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랭 드 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에서 가장 은밀한 공간을 확인하다.

'오월의 푸른 하늘' 책방지기가 전하는 건축 이야기 - 문학 속의 집을 여행하다

알랭 드 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에서

가장 은밀한 공간을 확인하다.

글.사진제공 | 오월의 푸른하늘 대표 최린

 

공간은 때로 사람의 감정을 몰아세우기도 합니다. 평범했던 방이 슬픈 감정으로 인해 물속에 있는 것처럼 숨쉬기조차 힘들게 느껴질 때가 있거나 작은 꽃 하나로 화사한 분위기로 변하기도 합니다. 감정의 작은 변화들은 변하지 않는 사물과 공간을 다르게 느끼도록 하는 장치가 됩니다.

방이라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침범을 허용하지 않고 허락된 만남만이 가능한 공간은 그 안에 들어가는 것으로 인해 비로소 인간은 본연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깁니다. 벽으로 나뉘어져 있는 단순한 구조임에도 불구하지만 온전한 자신으로 있기 위해 사람들은 더욱 이 은밀한 공간들을 만드는 것에 집착하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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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알랭 드 보통의 데뷔작으로 알려진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는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현대를 살아가는 연인들의 보편적 연애에 대한 고찰이 담긴 작품입니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사람이 사랑을 시작하고 가까워지기 시작하며 어떤 생각과 행동을 전하고 무엇으로 인해 헤어지게 되는지에 대해서 작가 특유의 문체로 표현해내고 있습니다.

한 남자는 비행기에서 운명의 여자 ‘클로이’와 만나게 되고 사랑을 느끼게 됩니다. 남자는 클로이와 저녁식사를 한 후 그를 집으로 데려다 주었고 클로이는 남자가 자신의 방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허락을 합니다. 개인의 모든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장소인 방은 남자와 클로이가 서로를 더 알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됩니다. 하지만 반대로 이후에 겪을 이들의 갈등 또한 이 방 안에서 탄생하게 되니 참으로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남녀의 시작은 방에서 시작해서 방으로 끝난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방이라는 공간이 가지고 있는 위력은 상당히 크게 느껴집니다. 그 어느 때보다 자신을 온전히 드러낼 수 있는 시간임과 동시에 보기 싫은 부분까지도 들추게 만드는 것이 바로 방이자 개인의 집입니다.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이용하고 있는 공간들은 개개인들에게 있어서 더할 나위 없이 은밀한 비밀을 감추고 있으며 이는 공간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또 하나의 매력포인트가 아닐까 싶습니다.

더 나아가 사람 또한 또 하나의 방으로 인식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를 받아들인다는 행위는 자신의 추악한 모습까지 포함하여 있는 그대로를 전하는 것과 같습니다. 사람이라는 방은 마음을, 그 사람이 사는 진짜 방은 그 형태를 사물화 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방, 공간을 만든다는 것은 결국 사람을 더 자유롭게 하는 멋진 행위라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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