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푸른 하늘' 책방지기가 전하는 건축 이야기 - 문학 속의 집을 여행하다
구단 리에의 <도쿄도 동정탑>을 읽고,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우리가 진정으로 생각해야 할 것에 대해 고찰하다
글.사진제공 | 오월의 푸른하늘 대표 최린
단체생활이 존재하는 공간들 중 범법행위를 저질러 들어가게 되는 감옥이 있습니다. 보통은 산속 깊은 곳에 일반인들의 출입이 제한되어 있는 곳에 감옥이 세워집니다. 해서는 안 되는 짓을 저질러 버린 이들이 모이는 곳은 저절로 사람들의 상상 속에서 칙칙하고, 살기 힘들고, 부조리가 넘치는 공간으로 그려지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일본에서 최근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구단 리에 작가의 <도쿄도 동정탑>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감옥에 대해 파격적인 해석을 내놓으며 공간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만듭니다. 이 소설은 근미래를 배경으로 도쿄에 새롭게 만들어져야 하는 미래형 감옥을 설계하는 여성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주인공은 어릴 적부터 느껴왔던 일본 사회의 부조리를 건축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사람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시대의 방향성에 큰 도전을 꾀하고 있습니다.
작중 주인공은 2020년에 열린 도쿄올림픽을 해서는 안됐던 최악의 올림픽이라고 말하며 당시 메인 경기장으로 만들어질 예정이었던 유명한 건축가 자하 하디드의 경기장 디자인이 현실에서 취소당한 사건을 비꼬고 있습니다. 그가 만든 디자인은 마치 여성의 음부와 같다 말하며 디자인의 아름다움을 깎아내립니다. 미래지향이라는 슬로건이 안타깝게 느껴질 정도로 뒷걸음만 치는 고리타분한 인간들에게 화가 치밀어 오르게 됩니다.
신주쿠 교엔, 도쿄의 중심부에서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공간 바로 옆에 만들어질 교도소, 정식 명칭 ‘심퍼시 타워 도쿄’는 그 이름부터 이름만 외국을 따라가며 일본인이 자신들의 색을 지워가려고 하는 것 또한 안타까움이 묻어납니다. 그래서 주인공은 일부러 인터뷰를 통해 ‘도쿄도 동정탑’이라고 말했고 일본 사람들은 이를 더욱 친근하게 사용하게 됩니다. 이 교도소는 일반 사람보다 호화로운 생활을 누릴 수 있게 만들어졌습니다.
이 공간은 호화롭지만 생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지켜야할 규칙들이 존재했습니다. 바로 ‘비교’하는 말의 통제였습니다. 호화로운 공간에서 산들이 이를 타인에게 비교할 수 없도록 만들다 보니 처음엔 정말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과 달리 ‘계속해서 이 공간에서 사는 것은 정말 행복한 것이 맞을까?’라는 질문이 저절로 튀어나오게 됩니다. 외부의 일반인들은 그들이 누리고 있는 혜택이 비교로 인해 마음껏 느낄 수 있지만 정작 내부의 인간들은 이 행위가 금지되어 있어 아무것도 느낄 수 없게 됩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아름답게 만들어져 있는 교도소에 있는 이들을 보면서 ‘동정’하는 마음을 가지게 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기 위해선 새로운 시도가 필요합니다. 작품 속 고리타분한 인간들은 고작 새로운 시대를 위해 바꾸고 싶었던 것은 ‘이름’을 영어로 만든다는 추잡한 일에 불과했습니다. 일본이라는 사회가 미래로 나아가는 길에 진정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이는 일본뿐만 아니라 우리 자신에게도 던져야 할 질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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