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에서 물이 새요!
그런데 왜 창문 시공회사에서
검사요청을 했을까요?
김정희 BSI 건축과학연구소장
전직 빌더 출신으로 빌딩 사이언스 탐구에 뜻을 두고 2016년 BSI건축과학연구소를 설립한 후, 주택하자 문제 연구와 주택 검사 업무에 매진하고 있는 국내 최초의 홈인스펙터다.
글·사진제공_ BSI 건축과학연구소 김정희 소장
올 초에 입주한 새 집의 1층 거실 천장에 누수문제가 발생했다. 그런데 주택검사를 요청한 사람이 집주인도 시공사도 아닌 창문을 시공한 시스템 창호회사였다. 왜일까? 이야기를 들어보니 2층 베란다 출입 시스템 창문 쪽에서 물이 새서 1층 거실 천장으로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걸 또 시공사 소장과 창호 회사의 시공팀이 이미 확인을 했다. 이미 확인을 다한 문제인데 왜 또 날 찾았을까? 그게 핵심포인트이다.
물이 새는 것은 확인을 했지만 도대체 어떻게 해서 물이 새는지를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누구의 책임인지가 불분명하다. 시공사에선 창호회사 책임을 주장하고, 창호 회사에선 지금까지 그런 일이 없었기에 억울한 느낌이 들고 자기들보다는 시공사의 책임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니 업계에서 전문성을 인정받는 객관적인 제 3자의 의견을 들어보자는 것이다.
좀 특이해 보일지 모르겠지만 최근 들어 이런 식의 책임 소재를 가려달라는 주택검사 요청들이 많다. 예전에는 건축주와 시공사간에 하자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검사 요청들이 주를 이루었다면, 최근에는 시공사와 하청 회사 간의 책임 소재를 따지는 경우가 늘어났다. 서로 납득이 되지 않으면 일방적인 주장은 받아들여지질 않는 것이다. 시공사가 아무리 커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창문 시공업체들이 이의를 많이 제기하는데, 이는 목조주택의 창 시공이 거의 표준화 되어 있어 웬만한 잘못으로는 누수 문제가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실제로 창문 시공문제가 아니라 다른 원인으로 인해 누수가 생기는 일들이 있다. 예컨대 창문이 아닌 외벽 쪽에서 생기는 누수 문제 같은 것들 말이다. 그러다 보니 자신들의 책임으로 바로 수용하기 보다는 다른 원인은 없을까를 먼저 찾게 되는 것이다.
현장에 도착해 보니
이곳저곳을 많이 뜯어 놓았는데...왜?
현장에 도착하니 시공사와 창호 회사의 A/S 팀이 나와 있었다. 이런 일은 모두 함께 살펴보는 것이 좋다. 그래야만 나중에 이견이 생기질 않는다. 검사하는 입장에서도 많은 사람이 있는 것이 좋다. 다양한 의견과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이 샌다는 1층 거실 천장엔 임시 점검구가 크게 두 군데나 뚫려있다. 그 두 곳이 모두 누수가 될 때 물이 떨어진다는 곳이다. 바로 위층 베란다 창문 주변으로는 아래쪽에 일부 절단해 놓은 부분들이 눈에 띄고 특이하게도 창틀의 위쪽 몰딩들도 전부다 제거가 되어 있다. 누수 원인을 찾기 위해서 이곳저곳을 뜯어 본 것이다. 안 해도 될 일을 했다.
시공사와 창호회사 간에 서로 의견이 다른 부분들이 있다 보니 더 많이 뜯어 놓은 것으로 보인다. 검사하는 입장에선 이미 다 손을 써 놓았으니 편해서 좋긴 한데 건드리지 않아도 될 부분까지 파손을 해 놓았으니 좀 안쓰럽기도 하다.
열심히 살펴본다. 그런데 이상하다. 누수가 되었다고 하는데 왜 이리 천장 속 구조재들과 석고보드 면은 깨끗할까? 누수의 흔적을 찾질 못했다. 희한하네! 누수 된지 꽤 오래 되어서 이미 다 말랐다고 하더라도 물 떨어진 흔적은 남아 있을 텐데 누수의 흔적이 전혀 없다. 짐작컨대 비가 스며들면 머무는 곳이 없이 바로 밑으로 떨어지고 또 그것이 굉장히 빨리 발견이 된 모양이다. 또 물이 떨어진 부분을 잘라 점검구를 만들다보니 그나마 있던 흔적마저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먼저 창문 주변으로
누수 가능성이 있는 부분들을 먼저 체크
비록 창문에서 물이 샌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그래도 바로 창문 부분만을 살펴 볼 수는 없다. 다른 부분에서 물이 새는지도 체크를 해봐야만 한다. 누수의 원인이 한 곳에서만 있는 것이 아니라 복합적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먼저 창 위쪽 벽체부터 조사를 했다. 창틀 위쪽 몰딩을 뜯어 놓는 상태인지라 그 위쪽 벽체의 누수여부도 당연히 확인을 해야만 했다. 벽체의 구조에 대한 설명을 들은 후에 창 윗 부분 옥상 파라펫 주변의 시공 상태와 벽체의 함수율 등을 체크를 해 보았는데 별 다른 이상 증상은 없다. 벽체 모서리쪽으로 다소 습기들이 많기는 하나 창에서 떨어진 부분인지라 누수와는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어 보인다.
이런 검사는 육안 검사와 함께 월스캐너라는 장비를 사용해서 점검을 한다. 월스캐너로 의심이 가는 부분을 발견하면 그땐 검침봉을 사용해 추가 확인을 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실수가 없다.
또 누수 문제가 발생할만한 부분으로는 창틀 아랫면과 베란다 방수층이 만나는 출입창의 턱 부분이다. 베란다 방수층을 제대로 시공을 해 놓지 않으면 그 틈새로 물이 들어갈 수가 있다. 그래서 그 부분에 대해선 초음파 검사기 등으로 1차 확인을 하고 그 다음엔 직접 물을 뿌려가면서 누수 재현이 되는지를 체크를 했다. 하지만, 별다른 이상 증상은 발견할 수가 없었다. 그런 식으로 누수의 가능성이 있는 부분들을 하나하나 제외해 가다보니 이제 남은 것은 베란다 출입창 하나뿐이다.
베란다 출입창에 직접 물을 뿌려보니
누수 증상 발생
앞서 시공사 A/S팀에서 실험을 했던 것처럼 베란다 창문에 직접 물을 뿌려 보았다. A/S팀이 실험할 때는 30분쯤 뒤에 누수 증상이 나타났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 실험에선 채 10분도 되기 전에 아래층에서 물이 떨어지는 증상이 나타났다. 그런 차이가 나타난 이유는 물을 주로 뿌린 부분에 차이가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A/S팀에서 위 사진처럼 유리 부분에 물줄기가 닿도록 해 놓았다고 한다. 우린 유리 부분보다는 창의 프로파일이 서로 접하는 부분에 더 많이 뿌렸다. 그쪽이 더 누수의 가능성이 높은 부분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더 빨리 누수가 재현이 된 것으로 보인다.
누수가 발생한 장면이다. 정말 신기하게도 다른 부분으로는 물이 전혀 안 나오고 빔으로 사용된 PSL 측면부를 따라서 물이 흘러나온다. 기존에 물 떨어져서 뚫어 놓았다는 천장 점검구 바로 그 부분 두 곳에서 물이 떨어진다. 어두운 곳에서 물 떨어지는 것은 육안으로는 잘 안보이고 사진찍기도 어렵기 때문에 주로 열화상카메라를 이용해서 확인을 한다. 아래 사진의 왼쪽 윗부분에 검게 나타난 부분이 물이 스며 나와 떨어지는 부분이다. 일단 어디서 누수가 되는지 증상은 확인을 했다. 그럼 왜 이런 누수 증상이 발생을 했는지 누구의 책임인지가 중요한 부분이다.
누수 원인은 경계선 문제,
어느 한쪽의 잘못이라고 보기 어려워
물이 어디로 들어가고 어디로 나오는지를 알았다. 그럼 이건 누구 책임일까? 시공사? 창호회사?
이런 문제에 대해선 창문 시공 디테일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시공사나 창을 시공한 사람들도 다 자신들의 입장에선 제대로 시공을 해 놓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제대로 시공했다는 서로의 시공방식 사이엔 양쪽 모두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경계선 부분이 있다. 이건 경계선의 문제이고 그 경계선 부분이 제대로 시공이 되질 않아서 생긴 현상이다.
무슨 얘긴가 하면 이 문제는 윈도우 실 방수와 관련된 문제이다. 이 누수 증상은 창문 프로파일의 어딘가에 있는 빈틈으로 들어간 물이 아래쪽 창턱 부분에 방수가 되어 있지 않다보니 틈새로 스며들어 아래 층 천장까지 흘러내린 것이다. 즉, 아래와 같은 실 후레싱 방수가 시공이 되질 않아 생긴 문제이다.
아니, 창 프로파일에서 누수가 생겼으면 창문 문제이지 왜 그게 실 후레싱 유무의 문제이냐고 의문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건 기본적으로 창틀 부분은 프로파일을 잘라서로 연결하여 만들어지는 재료이기 때문에 접합부 상태가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업계에서 인정을 한다는 것이다.
여기엔 히스토리가 있다. 이런 누수 문제 때문에 미국에서 커다란 공장에서 제조된 창들을 조사를 했다. 그 결과 놀랍게도 공장에서 나온 창의 열에 한두 개는 틈새가 있어 물이 샌다는 것을 발견을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어떤 창들이 새는지를 전수 검사를 하기 전엔 모른다는 것이다. 그러기엔 비용과 시간이 너무 많이 든다.
그래서 생각을 바꿨다. 창틀에서 새더라도 그 아래쪽에서 막으면 된다고 생각을 한 것이다. 그래서 만들어진 방법이 창문 실 후레싱이다. 경사면과 백댐을 같이 만들면 더 좋다. 그렇게 시공을 해 놓으면 비록 창에서 물이 새도 아래쪽에 방수가 제대로 되어 있기 때문에 실내로 누수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최근에 북미지역에서 창문 시공하는 장면들을 보면 실후레싱을 꼭 먼저 한다. 업계가 그렇게 대응하기로 약속을 한 것이다.
하지만, 이 실 후레싱을 우리나라 건축 현장에선 보기가 어렵다. 아직 우리나라까지는 시공법이 전파가 안 된 것이다. 그러다가 이번에 누수와 관련된 책임공방으로 불거진 것이다. 그러니 국내에선 아직 실 후레싱의 설치와 그걸 누가 설치할 것인가에 대한 공감대가 없는 상태에선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책임으로 보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도 이번 일을 계기로 실 후레싱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이 되었으니, 앞으로는 그걸 누가 시공할 것인지도 서로 협의해서 정해 질 것이다. 소요되는 추가 비용 부분도 있기 때문에 시공 주체와 책임소재가 서로 명확한 것이 좋다. 더군다나 이번 일이 업계 수위의 두 업체 간에 벌어진 일이니 바람직한 방향으로 개선이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큰 업체에서 룰이 먼저 만들어지면 작은 곳들은 따라 가는 경향들이 있으니 말이다. 그런 식으로 업계가 발전을 해 나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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