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된 목조주택의 벽에 생긴 결로 곰팡이 문제가 하자보증 대상이라고?

집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6년 된 목조주택의 벽에 생긴

결로 곰팡이 문제가

하자보증 대상이라고?

 

김정희 BSI 건축과학연구소장

전직 빌더 출신으로 빌딩 사이언스 탐구에 뜻을 두고 2016년 BSI건축과학연구소를 설립한 후, 주택하자 문제 연구와 주택 검사 업무에 매진하고 있는 국내 최초의 홈인스펙터다.

글·사진제공_ BSI 건축과학연구소 김정희 소장

 

 

매년 겨울철이면 빠짐없이 계속 반복되는 뉴스가 있다.

바로 새 아파트에 생긴 결로 곰팡이 문제이다.

 

뉴스에 나온 사람들은 이따위로 집을 짓느냐고 분통을 터트리지만 실제로 하자문제로 인정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의 아파트 건설사들은 겨울철 결로와 곰팡이는 하자로 인정 자체를 안 한다.

 

기껏해야 하자분쟁조정위원회에 가서 A/S정도 해주는 식으로 마무리를 한다.

 

왜냐면 결로와 곰팡이 문제의 원인으로는 주택 자체의 문제뿐만 아니라 사용자의 관리 문제라는 두 가지 요소가 항상 함께 작용하기 때문이다. 거기에다가 실제로 검사를 해보면 사용자 책임이 더 큰 경우들이 많다. 건설사들이 괜한 자신감을 가진 것이 아니다.

 

그리고 비록 하자로 인정이 된다고 해도 실내건축 항목을 적용해 1년이 보증기간의 전부이다. 무척이나 짧다.

 

그런데, 이웃나라 일본의 하자소송과 관련된 판례 중에 특이한 것이 있다.

 


지은 지 6년이 지난 목조주택의 벽에 생긴 결로와 곰팡이 문제에 대해서 시공사의 잘못을 인정해 하자보수를 해 주어야만 한다는 판결이 난 것이다.

 

일본도 실내건축 부분에 대한 하자보증기간은 우리와 똑같이 1년에 불과하다. 게다가 결로 곰팡이 문제에 대해선 하자로 안보는 경향도 비슷하다.

 

그런데, 어떻게 지은 지 6년이나 지난 주택의 결로 곰팡이 문제가 하자보증 대상으로 인정을 받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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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소송을 제기한 쪽에서 결로 곰팡이 문제를 가지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 아니라, 결로로 인해 벽체 속 합판이 젖은 것을 가지고 쟁점을 삼았기 때문이다.

 

아마도 결로 곰팡이 문제만 얘길 했다면 소송에서 졌을 가능성이 높았을 것이다. 그런데, 합판이 젖은 문제를 중요 소송 항목으로 삼았기 때문에 승소를 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같은 문제 증상인데 왜 이런 차이가 발생을 하게 되었을까? 그건 일본의 ‘주택품질 확보 촉진에 관한 법령’, 즉 품확법 때문이다.

 


 

벽지의 곰팡이 문제는 실내건축 문제이나,

합판이 젖는 것은 구조 문제

 

일본은 주택의 하자 문제에 대해서 2000년부터 ‘주택품질확보 촉진에 관한 법령’을 적용하고 있다.

 

이 법은 그 동안 수차례 발생한 대형 지진으로 인해 주택들이 붕괴되는 일들이 대거 발생하자 그런 문제를 예방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그래서 주택의 구조 강화에 중점을 둔 법령이다.

 

구조와 관련된 하자들에 대한 보증기간을 대폭 강화하여 시공사들이 경각심을 가지고 집을 짓도록 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그 구조 문제에 빗물 누수로 인한 문제도 포함되어 있다.

 

목구조 주택에선 아래 그림과 같은 부분들이 주요한 하자보증 대상이다.

 

파란색 부분, 즉 지붕, 벽, 개구부에서 생긴 누수 문제들은 구조 문제처럼 10년 하자 보증을 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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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다가 2011년에 일본 대법원에서 만일에 불법행위, 즉 애당초 부실하게 공사가 이뤄졌다는 것이 입증이 된다면 품확법뿐만 아니라 민법까지 적용해서 10년 더 하자보증 책임을 지도록 하는 판례가 나왔다.

 

그래서 부실시공으로 인해서 구조와 누수 문제가 발생을 하면 최대 20년간 하자보증을 해 주어야만 하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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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얘기했던 집이 결로 곰팡이 문제가 아니라 벽체 속 합판이 젖은 문제를 제기한 것은 이 품확법의 적용을 받기 위함이다.

 

외벽의 합판은 중요한 구조재이기 때문에 합판이 젖는 것은 구조의 문제로 보아 6년이 지났음에도 하자보증 대상이 된 것이다.

 

 


 

일본에선 빗물 누수 문제를

구조 문제로 인식을 하게 된 계기는

 

사실 2000년 이전의 일본은 우리나라보다도 더 하자보증 기간이 짧았다. 보통 1년 정도의 하자보증기간을 적용을 했다.

 

그런데, 왜 갑자기 ‘품확법’을 만들어서 구조와 관련된 문제의 보증기간을 10배나 늘리게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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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이 1995년의 한신대지진이라고 한다.

 

그 때 10만 채 이상의 주택이 붕괴되었고, 약6천명이 넘는 사망자가 나왔는데, 대부분이 무너진 집에

깔려 사망한 사람들이었다고 한다.

 

그러니, 더 이상은 그런 비극이 생기지 않도록 하자는 국가적인 차원의 각성으로 인해서 어찌 보면 시공업체 입장에선 황당하다고 할 수 밖엔 없는 구조 문제에 대해선 하자보증기간 10배 확대가이뤄진 것이다.

 

단 한 번의 법 제정으로 말이다.

 


 

또 구조뿐만 아니라 빗물 누수 문제가 함께 포함된 것은 붕괴된 주택들에 대한 조사 결과 때문이다.

 

무너진 주택들을 조사해 본 결과 중요한 구조 부분들이 누수 된 물로 인해서 상해 버리면서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 집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특히, 아래의 사진처럼 벽체를 잡아주고 지탱해 주는 중요 구조 부재들이 서로 연결되는 부분들이 상해버린 집들이 무너진 사례가 많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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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누수 문제는 곧 구조의 문제로 인식을 하게 된 것이다.

 


 

품확법 이후 일본의 건축방식은

기둥보 구조에서 벽식 구조로 변화

 

품확법 실시 이후에 일본 목조주택 건축에서 가장 큰 변화는 구조가 기둥보 구조에서 합판을 구조재로 사용하는 벽식 구조로 변화를 했다는 것이다.

 

이는 기둥보 구조보다는 벽식 구조가 좀 더 구조적인 안전성을 확보하기에 유리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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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식 구조는 기둥보 구조에 비해 하중이 분산되고, 횡력에 강하며, 국지적인 손상에 대한 내구성이 더 강하다고 평가된다.

 

이런 벽식 구조에선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부분은 벽을 구성하는 목재와 합판이다. 그러니, 벽체의 핵심요소인 합판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구조에 심각한 문제가 생기는 것으로 판단을 한 것이다.

 


 

일본 사례를 통해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것은

 

이웃나라 일본의 하자 소송사례에서 보는 것처럼 목조주택의 외벽에 들어가는 OSB나 합판은 구조재이다.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일본과 같은 판례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생겨날 가능성이 높다. 집주인 중 누군가가 일본처럼 벽체의 합판이 젖는 것을 가지고 구조문제로 이의를 제기한다고 하면, 그대로 인용될 가능성이 높다.

 

왜냐면 업계 누구에게 물어봐도 합판이 구조재가 아니라는 얘기는 못 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내력벽이나 전단벽에 사용된 경우라면 100% 구조적인 역할을 할 수 밖엔 없다.

 

다만, 우리나라는 목구조의 구조하자문제에 대한 보증기간은 5년이기 때문에 일본처럼 10년이 아니라 5년 룰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목조주택을 시공하는 사람들은 벽체가 젖거나 상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할 필요가 있다. 조금 젖는 정도는 괜찮다. 금방 마를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으면 말이다.

 

그런 즉, 외벽 부분엔 마감 재료에 적합한 레인스크린 시스템을 꼭 마련해 두기 바란다. 레인스크린 시스템은 벽체의 배수와 환기를 도와서 벽체 자체의 내구성을 높이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만일에 그게 시공되어 있다고 한다면 벽체가 조금 젖은 현상을 가지고 누군가 일본처럼 구조 하자문제라고 이의를 제기를 한다고 해도 충분히 방어가 가능하다.

 

젖어도 금방 마르는 것이 중요하다는 과학적인 원리에 대해선 누구라도 인정할 수밖엔 없으니 말이다.

 

이제 건축은 점점 더 까탈스러워지고 있다. 집과 고객 모두 변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시공자들도 변해야만한다.

계속 업그레이드를 하지 않으면 뒤처질 수밖엔 없다. 그럼 도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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