으로, 이러한 작업은 자격을 갖춘 전문가에 의해 수행되어야 하며, 필요한 경우 건축 코드 및 규정을 준수해야 합니다. 현장 상황에 따라 추가 조사와 전문적인 평가가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많이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해선 전문가 못지 않은 답변을 해 준다. 게다가 세세하게 체계적으로 정리된 답변을 해준다. 인공지능은 퉁명스런 전문가들보다 더 친절하다.
다만, 인공지능이 가진 한계점도
인식하고 있어야만 실수가 없어...
또 자주 사용을 할 수가 있는 부분이 건축하다가 궁금한 부분들에 대한 해답 구하기이다. 세세한 규정이나 시공법에 대한 부분은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물어 봐도 잘 모르는 경우들이 많다. 궁금한데 어디에 물어보기도 힘든 그런 소소한 질문들은 인공지능에게 물어보면 된다. 예를 들어 이런 질문을 던져보자. 처음 목조건축에 대해서 배울 때 궁금했던 부분이다.
Q.
지붕이나 벽체에 OSB를 시공할 때 OSB사이에 두는 간격에 대한 IRC 규정을 찾아줘
A.
OSB(Oriented Strand Board)는 목재 칩을 특정 방향으로 배치하고, 접착제와 함께 압축하여 만든 패널로, 건축에서 벽체, 지붕, 바닥 등의 구조적 요소로 널리 사용됩니다. OSB 패널을 시공할 때 사이에 일정 간격을 두는 것은 중요한 실무 권장 사항입니다.
미국에서는 국제 주택 코드(IRC, International Residential Code)가 건축 관련 규정을 제공합니다. IRC에서는 OSB 패널 시공 시 패널 간에 두어야 하는 간격에 대한 명확한 지침을 제공합니다. 일반적으로, OSB 패널 사이에는 1/8 인치(약 3mm) 정도의 간격을 두도록 권장됩니다. 이 간격은 패널 사이, 또는 패널과 구조적 프레임 사이에 적용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특정 프로젝트의 요구 사항이나 지역의 규정에 따라 이 규정에 약간의 변동이 있을 수 있으므로, 항상 최신 IRC 규정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주 괜찮은 답변을 만들어 준다. 멋지다. 하지만, 챗GPT는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거짓말도 진실처럼 얘기한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사실 IRC 규정엔 합판 설치할 때 1/8인치의 간격을 두라는 규정은 없다. 그건 APA에서 내놓은 권장사항이다. 그런데, 마치 규정에 있는 것처럼 답을 내 놓는다. 이런 오류 문제 때문에 과학적인 연구나 정밀한 계산이 필요한 부분들에선 검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실 이런 검증은 쉽지가 않고 점점 더 힘들어 진다.
그래서, 아마도 나중엔 그런 검증을 할 수가 있는 사람이 진정한 전문가로서 대접을 받을 것이다.
(참고로 글 쓰면서 다시 1/8“ 간격에 대한 IRC 규정을 찾아달라는 질문에는 규정엔 없다는 답변을 했다. 그새 발전했고 또 질문하는 요령에 따라서 답변의 정확도가 달라지기도 한다.)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휴대용 만능도구,
누구의 손에 있느냐에 따라...
또 질문을 해본다. 인공지능을 우리 빌더들은 어디에 쓸 수 있을까? 도구의 활용 가능성은 곧 사용하는 사람의 능력에 좌우가 된다. AI는 다양한 방식으로 업무를 지원하고 효율을 높일 수가 있을 것이다. 간단하게는 빌더들이 많이 쓰는 각종 계산에도 사용을 할 수가 있다. 빌더용 계산기가 없이도 질문만 던지면 원하는 답을 내어준다. 관련된 규정과 시공법도 찾을 수가 있다. 설계할 때도 활용이 가능하다. 단열과 같은 에너지 절약관련 계산에도 사용을 할 수가 있다. 공정관리에도 사용을 할 수가 있고, 자재관리 등에도 활용을 할 수가 있다. 더 크게는 고객과 소통하고 홍보하는 마케팅 도구로도 사용을 할 수가 있다. 시장 분석도 가능하다. 자동번역 기능을 이용하면 어떤 나라의 자료라도 다 볼 수가 있고, 많은 사람들과도 소통을 할 수가 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도구라고 해도 옆에 두고 쓰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그러니, 인공지능을 다른 세상의 것처럼 생각하지 말고 항상 옆에 끼고 있는 만능 마술도구 같은 것이라고 생각을 하는 것이 좋다. 아이언맨에 나오는 인공지능 자비스와 같은 영화속에서나 볼 수 있었던 친구가 현실 속의 우리들에게 늘 가지고 다니는 휴대폰 속에 생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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