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효진 건축가의
일본 기후현 목조건축현장 견학기
제3편. 수종, 목재품질관리, 에너지절약형 목조주택
글·사진제공_ BHJ 건축사사무소 변효진 대표
BHJ 건축사사무소 변효진 대표 (한국건축사, 프랑스건축사)
연세대학교와 프랑스 Paris-Belleville 국립건축대학교에서 건축을 전공했다. 파리에 소재한 Gaëtan Le Penhuel Architectes와 Devillers & Associés에서 오랜 실무를 쌓고 귀국하여 BHJ건축사사무소를 설립했다. 지속 가능한 인간 환경 설계와 감각적이고 사용자 중심의 디자인을 추구한다. 서울시립대와 세종대에서 겸임교수를 역임했으며, 현재 서울시 공공건축가로 활동 중이다.
www.bhj-architects.com / bhj.architects@gmail.com
일본 및 기후현 대표 수종: 삼나무, 히노키
삼나무(杉, 스기 / 노송나무과 Cryptomeria japonica)는 일본의 대표적인 수종 중 하나이다. 홋카이도를 제외한 일본 전역에서 삼나무 숲을 볼 수 있으며, 시장에 나오는 삼나무는 대부분 인공 조림된 것이다. 심재와 변재의 색 차이가 분명하고, 심재는 복숭아색에서 진한 적갈색까지 색의 폭이 넓으며 때로는 흑갈색을 띤다.

백태와 붉은 몸이 섞인 것을 겐지와 헤이케(∵각각 흰 깃발과 붉은 깃발을 들고 12세기 일본 전역에서 패권전쟁을 한 양대 무사 가문)의 깃발 색을 따서 ‘겐페이’라고도 부른다.
일본산 침엽수 중 경연으로서 내구성은 중급이고, 건축재, 가구, 조선, 젓가락에 이르기까지 매우 넓은 용도에 사용된다. 예전부터 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고대 주거터에서도 대량의 삼나무가 발견된다.
기후현에서 생산되는 삼나무는 나가라가와 유역에 많아서 ‘나가라 삼나무’라고 부르며 말 그대로 “길고 좋은 삼나무”라는 의미도 담겨 있다. 나가라 삼나무는 ‘겐페이’의 아름다움이 매력이며 차분한 붉은 색조가 선호된다.
히노키(檜 / 노송나무과 Chamaecyparis obtusa)도 삼나무와 함께 일본의 대표적인 수종이다. 후쿠시마 이남의 혼슈, 시코쿠, 규슈에 분포하며 삼나무에 이어 두 번째로 조림 면적이 넓다. 삼나무보다 고급스러운 수종으로 취급되고, 심재의 색은 담홍색이며 변재는 거의 백색이다. 심재의 내구성이 높고 아름다운 광택 및 특유의 향기가 있어 예전부터 고품질의 건축재료로 사용되어 왔다.
이상적인 풍토를 가진 기후현의 도노 지역 내 히가시노에서 생산되는 히노키는 ‘도노 히노키’ 또는 ‘히가시노 히로‘ 라고 불리며 최고급 건축재료로 인정받는다.
JAS 목재 인증 제도
JAS(Japanese Agricultural Standards)는 일본의 농산물 및 농업 제품에 대해 설정된 표준을 의미한다. JAS는 전체 목질건재를 11품목으로 나누고 ‘JAS 목재 인증’을 통해 목재의 품질 및 신뢰성을 확보하고 있다.

▲JAS 목질건재 및 제재 분류 체계
중 ‘제재’는 다시 6품목으로 분류되고 다음 항목에 대한 평가를 거쳐 JAS 목재 인증에서 규정하는 등급을 받게 된다:
• 품질(수종, 강도, 함수율, 결, 결함 등)
• 처리 및 가공(방부처리, 건조처리, 균일한 크기와 형태 등)
• 환경친화적 규정(지속가능한 관리가 이루어지는 산림에서 합법적으로 벌목된 목재 여부).
‘일반 제재’는 두께 7.5cm를 기준으로 판재와 각재로 구분되며, 건축물 외부에 사용되어 외형이 중시되는 ‘조작 제재’는 육안에 의해 무절, 상소절, 소절의 3등급으로 나뉜다.
‘구조용 제재’에는 단변 15~300mm, 장변 36~360mm의 범위에 해당하는 규격이 있으며, 이 중 105mm, 120mm, 150mm 규격의 제재가 주로 사용된다.
구조용 제재의 등급은 육안과 기계에 의한 방법으로 구분되는데, 육안등급은 갑종(굽힘 성능을 중시하는 용도)과 을종(압축 성능을 중시하는 용도) 모두 1급에서 3급까지 나뉘고, 기계등급은 굽힘 영계수 측정값에 따라 6단계(E50, E70, E90, E110, E130, E150)로 나뉜다. 함수율에 있어서 마무리재는 SD15(15% 이하)와 SD20(20% 이하)로, 미마무리재는 D15(15% 이하), D20(20% 이하), D25(25%)로 구분된다.

▲ JAS 구조용 제재 규격

▲ 수종 및 기준 강도에 따른 JAS 구조용 제재 등급 체계
실제 유통 및 사용되는 목재 중 JAS재의 비율을 살펴보면, 집성재와 비교하여 제재의 JAS재 비율이 낮은 것을 볼 수 있는데, 그 이유는 목재의 강도 성능을 표시하지 않아도 되는 목조주택이 목조건축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조계산이 필요한 비주택 또는 중대규모 목조건축이 늘어나면서 JAS재 사용은 증가하고 있다.

▲ 제재 등의 JAS 등급 비율 추계 (「목재수급보고서」, 일본 농림수산성, 2015) 표
기후증명재, 기후성능표시재: 품질관리 및 지역목재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 도구
기후현은 합법적으로 벌채된 기후현산 목재에 ‘기후증명재’ 인증을, 산지·합법성에 더하여 JAS 표준에 준해 측정한 품질·성능(함수율, 휨강도, 치수 등)을 표시한 고품질의 기후증명재에 ‘기후성능표시재’ 인증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그리고 인증을 받은 업체와 해당 목재에 대해 보조금 제도를 운영함으로써, 이를 지역산 목재의 보급 및 브랜드력 향상과 지역목재산업 육성을 위한 정책 도구로서 활용하고 있다.
같은 일환으로 기후현은 인증을 받은 목재로 집을 짓는 건축주에게도 보조금을 지원하는데 이는 현내 신축타입, 현외 신축타입, 현내 개수타입에 따라 구분된다. 예를 들어 현내 신축타입의 경우, 보조금은 구조재와 내장재의 각 사용량에 따라 다음과 같이 산출된다.
• 구조재: 「기후성능표시재」사용량(m3)x2만엔/m3
• 내장재: 「기후증명재」사용량(m2)×2천엔/m2 &「기후성능표시재」사용량(m2)×400엔/m2(상한 50m2, 2만엔)
※ 1동 당 보조금 상한 30만엔, 하한 15만엔
일본목조건축산업의 확장: 에너지절약형 목조주택 vs 비주택 목조건축
목조주택시장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는 일본목조건축산업은 향후 인구 감소에 의한 주택 착공 호수의 감소와 이에 따른 목조건축시장 축소를 방지하기 위해 3가지 분야에서 확장을 도모하고 있다.
첫째, 이미 대부분 목조로 지어지고 있는 주택분야에서는 에너지절약형 목조주택의 보급과 관련 산업 확대가 추진되고 있다.
둘째, 비주택 분야 중 저층 소규모 건축물은 비용 때문에 주로 철골조로 지어지는데, 목조의 가격 경쟁력을 높여 목조 점유율을 늘리기 위해서 유통되는 규격 제재목 활용 공법을 개발하고 관련 업계를 지원하고 있다.
셋째, 비주택 분야 중 중대규모 건축물은 과거에는 구조적 성능 한계 때문에 목조로 상상하기 힘들었지만, 공학목재·공법 개발과 관련 산업 육성을 통해 목조화 비율을 높이고 있다. 본 3편에서는 우선 에너지절약형 목조주택에 대해 살펴보려 한다.

▲ 규모·구조별 착공 건축물 바닥면적 (「2018년 건축착공통계」, 일본 국토교통성)
에너지절약형 목조주택, ㈜카네코 건축공업
친환경주택의 여부는 주택의 전체 생애 관점에서 판단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3단계(자재생산단계, 주택공사단계, 주택사용단계) 모두에 투입되는 에너지와 배출되는 탄소량이 작은 주택을 말한다. 나무는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줄기나 가지 등의 형태로 저장하고 있기 때문에 목재를 이용해 건축하고 이를 위해 지속적으로 조림하는 것은 탄소 저장 효과와 직결된다.
그리고 자재생산단계와 주택공사단계에 있어서, 목조주택에 투입되는 에너지와 배출되는 탄소량은 다른 구조 방식의 주택에 비해 절대적으로 낮다. 따라서 남은 항목인 주택사용단계에 투입되는 에너지를 줄인 목조주택, 즉 에너지절약형 목조주택은 최고의 친환경주택이 된다.
목조주택을 포함한 모든 주택을 에너지절약형으로 만들려면 다음의 3가지 성능을 높이면 된다: 단열, 일사 차폐, 기밀. 난방을 실시하는 겨울에는 열이 실내에서 실외로 이동하고 냉방을 실시하는 여름엔 열이 실외에서 실내로 이동한다. ‘단열’이란 이 열의 이동을 줄이는 것으로, 주택의 단열성능을 높게 하면 적은 에너지로 냉난방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여름에 실내 온도 상승의 주요인은 일사열이므로, 창과 지붕의 효과적 ‘일사 차폐’를 통해 실내에 침입하는 일사량을 최소화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주택에 틈이 있으면 그 틈을 통해 열이 도망치거나 유입되고 결로가 발생하므로 틈을 최소화하는 것이 ‘기밀’이다.
단 기밀성능만 강화하면 실내 환경이 악화되므로, 필요한 환기량을 확보하고 냉방 비사용시 통풍을 통해 실내를 시원하게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에너지절약형 목조주택 모델하우스, (주)카네코 건축공업
기후현 에나시에 위치한 ㈜카네코 건축공업은 에너지절약형 목조주택의 설계 및 시공, 관련 자재·설비 판매, 주택 기밀성 측정 및 약점 해결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이다.
“낙원주택“이란 브랜드명을 가진 에너지절약형 목조주택의 홍보를 위해 모델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는 세계 여러 에너지 절약 기준 중 가장 엄격한 독일 패시브하우스 기준을 충족한다.

위 사진처럼 낙원주택의 바닥, 벽, 지붕을 단열재와 기밀패킹으로 두껍게, 빈틈없이 싸서 확보한 고단열 성능은 계절에 상관없이 실내외 간 열 이동을 최소화한다. 창은 남쪽에 내고 삼중유리창은 사용하지 않는데, 열관류율이 낮은만큼 겨울에 외부의 따듯한 햇빛 에너지의 실내 유입도 차단하기 때문이다.
그 대신 이중유리창을 설치하여 겨울에 낮 동안 햇빛 에너지를 최대한 실내로 유입시키고, 밤에는 창 안쪽에 설치된 단열블라인드를 통해 실내의 열이 창호를 통해 외부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는다. 여름에는 창 바깥쪽에 설치된 외장 블라인드가 일사열을 차단하여 이중유리창을 보완하고, 창 위쪽에 낸 처마도 고도가 높은 일사를 효과적으로 차단한다.
기밀성능만 강화하면 실내 환경이 악화되므로, 크롤스페이스에 설치한 난방기 겸용 열교환기와 바닥급기구를 통해 균일한 환기량을 확보한다. 낙원주택 중앙에는 아트리움식 거실을 두고 2층에 1층에서 제어 가능한 환기창을 설치하여 더운 공기가 상승하여 빠져나갈 수 있도록 하는데, 이는 여름에 냉방 비사용시 통풍을 통해 실내를 시원하게 한다. 주택 전체 냉방은 일반 벽걸이식 에어컨 1대로 이루어진다.

낙원주택의 전체 내벽은 축열성능과 조습성능이 우수한 ‘흙칠벽’으로 마감되어 있다. 흙칠벽은 겨울에 낮 동안 태양빛의 열을 축적해 두었다가 밤에 그 열을 방열하여 난방비 절약에 일조한다. 또한 습한 여름에는 습기를 흡수하고 건조한 겨울에는 습기를 방출하여 실내 습도 조절에도 탁월한 성능을 발휘한다.


흙칠벽의 기초로 예전에는 대나무 격자를 사용하였으나 해충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어 천연방충효과가 있는 도노 히노키 하지틀을 사용한다. 그 위에 흙을 세 번 올리는데, 하지틀과 잘 결합하도록 목섬유와 섞은 흙을 우선 입히고, 그 위에 고운 흙을 두껍게 얹은 뒤, 안료와 섞어 색을 낸 흙을 바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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