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목조주택은 철콘 주택에 비해
창문 누수문제가 적다!
김정희 BSI 건축과학연구소장
전직 빌더 출신으로 빌딩 사이언스 탐구에 뜻을 두고 2016년 BSI건축과학연구소를 설립한 후, 주택하자 문제 연구와 주택 검사 업무에 매진하고 있는 국내 최초의 홈인스펙터다.
글·사진제공_ BSI 건축과학연구소 김정희 소장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인터넷 카페 등에서 “목조주택은 한국의 여름 장마철 기후에 적합하지 않다”는 주장이 자주 등장했다. 이에 대해 목조주택의 장점을 강조하며 반박해도 별 효과가 없었던 것 같다. 그러나 최근 주택 검사를 하면서 발견한 한 가지 사실을 이야기하면, 이러한 주장이 단번에 힘을 잃는다.
바로 여름 장마철에 철근콘크리트 주택(이하 ‘철콘 주택’)은 창문 누수가 빈번하지만, 목조주택에서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그간의 주택검사 경험에서 나온 확실한 사실이다. 장마철에 창문 누수 문제로 주택 검사를 요청하는 전화의90% 이상이 철콘 주택에서 온다. 이 사실을 알려주면, 철콘 주택에 비해 목조주택이 한국 기후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은 더 이상 설득력을 가지지 못한다.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말 그대로 ‘뼈를 때리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럼 왜 목조주택의 창문은 철콘 주택의 창문에 비해서 누수 문제가 적을까?
목조주택을 짓는 사람들이 더 시공 기술이 좋아서일까? 핵심적인 차이는 목조주택에 주로 사용하는 창틀의 형태와 표준화된 창문 시공방식 때문이다. 목조주택에 사용되는 창들은 대개 창틀 테두리에 날개(fin)가 달린 형태이다.
그 날개 부분을 투습방수지가 시공된 벽체에 고정하고 그 위에 방수 테이프를 붙이는 방식으로 시공이 된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벽체의 방수선이 연결되면서 빗물 누수가 되기 어려운 형태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반면 철콘 주택의 창문은 날개가 없고 투습방수지도 없고 창과 개구부 사이 넓은 틈새를 우레탄폼과 실리콘으로 막는 방식이다. 취약하다. 그러니 누수가 더 많을 수밖엔 없다.

여기서 더 목조주택의 창문 누수를
줄일 수 있는 시공방법이 있다.
목조주택이 더 많은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장점은 극대화하고 단점은 보완해야 한다.
“누수가 적다”는 장점을 더욱 발전시키면 “목조주택에서는 창문 누수가 아예 발생하지 않는다.”는 수준으로 만들 수도 있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시공 방식을 일부 개선할 필요가 있다. 최근에는 향상된 시공 방법이 일부 현장에서 적용되고 있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현장에서는 기존 방식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아쉬운 일이다.
기존 방식에서 어떤 부분을 개선해야 할까?
아래 그림은 일반적인 창문 시공 순서를 보여준다. 많은 사람이 익숙한 자료일 것이다. 그리고 옆에는 실제 현장에서 시공된 창문 사진이 있다. 얼핏 보면 같은 방식으로 시공된 것처럼 보이지만, 결정적인 차이점이 하나 있다. 그 부분이 바로 개선이 필요한 포인트이다. 차이점을 찾아보시기 바란다.
다른 그림 찾기!

찾으셨는지?
차이점은 창문 하단부 테이프 부분이다. 그림을 보면 창문 아래쪽 날개(fin)가 테이프로 덮여있지 않다. 반면에 시공사진에선 날개 부분을 테이프로 덮어 놓았다. 이런 차이가 발생을 하게 된 이유는 아마도 빌더들이 오래 전에 배운 방식을 고수하거나, 참고하는 자료들이 오래된 해외 자료들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많이 사용되는 한 테이프 제조사의 시공가이드도 아래와 같은 식이다. 하지만, 이 방식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왜 창문 아래쪽 날개 부분의 시공방식이 바뀔 수밖엔 없었을까?
무엇이든 기존에 하던 방법을 바꾸려면 그 이유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다 큰 성인들은 스스로 납득을 해야만 생각이 바뀌고 행동이 바뀐다. 그냥 아무런 설명 없이 ‘바꾸세요.’ 하면들을 사람 별로 없을 것이다.
북미지역에서 창문 아래쪽 날개 부분을 테이프로 덮지 말라고 한 것은 목조주택에서 발생한 창문 하자 문제들을 조사한 결과 아래와 같은 증상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창 아래쪽 양쪽 모서리 부분들이 이런 식으로 누수가 된 곳들이 많았던 것이다. 형태가 콧수염모양과 비슷해서 머스타쉬(Mustache)증상이라고도 부른다.

왜 다른 곳들은 다 멀쩡한데 창 아래쪽에만 이런 문제가 생겼을까?
원인을 찾아보니 전엔 생각 못했던 문제, 즉 사용하는 창틀 자체의 누수 문제가 발견이 된 것이다. 창틀의 모서리 접합 부분들이 생각과는 달리 완벽하게 압착용접이 되질 않는 경우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때문에 창틀 모서리 부분으로 샌 물이 벽체 속으로 그대로 스며드는 일들이 발생을 했고 그로인해 모서리 아래쪽 부분이 젖고 상하면서 수염증상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창틀의 모서리 연결부분들에서
자꾸만 누수가 발생을 하는 이유는?
문제는 창문 제조사에서도 공장에서 대량으로 만들어지는 창문들 중에 어느 창이 새는지를 모른다는 것이다. 그런 검수과정 자체가 없다고 한다. 그래서 일부 미국 빌더들은 창이 현장에 배달 오면 창을 쭈욱 세워 놓은 후 창틀에 염료가 섞인 물을 부어 놓고 새는지를 직접 테스트를 하기도 한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반품교체 하는 창의 비중이 10%가 넘어간다고 하니 생각보다 창틀 자체의 누수가 많다.

그런 식으로 현장에서 자체적인 검수를 통해서 물이 새지않는 창틀을 검증하는 것으로 끝이 아니다. 건물은 시공된 뒤에도 끊임없이 신축거동을 한다. 건물이 계속 움직인다는 것이다. 그러니 건물의 벽체에 부착된 창들도 시공된 상태 그대로 유지가 될 리가 없다. 창도 계속 움직인다. 그런 과정에서 또 모서리 용접 부분들에 틈새가 생기는 일이 발생을 할 수 밖엔 없다.
무엇이든 서로 접착하여 연결된 부분들은 그런 움직임에 취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창은 형태상 아래 창틀 부분에 물이 고일 수밖엔 없고, 그 물이 고이는 부분에 틈새가 생긴다면 누수는 불 보듯 뻔한 일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옛날 같이 창의 아래 날개 부분을 테이프로 막아 버리는 시공 방법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할 길이 없다. 오히려 문제만 더 악화시키게 될 따름이다.
새로운 시공 방법이 개발되게 된 배경이다.

창틀 누수를 막지 못한다면
역발상으로 배수가 잘되도록 만들어 줄 수밖엔...
그래서 개발된 새로운 창문 시공방법이 창의 아래쪽 부분을 막지 않고 열어 두고 누수가 생겨도 바깥쪽으로 배수가 되도록 만드는 방법이다. 개선된 방법에 대한 상세 단면도이다. 도면에 따라 조금씩 디테일엔 차이가 있지만 기본적인 원칙들은 동일이다.

가장 중요한 변경사항은 창의 아래쪽 날개가 있는 부분을 테이프로 덮지 않는다는 것이다. 창틀 부분에서 누수가 된다고 아예 가정을 하는 것이다. 대신에 창틀 밑으로 물이 온다고 생각하고 창의 실(sill) 부분에 방수 테이프를 붙여주고, 경사면 또는 백댐(Back dam)을 두어서 창틀 밑으로 스며든 물이 자연스럽게 바깥쪽으로 배수가 되도록 만들어 준다.
시공 구조상 경사면 보다는 백댐 방식이 더 시공과 누수방지에 유리하다고 본다. 당연히 배수가 잘 되어야만 하니 폼 등으로 메꾸지도 않는다. 때문에 실내 쪽으로 창틀과 백댐이 맞닿는 부분에 실링을 잘 해야만 한다. 틈새를 폼으로 안 메꿔서 생기는 단열손실은 그리 크지 않다고 본다.
왜냐면 알다시피 밀폐된 공기층은 단열성이 높기 때문이다. 바깥쪽으로 조금 열려 있기는 하지만 이 정도면 밀폐된 공기층으로서의 효과를 가진다고 한다. 앞으로 목조주택 창의 시공방법은 이런 식으로 변화가 되어야만 한다.
그래야만 누수 문제를 더 많이 예방을 할 수가 있고 목조주택의 “누수 없는 창문”이라는 장점을 더욱 확고히 할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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