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효진 건축가의 일본 기후현 목조건축현장 견학기 #1

변효진 건축가의

일본 기후현 목조건축현장 견학기

제1편. 제제공장, 프리컷 가공

글·사진제공_ BHJ 건축사사무소 변효진 대표

 

 

BHJ 건축사사무소 변효진 대표 (한국건축사, 프랑스건축사)

연세대학교와 프랑스 Paris-Belleville 국립건축대학교에서 건축을 전공했다. 파리에 소재한 Gaëtan Le Penhuel Architectes와 Devillers & Associés에서 오랜 실무를 쌓고 귀국하여 BHJ건축사사무소를 설립했다. 지속 가능한 인간 환경 설계와 감각적이고 사용자 중심의 디자인을 추구한다. 서울시립대와 세종대에서 겸임교수를 역임했으며, 현재 서울시 공공건축가로 활동 중이다.

www.bhj-architects.com / bhj.architects@gmail.com

 

 


 

 

목조건축설계를 해오면서 나는 항상 목조주택시장을 중심으로 거대하게 형성되어 있는 일본의 목조건축산업을 눈여겨 보았다. 산림조합, 제재공장, 시공사, 설계·엔지니어링업체 등이 도대체 어떤 방식으로 하나의 생태계를 이루고 있길래, 대단한 규모를 자랑하며 그 명성을 이어 나가는지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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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dia Cosmos, 기후시 /건축가 Toyo ITO

 

 

또한 나는 끊임없이 새로운 공학목재와 최신 공법의 목조건축물을 내놓는 일본의 첨단 목조건축산업도 주목해 왔다. 엔지니어링과 시공기술이 어떻게 혁신하고 결합하길래, 목재의 새로운 가능성과 완전히 다른 차원의 목조 공간을 선보이는지 알고 싶었다.

 

답은 늘 현장에 있다. 현대목조건축 강국 중 하나인 일본의 강점이 무엇인지 내 눈으로 직접 보고 느끼기 위해, 나는 일본으로 떠나기로 했다. 기후현은 일본 알프스 지역 중 하나로, 방대한 산림 면적과 목재 생산량, 그리고 다수의 목조건축 관련 업체를 보유하고 있기에 딱 걸맞는 견학지이다.

 

우선 나는 일본의 거대한 목조건축산업 속으로 들어가 그 생태계의 하나하나를 살펴볼 것이다. 그리고 일본 목조건축산업이란 피라미드의 정점에 있는 첨단 목조건축 현장도 찾아갈 것이다. 여러 편에 걸쳐 전개될 이 컬럼은 그러한 내 견학의 상세한 기록이자, 궁금증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제재공장 : 목조건축산업 생태계의 중추

 

산림에서 벌채한 원목을 목재로 가공하는 시설은 생산품목에 따라 크게 제재공장, 합판공장, 집성재공장, 칩공장, 제지·펄프공장, 파티클보드 공장으로 나뉜다. 공장에 따라 여러 품목을 생산하는 곳도 있으나 공정 및 기계 구성이 완전히 다른 동으로 구분되어 있다.

 

이 중에서 제재공장은 목조건축산업의 중추인 곳이다. 특히 목재 및 설계 표준화에 따른 공장 자동화가 강화되고, 현장 공정 비율이 줄어드는 대신 공장 공정 비율이 확대되면서, 제재공장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에나소경목재협동조합, 간벌재, 제재 공정

 

기후현 에나시에 위치한 에나소경목재협동조합은 폭 105mm, 120mm, 150mm의 소단면 구조재를 주로 생산하는 제재소이다. 직경 150~160mm의 간벌재를 사용함으로써 제재 공정을 간소화하고 버리는 나무량을 최소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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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벌재 Stock yard / 에나소경목재협동조합

 

여기서 간벌재(間伐材)란 숲의 나무 중 일부를 선택적으로 베어내는 작업인 ’간벌‘에서 나오는 나무를 뜻하는데, 나머지 나무들의 생장과 건강을 촉진하고 숲의 조성 상태를 개선하는 산림관리 방법 중 하나이다. 보통 성장 초기 단계에 있는 나무라서 크기와 무게가 작기 때문에 품질 좋은 간벌재는 건축목재로 분류해 사용하고, 나머지는 제지, 펄프, 연료 등의 용도로 활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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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 톱을 이용해 소경목을 각재로 만드는 과정 / 에나소경목재협동조합

 

 

에나소경목재협동조합에서 실시하는 소경목 제재 공정을 간단히 살펴보면, 우선 ‘링바커‘를 이용해 원목의 껍질을 벗긴 후(박리공정), ’밴드 톱‘을 이용해 각재로 만들고 거친 갈기를 한다.

 

이후 Bundle로 쌓아 올린 목재를 수종, 크기, 용도 등에 따라 6~10일동안 70~80도 고온의 가마에 넣어 건조시킨다. 건조가 끝나면 마무리 갈기를 하고 주문 제품 길이(장재용, 단재용)에 따라 재단한 후 인증도장 찍어 출고시킨다. 제재 공정에서 버리는 나무는 공장 연료로 재활용하거나 다른 목재가공시설(파티클보드공장, 칩공장 등)으로 보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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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마에 넣기 전 소단면 삼나무 Bundle.

아직 건조 및 마무리 갈기 전이라 심재와 변재가 명확히 구분되고 정확한 정사각형 단면을 갖고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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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동 중인 가마를 잠시 열어 본 모습.

두꺼운 미닫이 철문을 프레식 핸들로 압착시켜 수일 동안 고온을 유지한다

 

 

제재 공정 중 건조과정은 매우 중요한데, 이는 목재의 강도 및 내구성과 직결된다. 목재의 강도는 함수율이 30%(섬유포화점)에서 낮아질수록 지속적으로 증가하다가, 함수율이 10~15%에 도달하면 최대 강도를 나타낸다. 그리고 이 구간의 함수율에 이르면, 목재는 더 이상 흡습 및 방습하지 않게 되어 목재 본연의 수축과 팽창이 최소화된다.

 

이런 목재의 특성을 감안하여, 목재는 공장에서 자연 또는 인공 건조 과정을 거쳐 함수율 19% 이하로 출고되고, 유통되는 동안 추가로 자연 건조되어 현장 도착 시 함수율 10~15%에 도달한다. 기존 고온건조기 외에, 보다 정밀하고 효율적인 함수율 관리를 위해 원적외선 건조기 및 저온 제습 건조기가 도입되고 있다.

 

 


 

 

프리컷 가공, ㈜신화목재공업

 

북미식 목조주택방식인 ’경골목구조‘(내력벽 구조)에서는, 못만 있으면 거의 모든 부재의 접합이 가능하다. 그리고 풍 하중 및 지진하중에 대한 구조 보강을 위해, 일부 접합부에 브랜드 ‘심슨스트롱타이’로 알려진 connector를 대고 다량의 못을 박아 목재에 고정한다. 이후 합판이나 보드로 마감을 하면 모든 소단면 2“목재와 연결철물은 감춰진다.

 

반면 일본식 목조주택방식인 ‘중목구조’(기둥-보 구조)에서는 구조재 간 접합부는 일반적으로 노출되기 때문에, 접합부 목재에 홈을 내고 그 안에 concealed connector를 설치하여 결속시킨다. 철물을 사용하지 않고 장부맞춤으로만 결속하는 재래식 축조공법과 구분하기 위해 이 방식을 철물축조공법이라 부르며, 이를 위해서는 구조재에 필수적으로 프리컷 구멍·홈 가공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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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미식 경골목구조: 못박기를 통한 구조재 접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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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식 중목구조 (철물축조공법): concealed connector를 통한 구조재 접합

 

 

 

제재공장에서 구조재에 구멍·홈 가공을 하고, 내외장재(문틀, 창틀, 문턱, 바닥재. 벽판, 천장판 등)의 다양한 형상을 내기 위해 필수적인 공정이 프리컷 가공이다. 이는 종래 목공 기술자가 수공구로 가공하던 것을 공장에서 일련의 가공 기계로 실시하는 기술이다. 프리컷 가공을 통해 부재의 가공 정밀도를 올려 품질의 안정화를 도모하고 건축현장 작업을 줄임으로써, 기술자 부족을 해소하고 공기를 단축시키며 공사비를 절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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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구조재 프리컷 가공라인 / 신화목재공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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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구조재 프리컷 가공 / 신화목재공업

 

기후현 가카미가하라시에 위치한 ㈜신화목재공업은 여러 프리컷 라인을 보유하면서, 구조설계 후 작성된 프리컷 도면에 따른 주문을 받아 목재를 생산, 공급한다. 또한 전문지식이 없는 일반인들도 조립 가능한 키트하우스를 제작 판매하고 있는데, 1평~3평 또는 그 이상의 크기 및 다양한 형태의 모델이 있다. 기둥, 보, 바닥재, 벽재 모두 맞춤 조립되도록 프리컷 가공되고, 알루미늄 또는 목재 파이프를 삽입한 기둥은 위아래 보에 쉽게 고정할 수 있다. 벽재로 사용하는 중공 목재는 ㈜신화목재가 특허를 갖고 있는 목재인데, 프리컷 가공으로 중앙을 비워내어 무게를 줄이고 단열 및 습기조절 성능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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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컷 가공 완료된 각종 목재 / 신화목재공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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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트하우스 내부 / 신화목재공업

 

 


 

 

프리컷 제재공장, 일본목조건축의 프리컷화 확대

 

이제 기후현의 제재공장들은 CAD/CAM 전자동 프리컷 가공기계로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건축디자인 CAD 데이터를 받은 프리컷 제재공장은 이를 프리컷 생산 CAD 데이터로 변환 입력 후 CAM에 전송하여 데이터에 따라 목재를 정확하게 측정하여 가공한다(CAD: Computer Aided Design, CAM: Computer Aided Manufactu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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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미야가와 프리컷 가공라인 / 고토목재, 기후현

 

 

프리컷 가공된 부재에는 번호를 매기고 현장에서의 시공성 향상을 위해 필요에 따라 접합 위치의 번호를 붙인다. 프리컷 구조재에 아예 접합철물을 설치하여 납품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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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래식 축조 구조목 프리컷 가공 / 고토목재, 기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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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성목 보 프리컷 가공 / 고토목재, 기후현

 

물공법용 구조재 및 내외장재를 생산하는 프리컷 제재공장은 현재 일본 전국에 약 700여 개가 있다. 이제 일본목조건축의 프리컷화는 부재 가공의 자동화를 통해 개별 목조건축 프로젝트에 미치는 여러 긍정적 효과(품질 안정, 현장 공정 축소, 공기 단축, 비용 절감 등)를 넘어서, 부재의 표준화 및 전반적인 주택 품질 관리로까지 전개되고,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양질의 목조주택을 보급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

 

 

* 월간빌더 카페 등에 업로드 되는 기사는 과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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