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할머니 아파트’의 매력에 빠지다
출처 : KOTRA
인구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한
‘할머니 아파트’의 인기
최근 몇 년간 미국에서는 인구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소위 ‘할머니 아파트(granny flats)’, ‘시댁 집(in-law units)’, ‘뒷마당 별장(backyard cottage)’, ‘보조 주택(secondary units)’ 등으로 불리는 보조 거주용 시설(ADU·Accessory Dwelling Unit)이 인기를 얻고 있다.
ADU가 대표적으로 ‘할머니 아파트’로 불리는 데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ADU는 주로 노인 거주 공간으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ADU는 노인들이 독립적으로 생활하면서도 가족 구성원과 가까이에서 필요한 도움을 받을 수 있게 해준다. ADU는 한 마디로 단독 주택 부지 안에 짓는 별채와 같은 개념이다. 일반적으로 주택보다 작지만 독립적으로 설계돼 거주, 수면, 요리 및 위생을 위한 완전한 시설을 구비하고 있어 노인을 가족 구성원으로 두고 있는 가구에 좋은 선택지를 제공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ADU 허가 추이
[자료: UC 버클리 지역 사회 혁신 센터]
노인 인구 증가 외에도 ADU가 미국 전역에서, 특히 주택 비용이 높고 추가 임대 수입이 특히 중요한 도시 지역에서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이유는 또 있다. ADU는 기존의 단독 주택 부지 안에 짓는 것이므로 새로운 땅을 확보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주택 부족 문제가 심각한 인구 밀집 지역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주거 공간을 마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ADU는 가족 구성원을 위한 주거 공간 외에도 재택근무를 위한 홈 오피스, 추가 수입을 창출할 수 있는 임대 공간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빼놓을 수 없다. ADU 건설 붐은 관련 법률이 완화되면서 시너지 효과가 커졌다. 캘리포니아주를 비롯한 많은 주와 자치구가 ADU 건설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관련 법률을 수정했다. 예를 들어, 캘리포니아는 ADU 허가 과정을 간소화하고 ADU 건설을 위한 수수료를 비롯해 규제 관련 각종 장애물을 줄이기 위해 여러 법률을 통과시켰다. 이와 같은 모든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ADU에 대한 미국인들의 관심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ADU로 작지만 강력한 주거 혁신을 이룬다
캘리포니아는 매력적인 기후, 강력한 경제 기반, 그리고 다양한 문화 활동 등의 이점 때문에 많은 미국인들이 거주지로 선호하는 지역이다. 따라서 수요가 매우 높지만 적절한 주택 공급이 이뤄지지 않아 늘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주택 공급이 어려운 이유는 캘리포니아가 토지 사용 및 건축에 관한 규제가 매우 엄격하기 때문이다. 환경 보호를 이유로 개발 가능한 토지가 제한돼 있을 뿐만 아니라, 건축 절차가 복잡하며 비용이 많이 들어 건축이 지연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ADU는 캘리포니아의 주택 수요를 완화해 줄 수 있는 대안으로 급부상했고, 이에 따라 ADU를 전문적으로 설계, 건설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 사마라가 선보이는 스튜디오 타입 ADU ‘백야드’의 모습 [자료 : Samara]
사마라(Samara)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숙박 공유 플랫폼 에어비앤비의 공동 창업자인 조 게비아(Joe Gebbia)와 플렉스(Flex)의 전(前) 최고경영자인 마이크 맥나마라(Mike McNamara)가 이끌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사마라는 최근 멕시코에 15만 평방피트 규모의 공장 운영을 시작하고, 내부 및 외부 마감재를 포함해 본격적인 모듈형 ADU 제조에 나섰다. 공장에서 생산된 ADU는 트럭에 실려 고객 소유지로 배송된다. 사마라가 선보이는 첫 ADU 제품 ‘백야드(Backyard)’는 스튜디오 타입, 1 베드룸 타입, 2 베드룸 타입의 3 종류가 있으며, 허가 기간을 포함해서 주문일로부터 최대 7개월 내 고객의 소유지에 설치된다. 마이크 맥나마라는 ‘집은 삶의 중심이다. 평균적으로 캘리포니아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17년 동안 집에서 살고 있다. ADU는 세금 부담이나 개조 공사의 번거로움이 없고, 사람들이 자신의 부동산에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며 ADU의 잠재성에 대해 높이 평가했다.
▲ 아보두가 제공하는 스튜디오 타입 ADU의 모습 [자료 : Abodu]
2017년 ADU에 관한 캘리포니아 주법이 완화되자 또 다른 업체인 아보두(Abodu)도 2018년부터 ADU 및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아보두는 ADU 허가부터 설치까지 모든 것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며, 일반적으로 의뢰일로부터 약 9개월 이내 프로젝트를 완료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아보두는 실리콘밸리 지역인 레드우드시티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캘리포니아주 전역에서 관련 사업 및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아보두를 이용해 ADU를 설치할 경우, ADU, 프로젝트 관리, 기초 공사, 유틸리티 연결 및 허가 등 모든 과정을 포함해 비용은 대략 20만 달러부터 시작된다. 허가 비용은 설치하는 도시마다 다르다. 아보두는 프리팹 방식의 ADU를 제공하고 있으며, 지붕, 옆면, 접이식 파노라마 도어, 바닥재, 캐비닛, 조명, 가전제품 및 비품을 포함해 고객이 선택할 수 있는 옵션 사항을 많이 두고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 홈디포에서 판매하고 있는 DIY용 ADU 키트 [자료 : Home Depot]
좀 더 가성비가 좋은 모델을 찾는 사람들을 위한 DIY(Do It Yourself) ADU도 있다. 미국 최대의 건축자재 판매업체인 홈디포에서는 DIY 모델을 찾는 사람들을 위한 ADU를 판매하고 있다. 홈디포온라인 판매숍에서는 다양한 제조업체에서 선보이는 가지각색 DIY ADU를 검색하고, 소비자가 원하는 사양이나 가격 조건 등을 고려해 마음에 드는 제품을 선택할 수 있다. 이들 제품은 DIY용으로 고안된 것이기 때문에 조립하기 쉬운 시스템을 갖추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으며, 각종 유틸리티 연결 및 마감재 등은 소비자들이 별도로 선택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건축 허가 과정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DIY ADU 제조업체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이 경우 소비자가 지역 건축 부서에 직접 문의해 허가에 필요한 사항을 알아내고 선택한 모델이 크기 제한, 높이 제한 등의 요건을 준수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ADU가 뜨면 ‘이것’도 뜬다
ADU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ADU를 이루는 생활 공간도 스마트하게 바꿔주는 스마트 홈 기술에 대한 수요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스마트 홈 기술의 측면에서 보면 ADU라는 새로운 시장이 생긴 것이다. 스마트폰 혹은 음성명령을 통해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는 스마트 전구 시스템이나 조명 일정을 자동화하는 조명 시스템, 사용자의 선호도를 학습해 사용자의 일정에 맞춰 최적의 에너지 사용을 보장하는 스마트 온도 시스템은 이미 많은 ADU에서 표준 사양으로 채택되고 있다. 또한 ADU 소비자들이 중요하게 고려하고 있는 사항으로 보안 기술도 떠오르고 있는바, 스마트 보안 카메라는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이를 통해서 소비자들은 ADU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스마트폰 앱을 통해 비정상적인 활동에 대한 알림을 받을 수도 있다.
▲ ADU를 위한 인테리어 및 공간 절약 솔루션 [자료 : Symbium]
ADU는 일반 주택에 비해 규모가 작으므로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솔루션을 찾는 소비자들도 많아지고 있다. 경첩 없이 벽 속의 공간을 통해 문을 개폐하는 포켓도어, 수납형 침대, 빌트인 선반이나 캐비닛, 수납 의자, 접이식 책상, 이동식 파티션, 계단 아래 수납 공간을 활용한 인테리어는 ADU를 소유한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이외에도 지속 가능성 주택에 대한 수요는 ADU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ADU에도 태양광 패널을 비롯한 각종 재생 에너지 솔루션을 적용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재생 에너지 솔루션은 ADU가 미치는 환경 영향을 줄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에너지 소비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에 앞으로도 꾸준한 성장이 예상된다. 또한 ADU가 고령의 가족 구성원을 위한 주거 공간으로 주로 사용되면서 예를 들어 걸을 수 있는 욕조, 미끄럼 방지 바닥같이 고령층에 적합한 맞춤 옵션 솔루션과 관련한 시장도 유망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사점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미국의 일부 주는 최근 몇 년간 ADU 건설을 장려하기 위해 요건을 완화하는 등 관련 법률을 개정했다. 캘리포니아의 경우 2025년 1월 1일 이전에 허가된 모든 ADU에 대해 주택 소유주가 ADU가 위치한 부동산에 반드시 거주해야 한다는 제한을 삭제하고, ADU의 크기, 높이 및 후퇴에 관한 규정을 간소화하며, 800평방피트 이하의 ADU는 수수료를 면제하는 등 ADU 건설 장벽을 크게 낮췄다. 실리콘밸리 일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부동산 전문가 A씨는 인터뷰에서 “미국은 인구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주택 부족 문제가 심각한 바, ADU와 관련한 법 규정은 주택 소유주가 ADU를 더 쉽게 건설하고 관리할 수 있게 함으로써 주택 재고를 늘리고 더 저렴한 주택 옵션을 제공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개선되고 있다. 이에 따라 ADU에 대한 인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자료: UC 버클리 지역 사회 혁신 센터, Samara, Abodu, Home Depot, Symbium, Houseidea, California housing and community development, KOTRA 실리콘밸리 무역관 자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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