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이 넓은 공장 지붕 위를 걸어 다니게 되었을까?

집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어쩌다 이 넓은 공장 지붕 위를

걸어 다니게 되었을까?

 

김정희 BSI 건축과학연구소장

전직 빌더 출신으로 빌딩 사이언스 탐구에 뜻을 두고 2016년 BSI건축과학연구소를 설립한 후, 주택하자 문제 연구와 주택 검사 업무에 매진하고 있는 국내 최초의 홈인스펙터다.

글·사진제공_ BSI 건축과학연구소 김정희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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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활하다.

그 동안 작은 주택의 지붕 위에나 가끔 올라 다니던 사람이 갑자기 턱하니 펼쳐진 커다란 공장 건물의 지붕위에 올라서니 든 생각이다. 작은 규모의 공장이 아니다. 엄청나게 큰 공장이다. 그런 공장의 지붕이 이런 식으로 생겼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어쩌다 여기까지 올라오게 되었을까? 현장에서 빌려 준 작업화는 줄도 제대로 안 묶고 올라오다 보니 걷는 데 영 불편하기만 하다. 발도 좀 아파서 대충 걸쳐 신었는데...

설마 이런 곳까지 올라와 한없이 걸을 줄은 전혀 예상을 못했다. 터벅 터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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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 정말 크다. 지붕 물받이가 얼마나 큰지 복도 같다. 그 안에 들어가 앉아서 지붕 처마 부분을 살펴봐도 좁다는 생각이 안 든다. 처음엔 그 크기에 압도 되었지만 심호흡 좀 하고 긴장감을 누그러트린 후 반대로 생각을 해 보니 워낙 커서 뭐든 살펴보기가 좋다. 주택 지붕에서 이 부분 살펴보려면 사다리 놓고 올라가서 좁은 틈새를 비집고 들여다 보느라 고생 많이 할 텐데 이곳에선 널널하기만 하다. 지붕 처마 한번 살펴보려면 많이 걸어야만 하는 단점은 있지만 뭐든 큼지막하니 살펴보기는 좋다.

그런데, 무엇 때문에 주택검사 하는 사람이 공장 지붕 위에까지 올라가게 되었을까?

그건 젖은 글라스울 샌드위치 판넬에서 나는 냄새 문제 때문이다. 이 공장을 짓는 과정에서 묘한 지린내 비슷한 이상한 냄새가 나는 부분들이 있다는 것을 감리하는 사람들이 발견을 했다. 왜 그런 증상이 나타나는지는 노하우와 지식이 풍부한 대형 건설사 사람들이다보니 알고는 있었다. 글라스울 판넬이 젖으면 나는 냄새라는 것을 말이다.

문제는 어디가 얼마나 젖었는지를 잘 모른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게 누구 책임이냐 하는 문제까지 함께 걸려 있었다. 그런 일을 하는 업체를 찾다보니 내가 선택된 것이다. 대형사라고 전부 다 잘하는 것이 아니다. 뭐든 전문분야라는 것이 있다. 나로선 뭐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던지라 빌딩사이언스에서 배운 지식들을 사용해서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 주었다. 몇 년 전 일이고 특이한 일이었던지라 다시 그런 일을 또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최근 냄새나는 대형 카페 건물들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 들어 그 일을 다시 하고 있다.

그 공장 건물에서 생겼던 문제와 같은 이상한 냄새가 나는 건물들이 생겼고, 게다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엔 대형 공장건물이 아니라 주로 신축한 대형 카페나 전자제품 매장, 사무실 건물 등에서 냄새가 난다는 전화들이 오기 시작을 했다. 들어보면 증상이 다 비슷하다. 고양이 오줌냄새 비슷한 이상한 냄새가 난다. 어떤 분은 생선장수가 지나간 냄새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추정되는 원인도 비슷하다. 글라스울 샌드위치 판넬을 사용해서 새로 지은 건물들인데, 공사 중에 비를 맞췄다던가 누수가 생겼다던가 하는 문제들이 있었다. 즉, 샌드위치판넬 속 글라스울이 젖었다는 것이다.

좀 이상하다. 글라스울 판넬은 예전에도 사용되던 재료인데 왜 유독 최근에 이런 문제가 많이 발생을 할까? 거기엔 이런 이유가 있었다. 바로 작은 건물 지을 때도 준불연재 샌드위치판넬을 사용하라는 법령이 작년부터 본격 적용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예전엔 스티로폼이 들어가던 샌드위치판넬을 써서 짓던 대형 카페 크기 정도의 건물들이 이젠 준불연재인 글라스울 샌드위치판넬을 사용하여 짓는 것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그런 건물들은 크고 뻥 뚫려있고 기름 냄새나는 공장 건물과는 달리 상대적으로 작고 밀폐되고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곳들이다. 그러니, 냄새에 민감한 사람들이 불평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향기로운 커피와 신선한 빵의 향기를 맡으며 쉬러온 사람들이 지린내를 맡게 되었으니 그냥 있을 리가 없다. 곳곳에서 냄새가 난다는 항의들이 이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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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사용하는 재료가 바뀌면 시공 디테일도 바뀌고 시공할 때 주의할 사항도 변해야만 한다. 그런데 시공하는 사람들은 샌드위치 판넬은 그 속에 스티로폼이 들어가던 글라스울이 들어가던 상관없이 모두 같은 판넬인 것으로 간주를 하는 것 같다. 그러니 그 취급방식에도 변화가 없다.

때문에 비가 오든 말든 그냥 쌓아 두거나 시공해 놓은 상태에서 비를 쫄딱 맞추다보니 판넬 속 글라스울이 푹 젖어버리는 일들이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글라스울판넬은 젖으면 냄새가 난다는 것을 잘 모르는 것이다. 그렇게 지어진 건물들이 입주 후 냄새 문제 등으로 고생을 하는 일들이 발생을 하는 것이다.


왜 글라스울 샌드위치 판넬은 젖으면 냄새가 날까?

글라스울 단열재엔 여러 종류가 있다.

그중에 판넬 제작에 사용되는 글라스울은 대개 노란색을 띠는 것이다. 목조주택 도입초기에 많이 사용이 되었었는데 지금은 그 비중이 많이 줄었다. 이유는 좀 많이 따갑다. 그래서 시공하는 사람들이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젖으면 냄새가 좀 났던 것도 작용을 했던 것 같다. 그렇다고 최근에 발생하는 젖은 샌드위치 판넬에서 나는 냄새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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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검사를 했던 한 집에선 푹 젖은 노란색 단열재를 봤지만 냄새는 기억에 없다. 그런 것을 보면 젖은 판넬에서 냄새가 발생하기 위해선 뭔가 또 다른 첨가 재료와 환경 조건 같은 것들이 함께 작용을 해야만 하는 것으로 보인다.

관련된 연구 자료들을 찾아보니 젖은 단열재에서 냄새가 나는 증상을 오프가스(off-gas) 현상이라고 부른다. 냄새뿐만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가스들이 발생을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젖은 글라스울 단열재에서만 생기는 문제가 아니라고 한다. 다른 종류의 단열재들도 젖거나 습기가 많으면 생길 수가 있다고 한다. 오프가스 현상은 재료로 사용된 접착제와 같은 화학물질들이 습기와 만난 상태에서 열을 받으면 활성화가 된다고 한다. 그러니까 글라스울을 만들 때 접착물질이 들어간다.

그리고 그 단열재를 샌드위치 판넬로 만들 때 금속판을 붙이기 위해 또 접착재가 추가가 된다. 거기에 여름철 강렬한 햇볕이 촉매작용을 한다. 햇볕에 노출된 샌드위치 판넬의 표면은 맨손으로 만지기가 힘들 정도로 뜨겁다. 그 열기가 습기와 접착재간의 화학작용을 활발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판넬이 젖어 있어도 겨울철엔 나지 않던 냄새가 여름철에는 다시 반복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오프가스 현상은 다른 단열재들에서도 생긴다는데 왜 냄새는 글라스울을 사용한 판넬에서만 생길까? 그건 분해되어 나오는 가스 중에 냄새가 나는 암모니아가 섞인 것은 글라스울 판넬뿐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다른 단열재들도 젖고 열을 받으면 가스를 내뿜는다. 하지만, 냄새가 강한 물질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차라리 냄새가 나는 것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문제가 있다는 경고를 보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냄새도 안 나는 상태에서 가스가 실내를 채운다면... 더 안 좋은 일이 아닐까?


냄새나는 카페 증상은

새집 증후군이 대형화된 형태로 이해

글라스울과 같은 단열재들이 들어간 샌드위치 판넬이 젖은 다음 가열이 되면 나오는 주요한 화학물질들엔 다양한 휘발성 유기 화합물들이 포함되어 있으며, 특히 그 중에서도 포름알데히드, 페놀, 벤젠과 같은 건강에 유해한 물질들이 들어있다. 그런 물질들은 장기적인 노출 시 호흡기 문제, 신경계 손상, 암 유발 등의 위험을 동반할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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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관련된 자료들을 살펴보다 보니 전에 어디선가 봤던 자료에 나오는 물질들과 비슷하다. 바로 새집 증후군에 대한 설명에서 나오는 화학 물질들이다. 그러니까 냄새나는 카페 문제는 전에 없던 새로운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니라 새집 증후군이 대형화된 상업용 건물 버전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그냥 간과하기엔 사람들의 건강에 많은 악영향을 미치는 그런 문제라는 것이다. 그럼 그 해결방법도 새집 증후군의 예방과 해결방법을 적용해도 될 것이다.


해결방법의 기본 원칙은 단순하나

실제 적용은 상황에 따라 많이 달라

기본적으로 새집 증후군은 해결이 되는 문제가 아니다. 최소화하고 관리를 해야만 하는 문제이다. 냄새나는 카페 문제도 마찬가지 원칙이 적용된다. 보통 화학물질에 의한 실내 공기의 질 문제의 해결을 위해선 소스(source) 관리와 건조, 희석 등의 방법이 다 함께 사용이 되어야만 한다.

소스 관리란 나쁜 물질이 발생하는 재료를 사용하지 않는 것과 물에 젖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판넬 자체를 없앨 수는 없으니 젖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소스관리 측면에서 할 일이다. 사실 이 부분이 제일 중요하다. 예방은 쉬워도 문제의 해결은 어려운 법이다. 공사 중에 판넬이 젖지 않도록 주의하고, 또 누수 등의 문제가 발생하여 판넬을 적시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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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젖은 판넬은 건조를 시켜야만 한다. 주택은 베이크아웃을 해서 집을 말리는 것이 가능하지만 카페와 같은 건물은 효과가 크지 않을 것 같다. 또 실험에 의하면 양면이 금속으로 막힌 샌드위치 판넬은 그 구조상 잘 마르질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어떤 방법이든 사용해서 건조를 시키는 것이 좋다. 건조가 어려울 정도로 많이 젖은 판넬은 교체도 검토해야만 한다. 건조가 어려운 구조인 경우엔 건조가 좀 더 잘되는 구조로 만들어줄 필요도 있다.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은 효과는 그리 크지 않지만 냄새를 희석을 시키는 것이다.

즉 공조기와 같은 환기장치를 이용해서 외부의 공기를 더 많이 집어넣어 냄새를 줄이는 방법이다. 다만, 이 방법은 앞의 방법들을 사용하면서 부가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만 먼저 사용해 본 곳들에선 그리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다른 하자문제와는 달리 냄새 문제는 그 해결방법을 찾는 것이 단순하지가 않다. 고려할 점들이 많고 또 다양한 방법을 다 시도를 해봐야만 하는 문제이다. 복잡하긴 하지만 그냥 참고 지내기엔 건강상의 불이익 등이 큰 문제이므로 꼭 전문가들과 상의해 보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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