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국대학교 강태웅교수 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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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모든 건물에는 RSS가 적용되어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고온다습한 여름과 저온 건조한, 일부지역에서 극저온 건조한 겨울 그리고 점차 아열대기후의 특성인 폭우와 태풍이 잦고 겨울에 폭설이 오는 기후는 모든 건물에 RSS가 적용되어야 한다. 예를 들면 서울 지역30년 평균 상대습도는 여름철 최대 90% 이상, 겨울철 40% 이하까지 떨어진다.(기상청 자료)

 

 

RSS는 Rain Screen System의 약자다.

우리말로 굳이 번역하면

“비 차단 배수통기 시스템”이 되겠다.

 

 

탄소중립과 저탄소 소비 건물이 중요한 이슈가 되면서 요즘 저에너지사용 목조주택건물에 대한 관심이 높고 이해가 많아지면서 목조주택의 품질이 조금 상향된 것 같다. 단열(단열이 두께보다 밀착이 중요한 것을 인지하기 시작했고)과 기밀도(정밀한 골조 뿐 아니라 설비층이 기밀도에 중요하다는 것도 인지하기 시작함)를 위한 디테일 그리고 습기에 대한 중요성을 꽤 많이들 인지하고 있는 듯하다.

 

내가 학부 때 건축 환경 과목에서 배웠던 에너지 전달의 형식인 전도, 대류, 복사가 결국 단열, 기밀 그리고 전자기파를 다루는 것으로 실제로 적용되는 것을 이제야 제대로 깨닫다니.

 

모든 골조의 건물에 당연히 적용되어야 하지만 특히 목조에서는 절대 절대 필수로 적용해야 할 RSS의 원리를 여전히 이해 못하고 구색으로만 적용하거나 외단열을 한답시고 구조체 외부에 유기질 단열재 사용하면서 RSS를 한답시고 드레인랩이나 하이드로갭 계열의 (나의 뇌피셜로는 우리나라의 기후에서는 성능이 부족한) 자재를 쓴다고 광고하는 대기업과 대자본 OSC 목조업체들이 있어 그들이 목조주택의 품질에 줄 영향이 걱정스러워 끄적거린다. 오지랖이다.

 

 


 

 

2. RSS는 언제부터 건축에서 고려되기 시작했을까?

 

스칸디나비아 지역의 목조건물들은 오래 전부터 차가운 비바람에 젖은 중요한 구조체가 잘 마를 수 있도록 목판재를 겹겹이 겹쳐서 외장재를 구조체와 분리해서 마감했다고 한다. 겹겹이 겹침으로 틈이 생기고 그 틈으로 통기와 배수가 되어 목재의 구조체가 잘 마르게 했다는 거다. 목재는 마르면 문제없다는 것…

 

▼Rain Screen Hi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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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중반 스칸디나비아 지역의 노르웨이에서 이 외벽 시스템의 효과에 대해 인지하고 연구하기 시작했고 1949년 NBI(Norwegian Building Research Institute)에서 처음 RSS라는 용어를 사용했다고 한다.

 

 

▼History of the Rainscreen Princi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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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후 이 시스템이 북미와 유럽으로 확대되어 현재 유럽과 북미의 시공 지침에 반영되고 수많은 데이타와 실험을 통해 공기층의 두께 등이 어느 정도 정리된 상황.

 

우리나라는?

표준시방 등엔 구체적으로 RSS 시스템을 언급한 것은 없다. 대충 ”외벽의 방수나 통기를 잘해야 한다.“ 정도 인 것 같다. 국가건설기준이나 KCS 등에서 못 찾았다. ( KCS 1431 13 외벽공사, 건축물의 에너지절약설계기준 등엔 내용이 있어야 하는데 없다.)

 

 

우리나라는 의무로 해야 하는 나라인데 없다.

이게 문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콘크리트 골조에 외단열을 할 때 RSS가 적용된 사례가 많지 않다. 콘크리트 구체에 바로 단열재를 패스너로 고정하고 그 위에 회벽으로 마감하지 않나? 콘크리트 구조체가 완전 방수체이면 된다. 그럼 콘크리트 구체가 완전 방수체인가? 아니다. 콘크리트는 완전 방수체가 아니다.

 

물론 특정한 조건에서는 방수 기능을 할 수는 있지만 거의 제한적이다. 콘크리트는 여러 가지 복합재료들을 섞어서 굳혀 쓰는 재료다. 틈 하나 없이 잘 굳는다면 물이 들어갈 틈이 없을 수도 있지만 그럴 수가 있나…

 

틈이 수없이 많이 발생한다. 따라서 그 틈으로 물과 습기가 유입 될 수 있다.

 

 

콘크리트 구조체로 지은 건물도

외장재가 붙기 전에 RSS를 꼭 고려해야 한다.

습기에 약한 목조건축은 말해 뭐하나.

 

 

여기서 참고사항, 목재가 습기를 먹으면 썩는 게 아니다. 마르면 그만이다. 목재가 썩으려면 3개의 조건이 동시에 맞아야 한다.

 

 

지속적인 습기, 호기성 세균, 미생물

또는 습을 좋아하는 흰개미

그리고 온화하고 적정한 온도.

 

 

이 중 하나라도 안 맞으면 나무는 썩지 않는다. 나무가 물속에 있으면 안 썩는다. 산소가 없어서.

 

이 중 습기가 제일 통제하기 어렵기도 하고 쉬운데, 일단 습의 이동을 100%막는 것은 불가하다. 공기입자보다 작은데 어떻게 할 수 있겠나? 단, 습기가 잘 마르게 하는 구조를 만들면 된다. 대체로 목조에 쓰는 목재는 함수율을 조정한 것만 쓰는데 함수율이 조정된 목재는 습기를 흡수해도 통기만 되면 그냥 잘 마른다. 깊숙이 습을 먹지 않는다. 말리면 아무문제가 없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RSS의 역할은 구조체를 습기와 물에서 보호하는 거다. 명심하자 습기와 물이다. 이 둘은 성질이 다르다. 물은 중력에 영향을 받아 흘러내려 빠져 나가게 하는 게 최선이다. 머물게 하지 말고 흘러서 나가게 해야 한다. 습기는 말려야 한다. 그래서 RSS는 이 두 가지가 가능하게 하는 레이어다. 배수와 통기가 목적이다.

 

기후에 따라 배수만 하게 해도 된다. 건조한 기후에서 통기까지 필요 없을 수 있다. 습기가 많은 기후에서는 무조건 통기가 되어 습기가 마를 수 있게 해야한다. 습은 물 보다 공기보다 입자가 작아서 실은 보이지도 않는다. 어디든 가고 온도만 맞으면 그 곳에 물을 만들어낸다. 건물에서 가장 무서운 결로다. 결로는 생겼다가 없어졌다가 나타났다가 사라졌다가 한다. 움직이며 온도나 낮은 곳을 정확하게 찾아가 여지없이 그 부분을 젖게 한다.

 

 

그런데 배수에 필요한 틈과

통기를 위한 틈의 크기가 다르다.

이게 함정이다.

 

 

북미와 유럽의 공신력 있는 건축기준을 종합해 보면 배수를 위한 틈은 최소 10mm 이상이 필요하고 통기는 최소 20mm 이상이 필요하다. 앞에서 언급했지만 배수는 중력의 영향으로 면을 타고 아래로 흐르게 하는 거다. 10mm 이상이면 충분하다는 것, 그러나 통기는 증발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공기의 움직임인 대류가 일어나야 하고 최소 사이즈는 20mm라는 거다.

 

 

결국 배수와 통기를 위해서는

20mm 이상의 RSS가 필요하다는 것.

 

 


 

 

3. 다시 목조건물 외단열로 돌아가자.

 

단열은 기본적으로 전도라는 작용을 통해 에너지의 이동을 차단하려하는 의도다. 물론 에너지는 세 가지 방법으로 이동을 한다. 전도, 대류 그리고 복사. 대부분은 이 세 가지가 동시에 작동한다. 

 

세가지를 다 고려하기 시작하면 변수가 세 개라 복잡해지니까 일단 단열을 전도라는 이동방법으로만 한정 지어보자. 그래야 RSS와 외단열의 관계를 충분히 이해 할 수 있다.

 

전도의 필수조건은 연결이다. 즉, 밀착이 되어야 한다는거다. 접촉이 되어야 에너지를 차단하던지 전달하던지 한다. 단열재는 에너지의 이동을 막기 위해 이동을 제한할 대상에 밀착되어야 한다. 단열재가 제한할 대상에 밀착이 안 된다면 그 대상의 에너지 이동을 막지 못한다. 

 

따라서 외단열은 구조체에 한 치의 틈도 없이 밀착해야 작동하는 시스템이다.

 

그런데 구조체와 단열재 사이에 틈이 있다면? 전도는 작동하지 않는다. 전도의 관점에서 본다면 이런 외단열 시공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공기도 좋은 단열재 아닌가? 따라서 단열재와 구조체 사이에 틈이 있다고 해서 단열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라고 주장할 수 있다. 그렇다. 공기층이 단열의 역할을 하려면 대류가 없어야 한다.

 

이중유리, 삼중유리의 단열이 그러하다. 그런데 아무리 밀봉을 해놔도 공기층의 간격이 12mm 이상이면 아무리 밀봉을 해도 대류가 생긴다고 한다. 그런 이유로 이중, 삼중유리의 간격을 12mm 이하로 한다는 거다.

 

▼ 레일리 수로 공기층의 두께가 대류를 결정한다는 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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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유로 투습방수지에 요철을 만들어 RSS역할을 하는 자재(예를 들면 듀퐁사의 드레인랩이나, 하이드로갭 등의 자재)를 투습방수지로 붙이고 외단열을 한다고 하는데… 이런 자재가 만드는 틈은 10mm 이하다. 이 시방의 경우 배수는 조금 될지언정 적극적인 배수의 효과는 장담할 수 없다.

 

게다가 통기는 어림도 없다. 밀착이 100%되어 있는 것은 아니니 100%단열 효과는 없을 것이고 이론적으로는 대류가 일어날 틈은 아니라 공기층이 단열층 역할을 하긴 하나, 우리나라의 혹독한 추위와 더위에는 기능을 제대로 할지 의구심이 든다. 

 

이 정도의 틈은 단열의 5%정도의 손실이 있으니 별문제가 없다고 하는 글을 본적이 있는데… 아마도 우리 데이터는 아니고 북미의 데이터겠지. 우리와 기후가 다른… 다시 말한다. 이런 자재는 우리기후에 맞지 않겠다는 나의 뇌피설이다.

 

이런 자재의 개발이 대체로 유럽이나 북미에서 되었는데 그들의 기후에 적합하게 된 거다. 유럽이나 북미는 우리처럼 극한의 기후가 아니다. 그러니 배수만 조금 되어도 문제가 없을 수 있으나 우리 기후는 배수도 아주 잘 되어야 하고 통기도 아주 잘 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기후가 그렇다. 어쩌겠는가. 4계절이 이렇게 아름다운 나라인데. 가장 불리한 상황을 전제로 건물을 설계하고 짓는다면 어떤 기후와 상황이든 최선의 품질과 성능을 낼 수 있다 것은 상식수준의 생각이다. 물론 가성비를 고려해야겠지. 무한정 비용을 쓸 수는 없을 테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세계에서 건물이 가장 혹독한 아름다운 4계절을 겪어야 하는 우리는 전도, 대류, 복사 뿐 아니라 물의 배수와 습기의 증발을 위한 통기까지 신경 써야 하는 지역에 살고 있다.

 

우리가 사는 지역 외의 것들(시방과 재료까지)을 그대로 생각 없이 적용할게 아니라 비판적으로 생각하고 고민 후 적용해야 할 것이다. 물론 좋은 재료와 시방은 적용하고. 생각하고 하자는 말이다.

 

다음 글은 최근 거주시설에서 피할 수 없는 이슈, 층간 차음에 대해 써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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