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어 키건의 <이처럼 사소한 것들>에서 선은 어디에서 태어나는가 고민해보다

'오월의 푸른 하늘' 책방지기가 전하는 건축 이야기 - 문학 속의 집을 여행하다

클레어 키건의 <이처럼 사소한 것들>에서

선은 어디에서 태어나는가 고민해보다

글.사진제공 | 오월의 푸른하늘 대표 최린

 

어릴 적 교회를 다니던 친구의 초대로 교회를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친구가 적어준 지도대로 좁은 골목길들을 올라 다다른 곳에는 망한 점포처럼 보이는 집이 있었고 간판에는 종이로 ‘OO교회’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허름한 교회를 보게 된 저는 솔직한 마음으로는 들어가기 싫었습니다. 제가 알던 그 전까지의 교회와는 확연하게 달랐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교회 문을 여는 순간 깔끔하게 정돈된 예배당과 인자하신 목사님의 미소에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살신성인의 마음으로 주변의 힘든 이들을 돕는 목사님의 모습은 겉모습만을 보고 들어가기 싫어했던 제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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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클레어 키건의 소설 <이처럼 사소한 것들>은 과거 ‘막달레나 수녀원’ 아래서 자행된 끔찍한 사건을 소재로 만들어졌습니다. 수녀들이 고아들을 모아 밤낮으로 빨래 노역을 시키고 억지로 입양을 보내거나 강제로 임신을 시키며 돈벌이를 했던 것이 들통나 종교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던 사건입니다.

신을 모시고 청렴결백한 삶을 살아간다고 생각하는 수녀님들과 그들이 모여 사는 신성한 공간인 수녀원에서 자행된 일이다 보니 더욱 충격적이었습니다. 모두가 힘들어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건 현실이나 작품 속이나 같습니다. 그럴 때일수록 종교는 사람들을 악으로부터 구원해 선으로 이끄는 역할을 자처합니다. 믿음이 있기에 우리는 종교적인 건물을 믿어오고 있는 것일지도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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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고 멋지게 만들어진 건물들은 우리의 눈을 사로잡습니다. 들어가 보고 싶다는 욕망을 불러일으키고 그 공간을 누리는 일원으로써 자부심과 만족감으로 차올라 집단에 대한 충성도 또한 높아지기 마련입니다. 같은 지역의 일원이 쌓아온 공든 탑이 같은 공간들은 무너질까 두려워 썩어가는 곳들까지 눈을 가리고 아웅하는 일들도 벌어집니다.

선이라는 것은 건물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님을 배워갑니다.

제 아무리 좋은 땅을 소개하더라도 그곳에 살 사람이 누군가에 따라 좋은 땅은 죽을 수도 있다는 어느 풍수지리사의 말이 떠오릅니다. 좋은 건물은 사람을 빛나게 해줄 수 있지만 그 이전에 자신이 빛나는 사람인가를 곰곰이 생각해보게 만드는 작품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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