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공기질 #2

실내공기의 질 #2

환기시스템 시운전(TAB) 과정의 필요성

패시브웍스 권영준 이사 010 4302 0325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창룡대로 256번길 77 에이스광교타워3차 314호

 

1990년대 쌍용자동차에서 벤츠 엔진을 장착한 차량을 출시했을 때, 사람들은 열광했습니다. 하지만 벤츠 엔진을 장착했다고 그 차가 벤츠가 되는 것은 아니지요. 뚜렷한 장점은 있겠지만, 자동차는 엔진이 전부가 아니니까요. 자동차는 동력발생장치에 해당하는 엔진뿐만 아니라, 동력전달장치, 조향장치, 제동장치 등 각 요소가 최고의 성능을 발휘할 뿐만 아니라 모든 요소 간 조화를 이루어야 합니다.

환기시스템도 마찬가지입니다. 환기장치라고 하지 않고 굳이 환기시스템이라는 용어를 고수하는 이유도 그것입니다. 환기시스템은 자동차의 엔진에 해당하는 환기장치 본체와 공기의 이동 통로인 배관부, 메인 배관에서 각 실로 공기를 전달하는 작은 배관으로 전환하는 분배기, 공기의 배출구 및 흡입구 역할을 하는 디퓨저(밸브), 외부 공기를 흡입 혹은 배출하는 외부 후드캡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환기장치 자체의 성능도 중요하지만, 시스템 전체의 목표 성능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그 달성 여부를 확인하는 작업도 똑같이 중요합니다. 시스템이 받쳐주지 않으면 환기장치도 제성능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환기시스템 시운전 과정은 매우 중요합니다. 시운전은 TAB라고도 하는데, Testing, Adjusting and Balancing의 약자입니다. 한마디로 전체 시스템에 대한 종합적인 시험조정 절차를 말합니다. 일반적인 TAB의 목적이나 필요성에 대한 자료는 쉽게 찾아볼 수 있으므로, 이 글에서 굳이 다루지는 않겠습니다. 핵심적인 것 하나만 꼽자면, 설계도서의 의도에 부합하게 시스템이 설치되었는지 확인하고 의도에 맞게 조정하는 것입니다.

여기에서는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TAB 과정을 살펴보려 합니다. 적용 장비는 독일 Zehnder사의 Comfoair Q 시리즈로 PHI(독일 패시브하우스 협회) 인증 제품이며, 열교환효율 및 동력효율 등에서 최상급의 성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같은 회사의 이전 제품군에 비해 시운전 과정이 수월한 편이며, 센서가 다양하게 적용되어 디테일한 상태 표현 및 조정이 가능한 장비입니다. 시운전 과정은 대부분 자동화 되어 있으며, 각 디퓨저 밸브의 조정을 필요로 하는 미세조정 단계만 수동으로 진행하면 됩니다. 이 글에서는 Comfoair Q 시운전 각 단계별 상세한 내용과 의의를 살펴보겠습니다.


1. 언어 선택, 시간 맞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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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환기장치의 방향 설정(Orientation of the ventilation un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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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환기장치의 방향 결정

장비 배치 및 주변 상황에 맞춰 실외 방향, 실내 방향을 설정합니다. 실내 방향이 어느쪽이냐에 따라, 좌형, 우형으로 구분합니다.

3. 결로수 배출구 설정(Connection of the condensation dr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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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결로수 배출구 연결 설정

장비의 좌우형 구분에 따른 결로수 배출구 방향 설정 혹은 배출구 없음 중 선택 가능합니다. 현재 설치 중인 장비는 전열교환, 즉, 습도 회수가 가능한 제품이기 때문에 결로수 배출구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4. 풍량 측정 단위(Flow units)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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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풍량 측정 단위 설정

5. 설치 장소의 고도(Altitude)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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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고도 결정

환기장치를 설치하는데 고도가 왜 필요한지 의아할 수 있습니다.

환기장치는 공기를 다루는 것이고, 공기의 성질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고도입니다. 고도에 따라 공기의 밀도가 달라지고 이는 열교환 효율에 영향을 미칩니다. 열교환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실내외 공기의 질량비가 같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고도가 높아지면 급배기 풍량의 비율도 바꿔야 합니다. 대략적인 고도 범위만 설정하면 나머지 복잡한 계산 과정은 자동으로 수행됩니다.

6. 벽난로 존재 여부 확인(Fireplace pres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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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벽난로 여부 확인

현대 건축에 있어서 벽난로는 기능적이라기 보다는 감성적인 부분을 채워 주는 역할을 합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온돌 문화가 발달해 있기 때문에 그런 경향이 더 강한 것 같습니다. 환기장치 시운전 과정에서 벽난로가 있는 지 물어보는 것은 물론 다른 문제이지요. 벽난로를 작동하게 되면 장작이나 팰릿이 연소되면서 발생하는 유독가스가 실내로 유입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아주 중요한 문제입니다. 미국에서만 벽난로 등에서 유입된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매년 2,000명 이상 사망한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Comfoair Q 시리즈의 환기장치에서 벽난로 모드를 설정하면, 급배기 풍량의 균형을 인위적으로 조절할 때 제한이 생깁니다. 일반적으로 배기팬과 급기팬 속도 비율을 조절할 수 있는데, 벽난로 모드 상태에서는 배기팬의 속도가 급기팬의 속도보다 더 빠르게 조절할 수 없는 것입니다. 배기팬 비율이 높은 경우, 실내에 음압이 형성되어 벽난로에서 발생하는 유독가스가 실내로 유입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7. 밸브(디퓨저) 개방 확인(Open all valv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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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밸브 개방 확인

각 실의 밸브를 완전히 연 상태에서 밸브를 닫아가면서 조정을 하기 때문에, 처음에는 모든 밸브를 완전히 개방했는지 확인합니다. 중요한 단계이므로 두 번 확인합니다.

8. 최대 풍량 확인(Maximum fl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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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최대 풍량 확인

현재 시스템에서 가용한 최대 풍량을 확인하기 위해 급배기 팬을 최대 속도로 가동합니다. 그리고 둘 중 낮은 풍량쪽으로 균형을 맞추어 갑니다. 결정된 최대 풍량을 최종적으로 표기합니다.

9. 각 단계별 풍량 설정(Ventilation pres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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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각 단계별 풍량 설정

외출 모드, 1, 2, 3단 각 단계별 풍량을 설정합니다. 각 단계별 풍량은 이웃하는 풍량과 약 30% 차이 나도록 설정합니다.

10. 세부 조정(Fine tu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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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세부 조정

세부 조정 시 사용할 풍량 단계를 설정하고 이어서 세부 조정을 실시합니다. 이 단계에서는 급배기 각각의 라인에 걸리는 부하를 확인할 수 있도록 압력 게이지를 표시합니다. 각각의 압력게이지가 그린존을 벗어나지 않는 한도 내에서 디퓨저 밸브를 조절합니다. 설계 단계에서 설정한 각 실의 풍량에 맞게 디퓨저 밸브를 조절합니다.

11. 전체 풍량 설정 확인(Checking air volu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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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전체 풍량 설정 확인

최대 풍량과 저풍량대의 풍량을 확인하고 팬 속도를 조정합니다.

12. 시운전 완료


 

위와 같이, 시운전의 세부과정을 살펴보았습니다. 시운전과정은 설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과정이기도 하지만, 시스템의 효율을 최대로 끌어올리기 위해 세부 설정을 조정하고 사용자의 안전을 위해 필요한 설정을 확인하기 위해서도 필수적인 과정입니다.

위에서 설명한 시운전 각 단계의 설정 과정에는, 설명에 이용한 해당 장비가 아니더라도 적용이 가능한 요소들이 있기 때문에, 사용자의 편의와 안전을 위해서 각 원리들을 시운전 과정에 적용하기 위한 연구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환기시스템은 주택의 구성요소에서 빠질 수 없는 필수적인 부분으로 자리잡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장은 저가 장비 위주로 형성되어 있고 환기시스템의 기능에 대한 이해도 부족해서, 환기장치를 설치는 하지만, 시스템으로서 제 역할을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운전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하면 장비 선택에서부터 환기 설계의 중요성까지 어느 정도 자연스럽게 이해될 것이라 기대합니다. 소비자의 이해도가 높아질수록 제대로 된 환기시스템을 사용할 가능성도 높아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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