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푸른 하늘' 책방지기가 전하는 건축 이야기 - 문학 속의 집을 여행하다
라이먼 프랭크 바움의 <오즈의 마법사>에서
돌아가고 싶은 집을 찾다
글.사진제공 | 오월의 푸른하늘 대표 최린
멋진 호텔에서 묵게 된 날이 있었습니다. 화려한 로비에서부터 친절한 직원들의 안내와 방문 앞까지 에스코트 해주는 정성을 느끼며 들어간 방은 할리우드 영화에서 볼법한 고풍스러운 모습이었습니다. 잘 정돈되어 있는 침대와 깨끗한 화장실, 콸콸 흐르는 따뜻한 물은 대접받고 있음을 느끼게 해줬습니다. 첫날밤은 푹신한 베개가 저를 감싸주고 깊은 잠에 빠지게 도와줬고 완벽한 온도와 습도는 다음 날 아침을 더욱 개운하게 만들어줬습니다.
할리우드 영화 속에서 주인공들이 호텔의 스위트룸에서 생활하는 모습처럼 이렇게 살면 얼마나 좋을까 꿈을 꾸던 것도 잠시, 이틀째의 그 아름다웠던 방은 어딘가 어색하게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여전히 모든 것이 집에 있는 그 어떤 것보다 편안하고 고급스러웠지만 그 익숙한 불편함이 그리워지기까지는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았습니다.
<오즈의 마법사>라는 소설을 알고 계실까요?
세기를 걸쳐 많은 사랑을 받아온 이 작품은 어른들까지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명작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작품에 등장하는 도로시, 허수아비, 양철 도끼꾼, 사자는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인간군상으로 해석되며 단순한 이야기들이 큰 교훈을 저절로 느끼게 합니다. 이 이야기 중 도로시와 일행은 위대한 마법사 오즈를 만나기 위해 에메랄드 시에 방문하게 됩니다. 그리고 도로시와 일행은 오즈를 만나기 전 휴식을 위한 방을 안내 받게 됩니다.
그토록 귀엽고 아담한 방은 이 세상 다른 곳에는 있을 것 같지 않았습니다. 방에 놓인 푹신하고 편안해 보이는 침대에는 초록색 비단 홑이불과 초록색 벨벳 담요가 덮여 있었습니다. 작은 분수가 방 한가운데에 있었고 초록색 향수를 공중에 뿜어냈다가 우아한 무늬의 초록색 대리석 수반으로 떨어졌습니다. 창가에는 예쁜 초록색 꽃 화분이 있고, 초록색의 작은 책들이 선반 위에 한 줄로 놓여 있었습니다.
이토록 멋진 방을 소개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도로시는 위대한 마법사에게 자신이 살던 캔자스로 보내 달라고 요청합니다. 꼭 맞은 옷과 화려한 생활이 가능한 공간들이 그곳에 있었음에도 도로시는 계속해서 캔자스를 바랍니다.
시골에서 어렵게 살던 곳, 그리운 가족이 있는 곳이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이라 말하며 위대한 마법사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다시 여행을 떠납니다.
저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본질은 언제나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뇌를 가지고 싶은 허수아비는 스스로 생각하고 있음을 깨닫지 못했고 심장이 필요했던 양철 도끼꾼은 누구보다 뜨겁게 살고 있었으며, 용기를 가지고 싶었던 사자는 동료를 위해 이미 누구보다 앞서서 역경을 이겨내고 있었습니다.
도로시가 말하는 캔자스는 자신들이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을 알지 못하고 남들이 필요로 하다는 것에 눈을 빼앗긴 모든 이들에게 돌아가라 말하고 싶은 작가의 생각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아름답다’의 ‘아름’은 ‘나’를 뜻한다고 합니다.
즉, 아름답다는 것은 ‘나답다’라는 뜻입니다. 스스로를 믿는 힘을 가지게 되면서 소설 속 캐릭터들이 성장한 것처럼 이는 모두 도로시가 캔자스로 돌아가고 싶어한다는 소망에서 시작된 일들이었습니다. 돌아가고 싶은 집은 도로시와 일행처럼 우리에게 잊고 살았던 나다움을 느끼게 해줄 것입니다. 여러분은 돌아가고 싶은 집에서 살고 계신가요? 그리고 돌아가고 싶은 집을 짓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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