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스팀버 CLT 로 다시 태어난 火災木
영국 런던의 심장,
월워스 타운홀 이야기

글.사진제공
초이스건축 최재철 대표
노후 건물의 가치 증진이나 재해로 손상된 공간의 재탄생을 고민하는 사람들이라면, 영국 런던의 월워스 타운홀(Walworth Town Hall)의 리모델링 사례를 통해 매력적인 해법을 경험해보기 바란다. 2013년 화재로 잿더미가 될 뻔했던 이 유서 깊은 건물은 10년의 복원 과정을 거쳐, 최근 ‘매스팀버(CLT, Cross-Laminated Timber)’라는 혁신적인 소재를 통해 눈부시게 부활했다.
과거의 숨결을 간직하면서도 현대적 기능을 완벽히 수용하는 이곳은, 이제 지역사회의 활기를 되찾아주는 소중한 공동체 공간으로 재탄생하여,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월워스 타운홀의 성공적인 변신은, 리모델링 프로젝트에서 매스팀버가 지닌 구조적 안정성, 공기 단축 효과, 구조미, 그리고 지속 가능한 건축 재료로서의 무한한 잠재력을 명확히 보여주는 주목할 만한 사례다. 본 기고를 통해 그 혁신의 과정을 살펴보고, 국내 노후 관공서 및 건물의 리모델링에 매스팀버가 어떻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을지 함께 모색해 보고자 한다.
월워스 타운홀 리모델링 개요
1894년 빅토리아 시대에 건립된 월워스 타운홀은 단순한 건물을 넘어, 런던 남부 지역 행정과 문화의 구심점 역할을 수행해 온 역사적 보물이다. 그 가치를 인정받아 GradeII 등재 건축물로 지정되어 보호받아 왔다. 하지만 2013년, 예기치 않은 대형 화재로 인해 이 유서 깊은 건축물은 치명적인 손상을 입었다. 지붕과 내부 구조 상당 부분이 파괴되면서 건물은 본래의 기능을 상실했고, 급기야 ‘위험에 처한 유산(Heritage at Risk)’ 목록에 등재되는 위기를 맞았다. 지역 사회의 상징과도 같았던 공간이 한순간에 존폐의 기로에 놓인 것이었다.


▲ 2013년 화재 당시 전소된 월워스 타운홀 내부

▲ 리모델링 후 월워스 타운홀 내부. credit_Chris Wharton

▲리모델링 후 월워스 타운홀 외부. credit_Chris Wharton
도전적인 복원 과제와 매스팀버의 도입
화재 이후 약 10년, 월워스 타운홀의 복원은 단순한 수리를 넘어선 도전이었다. Grade II 등재 건축물이라는 특성상, 건물의 역사적 가치와 원형을 최대한 보존하면서도 현대적인 안전 기준과 기능성을 충족시켜야 했기 때문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혁신적인 건축 재료인 매스팀버, 특히 CLT(Cross-Laminated Timber)가 핵심적인 해결책으로 떠오르게 되었다.
복원 과정에서 이 프로젝트 설계를 담당한 Feix & Merlin 건축사무소는 지속 가능성과 구조적 효율성을 고려하여 매스팀버(CLT)와 글루램(Glulam)을 주요 재료로 선택했다. 특히, 화재로 손상된 구의회 회의실의 아치형 천장은 CLT를 활용하여 현대적으로 재해석되었으며, 이는 원래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재현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
또한, CLT와 글루램을 사용함으로써 약 97톤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절감할 수 있었으며, 이는 철골 및 콘크리트 구조를 사용할 경우보다 68톤의 추가 이산화탄소 배출을 방지한 결과이다.
리모델링 과정에서 CLT는 다음과 같은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구조적 복원 및 강화
화재로 손상된 기존 구조를 대체하고 새로운 내부 구조를 형성하는 데 CLT가 적극적으로 활용되었었다. CLT는 전통적인 콘크리트나 철골 구조에 비해 가벼우면서도 뛰어난 강도를 지녀, 기존 역사적 구조체에 가해지는 하중 부담을 최소화하면서도 현대적인 구조적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역사적 요소와의 조화
CLT는 기존의 벽돌 구조 등 역사적 요소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면서도 현대적인 공간감을 부여했다. 목재 특유의 따뜻함과 CNC 정밀 가공을 통한 깔끔한 마감은 옛것과 새것의 조화로운 공존을 가능하게 했다.
†지속 가능성 및 시공 효율성 증대
CLT는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관리되는 숲에서 생산된 목재를 사용하며, 제조 과정에서의 탄소 배출량도 상대적으로 적어 친환경적인 복원에 기여했다. 또한, 공장에서 정밀하게 사전 제작되어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으로 시공되어 공사 기간을 단축하고, 현장 폐기물을 줄이는 데도 효과적이었다.
†새로운 공간 창출
CLT의 구조적 유연성은 과거에는 구현하기 어려웠던 넓고 개방적인 내부 공간,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을 수용할 수 있는 다목적 홀 등을 새롭게 조성하는 데 기여했다.

아치형으로 가공된 CLT 기둥과 보. credit_Chris Wharton
사용자 경험과 커뮤니티 반응
성공적으로 복원된 월워스 타운홀은 약 550명의 근로자를 수용할 수 있는 유연한 오피스와 코워킹 공간, 커뮤니티 센터, 카페, 레스토랑 등을 포함하고있다. 이러한 공간들은 지역 주민들과 창작자들에게 개방되어 있으며, 특히 지상층의 커뮤니티 센터는 다양한 활동을 수용할 수 있는 유연한 공간으로 설계되었다.
프로젝트를 주도한 Feix & Merlin의 공동 창립자인 줄리아 페익스(Julia Feix)는 “건축가로서 우리의 역할은 종종 변화를 창출하는 것이며, 월워스 타운홀을 통해 놀라운 재탄생을 경험했습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건물이 사람들을 안내하도록 허용하고 필요한 것을 드러내도록 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라고 밝혔다.

일부 벽은 페인트, 벽지 시공
공간 전체의 비율을 고려한 CLT 적용
credit_Chris Wharton
성공적인 재탄생과 시사점
2024년, 월워스 타운홀은 마침내 과거의 영광을 되찾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품은 현대적 공동체 허브로 당당히 재개관되었다. 화재의 상처를 극복하고 매스팀버를 통해 새 생명을 얻은 이곳은 이제 다시 지역 주민들을 위한 행정 서비스, 문화 행사, 커뮤니티 활동의 중심지로 활기를 띠고 있다.

천장 구조물에 사용된 CLT. credit_Chris Wharton
월워스 타운홀의 사례는 역사적 건축물의 보존과 현대적 활용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는 데 있어 매스팀버가 얼마나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특히 국내의 노후된 관공서나 문화유산 가치가 있는 건물의 리모델링 시, 매스팀버는 구조적 안정성, 환경적 이점, 그리고 미학적 가능성까지 제공하며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현명한 선택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국내 공공시설에 매스팀버 적용 제안
월워스 타운홀의 사례는 국내 관공서나 공공 시설의 리모델링에 매스팀버를 적용할 수 있는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준다. 월워스 타운홀의 복원 사례는 단순한 건축 기술의 진보를 넘어서, 공공 건축이 나아가야 할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 매스팀버는 지속 가능성과 구조적 효율성, 빠른 시공, 그리고 쾌적한 사용자 경험이라는 장점을 두루 갖춘 재료로서, 노후된 공공건축물의 리모델링과 신축 모두에 적용 가능한 실질적인 대안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사례가 보여주는 메시지이다. 바로 “전통과 기술의 조화는 충분히 가능하며, 그 과정에서 시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공공 공간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매스팀버는 더 이상 새로운 실험이 아닌, 충분히 검증된 미래형 건축 솔루션으로 전세계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불안보다는 이해, 주저함보다는 도전이다. 월워스 타운홀처럼, 국내의 수많은 노후 공공건물들도 매스팀버를 통해 다시 태어날 수 있다. 국내 지자체 관련 부서의 열린 태도와 과감한 선택이 한국 공공건축의 미래를 더 지속 가능하고 사람 중심적으로 바꾸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최재철
초이스 건축 대표
영국 드몽포트(De Montfort)대학교와 에딘버러 네이피어(Edinburgh Napier)대학교에서 인테리어 디자인 및 목재산업경영학 석사 학위를 각각 수료했다. 이후 영국 대형목조건축회사 선임디자이너로 일하며, 단독주택, 5층 공동주택, 학교, 호텔, 리조트 등 다양한 목조건축 프로젝트의 설계 및 시공 관리를 총괄했다. 캐나다우드 한국사무소에서는 기술 이사와 컨설턴트로 활동했다. 인하대 학교 건축대학원 외 5개 학교에서 겸임교수로 목조주택 이론을 가르쳤으며, 국내 23개 대학교 건축관련 학과에서 목조주택 설계·시공 워크샵을 진행했다. 미국공인 홈인스펙터 자격을 갖고 있다. 저서로는 『집짓기 전에 반드시 알아야 할101』, 『한눈으로 보는 목조주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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