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전에는 겨울만 되면 난방비 걱정이 컸습니다. 방이 따뜻해지기까지 기름보일러를 몇 시간씩 돌리기도 했고, 난방비 고지서를 보며 한숨 쉬는 일이 다반사였죠. 그런데 최근 주거용 건축의 ‘에너지 소비 지형’이 크게 바뀌고 있습니다.
단열과 기밀 성능이 비약적으로 향상된 이른바 ‘고성능 주택’들이 점점 많아지면서, 집 안에서 에너지가 쓰이는 방식 자체가 바뀌고 있는 겁니다. 쉽게 말하면, 예전에는 집 안의 열이 새어나가는 걸 막을 수 없어 난방을 계속해야 했다면, 이제는 ‘열이 빠져나가지 않게’ 집을 처음부터 잘 짓는 방향으로 건축 패러다임이 전환된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실제로 건축된 주택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케이스그룹이 설계하고 시공한 세계 최초의 캐나다 Super-E 인증 단지 내 첫 번째 경량 목조주택 ‘옵티말 하우스(Optimal House)’는 이 흐름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이 집은 경기도 용인에 위치하고 있으며, 목조 OSC(Off-Site Construction) 공법 중 PMM(Panel Modular Method)을 적용하여 시공되었습니다. 매우 뛰어난 단열과 기밀 설계 덕분에, 실제 거주자가 1년간 사용한 전체 에너지를 측정해보니 단 12,089kWh(등유 기준 약 1,244L 수준) 였습니다. 세부적으로 보면 전기가 약 6,603kWh, LPG는 약 889L를 사용한 셈입니다. (익숙한 개념인 몇 리터 하우스로 환산하면 옵티말 하우스는 연간 1m2에 1.5리터의 등유를 쓰게 됩니다.)
그중에서도 난방에 3,358kWh, 온수에 2,130kWh가 사용되었는데, 이 말은 전체 에너지 소비 중 난방:온수 = 60:40정도의 비율이라는 뜻입니다. 예전이라면 난방이 대부분을 차지했겠지만, 이제는 온수가 상대적으로 더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된 것입니다. 이 변화는 주택의 기밀성과 단열, 그리고 환기장치(ERV)의 성능을 극대화한 결과입니다.
사실 난방과 온수는 에너지를 쓰는 방식부터 다릅니다.
난방은 ‘빠져나간 열을 보충하는 것’이기 때문에 집이 잘 지어져 있으면 그만큼 적은 열로도 실내 온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반면, 온수는 ‘찬물을 원하는 온도로 끓이는것’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합니다.

즉, 집을 아무리 고성능으로 지어도, 물을 데우는 데는 여전히 에너지가 많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요즘 고성능 주택에서는 오히려 난방보다 온수에 더 많은 에너지가 쓰이는 역전 현상이 나타나는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급탕(온수)에 대한 기술적 접근도 달라져야 합니다. 예를 들어 태양열 온수 시스템을 보다 정교하게 설계·운영할 필요가 있습니다. 에너지를 줄이기 위한 다음 과제가 난방이 아니라 급탕이 되는 시점입니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이 집에 고효율 화목난로를 함께 사용할 경우 난방 에너지의 약 91%를 목재 연료로 대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럴 경우 연간 약 496L의 LPG 사용을 줄일 수 있고, 연료비로 환산하면 약 89만 원이 절약됩니다. 게다가 목재는 재생 가능한 자원이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탄소 배출량도 함께 줄일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목조주택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건축 재료 자체가 탄소를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입니다. 옵티말 하우스에 사용된 구조재(경골 목재)와 외장재(적삼목)에 저장된 탄소량은 약 3,625kg CO₂입니다.
이를 집의 수명인 50년 동안 나눠 보면, 매년 약 72.5kg의 CO₂를 저장하는 셈입니다. 이 집이 사용하는 연간 에너지로 인해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은 약 4,249kg이지만, 구조체가 저장하고 있는 탄소를 고려하면 실질 순배출량은 약 4,176kg 수준으로 줄어듭니다.

그렇다면 이 수치가 얼마나 의미 있을까요?
한국의 일반 단독주택은 연간 약 6,480kg CO₂를, 중형 아파트는 약 5,304kg CO₂를 배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반면, 패시브하우스는 약 4,000kg 수준이죠. 옵티말 하우스는 이 사이에 위치하지만, 기존 단독주택에 비해 40% 이상 탄소를 줄였고, 목재 저장효과까지 더하면 단순한 저에너지 주택을 넘어 탄소중립 주택의 전초 모델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비교한 수치는 ‘운영 에너지(Operational Carbon)’ 기준입니다. 만약 같은 면적의 주택을 RC(철근콘크리트) 구조로 지었다면, 콘크리트를 생산할 때 발생하는 탄소량만 해도 35,000kg CO₂ 수준입니다. 여기에 목조주택이 저장하는 탄소량 3,625kg까지 고려하면, 둘 사이의 탄소 차이는 총38,625kg CO₂에 이릅니다.
이 정도면 자동차 한 대가 10년 동안 배출하는 탄소와 맞먹는 양입니다. 결국, 같은 집이라도 어떤 재료로 짓느냐에 따라 이렇게 큰 탄소 차이가 날 수 있는 것이죠.

요약하자면, 고성능 목조주택은 단순히 ‘에너지를 적게 쓰는 집’이 아닙니다.
에너지를 덜 쓰고, 재생가능 에너지(목재)로 대체하고, 건축자재 자체로 탄소를 저장하는 집
즉, 지속가능한 건축의 새로운 기준이자, ‘환경을 생각하는 집’의 실천적인 모델입니다.
이제 에너지 소비를 줄이자는 말은 단순히 난방비 아끼자는 차원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건축물 자체가 환경과 탄소를 다루는 방식이 변하고 있습니다.
이 변화의 한가운데에 바로, 고성능 목조주택이 있습니다.
* 월간빌더 카페 등에 업로드 되는 기사는 과월호 기사입니다.
** 최신 소식을 빠르게 받아보시고 싶다면 정기구독을 추천 드립니다.
시공 · 설계 · 자재 · 건축주를 위한 커뮤니티 매거진, 월간빌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