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단열 고기밀와 함께 고려해야 할집의 근본, 구조적 안전성

집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고단열 고기밀와 함께 고려해야 할집의 근본,

구조적 안전성

 

김정희 BSI 건축과학연구소장

전직 빌더 출신으로 빌딩 사이언스 탐구에 뜻을 두고 2016년 BSI건축과학연구소를 설립한 후, 주택하자 문제 연구와 주택 검사 업무에 매진하고 있는 국내 최초의 홈인스펙터다.

글·사진제공_ BSI 건축과학연구소 김정희 소장

 

 

최근 주택 건축에서 주목받는 키워드는 단연 고단열, 고기밀이다. 이는 에너지 절약관련 정부 정책과 쾌적한 실내 환경에 대한 현대인의 요구가 반영된 결과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추세가 주택의 근본적인 기능인 구조적 안전성에 대한 관심을 간과하게 만든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특히 기상이변으로 자연재해의 빈도와 강도가 증가하는 시대에, 구조적 안전은 필수적인 요소로 재조명 되어야만 한다.

 

이웃한 일본에선 난카이 대지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만일의 경우 우리나라도 심각한 피해를 입을 것이란 의견들이 지배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고단열, 고기밀 뿐만 아니라 튼튼하고 안전한 집을 짓는 것에도 주의를 기울여야만 한다. 주택의 안전성은 집이 가져야만 할 가장 근본적인 가치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대인들에게 집은 단순한 거주 공간을 넘어 가장 큰 재산이고 삶의 기반이다. 튼튼하고 안전한 집은 가족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동시에 한 가족의 경제적 안정성까지 보장하는 역할을 한다.

 

자연재해가 더 이상 예외가 아닌 오늘 날 튼튼하고 안전한 집은 재난을 이겨내고 지속 가능한 생활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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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함을 상실한 주택, 그 피해는 치명적이다!

 

최근 검사를 한 주택에서 목격한 장면이다. 실내 벽체의 하단부가 휘었다.

 

이렇게 된 이유는 원래 힘을 받아주던 외벽이 망가져 더 이상 제 기능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힘을 받지 않도록 만들어졌던 벽체에 크게 부하가 걸리면서 겨우겨우 버티고 있다. 집이 붕괴 위기에 처해 있는 상황이다.

 

이런 건 구조전문가라고 해도 함부로 손을 대기 힘들다. 정밀 안전진단을 받아야만 할 상황이다.

 

그럴 경우 거주불가 판정은 불가피하다. 현 상태에선 집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는 것이다. 이걸 고치려면 막대한 보수비가 예상이 된다.

 

이 집을 산 분은 경제적, 심리적으로 큰 충격을 받은 상황이다.

 

많은 경우 그러하듯이 이런 집을 산 분들이 여유가 있는 것이 아니다. 빠듯하다. 그런 상황에서 지금 인생 최대의 경제적인 위기에 처해 있다.

 

이런 일들 때문에 주택의 안전함은 곧 한 가정의 삶의 기반과 직결되는 문제가 되는 것이다. 집이 흔들리면서, 이 집 주인 가족의 생활의 안정성도 함께 흔들리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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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목조 주택의 디자인은 구조적인 안정성에 의문을 초래

 

국내에선 지난 30년간 목조주택을 지어왔다.

 

그 동안 별 얘기 없다가 왜 갑자기 요즘 들어 구조강화가 필요하다고 역설을 하는 것일까? 그건 그간 지어온 집들에서 이제 본격적으로 문제들이 생기기 시작을 했다는 것과 요즘 지어지는 집들은 그나마 간신히 유지되던 구조적인 안정성을 더 낮추는 경우들이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지어지는 주택은 디자인과 공간 활용에 초점을 맞춘 설계가 많다. 높은 천장, 넓은 거실, 그리고 커다란 창, 코너창과 같은 요소는 개방감과 미적 만족도를 높이는 데 기여하지만, 동시에 구조적 취약성을 초래한다. 이러한 집 모양들은 강풍, 지진, 홍수 같은 자연재해에 더 큰 위험을 초래한다.

 

특히 벽체를 줄이고 기둥을 없애고 넓은 공간을 만드는 방식은 하중을 지탱하는 구조적 요소를 약화시키고, 높은 천장은 집의 무게 중심을 올려 바람이나 지진에 취약하게 만든다.

 

코너 창과 같은 디자인 요소는 벽체의 강도를 약화시키고, 외부 충격에 쉽게 손상될 수 있는 약점을 제공한다. 집이 점점 불안해지고 있다.

 

아래의 사진은 코너창 부분이 위쪽 하중을 제대로 지탱하지 못해 위쪽 벽체가 조금 내려앉은 상황이다.

 

위쪽으로는 외벽에 크랙이 생겼고, 아래쪽으로는 모서리 부분의 후레싱이 눌리면서 앞쪽이 들어 올려 진 상태이다. 새로 지은집이 이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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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적인 안전성은 주택의 필수조건

 

안전한 집은 단순히 폭우나 강풍을 견디는 수준을 넘어, 거주자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현재의 건축 트렌드에서는 구조적 안전에 대한 관심이 단열성과 기밀성 뒤로 밀려나고 있다. 이는 재난 발생 시 복구비용 증가, 재산 손실, 심지어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는 심각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구조적 안전을 간과한 집은 겉으로는 현대적이고 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재난 상황에서는 치명적인 약점이 드러날 수밖에 없다.

 

구조적 안전함을 갖춘 집이란 단순히 건물의 내구성을 높이는 것을 넘어서, 재난 이후에도 거주 가능하고 기능적으로 유지되는 집을 의미한다.

 

이는 에너지 효율성이나 미적가치보다 더 근본적인 평가 요소이다. 구조적 안전은 단순히 선택 사항이 아니라, 필수적인 기준이다.

 


 

해비타트 스트롱홈에서 배우는 교훈

 

구조적인 안전함을 확보하는 것에는 많은 비용이 들지 않을까? 잘못된 생각이다. 미국에서 지어진 해비타트 스트롱 홈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다.

 

이 집은 허리케인 미쉘이 지나갔을 때 주변의 집들이 대거 피해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멀쩡해서 화제가 된 집이다.

 

해비타드홈은 저소득 계층을 위해선 지어지는 집이다. 그 얘긴 비싼 자재와 고급 기술이 아닌 경제적인 설계와 보편적인 시공 기술을 통해서도 구조적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도 집을 튼튼하게 지을 수가 있다. 그걸 해비타트홈은 허리케인과 같은 극한의 자연재해 속에서 입증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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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에 의한 주택의 피해는 누수 문제 등과는 달리 단 한 번의 사건으로 집이 거의 못쓰게 되어버린다는 특징이 있다. 때문에 튼튼하고 안전한 주택을 가진다는 것은 유사시에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수 있는 보험 같은 역할을 한다.

 

때문에 이런 튼튼한 집을 짓는데 미국의 보험회사들이 관련이 되어 있다는 것은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

 

해비타트 스트롱 홈은 미국의 주택보험회사들이 만든 연구기관인 IBHS의 ‘포티파이드 홈’에서 유래를 했다. IBHS 라는 단체 이름은 몰라도 아마도 유튜브 같은 곳에서 실물 주택 모양을 만들어 놓고 바람에 날려버리거나 불을 붙이거나 하는 실험들을 하는 동영상들은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런 실험을 할 수 있는 대규모 연구시설을 가진 곳에서 연구결과들을 종합해서 만들어낸 튼튼하고 안전한 주택의 개념이 ‘포티파이드 홈’이다.

 

그렇다고 튼튼한 집을 짓기 위해서 엄청나게 대단한 기술이나 재료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핵심은 지붕, 벽체, 기초를 단단하게 연결하여 외부의 힘에 일체감을 유지하도록 하는 설계와 시공방법이고, 그 주요한 역할을 우리가 익숙한 연결철물들로 해결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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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적 안전, 집의 기본 가치를 되찾아야 한다

 

앞으로 어떤 재난이 다가올지 모른다.

 

어떤 일이 생겨도 튼튼하고 안전한 집은 단순히 개인의 안전을 넘어, 지역 사회 전체의 복원력(resilience)을 높이는데 기여할 수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해비타트스트롱 홈이나 포티파이드 홈과 같은 사례에서 배우고 이를 보급하는 것이다.

 

고단열, 고기밀은 중요한 요소지만, 그것만으로는 우리의 집을 안전하게 만들 수 없다. 너무 한쪽만을 바라보면 안 된다. 우리가 집을 짓는 이유가 에너지를 절약하기 위함이 아니다.

 

그 안에서 안전하고 쾌적하게 살기 위한 공간을 만들기 위함이다. 때문에 잊으면 안된다. 안전이 집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이라는 것을 말이다.

 

이제는 집의 기본적인 기능인 구조적 안전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이를 중심에 두는 설계와 시공이 이루어져야만 한다.

 

 

 

* 월간빌더 카페 등에 업로드 되는 기사는 과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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