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새로 산 집이라고 했는데 큰일 났네!

집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얼마 전에 새로 산 집이라고 했는데

큰일 났네!

 

김정희 BSI 건축과학연구소장

전직 빌더 출신으로 빌딩 사이언스 탐구에 뜻을 두고 2016년 BSI건축과학연구소를 설립한 후, 주택하자 문제 연구와 주택 검사 업무에 매진하고 있는 국내 최초의 홈인스펙터다.

글·사진제공_ BSI 건축과학연구소 김정희 소장

 

새로 집을 산다는 건 설레고 기대되는 일이지만, 그와 동시에 신중하게 준비해야 하는 중요한 결정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주택 검사에 대한 인식이 낮다.

전문가가 집의 상태를 점검해 주는 주택 검사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주택 검사를 알더라도, 집을 사기 전에 별 문제가 없어 보인다면 “굳이 비용을 들여서 검사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만약 문제가 생기면 그때 해결하면 된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막상 집을 사고 나서 예기치 않은 문제가 발생하면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집은 워낙 고가의 자산이기 때문에 한 번의 잘못된 선택이 큰 경제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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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여름 초, 주택 검사를 요청받았다. 7년 된 목조주택을 새로 구입해 입주 전 내부 수리를 진행하던 중, 비가 내리면서 안방 천장에서 누수가 발생한 상황이었다. 집을 판 사람에게 전혀 듣지 못한 하자였다. 이상한 느낌을 받아 검사를 요청했다고 한다. 현장에 도착해 집을 보는 순간, 큰일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집은 전형적인 목조 주택의 형태와 많이 달라 문제가 될 만한 부분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한숨부터 나왔다. 이런 집은 반드시 구매 전에 주택 검사를 받았어야 할 집이었기 때문이다.


집 보러 갔을 때 가장 눈여겨볼 것은

주택의 형태

그런데, 어떻게 처음 본 순간 누수 문제가 많은 집이란 것을 알았을까? 경험과 노하우? 아니다. 그건 비교할 집의 형태를 확실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비교할 대상만 안다면 어떤 집이 누수 등의 문제가 많을 지를 판단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누구나 가능한 일이다. 게다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문제가 적은 집의 형태를 이미 알고 있다.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보던 오래전부터 지어왔던 집의 모양이 바로 그 문제 적은 집의 모범이 되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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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런 모양의 집들 말이다. 초등생들도 다 아는 그런 형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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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전통적으로 지어오던 집들, 우리 주변에서 많이 보던 형태의 집들은 하루 아침에 그런 모양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인류가 집을 짓기 시작하면서부터 숱한 시도와 실패, 그리고 개선의 과정을 통해서 만들어진 지혜의 결정체이다. 때문에 비슷한 기후대의 집들은 대개 다 비슷하게 생겼다. 우리처럼 비가 많이 오는 지역의 집들은 대부분이 이 같은 모양의 집들을 짓고 있다. 왜냐면 자연의 법칙은 어디에나 공통적으로 작용을 하고, 사람들은 다들 비슷한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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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우리 전통 주택 같은 형태가 바로 우리나라 기후에선 빗물관리에 최적화 된 형태가 되는 것이다. 위 그림은 빌딩사이언스에서 강조하는 주택의 물 관리에 관련된 그림이다. 이 형태와 검사를 했던 집 모양을 비교해 보기 바란다. 다른 부분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 부분들은 모두다 재료의 선택과 시공에 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과연 그렇게 하고 있을까?


형태가 달라지면

재료의 성능과 시공 디테일을 보강해야

북미 지역이나 일본은 우리보다 주택 하자문제에 대한 통계가 발달했다. 이유는 주택 하자보험이 있기 때문이다. 보험사들은 하자로 인한 보험금 지급을 줄여야만 이익이 많이 남는다. 그래서 하자가 적고 튼튼한 집을 짓기 위한 방법들에 대해 연구하고 관련된 자료들을 만들어 보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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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미국에서 가장 큰 풍동 실험장치를 가진 주택 연구 기관이 IBHS 리서치센터라는 곳이다. 미국의 손해보험사들이 만든 곳이다. 이런 실험을 한다. 실제 크기의 집을 지어서 바람에 날려보고 불에 태워보고 하는 실험이다. 유튜브 등에서 본 적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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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마 길이와 누수의 상관관계

일본에서도 2000년 품확법 도입 때 주택보험이 의무화가 되었다. 최근 들어 본격적인 각종 통계자료들이 나오고 있다. 일본 자료를 보면 북미지역의 자료와 별 다를 것이 없다. 위 그래프는 최근에 나온 지붕 처마의 유무가 누수 문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조사 자료이다. 캐나다에서 몇십 년 전에 조사한 자료와 같은 결과이다. 즉 전 세계 어디서나 공통적으로 비가 오는 곳이라면 집의 형태가 누수 문제에 영향을 주는 중요한 요소라는 얘기이다. 그리고 그 처방도 함께 제시하고 있다. 오른쪽 그림을 보면 형태가 변경되었을 때는 건축 재료의 방수성능에 의존을 해야만 한다는 되어있다. 당연히 디테일 시공도 중요한 요소가 될 수밖에는 없다.


7년 밖에 안 된 집이

이렇게 심하게 망가진 것은 누수 때문

검사했던 집은 어떤 문제가 있었을까? 여러 부분에서 누수가 발생하고 있었다. 1, 2층 욕실은 기본이고, 지붕, 벽체, 베란다 등등. 특히 처마 없는 지붕과 맞닿아 있는 벽체의 상태가 좋지 못했다. 벽체 시공방식에 문제가 있기는 했지만 7년 된 수준으로는 너무 상태가 좋지 못했는데, 그게 바로 맞닿아 있는 지붕에서 생긴 누수 문제 때문이었다. 비록 벽체 시공방식이 문제가 있긴 했지만 지붕 쪽의 누수만 없었다면 이렇게나 빨리 OSB나 구조재들이 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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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현장 사진을 봐도 누수가 된 부분과 안 된 부분의 상태엔 차이가 커 보인다. 원래 누수 되는 지붕 끝부분만 고치려고 했던 상황인데, 벽체와 지붕이 만나는 부분의 구조재가 모두 상해버린 상황인지라 벽체까지 전부 뜯어내고 재시공을 할 수 밖엔 없는 상태였다. 덕분에 보수비용이 확 늘어났고, 집 주인의 마음엔 커다란 생채기가 날 수 밖엔 없었다. 전체 보수작업이 끝난 다음에 들으니 보수에 들어간 비용이 처음 이 집을 샀을 때 지불한 금액의 약 30% 수준은 되는 것 같다. 집값이 비싼 동네인 것을 감안하면 거의 집 하나 새로 짓는 비용 정도의 손실이 났다. 게다가 완벽하게 수리를 다 한 것도 아니다. 구조적인 불안정성 때문에 보수작업을 할 수 없었던 부분들도 여전히 남아있다.


만일에 사기전에

먼저 주택검사를 받았다면...

그 집을 검사했던 그 무렵 집을 사려한다고 주택검사를 요청한 분이 있었다. 사람들이 선호하는 동네에 저렴하게 나온 집인데, 전면적인 리모델링이 되어 있는 그런 집이었다. 앞서 두어 번 그 집을 방문했던 고객께선 마음이 이미 많이 넘어간 상태였다. 하지만, 뭔가 불안한 구석이 있었는지 아니면 조심성이 원래 많은 분인지 그래도 한번 주택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하셨던 것 같다. 나만 별말이 없으면 그냥 바로 계약을 할 상황이었다. 그런데, 함께 방문해서 살펴본 그 집은 뭔가 좀 이상한 구석들이 많았다. 아마도 그런 것들이 그 분에게 본능적인 위기의식을 불러 일으켰던 것이 아닐까 싶다.

그 집은 이른바 플립하우스였다. 플립하우스란 낡은 집을 겉만 그럴듯하게 새로 싹 고쳐 놓은, 하지만 속은 문제가 많은 집을 말한다. 잘 포장된 겉보기와는 달리 부실한 집, 앞으로 손이 많이 갈 수 밖엔 없는 집이었다. 게다가 검사를 요청하신 분은 연세가 좀 있으셔서 집 관리에 힘을 쓸 상태가 아니었다. 집과 그 집에 들어가실 분의 상성도 잘 맞지가 않았다. 그래서 사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조언을 드렸고 그대로 받아들이셨다. 아마도 그 집도 검사 없이 무턱대고 샀다간 이 집처럼 정말 많은 돈을 들여서 다시 손을 보던지 아니면 아예 헐고 다시 짓던지 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했을 것이다. 대형 투자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예방해 드린 것이다. 많은 돈 들여서 집을 샀는데 문제가 많아서 그런 걱정을 하게 된다면 그럼 일상이 곧 지옥이다.

주택검사는 혹시나 그런 일이 생길 것을 막아주는 방패 역할을 한다. 험한 세상에선 그런 방패들이 필요한 순간들이 있다. 잘 활용하는 것도 지혜이다.

* 월간빌더 카페 등에 업로드 되는 기사는 과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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